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이익은 초격차보다 세계적인 메모리 부족에서 나왔다. 같은 부족이 중국 회사도 먹여 살린다.
동네에 줄 서는 빵집이 있다. 1등 비결은 남보다 먼저, 남보다 크게 오븐을 들이는 것이었다. 손님이 적은 해에도 오븐을 늘렸다. 옆집들은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그렇게 30년 1등을 지켰다. 그러다 손님이 열 배로 몰리는 해가 온다. 1등 빵집은 사상 최대 매출을 찍는다. 사장은 웃지 못한다. 손님 줄은 옆집 앞까지 닿는다. 맛이 한 수 아래인 옆집도 빵이 동난다. 옆집은 그 돈으로 새 오븐을 들인다. 1등 빵집의 무기는 그해 사라졌다.
삼성전자 이야기다. 삼성은 올해 3분기 석 달 동안 영업이익 107조 4천억 원을 냈다고 잠정 발표했다. 엔비디아와 애플의 직전 분기 이익보다 큰 숫자다. 중국 최대 D램 회사 창신메모리는 올해 상반기에만 순이익 약 16조 원을 냈다. 1년 전 이 회사는 적자였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 회사와 1년 전 적자 회사가 같은 바람을 타고 있다.

시장은 이 장면을 먼저 읽었다. 10월 10일 창신메모리 총재가 상하이에서 한마디 했다. 차세대 D램 구조인 4F²를 쓴 서버용 메모리를 올해 안에 내놓겠다는 말이었다. 4F²는 데이터를 담는 칸의 면적을 33% 줄이는 기술이다. 업계는 삼성의 이 기술 양산 시점을 2028년쯤으로 본다. AI 투자 수익성 우려가 겹친 13일, 삼성 주가는 6.79% 빠졌다. 석 달에 107조를 번 회사가 실물도 없는 발표 하나에 크게 출렁였다.
이번 편의 질문은 하나다. 삼성의 사상 최대 이익은 1등의 증거일까, 몰락의 첫 장면일까. 나는 둘 다일 수 있다고 본다. 어느 쪽으로 갈지는 지금 이 호황이 정한다.

이익 99.7%가 반도체에서 나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만 하는 회사가 아니다. 갤럭시 폰과 TV·가전을 만들고, 디스플레이 회사와 자동차 전장 회사 하만도 거느린다. 1년 전만 해도 이익은 고르게 나왔다. 2025년 2분기 전사 영업이익 4조 7천억 원 가운데 스마트폰이 3조 1천억 원을 벌었다. 반도체는 4천억 원에 그쳤다.

1년 뒤 그림이 뒤집혔다. 2026년 2분기 반도체가 89조 2천억 원을 벌었다. 전사 이익의 99.7%다. 스마트폰은 7천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TV·가전도 소폭 적자를 냈다. 같은 바람이 한 회사 안에서 한쪽에는 순풍, 다른 쪽에는 역풍이다.
AI 데이터센터가 메모리를 쓸어 가자 메모리 값이 뛰었다. 2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률은 70%였다. 같은 값 상승이 갤럭시에는 원가로 돌아왔다. 삼성은 갤럭시 S26 값을 6~16% 올렸다. 애플은 메모리를 사는 쪽에만 있다. SK하이닉스는 파는 쪽에만 있다. 삼성은 AI 호황의 가장 큰 수혜자와 가장 큰 피해자를 한 몸에 가졌다.

회사 설명도 같은 방향이다. 삼성은 완제품 이익이 줄어든 이유로 부품 원가 상승을 꼽았다. 그 부품의 상당수가 메모리다. 메모리 값이 내리면 반대 일이 생긴다. 반도체 이익이 줄고 완제품 원가 부담이 준다. 삼성을 읽는 법은 하나다. 메모리 값이 움직일 때 한쪽이 얼마나 벌고 다른 쪽이 얼마나 잃는지 함께 본다.
초격차는 불황에서만 작동하는 무기였다
삼성전자는 판을 처음 연 회사가 아니었다. 1983년 2월 8일 이병철 회장은 도쿄에서 전화를 걸어 반도체를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 공식 회고는 그 말을 “누가 뭐라고 해도 반도체, 해야겠습니다”로 적는다. 업계는 3년도 못 가 실패한다고 봤다. 가전 조립 회사가 메모리에 회사를 걸었다.

