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쪼갤 것은 ‘왜 사는지’다
마케팅을 막 시작했다면 이런 작업이 익숙할 거예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광고를 돌릴 때, 대상을 잘게 나누는 일이요. “여성 18~34세, 관심사는 음식”, “여성 18~34세, 관심사는 여행”, “…뷰티”, “…피트니스”, “…음악”. 이렇게 광고 세트를 다섯 개로 쪼개서, 각 집단에 딱 맞게 최적화되길 기대하죠. 오랫동안 이게 정석이었어요.
그런데 최근 메타가 광고주들 앞에서 바로 이 화면을 띄워놓고 이렇게 말했어요. “이건 사실 광고 세트 하나인 것과 똑같습니다.” 여성 18~34세는 저 관심사들을 대체로 다 좋아해서, 다섯으로 나눠봐야 결국 같은 사람들을 다섯 번 겨냥하는 셈이라는 거예요.
무슨 뜻일까요. 오늘은 온라인 광고에서 조용히 벌어진 큰 변화를 이야기해볼게요. AI가 광고의 ‘누구에게 보여줄지’를 통째로 가져가면서, 마케터가 손에 쥔 레버가 완전히 다른 곳으로 옮겨갔거든요. 주니어 마케터·디자이너도 바로 써먹을 수 있게, 예시를 잔뜩 들어 풀어볼게요.
이용자가 앱을 켜는 순간, 뒤에서 벌어지는 일
먼저 왜 타깃을 쪼개는 게 무의미해졌는지부터요. 여러분이 인스타그램을 켠 그 순간, 뒤에서는 눈 깜짝할 새에 세 단계가 돌아가요. 이름은 낯설지만 하는 일은 오디션 심사랑 비슷해요.
- 안드로메다 = 1차 서류 심사. 지금 돌아가는 수백만 개 광고 중, 그 사람에게 보여줄 만한 후보를 빠르게 추려요.
- GEM = 본선 심사. 추려진 후보 중 무엇을 어떤 값에 최종 노출할지 순위를 매겨요.
- 래티스 = 여기가 핵심이에요. 심사 기준 자체를 계속 정교하게 다듬는 총괄이에요. 내 광고 하나의 성과만 보는 게 아니라, 메타에서 돌아가는 모든 캠페인의 데이터를 통합해서 배워요.
세 번째가 판을 바꿨어요. 예전엔 학습이 ‘내가 만든 광고 세트’ 안에서만 일어났어요. 그래서 대상을 잘게 쪼개 각 세트에 신호(누가 반응했는지 정보)를 몰아주는 게 전략이었죠. 그런데 이제 래티스는 캠페인 경계를 넘어 전체를 보고 배워요.
여기서 쉬운 비유 하나. AI가 뭔가를 배우려면 데이터가 한곳에 고여야 해요. 광고가 노출되고 누군가 반응할 때마다 “어떤 소재에 어떤 사람이 반응했다”는 정보가 한 방울씩 고이거든요. 그 물이 깊어져야 AI가 “아, 이런 사람이 사는구나”를 알아봐요. 그런데 광고 세트를 다섯 개로 쪼개는 건, 그 물을 다섯 개의 얕은 접시에 나눠 붓는 것과 같아요. 어느 접시도 깊어지질 못해서, AI가 각 접시에서 제대로 못 배워요. 하나로 합치면 물이 한 웅덩이에 모여 금방 깊어지고요. 쪼갤수록 똑똑해지던 시대에서, 쪼갤수록(데이터가 흩어져서) 멍청해지는 시대로 바뀐 거예요.
이 자동화가 얼마나 세졌는지는 숫자로도 보여요. 메타는 2026년 1분기에 이 AI들을 개선해 특정 광고 전환율이 6% 넘게 올랐고, 광고 노출은 전년비 19%, 광고 매출은 33% 늘었다고 발표했어요. (이건 플랫폼 전체 수치예요. 뒤에서 다시 짚을게요.) 요컨대 ‘누구에게, 언제, 어디에, 얼마를 쓸지’는 이제 대체로 시스템이 정해요.
