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0일과 21일 부동산 중개 앱인 다방과 직방이 차례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자취를 감췄다. 사건현장에서 범인의 발자국과 털끝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고 주변에 목격자는 없었다. 이 사건의 수상한 낌새를 느낀 심군은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 위해 주변의 흩어진 단서의 조각을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사건의 배경

사건의 발단은 2008년으로 돌아간다. 2008년 구글은 음악, 영상, 책, 게임 등 온라인 스토어와 클라우드 미디어 플레이어를 아우르는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인 안드로이드 마켓을 출시했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모바일에서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시장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이에 구글은 안드로이드 마켓을 구글 플레이로 개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전세계 안드로이드 OS기반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구글 플레이도 빠르게 성장했다. 2013년 7월 구글 플레이에 등록된 앱의 개수는 100만개를 돌파했고 다운로드 수는 500억 건이 넘는다.

대한민국 모바일 시장에서도 안드로이드는 빠르게 세력을 확장해나갔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중 70% 이상이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고 국내 안드로이드의 높은 점유율만큼 구글 플레이의 세력은 빠르게 성장했다.

직방과 다방의 등장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의 등장과 함께 사람들은 배달, 숙박, 맛집 추천, 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가지고 모바일 시장에 진출했다. 부동산 시장의 월세, 전세 등 매물정보를 모바일 기기에서 살펴보고 거래할 수 있는 직방과 다방도 이때 등장했다.

직방을 서비스하는 채널브리즈는 2010년 설립되어 2012년부터 ‘직방’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유저들에게 부동산 매물을 모바일로 거래한다는 것이 생소해 서비스 초기 직방의 성공 여부는 불투명했다. 하지만 서비스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고 연예인을 고용한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2015년 상반기 누적다운로드 수 600만을 돌파하는 등 업계에서는 직방이 부동산 앱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스테이션3는 2012년 애플 앱스토어와 2013년 구글 플레이에 다방을 출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2014년 누적다운로드 230만건을 기록하며 부동산 앱 시장에서 2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상반기에는 알바천국, 벼룩시장을 운영하는 ‘미디어월’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온라인, 모바일, 옥외 등 업계 1위 직방을 따라잡기 위한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건의 시작 – 직방과 다방의 싸움

업계 1위 자리를 사수하기 위한 직방과 다방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채널브리즈는 ‘다방’의 상표권을 등록해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채널브리즈에 따르면 다방에서 직방의 홈페이지 UI, 방 모아보기 기능, 허위매물 발견 시 시 보상 이벤트 등의 서비스를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던 중 직방에 대한 불공정거래의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다방을 운영하고 있는 스테이션3에 따르면 직방이 경쟁업체 서비스와 직방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 부동산 중개사들에게 계약 해지를 종용하며 다방 및 타 경쟁업체의 영업을 방해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직방이 경쟁업체를 동시에 이용하는 공인중개사에 대해 직방 서비스 상에서 매물의 노출순서를 아래로 배치하는 패널티를 제공했다는 것이 큰 이슈가 되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직방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상태이다.

직방과 다방은 내부적으로는 법적 공방을 벌이면서 외부적으로는 TV, 옥외, 모바일 등 다양한 매체에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하며 유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두 서비스는 구글 플레이 상에서 좋은 리뷰와 높은 별점을 남기기 위해 모바일 마케팅을 진행했다.

사건의 실마리 – 구글 플레이의 별점과 리뷰

여기서 심군은 ‘구글 플레이 상에서 좋은 리뷰와 높은 별점’이라는 사건의 중요한 실마리를 포착했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과 앱 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로드하는 과정은 유사하다. 보통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상품을 확인하고 구매하기 전 소비자는 상품이나 배송에 하자는 없는지 먼저 구매한 유저들의 후기를 살펴보고 최종적으로 물건을 구매한다. 유저들은 모바일 앱을 다운로드 받을 때에도 다른 유저가 남긴 별점과 리뷰를 반영해 앱을 설치한다. 이에 모바일 서비스들은 구글 플레이 별점과 리뷰에 대해서 상당히 민감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모바일 서비스들은 앱에 대한 리뷰 또는 별점을 남긴 유저에게 사이버 화폐, 게임 아이템 등 리워드를 주는 인센티브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직방과 다방 실종사건의 핵심 이유가 되었다.

아무도 모르는 구글 플레이의 속마음

구글 플레이의 개발자 프로그램 정책에 따르면 ‘개발자는 허위 설치, 대가성 또는 허위 리뷰/별점 등 승인되지 않은 수단을 동원하거나 제품 평가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스토어에서 제품의 순위를 변경하거나 제품의 리뷰 또는 별점을 조작하려 시도하면 안 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개발사가 위 정책을 어길 경우 또는 구글 플레이의 단독재량으로 구글 플레이는 개발사의 스토어 사용을 중지 및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구글 플레이에 개시된 정책 중 무서운 부분은 ‘구글 플레이의 단독재량’이 상당 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방과 다방의 경쟁이 사회적으로 이슈화 되고 별점과 리뷰를 작성한 유저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 내용이 밝혀지면서 두 서비스가 구글 플레이에서 사라졌다는 추측만 있을 뿐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 밝혀진 바는 없다.

절반 이상의 스마트폰 유저가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구글 플레이의 영향력은 크다. 구글이 명시한 정책에 스토어 사용 중지 및 금지에 대한 목록이 표기되어 있더라도 구글 플레이에서 단독재량으로 서비스를 중지하면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수시로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구글 플레이에서 서비스가 중지되면 미국에 있는 구글 본사와 직접 연락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이는 모바일 서비스사들에게 시간적, 비용적 큰 부담을 안겨주었다. 지금은 구글코리아가 위 업무를 처리해주고 있지만, 여전히 구글 플레이에 정책에 대한 명확한 내용은 공시되지 않고 있다.

직방과 다방은 돌아올 것인가?

직방과 다방이 구글 플레이에서 사라진 후 두 서비스는 비용적으로 많은 손해를 입었을 것이다. 이쯤에서 두 서비스가 구글 플레이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든다. 두 서비스가 구글 플레이에 게시되는 것이 잠시 보류된 상태라면, 직방과 다방은 유저가 리뷰와 평점 작성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캠페인을 중지하고 이를 구글 플레이에 소명했을 때 구글 플레이에 돌아올 수 있다. 만약 두 서비스가 구글 플레이에서 완전히 게시가 중단된 상태라면, 직방과 다방은 서비스를 다시 설계하고 패키지명을 수정했을 때 구글 플레이에 돌아올 수 있다.하지만 그 동안 쌓았던 누적 다운로드 수와 평점, 리뷰는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무슨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구글 플레이에서 두 서비스에 대한 게시를 승인해야만 직방과 다방이 돌아올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유저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 직방과 다방 그리고 그들이 속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플랫폼인 구글 플레이 간의 이해관계에서 발생한 범인이 없는 실종사건으로 밝혀졌다. 구글 플레이의 영향력이 줄어들지 않는 이상 위와 같은 실종사건은 빈번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 이동통신3사 등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구글 플레이를 대적하기 위한 앱스토어가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구글 플레이는 지금의 정책방식을 고수할지 살펴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