1990년 4월 회사는 반도체사업부장에게 특명을 내렸다. 일본보다 먼저 64메가 D램을 만들어라. 개발팀은 밤샘을 2년 넘게 이었다. 1992년 9월 삼성은 세계 첫 64메가 D램 개발을 발표했다. 그해 D램 점유율 13.5%로 도시바 12.8%를 처음 앞질렀다. 1985년 10위권에도 들지 못하던 회사였다. 따라가던 회사가 처음으로 앞에서 길을 낸 해다.
휴대폰과 TV도 같은 공식을 탔다. 평판 TV는 소니가, 스마트폰은 애플이 열었다. 삼성은 뒤에 들어갔다. 삼성은 더 크게 짓고 더 빨리 다음 제품을 냈다. 2006년 보르도 TV로 TV 세계 1위에 올랐다. 2011년에는 스마트폰 세계 1위에 올랐다. 공식은 하나였다. 규모와 속도로 따라오는 자를 지치게 만드는 것.

이 공식으로 삼성은 거실 TV와 손 안의 폰과 그 안의 칩까지 만드는 회사로 컸다. 동시에 한 가지 습관이 몸에 붙었다. 경쟁자가 따라오면 더 크게 지어 따돌린다. 이 습관은 경쟁자가 돈이 없을 때만 통한다. 이번 편의 위기는 여기서 시작한다.
삼성이 이 공식을 가장 날카롭게 쓴 곳이 메모리다. 삼성은 64메가부터 1기가까지 1990년대 D램 세대를 잇달아 세계 처음 개발했다고 밝힌다. 삼성은 일본과의 거리를 6개월에서 1년 가까이로 벌렸다. 경쟁사가 지금 세대를 따라잡을 때 삼성은 다음 세대를 팔았다. 경쟁사가 따라잡는 데 쓴 돈을 회수하기 전에 값이 내려갔다. 삼성 사람들은 이것을 초격차라고 불렀다.

두 번째 무기는 버티기였다. 메모리 값이 바닥을 치면 업계는 누가 오래 버티느냐로 승부를 낸다. 업계는 치킨게임이라 불렀다. 2008년 3분기 세계 D램 시장에서 흑자를 낸 회사는 삼성 하나였다. 2009년 1월 독일 키몬다가 파산했다. 2012년 2월 일본 엘피다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해 삼성은 투자를 처음 계획보다 25% 늘렸다. 반도체에만 19조 원이었다. 삼성도 피를 흘렸다. 2008년 4분기 삼성 반도체 부문은 6,900억 원 영업손실을 냈다. 버틴 쪽이 남았고, 남은 쪽이 시장을 가져갔다.

두 무기를 겹쳐 보면 정체가 드러난다. 초격차라는 말은 기술 자랑 같다. 실제로 힘을 쓴 순간은 늘 불황이었다. 메모리 값이 바닥일 때 한 세대 뒤처진 경쟁사는 적자를 견디지 못했다. 삼성의 해자는 골짜기에서 파였다. 골짜기가 없으면 해자도 파이지 않는다. 메모리 값이 꼭대기에 오래 머물면 한 세대 뒤처진 회사도 돈을 번다.

골목 빵집으로 옮기면 이렇다. 1등 빵집이 오븐을 늘린 해는 늘 손님이 적은 해였다. 그해 옆집은 빵을 굽고도 다 팔지 못했다. 남은 빵은 고스란히 손실로 남았다. 손님이 넘치는 해에는 오븐 경쟁이 힘을 잃는다. 누가 구워도 손님이 다 사 가기 때문이다. 초격차의 칼날은 손님이 없는 해에만 섰다.
골짜기가 사라지자 중국도 번다
지금 그 골짜기가 사라졌다. AI 데이터센터가 메모리를 쓸어 가며 공급 부족을 키운다. 창신메모리는 상반기 실적의 이유를 이렇게 적었다. 세계 D램이 공급 부족이고 값이 크게 올라 판매 이익이 늘었다. 이 회사 상반기 매출은 1년 전보다 열 배 가까이 늘었다.

