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음카카오(현재 카카오)와 네이버가 신규 모바일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카카오헬로와 V앱입니다.

◎ 다음카카오는 통합 전화 애플리케이션인 ‘카카오헬로’가 출시 5일 만에 누적 가입자 수 50만명을 넘었다고 7일 밝혔다. – 카카오헬로 가입자수 50만명 돌파…스팸 차단 등 다양한 기능, 국제신문

◎ 네이버는 지난 8월 31일 출시한 ‘V'(브이) 안드로이드 버전이 출시 하루 만에 전 세계 170개국에서 61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 네이버, 라이브동영상 앱 ‘V’ 출시 첫날 61만 다운로드, 연합뉴스

네이버는 연예인이 진행하는 방송을 실시간 시청할 수 있는 V앱을 출시했습니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택시에 이어서 주소록과 통화기능을 결합한 카카오헬로를 선보였습니다.

신규 서비스가 출시되는 게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가끔 “어? 이거 유사한데?”라는 생각부터 들 때가 있습니다. 위의 두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카카오헬로는 에바인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스팸번호 확인서비스 ‘뭐야이번호’와 유사하죠. 여기에 더해 주소록 기능이 추가된 형태입니다. V앱도 마찬가지입니다. 판도라TV가 운영하는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플럽이라든지, 게임 영상 서비스인 게임덕, 스트리트게이머와 비슷해보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판도라TV의 김경익 대표가 페이스북에 일침을 놓기도 했죠.

네이버에서 동영상 공유 서비스를 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지금 포탈은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포탈이 이런 버티컬한 영역들을 다 하기 시작하면 우리나라 벤처가 할일은 남는게 없습니다. 포탈은 …

 

네이버에서 동영상 공유 서비스를 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지금 포탈은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포탈이 이런 버티컬한 영역들을 다 하기 시작하면 우리나라 벤처가 할일은 남는게 없습니다. 포탈은 …

Posted by 김경익 on 2015년 9월 6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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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대형 IT기업이 스타트업 같은 작은 규모의 기업에서 만든 것과 유사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 세 가지 요인을 중심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단기 실적을 쫓는 기업 구조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는 일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서비스 개발부터 관련 시장, 이용자 반응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심지어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죠. 오랜 시간 준비한 신규 서비스의 단기 실적이 좋지 않다면 관련 팀과 개인의 인사 고과에 즉각 반영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더욱 심하죠. 모 대기업에 다니는 지인은 이런 말을 하더군요.

회식 자리에서 “우리 팀도 10년 뒤를 바라보는 서비스를 기획해야 한다”고 부장님께 말한 적이 있어. 그랬더니 부장님이 “너네가 그런 말 할 때마다 심장이 쫄깃거려. 당장 내년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10년이라니”라고 한숨을 푹 쉬시더군.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편한 것은 ‘잘 되고 있는 서비스의 베끼기’입니다. 시장의 검증을 통과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죠. 여기에 막대한 인력, 인프라, 자본, 영향력을 끌어다 놓으면, 패스트팔로어의 위치에서 시장을 차지하기 한 층 쉬워집니다.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수익 구조

베끼기가 가능한 원인을 쫓아가다 보면, 결국 도달하게 되는 간단한 결론이 하나 있습니다. ‘베끼기 쉬운 서비스’라는 겁니다.

모바일 시장에서 성공한 서비스의 영향력은 대중들에게 빠르게 확산되는 반면, 경쟁자가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진입 장벽은 상당히 낮습니다. 일례로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애니팡’이 대히트를 기록한 이후 비슷한 팡류 게임들이 대거 등장했고 애니팡의 여파로 다른 팡류 게임들도 꾸준한 인기를 얻었습니다.

모바일 시장에서 서비스의 형식 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수익 구조를 벤치마킹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국내 대형 IT기업 뿐 아니라 스타트업들도 해외에서 성공한 서비스를  벤치마킹하여 국내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올해초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가 한국 정부와 갈등으로 주춤한 사이 우버의 수익 구조를 기반으로 하는 ‘리모택시’, ‘백기사’, ‘T맵 택시’, ‘카카오택시’ 등 다양한 콜택시 앱이 등장했습니다. 당시 출시된 콜택시 앱들은 서비스 형식이나 수익 구조에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조금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버와 유사한 서비스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버가 주춤하고 있던 사이 카카오택시가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해 국내 콜택시 시장을 흡수했습니다.

카카오택시는 지난 14일 현재 누적 호출 수 2000만건, 하루 호출 수 30만건, 가입 기사회원 수 15만명을 기록했다. 월평균 사용자가 38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에 힘입은 성과다. – 다음카카오 합병 1주년, 카카오택시 ‘질주’…O2O 수익 창출이 관건, 한국경제

만약 ‘리모택시’와 ‘백기사’가 카카오택시가 벤치마킹 할 수 없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출시했다면, 현재 콜택시앱 시장은 다른 양상을 보였을 수 있습니다.

시장의 크기

5000만 명. 인구를 보면 알 수 있듯 한국은 작은 시장입니다. 13억 중국이나 3억 미국 시장과 비교하면 상대가 되지 않죠. 이로 인해 주목을 받게 되는 기준 수치 역시 다릅니다. 보통 해외에서는 100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을 때 이용자에게 주목 받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한국에 경우 보통 10만 다운로드만 기록해도 이슈가 됩니다.

이러한 수치의 차이가 가져오는 결과는 어마어마합니다. 주목받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중국이나 미국에서는 잘 나가는 모바일 서비스를 베끼기 쉽지 않습니다. 이미 기존 서비스에 적응된 이용자들이 많기 때문이죠. 만약 베낀다고 해도, 인구가 많기 때문에 각각 독자 생존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또한, 인수합병(M&A) 문화도 활발하기 때문에,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서비스를 베끼기보다는 ‘핫한’ 서비스를 갖고 있는 기업에 투자를 하면서 영향력을 가져가는 경우가 잦습니다.

관련 글: [미국 대기업들이 기업 인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 – 조성문의 실리콘벨리 이야기

반면 한국은 대형 IT기업이 후발 주자로 신규 서비스를 출시 하더라도 쉽게 업계 선두로 올라설 수 있습니다. 그래서 퍼스트무버보다는 패스트팔로어의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형 IT기업의 신규 서비스는 소위 말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샘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서비스와 인력을 이식하는 개념의 M&A 경험도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베끼기’는 어쩌면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것 같습니다.

대형 IT기업이 대규모 자본을 가지고 패스트팔로어 전략을 펼치는 모습에 ‘모바일 시장 골목상권 침해는 아닌가?’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는 늘 나오지만, 해결책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골목상권을 빼앗아서는 안된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악순환을 끊어낼 방법입니다.

며칠 전 구글캠퍼스에서 진행된 ‘한국 스타트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노정석 킵코 최고전략책임자(CSO)가 했던 말에서 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이제 한국이란 경계를 넘어 글로벌 단위로 사업을 확대해야 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투자자(Bidder)를 한국 시장으로 끌고 와 시장의 구조를 (보다 활발한 M&A가 일어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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