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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인 사업 기회만 보는 짧은 호흡의 사업꾼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사업 철학과 중장기적인 시야인데 말이죠.”

얼마 전 만난 스타트업의 대표가 저에게 해준 말입니다. 이를 듣고 난 뒤 우리나라의 스타트업(벤처기업)이 몇 곳이나 있는지 찾기에 이릅니다. 벤처기업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한국 벤처 기업의 숫자는 3만527곳입니다.

지난 5년 동안 떠올랐던 스타트업 창업 키워드도 궁금했는데요. 찾아보니 1~2년 단위로 급변했습니다.

2010~2011년에는 소셜커머스와 메신저, QR코드, 위치기반서비스(LBS), 2012~2013년에는 소셜데이팅과 게임, 2014~2015년에는 핀테크, O2O(Online to Offline), 온디맨드 서비스 등이 화두였죠.

왜 매년 화두가 바뀌는 걸까요.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 파트너는 모비인사이드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설명했습니다.

이택경 대표는 “포화된 시장이 새로운 서비스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서비스들이 몰리면서 시장성이 떨어지게 되면, 또 다른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이 등장하고 시장에 안착하면, 또 그 서비스와 유사한 것들이 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기보다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형태의 작은 혁신들이 계속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가령 소셜커머스로 인기를 끄는 스타트업이 등장하면 비슷한 종류의 스타트업이 계속해서 생겨난 뒤 시장이 포화됩니다. 그러다 보면 또 다른 키워드가 등장하게 되고, 이를 따라하는 패스트팔로어들이 생겨나게 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 한 가지 요인이 더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핫’한 아이템에 돈이 잘 모입니다. 하지만 당장 고객에게서 돈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우선은 투자를 받곤 하죠. 투자사마다 투자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핫한 콘텐츠를 갖고 있다면 눈에 띄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O2O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결국 단기적인 상황만을 본다면 주위의 이목을 집중할만한 콘텐츠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유행을 타는 서비스를 주제로 삼고 투자를 받은 뒤, 그 이후를 생각하지 못해 먼지처럼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벌어지곤 하죠.

10월초 열렸던 모바일 스타트업 콘퍼런스 ‘맥스서밋 2015’의 온디맨드 세션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애완견과 시터(Sitter)를 이어주는 온디맨드 서비스 ‘펫보미’의 류준우 대표는 창업 전 컵케이크 스타트업을 만들었다가 실패했던 경험을 언급하면서 “업종과 업태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좋아 보이는 아이템으로 창업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단기적인 사업 기회만을 보고 스타트업을 만드는 것은 각종 악영향을 가져옵니다.

스타트업 내부의 측면을 먼저 볼까요. 1인 기업을 제외하고는 구성원들이 있습니다. 또, 이들에게는 부양해야 할 가족도 있습니다. 이들 모두의 생계를 보장하면서, 회사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휘하고 책임지는 위치에 창업가가 있습니다. 만약 창업가가 아니라 좋은 콘텐츠만을 쫓는 창업꾼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생태계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타트업에 대해 ‘버블’이란 키워드가 쫓아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단기적인 이익만을 보고 유행하는 콘텐츠만을 쫓다가 기업이 무너질 경우 투자가 위축되고, 장기적으로는 생태계 전체에 파장을 주게 됩니다.

물론, 좋은 콘텐츠/많은 투자는 분명히 스타트업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좀 더 장기적인 시야에서 기업과 공동체를 일으키는 철학, 혹은 시야가 동반돼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지속가능성’이겠죠.

‘혁신’은 파격적인 아이템에서 오는 것만은 아닐 겁니다. 티몬, 쿠팡,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같은 고객간거래(B2C) 서비스라면 이용자에게 그들이 원하는 상품을 제공해주는 것, 배달의 민족이나 우버 같이 소호기업과 고객을 연결해주는 기업고객간거래(B2B2C) 서비스라면 점주와 고객 모두에게 이윤을 주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혁신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알리바바그룹의 창업주인 마윈은 몽상/환상/이상을 구분지은 뒤, 모두가 함께 이상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창업꾼보다는 기업 운영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는 창업가가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알리바바를 막 창업했을 때에 그 꿈은 단순한 몽상도, 더욱이 환상도 아니었습니다. 오늘날 환상을 갖고 있는 수많은 사람을 봅니다. 매일 그들이 꿈꾸는 환상은 무엇인가요? 실제가 아닙니다. 행동하지 않은 것입니다. 결국은 (꿈에서 멈추게 되며 그 꿈을 실천하는) 다른 사람이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홀로 생각하기를 공동체, 십여명, 18명이 모두 공통된 이상을 꿈꾼다면, 함께 가자고 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때 50만위안(약 9000만 원)의 돈을 투자했죠. 만약 우리가 실패했다면, 그 돈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 18명은 같이 또 다른 직업을 찾았을 겁니다. (그랬다면) 제 생각에 우리는 기회를 찾았을 겁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명확히 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몽상을 갖고 있다면 그 몽상을 계속할 것인지, 행동으로 옮길 것인지 고민할 겁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이상을 갖고 있다면 당신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함께 가고 있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창업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창업은 당신 한 사람의 일이 아닙니다. (함께하는) 조직의 일입니다.” – 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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