숫자는 더 놀랍다. 창신메모리의 매출총이익률, 즉 판 값에서 원가를 뺀 몫은 85%였다. 중국 상장 메모리 회사 12곳의 상반기 합산 순이익은 1,172억 위안이었다. 1년 전에는 합쳐서 적자였다. 한국수출입은행 보고서는 창신메모리 기술이 국내 선도 기업보다 약 3세대 뒤처졌다고 봤다. 3세대 뒤처진 회사가 85%를 남기는 시장에서 기술 격차는 돈의 격차를 만들지 못한다.

빵집 비유로 돌아가면 이렇다. 옆집 빵은 여전히 1등 빵집 빵보다 맛이 덜하다. 줄이 길면 손님은 그 빵도 다 사 간다. 다 사 가면 원가를 빼고도 크게 남는다. 기술 격차는 그대로인데 이익 격차가 사라진다. 슈퍼사이클이 초격차를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불황이었다면 창신메모리는 지금쯤 적자를 견디고 있어야 했다. 현실은 반대다. 이 회사는 7월 상하이 증시에 상장했다. 시가총액 약 816조 원으로 중국 상장사 1위에 올랐다. 공모로 모은 295억 위안은 장비와 차세대 D램 개발에 쓴다. 모건스탠리는 이 회사 생산능력이 세계 D램의 약 13%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창신메모리의 숫자를 원화로 옮겨 본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약 30조 8천억 원으로 1년 전보다 873% 늘었다. 1년 전 같은 기간 이 회사는 약 4천700억 원 순손실을 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연매출을 약 79조 7천억 원으로 추산했다. 한 해 만에 적자 회사가 반년에 16조를 남기는 회사로 컸다.
추격자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 추격의 속도도 달라진다.
낸드도 같다. 낸드는 사진과 파일을 오래 저장하는 메모리다. 옴디아는 중국 양쯔메모리의 내년 낸드 웨이퍼 생산이 올해보다 48만 6천 장 늘어난다고 봤다. 같은 기간 삼성은 7만 5천 장 늘어난다. 증가 폭이 여섯 배가 넘는다. 양쯔메모리는 내년 말 세계 낸드 1위에 오르겠다고 했다. 남이 따라올 때 더 크게 짓는 쪽이 이제 삼성이 아니다.

돈은 점유율로 돌아온다. 트렌드포스 집계로 창신메모리의 D램 매출 점유율은 올해 1분기 7.6%에서 2분기 9.5%로 올랐다. 한국 두 회사와 미국 마이크론 다음 세계 4위다.

양쯔메모리는 2분기 낸드 출하 점유율 14%로 일본 키옥시아를 제치고 처음 세계 3위에 들었다. 같은 기간 삼성의 낸드 출하 점유율은 2년 전 32%에서 25%로 내려왔다. 카운터포인트는 삼성이 D램을 먼저 만들면서 생긴 결과라고 설명했다. 1위는 그대로다. 추격자는 1위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추격은 스마트폰 안에서도 시작했다. 창신메모리는 차세대 모바일 D램을 양산해 샤오미 스마트폰에 넣고 있다. 중국 폰이 중국 메모리를 사기 시작했다. 삼성 메모리가 비쌀수록 갤럭시 원가도 오르고, 중국 메모리의 손님도 늘어난다.

