신규회원 확보 경쟁과 휴면카드 증가로 읽는 2026 카드 마케팅
1,724만 장
2025년 말 8개 전업카드사의 휴면 신용카드
카드를 새로 발급받았는데 연회비보다 몇 배나 많은 캐시백을 준다고 합니다. 정해진 기간에 일정 금액만 사용하면 10만 원에서 20만 원이 넘는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평소 사용하던 카드 대신 새 카드를 발급받아 조건을 채우고 캐시백을 받으면 됩니다. 혜택을 받은 뒤에는 원래 사용하던 카드로 돌아가거나 더 많은 캐시백을 주는 다른 카드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카드테크’라는 말이 심심찮게 보입니다. 캐시백을 받은 뒤 연회비 1,000원짜리 카드로 갈아타고, 캐시백을 준 원래 카드는 해지하는 방식입니다. 카드사가 재발급 제한을 걸어도 다른 카드사로 옮기면 그만입니다.

카드사도 신규회원 수가 빠르게 늘어나니 성공적인 캠페인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캐시백 지급이 끝난 뒤에도 고객이 그 카드를 계속 사용할까요?
여신금융협회 공시정보포털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5년 말 8개 전업카드사의 휴면 신용카드는 1,724만 장에 달했습니다. 1년 전보다 약 143만 장 증가한 규모입니다. 전체 신용카드에서 휴면카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12.8%에서 2024년 13.9%, 2025년 14.9%로 높아졌습니다.

카드사가 지금 물어야 할 질문은 ‘얼마를 주면 발급받을까?’가 아닙니다. ‘혜택이 끝난 뒤에도 이 카드를 계속 써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입니다.
1. 카드 모집인은 줄고, 캐시백 비교 플랫폼이 등장했다
과거 카드 발급은 은행 창구나 대형마트, 공항의 카드 모집인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지금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카카오뱅크, 뱅크샐러드와 카드 비교 서비스가 이 역할을 상당 부분 대신합니다.
소비자는 연회비와 적립률뿐 아니라 ‘이번 달에는 어느 플랫폼에서 발급해야 가장 많은 캐시백을 받을 수 있는가’까지 비교합니다. 동일한 카드도 발급 플랫폼에 따라 혜택이 달라지면서 카드 선택보다 가입 경로 선택이 먼저 이뤄지기도 합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고객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채널입니다. 그러나 플랫폼 비용과 소비자 캐시백이 함께 커집니다. 국내 카드시장의 고객 확보 경쟁이 신규 수요 창출보다 타사 고객 이동에 가까워질수록, 더 큰 혜택으로 데려온 고객은 더 큰 혜택을 따라 다시 이동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카드사가 플랫폼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지만, 정작 고객과의 첫 관계는 카드 브랜드가 아니라 캐시백 금액으로 시작되는 셈입니다.
2. 카드 수는 늘었지만 이용 습관까지 늘어난 것은 아니다
여신금융협회 연도별 통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카드 수는 2022년 말 약 1억2,417만 장에서 2024년 말 약 1억3,341만 장으로 증가했습니다. 2년 동안 약 924만 장, 7.4% 늘어난 규모입니다.

카드 발급 시장은 외형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모든 카드가 주력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소비자는 이미 여러 장의 카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새 카드는 기존 카드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지갑 속에 한 장 더 추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2025년 말 휴면카드는 1,724만 장으로 전년보다 143만 장 증가했습니다. 발급된 카드의 규모뿐 아니라 사용되지 않는 카드의 규모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휴면카드 증가를 모두 캐시백 마케팅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소비자의 생활 변화, 제휴 종료, 혜택 축소, 교체 발급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합니다. 그럼에도 신규 발급 경쟁과 휴면카드 증가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사실은 카드 마케팅의 KPI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신호입니다.
3. 캐시백 고객을 ‘체리피커’라고 부르기 전에
큰 혜택만 받고 다른 카드로 이동하는 소비자를 체리피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를 소비자의 낮은 충성도 문제로만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카드사가 신규 발급 조건으로 큰 보상을 제시했고, 소비자는 그 제안을 합리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캠페인이 첫 결제까지만 설계돼 있었다면 캐시백 지급이 끝난 순간 고객의 이용 동기도 함께 끝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고객이 충성도가 낮은 것이 아니라 카드사가 충성도를 만들 다음 장면을 준비하지 못한 것일 수 있습니다.
신규 발급 캠페인의 성과를 발급 건수와 첫 달 이용액으로만 판단하면 이 문제가 가려집니다. 진짜 성과를 확인하려면 캐시백이 지급된 뒤 3개월과 6개월 후에도 해당 카드가 사용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4. 첫 결제가 아니라 ‘첫 90일’을 설계해야 한다
카드 발급 이후 초기 90일은 고객의 결제 습관에 진입할 수 있는 중요한 기간입니다. 카드가 도착하면 간편결제 서비스에 등록하고, 통신비와 관리비 같은 자동납부를 변경하며, 어느 가맹점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도 학습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번거로우면 소비자는 캐시백 조건에 필요한 금액만 결제한 뒤 기존 카드로 돌아갑니다. 카드사의 온보딩은 카드 발급 완료 안내에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카드 발급 이후 90일 활성화 퍼널 (수트입은루팡 재구성)

