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션 그 페이지 어디 있어요?”

회사에서 이 질문을 던졌을 때 곧바로 답이 돌아온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우리 팀도 노션을 꽤 열심히 썼다. 다들 각자의 페이지에 회의 내용을 적고, 기획을 정리하고, 자료를 모았다. 그런데 막상 그 질문이 날아오면, 정작 자료를 만든 사람조차 한참을 헤맸다. 분명히 다들 기록은 하는데, 회사의 정보는 한곳에 모이는 대신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가장 극단적인 장면은 누군가 퇴사할 때 찾아온다. 그 사람이 담당하던 일의 맥락을 알고 싶어 노션을 뒤지면, 정작 중요한 내용은 그의 ‘개인 페이지’ 안에 들어 있다. 그리고 그 페이지는 이제 아무도 열 수 없다. 사람이 떠나면서 일까지 통째로 사라지는 것이다.

처음엔 노션을 더 열심히 쓰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원인은 노션을 안 쓴 데 있지 않았다. 다들 쓰긴 쓰되 ‘제각각’ 썼다는 게 진짜 문제였다. 같은 도구를 쓰는데도 정보를 못 찾는다면, 들여다봐야 할 건 도구보다 쓰는 방식이다. 그 뒤로 팀에서 노션 쓰는 방식을 다시 정리하면서 알게 된 것들을 적어본다.


 

개인 페이지는 완전한 블랙박스다

 

 

가장 먼저 손본 건 개인 페이지였다. 노션 왼쪽 사이드바의 ‘개인 페이지(Private)’는 나만 볼 수 있어 편하다. 그런데 바로 그 편함이 함정이다. 나에게 편한 곳에 업무를 쌓다 보면, 어느새 대부분의 일이 그 안에만 남는다. 누군가에게 공유하려면 매번 권한을 풀어 초대해야 하고, 다른 사람은 그 자료가 있는지조차 모른다. 그러다 퇴사하면 전부 사라진다.

노션 CTO 퍼지 코스로샤히는 한 인터뷰에서 “기업 하나가 평균 88개의 툴을 쓰는데, 이 숫자가 늘어날수록 직원들 사이 소통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흩어진 도구가 소통을 끊는다는 이야기인데, 나는 이게 한 회사 안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고 느꼈다. 각자의 개인 페이지는 결국 회사 안에 ‘나만의 89번째 툴’을 하나씩 더 만드는 셈이었다.

그래서 규칙을 바꿨다. 개인 페이지를 쓰지 않는 대신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공개된 워크스페이스 안에 ‘OOO의 작업 공간’ 같은 페이지를 만들어 거기서 일하게 했다. 팀 페이지 안에 그냥 자기 개인 페이지를 만들어서 거기에 적게 한 것이다. 의무사항으로 정하지 않으면 회사 손실로 이어진다.

 


 

 

원래 실무자는 기어이 자기만의 데이터베이스를 새로 만든다

 

 

두 번째로 발견한 건 데이터베이스였다.

노션을 좀 쓴다는 사람들은 회의록이든 프로젝트든 정보를 테이블로 정리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이미 공용 테이블이 있는데도 기어이 자기만의 테이블을 새로 만든다는 것이다. 회의록 테이블이 있는데 또 만들고, 이슈 트래킹 테이블이 있는데 또 만든다. 남이 쓰던 테이블은 컬럼 구조를 건드리기 조심스럽고, 차라리 빈 테이블에서 내 방식대로 시작하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다.

각자에겐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회사 입장에선 재앙이다. 그렇게 만든 테이블이 하나둘 늘면, 같은 종류의 정보가 또다시 열 군데로 흩어진다. 모으자고 쓰는 도구가 오히려 파편화의 새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중간에 합류한 동료는 어느 테이블이 ‘진짜’인지 알 수 없고, 리더는 여러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없다. 결국 아무도 전체를 관리하지 못한다.

흩어진 정보의 비용은 생각보다 크다. 노션이 자사 워크스페이스의 문제의식으로 인용하는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은 하루 평균 약 3시간을 무언가를 찾는 데 쓴다고 한다. 반대로, 한곳에 모으면 그 시간이 돌아온다.