삼성이 낸드를 덜 늘린 데에는 이유가 있다. HBM과 서버용 D램이 더 많이 남으니 공장을 그쪽에 먼저 돌렸다. 단기 계산으로는 맞는 판단이다. 문제는 그 빈자리를 중국이 채운다는 점이다. 삼성이 덜 비싼 시장에서 물러날 때마다 중국은 그 시장에서 공장과 고객을 함께 얻는다.
남은 무기는 기술 하나다
골짜기가 사라진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남은 무기는 기술 하나다. 날것의 실력 싸움이다. 전장은 넷이다. AI 메모리 HBM에서 삼성은 33%로 SK하이닉스 50%에 뒤진다. HBM은 D램을 여러 장 쌓아 AI 칩 옆에 붙이는 메모리다. 위탁생산에서 삼성은 5.9%로 대만 TSMC 72.5%의 12분의 1이다. 범용 D램에서만 39.4%로 1위다.

수율이라는 말도 짚고 간다. 수율은 공장에서 만든 칩 가운데 쓸 수 있는 칩의 비율이다. 같은 설계라도 수율이 낮으면 버리는 칩이 늘고 원가가 오른다. 불황에는 수율 차이가 곧 생존 차이였다. 호황에는 수율이 낮아도 남는다. 슈퍼사이클은 수율 낮은 공장에도 면죄부를 준다.
네 번째 전장이 4F²다. 삼성은 올해 국제 학회에 이 구조의 시험 칩을 냈다. 창신메모리는 올해 안에 제품을 내겠다고 했다. 창신은 속도와 수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네 전장 가운데 삼성이 확실히 앞선 곳은 범용 D램 하나다. 중국이 가장 빨리 쫓아오는 곳도 범용 D램이다.

삼성과 중국의 격차를 물으면 기관마다 답이 다르다. KB증권은 양산 시점 기준 5~7년이라고 봤다. 창신메모리가 올해 9월 양산에 들어간 공정을 삼성은 2021년 10월에 양산했다는 근거다. KB증권은 추격 우려가 지나치다고 덧붙였다. 수출입은행 보고서는 약 3세대로 봤다. 연합뉴스TV는 범용 D램은 1년, HBM은 2~3년까지 줄었다는 분석이 많다고 전했다.

나는 숫자 하나를 고르지 않는다. 이 논쟁 자체가 신호다. 초격차는 상대가 따라올 엄두를 내지 못하는 거리였다. 지금은 증권가와 언론이 그 거리를 두고 다툰다.
삼성전자는 이 싸움을 이미 한 번 졌다. 2024년 10월 8일 반도체 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이 실적 발표 날 메시지를 냈다.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고 썼다. 회사가 밝힌 부진 이유는 HBM3E의 주요 고객사향 사업화 지연이었다. 기술을 갖고도 고객 시험을 먼저 넘지 못했다. 2025년 2분기에는 D램 매출 1위를 SK하이닉스에 내줬다.

숫자는 냉정했다. 카운터포인트 집계로 2025년 2분기 D램 매출 점유율은 SK하이닉스 39%, 삼성 33%였다. HBM에서는 64% 대 15%였다. 1992년부터 지킨 D램 1위를 HBM 하나 때문에 내줬다. 1위는 기술을 먼저 가진 회사보다 고객 시험을 먼저 넘은 회사의 몫이었다.
반격은 다시 그리는 데서 시작했다. 한국경제 영문판은 소식통을 인용해 전 부회장이 D램 코어 재설계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코어는 데이터를 실제로 담는 D램 본체다. 메모리 1위 회사가 이미 만든 제품의 바닥부터 다시 그렸다는 보도다. 삼성은 이후 D램 매출 1위를 되찾았다. 트렌드포스 집계로 2026년 2분기 삼성 점유율은 39.4%, SK하이닉스는 24.9%였다. 1위 탈환의 힘은 HBM보다 범용 D램에서 나왔다. 메모리가 모자라자 가장 많이 만드는 회사가 가장 많이 벌었다.

이번 세대 HBM4에서 회사는 다른 말을 한다. 3분기 HBM4 매출이 2분기보다 3배 이상 늘고, 고객사별 평가도 원활하다고 밝혔다. 주요 고객과 2027년 공급 협의도 마쳤다고 했다. 2년 전 넘지 못한 고객 시험의 문을 이번에는 먼저 두드리고 있다.

