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있을 때보다 퇴사 후에 AI를 더 많이 쓰고 있는 요즘이다. 심지어 회사에서는 AI 비용을 지원해 줬던 반면, 지금은 내돈내산으로 써야 함에도 말이다.

astra가 나온 이후에는 클로드와 더불어 Chat GPT Pro 플랜까지 구독했다.

만만치 않은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AI를 쓰는 이유는 이제 AI가 내 일상에 깊숙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AI와 함께한 시간보다 AI 없이 살아온 인생이 훨씬 길었건만, 벌써 AI 없이 일하는 것이 막막하게 느껴진다.

특히, 퇴사 후에 나름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운영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는다.

이미 잘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겨우 이거?”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미래의 나를 위해 지금의 내가 느끼는 AI의 효용을 기록해 둔다.

최근 내 일상에 활용했던 AI 3가지.

 

 

1. AI 덕분에 책을 냈다.

 

 

스타트업 인턴으로 입사해 실무자, 팀장을 거쳐 C레벨까지 8년을 일하고 퇴사했다. 그런데 퇴사 후에 생각보다 과거의 일이 빠르게 희미해졌다. 그래서 내가 리더로서 어떤 방식으로 일했고, 어떤 일에서 깨지고 배웠는지를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한 번 정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책이라는 구조화된 형태로 출간을 해보고 싶었다.

요즘은 전자책도 많지만 뭔가 내 이름으로 된 종이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찾아보니 POD라는 자가출판 방식과 이를 돕는 플랫폼까지 있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에(물론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님), 자가출판으로 종이책을 내보기로 했다.

종이책을 출판하려면 크게 2가지가 필요하다. 1) 원고, 2) 책 표지 디자인. 원고는 그동안 브런치와 링크드인에 썼던 글이 있다 보니 수월했다. 다만 교정(오탈자 수정)/교열(비문 교정)이 문제였는데, 이 부분에서 AI의 도움을 받았다. 외주를 알아보니 20만 원 정도 했었는데 교정/교열 기준을 주고 원고를 넣으니 아주 잘 작업해 주었다. 컨텍스트가 많아 원고를 통째로 주는 것보다는 한 챕터씩 교정/교열을 요청하는 게 정확도 측면에서 유리했다.

더 효용을 느꼈던 건 표지 디자인이었다. 디자인은 아예 모르는 영역이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느낌의 레퍼런스 표지를 주고, 내 도서만의 유니크함을 줄 수 있는 상징 일러스트들을 AI와 대화를 통해 다듬어나갔다.

 

 

 

초안과 최종본

 

 

덕분에 디자인을 아예 몰라도, 그럴듯한 책 표지 디자인을 완성해 낼 수 있었다. 교정/교열과 더불어 디자인 외주 비용 30만 원까지 아낄 수 있었다.

전자책 디자인도 AI에게 맡겼다. 종이책과 달리 인쇄 품질 같은 것들을 신경 써도 되지 않기 때문에 전자책 디자인은 자유도가 더 높았다.

원고는 있었기 때문에 AI를 통해 모바일 PDF 가독성과 디자인을 살린 전자책 버전으로 변환해 달라고 했다.

여러 번의 ‘딸깍’ 없이 내가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이 나왔다.

 

 

 

 

(스타트업 팀장의 일 전자책: 팀원, 팀 목표 관리가 어렵거나, 팀장으로서의 성장이 막막하다고 느끼는 분. ‘선배 팀장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초보 팀장이라면 한 번쯤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판매에 있어서도 AI의 도움을 받았다. 전자책 판매 플랫폼 중 래피드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여기에 상품 등록을 하기로 했다. 상품 등록은 aside라는 툴을 사용했다. aside는 AI 에이전트 브라우저로, 쉽게 말하면 웹사이트에서 사람이 하는 작업(로그인, 클릭, 상품 등록 등)을 AI가 해주는 툴이다. 래피드 등록도 회원가입만 내가 하고 상품 등록 및 발행은 모두 코덱스 내 aside가 진행해 주었다.

내용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AI 덕분에 종이책, 전자책까지 수월하게 출간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해보면서 느낀 건, 정말 자신만의 스토리(원고)만 있으면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세상이 됐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라는 인간의 스토리와 색채를 더 짙게 만드는 것이 AI 시대의 살아남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2. AI 덕분에 코칭 실력이 늘어난다.

