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공고가 줄었다는 뉴스가 흔해졌습니다.


디지털 디자인 채용 공고 중 신입이 지원할 수 있는 공고가 51.8%에서 43.9%로 줄었다는 분석을 봤습니다. MBC PD수첩이 데이터 분석팀과 함께 국내 기업 43만여 곳의 공고 1,041만 건을 들여다본 결과였어요. 같은 분석에서 AI가 기초 업무를 맡을 수 있는 직무일수록 요구 경력이 더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숫자를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른 건 과거 신입 디자이너들이 맡은 일이었습니다.

 

 

 

신입에게 먼저 맡았던 일

디자인 리더로 신입을 받던 때, 첫 한두 달 동안 맡기는 일은 거의 정해져 있었어요. 마케팅 배너를 사이즈별로 늘리고 줄이는 일. 여기저기 흩어진 아이콘을 한 파일에 모아 이름을 맞추는 일. QA 기간에 화면을 하나하나 캡처해서 기획서와 다른 곳에 표시하는 일. 그 일 자체가 급해서 맡긴 건 아니었습니다. 그 일을 하면서 우리 제품 화면이 몇 장인지, 어디가 자주 깨지는지, 개발자가 어떤 요청을 싫어하는지 몸으로 익히라는 뜻이었죠. 배너를 쉰 장쯤 만들고 나면 브랜드 컬러가 어느 배경에서 탁해지는지 설명 없이도 알게 되거든요.


지금 그 일들은 AI가 몇 분 만에 끝냅니다. 피그마만 해도 이번 달에 기존 컴포넌트로 화면을 만들어 주는 에이전트와, 라이브러리 규칙에 어긋난 곳을 찾아 주는 기능을 내놨어요. 회사가 신입에게 배울 시간을 주던 일감이 통째로 빠진 겁니다. 사다리의 아래 칸이 사라진 셈이에요.

 

회사가 신입에게 배울 시간을 주던 일감이 사라졌다?

 

만드는 일이 싸지면

지난주 인도에서 열린 피그마 Config에서 피그마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가 숫자 두 개를 꺼냈습니다. 요즘 만들어지는 코드는 예전보다 17배 많은데, 출시되는 제품은 1.3배 늘었을 뿐이라고요. 그 코드 상당수는 출시보다 무엇을 만들지 찾는 데 쓰인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숫자가 신입 공고 이야기와 같은 이야기로 들렸어요. 화면 열 장, 프로토타입 세 개를 만드는 비용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중 무엇을 내보낼지 고르는 일은 그대로 남았고, 고를 게 많아진 만큼 더 무거워졌죠. 회사가 경력직을 찾는 이유도 여기 있다고 봅니다. 고르는 일을 해본 사람이 필요한 거예요.

 

반면, 비싸진 고르는 비용

 

그러면 신입은 고르는 일을 해봤다는 걸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요.

 

 

 

연습한 흔적과 결정한 흔적

 

포트폴리오를 받아보던 쪽에서 말하면, 신입 포트폴리오에서 제일 흔한 건 연습한 흔적입니다. 유명 앱 리디자인, 가상의 페르소나, 완성도 높은 목업. 공들인 건 보이는데 이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버렸는지는 보이지 않아요.


제가 운영하는 그룹 스프린트에서 4주 동안 서비스를 직접 배포한 멤버들의 포트폴리오는 이 부분이 다릅니다. 한 멤버는 디자이너 채용 정보 서비스를 0.7 버전으로 먼저 내고, 첫 유저 피드백을 받아 1 > 1.3 버전까지 올렸어요. 그 사이에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뺐는지가 포트폴리오의 중심 장표가 됐습니다.


다른 멤버는 맛집 서비스에 지도 탭을 넣을지 한참 고민하다가, 목표 회사 서비스를 쓰는 사람들의 습관을 근거로 넣기로 했고요. 둘 다 AI로 빠르게 만들었지만 면접관이 궁금해할 건 속도가 아닙니다. 그 버전에서 왜 멈췄는지, 그 탭을 왜 넣었는지예요.

 

연습한 흔적이 아닌, 결정한 흔적을 넣자?

 

사수 없이 작은 회사에서 혼자 일한 경력도 같은 눈으로 다시 봐야 합니다. 이번 주 코칭 신청서에도 혼자 3년 가까이 일하다 보니 일하는 방식 자체가 틀렸을까 봐 걱정된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저는 그 3년이 고르는 일의 연속이었을 거라고 봅니다. 대표 요청 다섯 개 중 무엇을 먼저 했는지, 고객사 문의가 몰린 화면을 왜 그 순서로 고쳤는지. 그 결정을 적어두면 연차보다 먼저 읽혀요.

 

 

 

포트폴리오에서 바꿀 세 가지

 

구체적으로는 이렇게 바꿔 보시면 좋겠습니다.

  1. AI로 뽑은 시안이 여러 개라면 버린 안과 버린 이유를 한 장에 둡니다. 제약 때문인지, 데이터 때문인지, 테스트 결과 때문인지까지 적어요.
  2. 배포한 서비스가 있다면 버전 번호를 숨기지 마세요. 0.7과 1 사이에 바뀐 것들이 그 사람의 판단 기록입니다.
  3. 회사 일이라면 요청이 들어온 배경부터 씁니다. 누가 왜 그걸 원했고, 나는 그중 무엇을 미뤘는지.

 

신입에게 주어지던 연습 기간이 짧아진 건 맞습니다. 대신 혼자서도 만들어 보고 내보내 볼 수 있는 AI 도구들이 손에 들어왔어요. 예전엔 입사하고 2년쯤 지나야 해볼 수 있던 결정을, 지금은 지원서를 내기 전에 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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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신입의 첫 일을 가져간 뒤'(끝)

 


우디 (우디디자인랩)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