KB증권은 삼성 HBM 매출에서 HBM4 비중이 올해 40%에서 내년 80%로 늘고, 내년 HBM 판매 가격이 100% 넘게 오른다고 추정했다. HBM 공장을 늘리면 일반 D램 자리가 줄어든다. HBM을 많이 팔수록 일반 D램은 더 모자란다. 이 부족은 삼성에도, 창신에도 같은 돈을 벌어 준다.
가장 큰 대응은 공장 밖에서 나왔다. 메모리 회사들은 30년 동안 그날그날 시세로 메모리를 팔았다. 삼성은 세계 빅테크 약 10곳과 5년 단위 장기공급계약을 맺었거나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계약에는 여러 해 동안 맡겨 두는 선수금을 상당 규모로 넣었다. 물건을 만들기 전에 돈부터 받는 구조다.
시세 장사에서 계약 장사로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회사는 이 계약으로 시세에 출렁이던 사업을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계약 금액과 가격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불황에 이 계약이 정말 버티는지는 아직 시험받지 않았다. 방향은 옳다. 불황이 해자를 파 주지 않는 시대에는 계약이 해자를 대신한다.
부족은 2028년까지 간다, 몰락은 1등의 해에 시작한다
AI가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메모리가 더 모자라졌다. 지금까지 AI는 묻는 말에 한 번 답하고 끝났다. 에이전트 AI는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여러 도구를 돌려 일을 끝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문제 유형에 따라 필요한 연산이 15배에서 100배 많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 1월까지 회사 성장을 막는 병목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사는 쪽 지갑도 커졌다. 미국 빅테크 네 곳은 올해 설비투자 전망을 합쳐 7,200억~7,450억 달러로 올렸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대형 데이터센터 회사들의 메모리 지출이 작년 728억 달러에서 내년 7,613억 달러로 늘어난다고 추정했다. 2년 사이 열 배가 넘는다. 손님이 지갑을 열 배로 열면 줄은 옆집 앞까지 닿는다.

삼성도 2027년 부족이 올해보다 크고 2028년에도 간다고 봤다. 이 전망은 삼성에게 좋은 소식이면서 나쁜 소식이다. 부족이 오래 갈수록 삼성은 더 번다. 중국 회사들도 그만큼 오래 번다. 공장을 지을 시간도 그만큼 번다.
청구서는 같은 회사 안으로도 날아온다. IDC는 메모리 값 때문에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가 12.9% 줄 것으로 봤다. 갤럭시는 비싼 메모리를 사서 폰을 만든다. 1년 전 회사 이익을 받치던 스마트폰이 지금은 적자다.

그나마 기술로만 이길 수 있는 두 번째 전장이 있다. 위탁생산이다. 삼성은 2025년 7월 테슬라와 22조 7,647억 원 규모 위탁생산 계약을 공시했다. 회사는 올해 2나노 공정 수주 과제가 두 배 이상 늘어난다고 밝혔다. 2026년 4월에는 2나노 수율 논란 보도가 나왔다. 삼성은 2나노 수율이 안정적으로 램프업 중이라고 반박했다. 램프업은 생산량을 늘려 가는 단계다. 수율 숫자는 내놓지 않았다. 계약은 내일의 매출이다. 오늘 성적표의 숫자는 아직 5.9%다.

반론도 있다. 중국은 AI 메모리 HBM에서 아직 멀었다. 창신메모리 증권신고서에는 HBM 설비 투자 계획이 없었다. 업계는 이 회사 HBM3 수율을 25% 정도로 본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지난해 말 창신 생산능력 가운데 HBM 몫을 2%에 못 미친다고 추정했다. 맞는 말이다. 바로 그 점이 위험하다.
창신의 지난해 매출 99%는 PC·모바일용 범용 D램에서 나왔다. D램 매출 가운데 서버용 비중은 2024년 8%에서 지난해 27%로 올랐다. 범용 D램은 삼성이 1위다. HBM에서 SK하이닉스에 뒤진 삼성이 이번 호황에 가장 크게 버는 곳이다. 중국은 삼성의 약한 곳을 비켜 가고, 돈 버는 곳을 겨누고 있다.