 

코칭 자격증을 준비 중이다. 코칭 자격증은 서류 – 필기 – 실기(시연)를 통과해야 주어진다. 코칭은 확실히 연습하면 할수록 는다. 그래서 코칭 실습을 많이 해야 한다. 그런데 코칭 대상을 찾는 것도, 코칭 시간을 내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마음 놓고 연습을 하고 싶은데, 상대방의 스케줄도 고려해야 하다 보니 충분한 연습을 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문득 이 문제를 AI를 써서 해결해 보기로 했다. 최근 혼자서 운전하는 시간이 종종 있었는데, Chat GPT 음성 대화 모드로 하고 AI를 가상의 코칭 고객으로 설정해서 운전하는 내내 코칭 대화를 해 보았다.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코칭 대화에는 어느 정도 구조가 있다. 라포형성 – 소개 – 주제합의 – 목표설정 – 실행계획 정리 – 정리 및 후원환경 설정 등. 그래서 AI가 나의 코칭을 기록하고 분석하여 피드백 주기가 좋다. 명확한 평가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나쁜 습관이나 말버릇 등을 정확하게 잡아준다. 다른 코치님들과 코칭 연습을 할 때는 아무래도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기는 쉽지 않지만, AI를 그런 것 없이 직설적으로 피드백을 해준다. 나에겐 이게 훨씬 도움이 되었다.

 

 

 

AI와 코칭을 하면 할수록 스스로 코칭에 대한 자신감이 올라간다고도 느껴졌다. 다양한 주제를 가져오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돌발 답변을 하기도 해서 내공을 쌓이게 해 주기 때문이다. 운전할 때 지루하지 않게 되는 효과도 덤이다.

그래서 꼭 코칭과 같은 게 아니더라도 운전 중 AI 음성 대화는 강력 추천한다. 그때그때 생각나는 모르는 개념들을 쉽게 알려달라고 말하면서 듣고 이야기 나누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 운전하기 전보다 뭐라도 하나 더 배운 내가 된 채로.(완전히 개인화된 팟캐스트다.)

 

 

3. AI 덕분에 강의 준비가 쉬워졌다.

 

강의를 준비할 땐 1) 수업계획서와 2) 강의 교안 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잘 반영하여 학습 목표와 적절한 커리큘럼을 세우는 데에도 AI가 많은 도움이 되지만, 특히 교안 PPT를 만들 때 가장 큰 도움이 된다.

교안을 만들 때 AI를 활용하는 방식도 책 출간과 비슷하다. 원고는 내가 직접 썼던 것처럼,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의 뼈대는 직접 정한다. 그리고 그 뼈대의 전달력을 높이는 교안을 만들기 위해 클로드 코드 프로젝트에 디자인 레퍼런스를 넣어두고, 나만의 교안 샘플을 만들어가며 기준을 다듬어간다.

물론 처음에는 직접 만드는 것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흔히 말하는 ‘딸깍’은 수백 번의 ‘딸깍’으로 나만의 시스템이 다듬어진 뒤에야 가능하다.) 그러나 어느 정도 템플릿이 정해지고 나면, 이후에는 장표별로 내가 말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만 전달하면 그대로 써도 될 정도의 완성도 높은 교안이 완성된다. 이해를 돕는데 꼭 필요하지만 찾기 어려운 이미지도 직접 만들면 된다.

 

 

 

과거에는 디자인 하나하나를 수정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었다면, 지금은 핵심 메시지나 발표 연습과 같이 교육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더 핵심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AI 덕분이다.

 


 

AI의 발전 속도가 참 무섭다.

astra부터 aside, jev 같은 굵직굵직한 AI 이벤트들이 불과 3개월 내에 모두 일어났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얼마나 빨라질지 이제는 상상조차 어렵다.

과거에는 모든 걸 따라가야 된다는 조급함이 있었지만, 그렇게 찍먹 한 것은 나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오히려 일상에 AI를 하나씩 접목시킨 지금이 AI를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더 잘 잡히는 듯하다.

트렌드는 계속해서 팔로우하되, 그게 나의 일상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줄지를 꾸준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

이게 요즘의 내가 AI를 쓰는 방식이다.

 

 


이진호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