그래서 깨달았다. 이건 개인의 의지로 막을 수 없다. “테이블 함부로 만들지 말자”는 당부만으로는 안 된다. 중앙에서 “이 정보는 이 테이블에 모은다”는 가이드를 분명히 정해주고, 새로 만들기 전에 기존 테이블을 먼저 쓰도록 통제해야 한다. 원본이 다른 곳에 있더라도 페이지 멘션이나 링크로 그 테이블에 끌어다 둔다. 핵심은 단순하다. 누구든 “어디 가면 있는지”를 예측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 쓸 때부터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이해되게 쓴다

 

 

위치를 잘 모아둬도, 막상 문서를 열면 자기들만 알아먹게 써놓는 경우가 많다. 빠진 맥락 정보가 너무나 많아서 결국 사람한테 물어봐야 한다. 이렇게 누락된 정보를 다시 물어보고 질의와 응답을 반복하는 것 자체가 커뮤니케이션 비용이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게, 그 직무에서 쓰는 전문용어를 다 풀어 쓰라는 말이 아니다. 업무 용어는 얼마든지 써도 된다. 그걸 하나하나 각주 달듯 설명하라는 게 아니라, 적어도 일이 어떻게 흘러왔고, 무엇을 다뤘으며, 결론이 무엇인지는 처음 보는 사람도 따라올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회의록을 적든 기획안을 적든 마찬가지다. 며칠 뒤 합류한 동료가 그 문서 하나로 맥락을 잡을 수 있다면, 그 기록은 제 역할을 한 것이다.

무엇보다 문장 자체가 완결되지 않은 채로 적는 기본적 문제도 많다. 주어가 없거나, 목적어가 빠지거나, 무엇을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가 통째로 빠진 경우다. 예를 들어 회의록에 “결제 모듈 이슈 확인 필요. 일단 보류.” 작성한 본인은 알겠지만, 읽는 사람은 줄줄이 되묻게 된다. 어떤 결제 모듈인지, 무슨 이슈인지, 누가 확인하는지, 무엇을 보류한다는 건지. 같은 내용이라도 “정기결제 모듈에서 카드 자동 갱신 시 오류 발생 -> 원인 파악 전까지 결제 관련 신규 배포를 보류”이런 식으로 적어야 무슨 얘기인지 알아먹을 수 있다.

 

노션은 자기 일하는 거 정리하는 개인 메모장이
아니라 협업 툴이다.

 

모든 문서를 작성할 때 협업을 전제로 써야 한다. 자기만 알아볼 수 있게 적어놓는 수십 명의 개별 실무자들이 서로 정보 못 찾겠다고 욕하면서 정작 자기도 여전히 지맘대로 쓰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열불이 난다.

 


 

 

결국 노션은 ‘남이 보는 문서’다

 

 

노션은 이제 한국에서 거의 표준 툴에 가깝다. 2020년 100만 명이던 사용자가 2024년 1억 명을 넘었고, 토스와 당근, GS건설, 오늘의집까지 도입했다. 노션을 쓴다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어느 회사도 특별하지 않다. 차이는 그다음, 어떻게 쓰느냐에서 생긴다.

초반에 룰을 어떻게 잡아놓느냐에 따라 누군가의 워크스페이스는 회사의 자산으로 쌓이고, 누군가의 것은 아무도 열어보지 않는 창고가 된다. 그 차이는 거창한 데서 오지 않는다. 위치를 정하고, 한곳에 모으고, 남이 읽을 것을 전제로 쓰는 것. 이 세 가지를 지키느냐에서 갈렸다.

오늘 내가 만든 페이지를, 6개월 뒤의 동료가 찾아서 읽을 수 있을까. 노션을 열 때마다 이 질문 하나만 떠올려도 좋다. 누군가는 반드시 내가 만든 페이지를 봐야 한다. 노션은 자기 개인용 업무 툴이 아니다. 이것을 실무자들에게 명확히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

 

 


알토v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