그럼 마케터에게 남은 무기는 무엇인가
‘누구에게’를 AI가 가져갔다면, 사람이 쥔 무기는 어디로 갔을까요. 크리에이티브, 즉 ‘무엇을 보여주는가’로 몰렸어요. 이게 얼마나 중요해졌냐면, 메타 자체 분석에서 광고 경매 결과의 56%가 크리에이티브 품질로 갈린다고 나왔어요. 타깃팅·입찰·노출 지면을 다 합친 것보다 크리에이티브 하나가 더 크다는 거예요. 예전엔 타깃을 잘 잡는 게 실력이었다면, 이제는 소재를 잘 만드는 게 실력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주니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이 있어요.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하다니까 여러 버전을 많이 만들자!” 하고, 같은 소재의 색만 바꾸고 헤드라인만 살짝 바꿔 수십 개를 뽑는 거예요. 이건 소용없어요. AI(래티스) 눈엔 그게 다 ‘같은 말’이거든요.

가짜 다양화 vs 진짜 다양화 (무선 이어폰 광고로 예를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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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연구에 따르면, 같은 광고를 4번쯤 반복해서 본 사람은 그 광고에 반응(전환)할 확률이 약 45% 떨어져요. 즉 같은 소재를 계속 들이밀면 사람도 질리고 AI도 배울 게 없어요. 진짜로 다른 소재가 여러 개 있어야, 사람은 안 질리고 AI는 각 소재에 반응할 새로운 사람을 찾아내요.
진짜 할 일 — 타깃이 아니라 ‘소구점’을 쪼갠다
핵심은 이거예요. 사람(인구통계)을 쪼개던 손을 멈추고, 같은 상품을 ‘사는 이유’를 쪼개는 것. 이 ‘사는 이유’를 마케팅에선 소구점이라고 불러요. 쉽게 말해 “이 사람이 왜 이걸 사는가”예요. 무선 이어폰을 예로 들어볼게요. 같은 이어폰이라도 사는 이유는 사람마다 달라요.
- 음질이 좋아서 산다 → 음악에 진심인 사람
- 지하철·카페 소음을 지워줘서 산다 → 출퇴근에 시달리는 직장인
- 배터리가 오래가서 산다 → 충전을 자주 깜빡하는 사람, 여행객
- 통화가 또렷해서 산다 → 재택근무로 회의가 많은 사람
- 싼데 쓸 만해서 산다 → 비싼 건 부담스러운 학생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이 다섯은 애초에 다른 사람들이에요. “음질” 소재에 눈이 번쩍하는 사람과 “배터리 오래감”에 반응하는 사람은 겹치지 않아요. 예전엔 이 구분을 ‘타깃 설정’으로 했어요. “20대 직장인을 따로 겨냥”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이제 그 겨냥은 AI가 알아서 해요.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이거예요. “소음을 지워준다”는 소재 하나, “배터리가 오래간다”는 소재 하나를 서로 다른 이유로 정성껏 만들어 던지는 것. 그러면 AI가 각 소재에 반응할 사람을 알아서 찾아가요. 타깃을 나누는 일을, 이제 소재가 대신하는 구조예요. 관심사 태그 다섯 개 대신, 서로 다른 이유의 소재 다섯 개인 거죠.
관점을 이렇게 바꾸면 관리하는 문서 자체가 달라져요. 예전엔 ‘타깃 시트'(누구를 겨냥할지 목록)를 관리했다면, 이제는 ‘소구점 시트'(왜 사는지 목록)를 관리해야 해요.
그래서, 우리는
첫째, 우리 상품의 ‘사는 이유’를 3~4개로 나눠 적어보세요.
가격·시간 절약·안전·자부심·편리함처럼요. 딱 하나의 기준으로 점검하면 돼요. “이 두 이유가 같은 사람을 부르는가?” 예를 들어 “노이즈 캔슬링이 된다”와 “지하철에서 조용하다”는 말은 달라 보여도, 결국 둘 다 ‘출퇴근에 시달리는 직장인’ 한 사람을 불러요. 그럼 둘은 따로 갈 게 아니라 하나로 합쳐야 해요. 반대로 “지하철에서 조용하다(직장인)”와 “충전 깜빡해도 3일 간다(여행객)”는 아예 다른 사람을 부르죠. 이게 진짜 나눠야 할 소구점이에요.
둘째, 소재를 ‘색깔 놀이’가 아니라 ‘이유별’로 만드세요.
앞서 봤듯 배경색·폰트만 바꾼 건 AI에겐 같은 광고예요. 대신 이유마다
- 이걸 이 이유로 사는 사람은 누구인지
- 영상 첫 3초에 뭘 보여줄지
- 카피 한 줄을 정해보세요.