창신의 고객 명단을 보면 방향이 더 또렷하다. 알리바바클라우드와 텐센트처럼 데이터센터를 돌리는 중국 회사들이다. 중국 데이터센터가 커질수록 창신 서버 D램의 자리도 커진다. 업계 일부는 2027~2028년 창신의 HBM 생산능력이 10배로 늘 수 있다고 본다. 오늘 HBM에서 멀다는 말이 2년 뒤에도 맞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손님 쪽 위험도 있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의 약 90%를 대형 데이터센터 회사 열한 곳이 차지한다. 손님이 적으면 손님 한 곳의 결정이 시장 전체를 흔든다. iM증권은 빅테크가 투자 재원을 구하지 못하면 2028년 이후 가격 조정이 올 수 있다고 봤다. 그날 증설을 마친 중국 회사들은 증시에서 모은 돈으로 버틴다.
삼성전자는 몰락의 장면을 가장 가까이서 본 회사다. 1992년 삼성이 넘어선 회사는 도시바였다. 그 전까지 1위였다. 2008년 불황에서는 키몬다와 엘피다가 무너졌다. 1등도, 버틸 줄 알았던 회사도 한 사이클 사이에 자리를 내줬다.

도시바의 몰락은 하루에 오지 않았다. 1등 자리에 있을 때 뒤에서 오는 회사의 속도를 가볍게 봤다. 삼성이 그 뒤에서 오던 회사였다. 지금 뒤에서 오는 회사는 증시에서 816조 원의 몸값을 받았고, 자국 데이터센터라는 큰 손님을 끼고 있다.
지금 삼성의 자리는 1992년의 도시바와 닮았다. 이익은 최대이고, 아래에서는 돈과 공장을 갖춘 추격자가 올라온다. 차이는 있다. 삼성은 순현금 167조 원을 쥐고 있다. 5년 계약이 골짜기를 얕게 만들 수도 있다. 사이클이 꺾이는 날 기술로 앞서 있지 않으면 107조는 정점으로 남는다.
삼성이 할 일 넷, 그리고 다시 골목 빵집
삼성전자가 할 일은 넷이다. 첫째는 양산이다. 4F² 구조는 삼성이 2023년에 먼저 발표했다. 올해는 시험 칩을 돌렸다. 창신메모리는 올해 안에 제품을 내겠다고 했다. 시장은 논문 순서를 기억하지 않는다. 먼저 고객 서버에 들어간 쪽을 기억한다. HBM에서 삼성은 이 교훈을 비싸게 배웠다. 호황으로 번 돈은 공장 크기보다 다음 세대 첫 양산 날짜를 당기는 데 써야 한다.

둘째는 고객이다. 범용 D램 승부는 결국 값 싸움으로 간다. 값 싸움에서 중국은 버틸 돈을 갖췄다. 삼성이 가진 것은 고객 명단이다. 창신메모리의 주요 고객은 알리바바와 샤오미 같은 중국 회사다. 미국 국방부는 창신을 중국 군사기업으로 지정했다. 미국 빅테크가 쉽게 고를 수 없는 공급처다. 5년 계약을 최대한 넓고 길게 묶어야 한다. 초격차가 불황에서 파던 해자를 이제 계약서로 파야 한다.

셋째는 고객이 골라 주는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이 시장에서 남이 갖지 못한 패를 하나 쥐고 있다. 고객은 범용 D램을 값과 규모로 산다. HBM과 위탁생산은 고객이 시험해서 고른다. 중국이 가장 늦게 올 시장이고, 삼성이 지금 2위인 시장이다. 범용 D램이 중국과 값 싸움에 들어가는 날, 삼성 이익을 지킬 곳은 이 두 시장이다. HBM4 매출 세 배, 2나노 수주 두 배라는 회사 발표를 점유율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HBM4E 12단 제품에 삼성전자는 자사 위탁생산 공정으로 만든 4나노 로직 다이를 넣었다. 로직 다이는 HBM 맨 아래에서 신호를 정리하는 칩이다. 메모리와 위탁생산을 한 지붕 아래 둔 회사는 고객 맞춤 HBM을 한 번에 설계하고 만들 수 있다. 위탁생산 점유율 5.9%는 약점이지만, HBM과 묶으면 고객에게 내밀 수 있는 다른 제안이 생긴다. 두 2위 사업을 하나로 묶어 1위 상품을 만드는 길이 삼성전자 고유의 해법이다.

