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 퍼틸레인 고문이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이데아를 70레벨까지 즐겼다. 세븐나이츠와 레이븐에 비해서 좀 더 짧은 기간에 전폭적으로 게임을 팠는데 이유는 ‘히트’를 해외에서 못하도록 막아 놓았기 때문이다. 원래 쓰고자 했던 글은 이데아와 히트를 비교 분석하는 글 나아가 이 게임들이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한 나름의 조언을 하고 싶었으나 여건상 내 플레이 시간의 대부분을 이데아에 ‘몰빵’했다.

우선 이데아는 이러느니 저러느니 해도 잘 만들어졌다. 대작의 느낌이 물씬 난다. 특히 그래픽은 S급이다. 중국에서 요즘 물량을 퍼부어 만들어도 이 정도 수준은 아직 못 만들어낸다. 캐릭터, 배경, 애니메이션, 이펙트가 모두 흠잡기 힘든 퀄리티이고 그것을 최종적으로 훌륭한 연출로 뽑아냈다. 특히 파티플레이를 할 때의 화려한 전투는 상당한 몰입감을 준다. 어떤 (퍼블리셔 관계자인) 중국친구에게 보여주니 넋을 잃고 볼 정도였다.

다만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해 첫번째로 걸리는 것이 바로 비즈니스모델(BM)이다. 잘 만든 게임이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잘 만든 게임은 우선 BM이 좋아야 한다.

이데아의 BM은 넷마블의 거의 모든 게임이 그러하듯 ‘확률에 의한 뽑기’이다. 상점에서도 확률에 의해 ‘좋은 것’과 ‘안 좋은 것’을 뽑도록 되어 있고 하위 재료를 왕창 모아 진화석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도 사실상 성공과 실패라는 양극단의 뽑기이다. 즉, 이것도 확률이다.

하지만 중국유저들은 이러한 확률에 의한 뽑기를 극도로 싫어한다. 이미 몬스터길들이기, 세븐나이츠, 별이되어라 등이 중국에서 보여준 교훈이 분명하다.

중국인들은 던전 노가다를 통한 극히 낮은 확률의 드롭은 ‘노력’이라고 생각하고 엄청나게 비싼 강화재료를 파는 것은 억울해도(자본주의에 최적화된 국민답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그런데 (손쉽게) 드롭된 재료를 모아서 합성(혹은 진화)을 했는데 ‘실패’가 나오면 그건 ‘운’이라고 생각하고 매우 불합리하다고 여긴다.

전자는 노력(혹은 돈)이라고 생각하고 후자는 운(확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불확실한 운(확률)에 무언가를 맡기는 결정은 타고난 체질 때문인지 하지 않는다.

그들은 철저하게 자신들의 계산과 분석을 믿고 그리고 노력에 의지한 판단을 한다. 도박을 가장 많이 하는 민족이지 않느냐고? 맞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조차 계산을 한다. 계산된 베팅을 하는 민족이지 똑같은 자리에 원하는 패가 나올때까지 10연타로 베팅하는 (한국인과는) 매우 다르다. 카지노에 가면 흔히 보는 풍경이다. 두 배, 네 배 베팅으로 30분만에 다 털리는 한국인들이 종종 보인다.

어찌보면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 까지 계속 보석(현금)을 충전해 가며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 것은 한국인들에게나 가능한 것이 아닐까?

따라서 넷마블이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한국에서 그들이 성공한 BM 방정식(확률에 의한 뽑기)을 확실하게 뜯어 고치지 않는한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게 핵심이다. ‘어떻게 뜯어 고칠 것인가?’까지는 생략한다. 내가 그 정도 조언을 할 깜냥은 아니니.

이데아의 전반적인 코어 게임성은 매우 수준이 높다. 단 하나 아쉬운 것이 있는데 바로 PVP다. 승부의 결과가 단지 레벨의 차이 말고는 가늠하기 힘들다. 자동이건 수동이건 달려가서 정신없이 스킬이 발동하다 보면 이겼던가, 졌던가로 상황 종료인데, 이것도 중국유저들 입장에서는 문제가 된다.

가령 도탑은 자동전투이지만 ‘왜 졌는지’에 대한 이유를 분명히 알수가 있다. 덱의 전체 능력치는 앞서도 개별구성에 따라 이기고 질 수 있고 그 이유를 대체로 수궁하도록 만든다.

이데아는 그게 없다. 이건 중국인들에게 꽤 중요한 문제인데 극도의 실용적인 마인드의 중국인들은 승패자체도 민감하지만 납득할 만한 결과를 가지고 다음준비를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제공돼야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서 AOS 시리즈가 흥했고, 실시간 전투가 대세 컨텐츠가 된 것이 바로 이런 유저들의 습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AOS의 시초로 알려진 ‘Aeon of Strife’. 출처: http://lanepushinggames.com/2013/12/05/review-aeon-of-strife/

중국으로 국한짓지 않아도 이데아의 PVP 매칭시스템은 문제가 있더라. 굳이 중국유저로 연결 짓자면 매칭시스템도 너무 운에 가깝다. 나와 레벨차이가 극심한 유저 만나면 1승 거져 챙기는 거구 그게 아니면 반대로 날리는 것이니 말이다. 이것도 개선이 필요하다.

그 외에 스테이지 한판의 플레이 타임의 조정, 밸런스의 조정, 약간의 UX 등의 조정등이 필요하지만 이건 마이너한 것이고 충분히 현지 퍼블리셔나 파트너들이 잘해 줄 것이다.
다만 상기 언급한 핵심 두 가지는 어지간하면 중국 현지 파트너들이 손대려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게임의 코어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말하기도 곤란하거니와 만약 넷마블에서 수용했는데 결과가 안 나오면 자신들이 ‘독박’을 쓸지 모른다고 생각할 것이기에 담당자들은 알면서도 절대 말을 안 할 것이다.

총평을 하면 넷마블은 이미 한국을 석권했고 성장을 멈출수 없기에 글로벌로 눈을 돌렸고 그에 걸맞는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서 글로벌이란 북미중심의 시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을 그냥 놓아 버리기엔 좀 아깝지 않나 싶다.

성공도 일종의 경험인데 한국에서의 경험을 중국식으로 조금만 버무리면 더 가능성이 있는데 아직 그런 시도가 보이지가 않아 답답해서 몇 자 적었다. 넷마블 관계자들이 직접 이 글을 보게 될지 모르나 참조가 되길 바란다.

*편집, 교정: 유재석 모비인사이드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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