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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게임즈, LY에 경영권 넘긴다
한국 인터넷 대기업들의 이야기에는 항상 ‘사업 축소’라는 테마가 등장한다. 이번 주인공은 카카오다.
3월 26일, 카카오가 핵심 게임 자회사 카카오게임즈의 경영권을 일본 플랫폼 대기업 LY 주식회사(라인야후)에 매각한다고 공식 발표하자, 한국 게임업계 전반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흘렀다.
한때 카카오는 <아키에이지>와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앞세워 게임업계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한국 게임 지형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2022년 약 1조 1,500억 원이었던 매출은 2025년 4,650억 원으로 줄어들었고, 5분기 연속 영업손실로 한때 효자 노릇을 하던 게임 부문이 그룹 재무제표의 무거운 짐으로 전락했다.

동시에 한국 게임업계의 판도 자체도 크게 흔들리는 중이다. 3N2K 중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3N’은 성장 한계에 직면했고, 2K(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의 크래프톤 같은 신흥 세력은 기존 강자들의 벽을 넘으려 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다수 한국 대형 게임사의 주주인 텐센트가 이번에는 관망세를 유지하며 카카오게임즈 지분을 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바이트댄스는 앞서 문톤 스튜디오를 매각하며 ‘비핵심 사업을 털어내고 정보 플랫폼·전자상거래·AI에 집중’하는 선례를 남긴 바 있다.
카카오의 이번 행보 역시 그 흐름 위에 있다. AI 물결 앞에서 몸을 가볍게 하려는 시도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25일 카카오게임즈의 경영 통제권을 LY 주식회사 지원을 받는 사모펀드 LAAA Investment에 넘겼다.
LAAA Investment는 카카오 보유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동시에 카카오게임즈가 신규 발행하는 주식과 전환사채에도 투자한다. 거래 완료 후 LAAA Investment가 최대주주에 오르고, 카카오는 2대 주주로 남아 협력관계를 이어간다.

이번 거래 구조는 기존 지분 매각과 신규 자본 유입을 결합한 형태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를 통해 약 3,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지분 일부를 현금화하며 경영 부담을 덜었고, 카카오게임즈는 외부 자금을 바탕으로 사업 재편의 여지를 얻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이번 전략적 투자 유치와 지분구조 재편은 카카오게임즈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단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카카오와 LY 주식회사를 비롯한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수익성 악화와 AI 집중 전략…예견된 매각
시장은 이번 매각을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카카오게임즈는 2024년 4분기부터 2025년 4분기까지 5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핵심 수익원인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성과가 둔화된 데다 후속작들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약화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카카오의 전방위적 사업 재편도 이번 거래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카카오는 AI 사업 집중을 위해 비핵심 계열사를 잇달아 정리해왔다.
올해 1월에는 주식교환 방식으로 다음(현 AXZ)을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에 매각했고, 지난해 11월에는 카카오헬스케어를 차바이오텍에 넘겼다.
카카오게임즈를 LY 주식회사에 넘기는 것은 이러한 광범위한 재편의 일부다. 작년 하반기 카카오 정신아 대표는 넵튠, 넥스포츠, 님블뉴런 등 10여 개 게임 관련 자회사를 재편했다. 정 대표는 “회사는 관계사 수를 줄이고 AI 시대의 핵심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2월에는 텐센트 자회사 에이스빌과 맺은 카카오게임즈 지분 관련 동반매각권 계약도 종료해 지분구조를 간소화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장기간의 수익성 악화와 이러한 일련의 재편 조치가 결국 카카오게임즈 매각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는 현재 핵심 산업인 카카오톡 및 AI에 집중하면서 부수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정리하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많은 투자가 필요한 게임 산업까지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회사 차원에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거래를 카카오가 카카오게임즈에서 ‘단계적으로 손을 떼는’ 출발점으로 본다. 거래 구조에 전환사채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전환사채는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무상품으로, 투자자가 향후 추가 지분을 확보할 여지를 열어둔다. 애널리스트들은 카카오가 이번을 기점으로 지분율을 단계적으로 낮추다가 장기적으로는 카카오게임즈와 완전히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고 본다.
업계의 시선은 카카오게임즈의 향후 행보에도 쏠린다. 특히 LY 주식회사 산하 게임 개발사 라인게임즈와의 협력 확대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라인게임즈는 최근 수년간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4년 영업손실 161억 원을 기록했고, 업계에서는 사업모델 재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대를 모았던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예정됐던 기업공개(IPO) 계획도 결국 취소됐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게임즈가 같은 투자자의 영향권 아래 놓이면서 두 회사 간 협력 구도가 부상하고 있다.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거래가 퍼블리싱·개발·IP 활용 등 여러 영역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카카오게임즈가 보유한 IP 포트폴리오와 퍼블리싱 역량이 라인게임즈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기대다.
# LY 체제 아래 새 출발…협력 먼저, 합병은 나중에
한 업계 관계자는 “LY 주식회사와 카카오게임즈의 필요가 잘 맞아떨어진다. 둘 다 동남아 게임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 방향이 일치한다”며 “라인게임즈가 카카오게임즈에 편입될 경우 우회상장 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선 두 회사의 규모 격차가 크기 때문에 즉각적인 합병보다는 공동 프로젝트나 역할 분담을 통한 협력이 현실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는 연매출 4,000억 원대에 여러 개발 자회사를 둔 게임 대기업”이라며 “아직 IPO를 추진하지 못한 라인게임즈와 즉시 합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 단계에서는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모색하면서 양측 사업 규모가 비슷해질 때까지 지켜보는 방향이 유력하다”고 덧붙였다.
‘선택과 집중’에서 ‘글로벌 돌파구 찾기’까지, 카카오게임즈의 이번 주인 교체는 한국 게임산업이 AI 시대에 스스로를 재정의하는 과정이자, 한·중·일 게임 자본 지형의 재편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바이트댄스가 문톤 스튜디오를 매각했듯, 거대 기업들이 사업을 추리기 시작할 때 생기는 빈자리는 어쩌면 새로운 기회가 싹트는 곳일지도 모른다.
카카오에게 AI는 새로운 블루오션이고, 카카오게임즈에게는 LY 주식회사의 날개 아래에서 어떻게 다시 성장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다.
해당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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