넷째는 반도체 밖이다. 1년 전 반도체가 4천억 원을 벌 때 스마트폰이 3조 1천억 원을 벌었다. 다음 불황에도 이 방패가 필요하다. 비싼 메모리를 이겨 내는 고급폰, AI 기능으로 값을 받는 갤럭시와 TV가 그 몫을 해야 한다. 반도체가 107조를 버는 동안 완제품을 내버려 두면, 사이클이 꺾이는 날 삼성을 받쳐 줄 다리가 없다.

완제품에도 기술 싸움이 있다. 삼성은 갤럭시 AI를 앞세워 폰 안에서 돌아가는 AI 기능을 늘리고 있다. 폰 안에서 AI를 돌리려면 폰에도 더 많은 메모리가 들어간다. 메모리를 가장 많이 만드는 회사가 메모리를 가장 많이 쓰는 폰도 만든다. 이 구조를 원가 부담에서 무기로 돌려세우는 일이 완제품의 숙제다.

네 숫자를 보면 충분하다. 첫째, 창신메모리의 D램 점유율 9.5%가 두 자릿수로 올라서는가. 둘째, 4F² 첫 양산을 삼성과 창신 가운데 누가 먼저 고객에게 파는가. 셋째, 삼성의 HBM 점유율 33%가 SK하이닉스 50%에 얼마나 다가서는가. 넷째, 완제품이 흑자로 돌아오는가. 앞의 두 숫자는 범용 D램의 해자를, 뒤의 두 숫자는 그 해자가 무너질 때 삼성을 받칠 힘을 알려 준다.

판정을 적는다. 삼성의 107조는 초격차가 만든 숫자가 아니다. 세계적인 메모리 부족이 만든 숫자다. 같은 부족이 3세대 뒤처진 중국 회사에도 16조를 벌어 줬다. 30년 동안 삼성을 지킨 무기는 불황이었다. 지금은 불황이 없다. 삼성은 처음으로 기술 하나만 들고 싸우는 1등으로 섰다. 지금이 몰락의 시작일 수도 있고, 진짜 실력을 증명할 첫 기회일 수도 있다. 번 돈을 첫 양산과 고객 계약에 쓰면 삼성은 새 체급에 오른다. 이익 숫자에 취하면 1992년의 도시바 자리에 선다.
처음 골목으로 돌아간다. 손님이 넘치는 해, 1등 빵집 사장이 할 일은 매출 자랑보다 다른 데 있다. 옆집이 새 오븐을 들이는 사이 손님이 줄을 서는 이유를 다시 만드는 일이다. 혼자 사업하는 우리도 같다. 시장이 좋아서 번 돈과 내 실력으로 번 돈을 장부는 똑같이 적는다. 시장이 식는 날에야 둘의 차이가 드러난다. 호황에 번 돈으로 내 오븐을 늘릴지, 내 빵 맛을 바꿀지가 다음 불황의 내 자리를 정한다.
여러분의 올해 최고 매출은 실력에서 왔는가?, 줄이 길어서 왔는가? 댓글로 적어 달라. 메모리 줄이 줄어드는 날, 손님은 여전히 삼성 앞에 줄을 설까?
- 관련 영상 — 쫑대표의 AI 글로벌기업 대해부 (재생목록)
- 쫑대표(이종대) · 데이터블 / 바이브미디어랩 / 바이브미디어파트너스 대표이사. 2011년부터 16년째 사업 중. 코카콜라·로레알·삼성전자·배민·마켓컬리 등 200여 곳과 일했고, 세바시·매일경제·KAIST·연세대 등에서 100회 이상 강연했다.
- 쫑대표 홈페이지
해당 콘텐츠는 쫑대표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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