예: ‘소음 편’ → (누구) 매일 지하철 타는 직장인 (첫 3초) 시끄러운 지하철, 버튼 누르자 순간 조용 (카피) “출근길에 나만의 도서관이 생겼다.”
셋째, 소재 파일 이름에 소구점을 붙이고, 성과도 소구점별로 읽으세요.
‘A안·B안’이 아니라 ‘소음편·배터리편·통화편’으로요. 그리고 리포트를 광고 세트별이 아니라 소구점별로 보면, 처음으로 이런 게 데이터로 남아요. “우리 고객은 사실 ‘음질’이 아니라 ‘소음 차단’에 반응하는구나.” 이건 광고를 넘어 상세페이지·제품 방향까지 바꾸는 정보예요.
넷째, 다섯 개를 얕게 만드는 것보다 세 개를 확실히 다르게 만드세요.
소구점을 나누면 만들 소재가 늘어요. 여기서 욕심내 다섯 개를 대충 뽑으면, 결국 ‘같은 말 다섯 번’으로 돌아가요. 전문가들이 권하는 감은, 확실히 다른 소재 10~20개를 영상·이미지·카루셀 등 포맷까지 섞어 굴리는 거예요. 다만 처음이라면, 진짜 다른 3개부터 제대로 시작하는 게 나아요. 개수가 아니라 ‘서로 다름’이 기준이에요.
다섯째, 이건 놓치기 쉬운 팁인데 — AI에게 ‘무엇이 성공인지’ 정확히 알려주세요.
아무리 똑똑한 AI라도, “누가 실제로 샀는지” 데이터가 깨끗하게 들어와야 반응할 사람을 잘 찾아요. 이걸 전환 추적(픽셀·전환 API)이라고 하는데, 이게 엉성하면 AI는 헛다리를 짚어요. 소재만 고민하다 이 배관을 안 챙기는 주니어가 많아요. 담당 개발자나 대행사에 “구매 전환이 정확히 잡히고 있나요?”를 꼭 확인하세요. 좋은 재료(소재)를 줘도, 채점 기준(전환 신호)이 틀리면 AI가 엉뚱하게 배우거든요.
결국, AI가 겨냥을 가져간 자리에 ‘이유’가 남았다
정리하면 이래요. 메타의 AI가 광고의 ‘누구에게 보여줄지’를 통째로 가져갔어요. 그래서 대상을 잘게 쪼개던 오랜 기술은 이제 신호만 흩어놓는 손해가 됐고요. 사람이 쥔 무기는 ‘무엇을 보여주는가’, 그중에서도 ‘왜 사는지를 몇 갈래로 말하는가’로 옮겨갔어요. 타깃을 쪼개던 손으로, 이제 소구점을 쪼개는 거예요.
물론 단서는 필요해요. 메타가 발표한 전환율 6%, 노출 19%, 매출 33%는 플랫폼 전체 수치예요. 내 계정에서 같은 폭이 나온다는 뜻이 아니에요. 자동화가 앞단을 맡았다고 손을 놓으라는 것도 아니고요. 예산이 엉뚱한 지면으로 새지 않는지, 노출만 많고 정작 구매는 없지 않은지는 여전히 사람이 지켜봐야 해요. 힘을 쏟을 곳이 바뀌었을 뿐이에요.
그리고 이 변화엔 뜻밖의 선물이 하나 있어요. 소구점으로 광고를 나누면, ‘왜 우리 상품이 팔리는가’라는 질문에 처음으로 데이터로 답하게 돼요. 타깃을 겨냥하던 시절엔 짐작만 하던 고객의 진짜 이유를, 눈으로 보게 되는 거죠. 그러니 오늘 한번 적어보세요. 우리 상품을 사는 진짜 이유는 몇 가지인가, 그리고 그 이유들은 정말 서로 다른 사람을 부르고 있는가.
참고 자료
– 메타 광고 시스템 3단계(안드로메다=후보 검색/추림, GEM=순위·가격 결정, 래티스=캠페인 경계를 넘어 통합 학습해 최종 순위 정교화): PPC Land, ALM Corp
– 메타 2026년 1분기 실적: eMarketer
– SuperAds, AdMove ‘Advantage+ Creative Best Practices 2026’
– 광고 피로: Meta 크리에이티브 피로 연구 인용, Perform Digital Media
– Advantage+ 자동화로의 강제 이전과 전환 신호(전환 API·픽셀) 품질의 중요성: Greg Hal ‘Meta Ads Algorithm 2026’
프레이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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