발급 직후에는 고객이 주로 사용하는 간편결제 등록을 유도해야 합니다. 첫 결제 이후에는 실제 이용 업종을 기준으로 다음에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알려줘야 합니다.
전월 실적과 제외 항목도 단순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가 복잡한 조건 때문에 받지 못하면 고객은 상품이 아니라 카드사를 신뢰하지 않게 됩니다.
자동납부 전환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생활비 관리 서비스로 설계해야 합니다. 통신비와 구독료, 관리비가 연결되면 카드는 일회성 캐시백 수단에서 매월 사용하는 결제수단으로 이동합니다.
5. 모두에게 같은 캐시백을 줄 필요가 있을까
같은 20만 원의 캐시백을 받고 들어온 고객이라도 이후 행동은 다릅니다. 어떤 고객은 통신비와 관리비를 연결하고 매달 카드를 사용합니다. 어떤 고객은 이벤트 조건만 채운 뒤 이용을 멈춥니다. 다른 고객은 여행이나 이사처럼 특정 목적이 끝난 뒤 더 이상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들을 모두 같은 신규회원으로 보고 동일한 후속 마케팅을 제공하면 비용 효율이 낮아집니다. 발급 채널과 첫 이용 업종, 결제 빈도, 자동납부 여부에 따라 고객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화의 목적은 고객마다 할인율을 달리 제시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고객이 이 카드를 계속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발견하고 그 마찰을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6. 카드 마케팅의 KPI는 발급 건수 이후까지 가야 한다
캐시백은 여전히 강력한 고객 획득 수단입니다. 문제는 캐시백 자체가 아니라 캐시백 이후의 전략이 없다는 것입니다.

발급 채널별 성과를 비교할 때도 가입자 수만 봐서는 안 됩니다. 비교 플랫폼에서 확보한 고객과 카드사 자체 채널에서 확보한 고객의 유지율과 생애가치를 비교해야 합니다.
고객 획득비용이 높아도 오랫동안 주력 카드로 사용된다면 효율적인 투자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발급 단가는 낮아도 이벤트 종료 직후 휴면으로 전환된다면 싼 고객이 아니라 비싼 실패가 됩니다.
📌 캐시백 이후를 설계하는 카드 마케팅, 체크리스트
✅ 발급 후 90일 활성화 퍼널(간편결제 등록 → 첫 결제 → 자동납부 전환)을 설계했는가
✅ 발급 채널별(비교 플랫폼 vs 자사 채널) 유지율·LTV를 따로 비교하는가
✅ 캐시백 달성형·소액 반복형·자동납부형 등 고객 유형별 후속 전략이 다른가
✅ KPI가 발급 건수에서 멈추지 않고 90일·180일 이용 유지율까지 가는가
마무리: 발급받게 하는 마케팅에서 사용하게 하는 마케팅으로
카드 7장 중 약 1장이 휴면 상태라는 수치는 카드가 부족해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계속 사용할 이유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파격적인 캐시백으로 고객을 데려올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캐시백은 카드 선택의 이유가 될 수 있어도 계속 사용하는 이유까지 만들어주지는 못합니다.
이제 카드 마케팅의 중심은 고객 획득에서 이용 활성화로 이동해야 합니다. 발급 직후 간편결제 등록을 돕고, 반복되는 생활비를 연결하며, 실제로 받은 혜택을 보여주고,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찾아 해결해야 합니다. 2026년 카드업계의 진짜 경쟁력은 누가 더 많은 캐시백을 주는가가 아닐 것입니다. 큰 보상으로 들어온 고객을 얼마나 빠르게 일상적인 사용자로 바꿀 수 있는가, 그리고 혜택이 끝난 뒤에도 지갑의 첫 번째 카드로 남을 이유를 얼마나 잘 설계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20만 원을 받고 발급한 카드가 석 달 뒤 서랍 속으로 들어갔다면 그것은 고객의 변심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카드사가 첫 결제 다음의 이야기를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주요 참고자료
여신금융협회, 연도별 신용카드 이용실적
데이터뉴스, ‘잠자는 휴면 카드 1700만 장 돌파, 1년 만에 143만 장↑’
매일경제, ‘카드업 출혈경쟁에…7장 중 1장은 장롱카드’
금융위원회, 2026년 상반기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 안내
KPI뉴스, 카드사 프로모션 악용한 ‘카드테크’ 성행
이 글은 ‘수트입은루팡’이 여신금융협회 공시자료와 데이터뉴스·매일경제 보도를 교차 검증해 작성했습니다. 캐시백 마케팅의 성과를 발급 건수가 아닌 유지율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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