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태 마이리얼플랜 CSO
김지태 마이리얼플랜 CSO

미국 서부에서 중,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동부 조지워싱턴대학교에 진학하여 금융공학을 전공했다. 미국에서 금융을 공부한 대부분의 재원(?)들이 그렇듯 월가의 금융권 진출을 준비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우연히 읽은 하워드슐츠 스타벅스 회장의 자서전 ‘Pour Your Heart Into It’이 터닝포인트였다. 금융권에 진출하는 것 보다는 창업을 해서 스타벅스와 같은 ‘Sexy한’ 기업을 만들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이후 수 차례 스타트업에 도전하면서 쓴 맛을 보던 중 하워드 슐츠 회장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지워싱턴대학교는 동문 중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적극 연결해주는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었다. 그래서 학교 선배들 중 스타벅스 본사에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스타벅스 본사 전략기획실에서 하워드슐츠와 같이 일을 하고 있는 미국인 선배의 연락처를 입수했다. 하지만 슐츠 회장을 만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십번의 미팅 요청 이메일을 직접 보냈음에도 답이 없었다. 30번쯤 답이 없는 이메일을 보냈을까? “만나자”는 회신이 왔다. 기적적으로 결국 워싱턴 DC의 한 스타벅스에서 하워드슐츠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60대의 슐츠 회장은 보디가드 한 명 없이 담백하게 나를 만나주었다. 국내 여느 재벌회장보다 더 큰 부와 명예를 가지고 있는 위치이기에 이러한 소박한(?)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한국 나이로 환갑을 넘겼지만 대학 미식축구 선수 출신답게 190cm의 큰 키와 덩치 때문인지 보디가드도 사실 필요 없어 보이기도 했다.

주어진 시간은 20여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지만 실제로 묻고 싶은 질문은 단 하나였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특히 투자자들) 내가 가진 아이디어를 믿고 따라오게 만들 수 있을까요?”

 

슐츠 회장의 답은 간단했다.

“스타벅스를 시작하던 젊은 시절 투자자를 설득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찾아간 적도 많았죠. 그런데 단 번에 거절을 당했습니다. 똑같은 대출 심사원에게 1년간 200번 넘게 찾아가 설득 끝에 대출을 받았죠. 물론,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대출금을 갚았습니다.”

결국 답은 ‘끈기’였다. 자신이 150%의 확신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으면 믿어주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정말 150% 남들에게 보여줄 때 비로소 인정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에게 아래와 같은 반문을 했다.

“당신은 세상이라는 은행에 무엇을 담보로 제공할 수 있나요?”

 

뒤통수를 크게 한 방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담보로 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다만 있다면, 젊음과 열정 뿐이었다. 슐츠 회장과의 만남 이후 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이 젊음과 열정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결심했다.

우선, 금융권에 대한 꿈을 완전히 접었다.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은 하워드슐츠 처럼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생산해내고 투자자, 고객, 동료들을 설득하는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2014년 창업한 마이리얼플랜은 그러한 의미에서 내 젊음을 온전히 쏟아 부을 각오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 금융 중 특히 보험이라는 영역에서 앞으로 혁신은 불가피하다. 연간 150조원에 달하는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정보의 비대칭이 유난히 심했던 영역이다.

마이리얼플랜은 보험설계사들과 고객간에 존재하는 정보의 비효율성을 핀테크와 O2O(Online to Offline)를 이용해 해결하고 있다. 고객이 자신에게 맞는 보험플랜을 요청하면 다수의 보험설계사들이 설계안을 제출해 입찰하는 방식이다.

분석 알고리즘을 거쳐 제출된 설계안이 스크리닝(Screening)되고 톱3 설계안이 고객에게 최종 전달 된다. 전달된 최종 설계안 중 고객이 하나를 선택하면, 그 설계안을 만든 보험설계사와 O2O 방식으로 연결되어 계약을 체결한다.

평범한 금융공학도가 젊음과 열정을 담보로 세상을 바꾸는 혁명가들의 대오에 합류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하워드 슐츠의 조언이 있었다. 2012년 봄 벚꽃이 만발한 워싱턴 한 카페에서 하워드슐츠와 나눈 대화는 당시 가졌던 질문에 충분한 답이 됐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줬다. 그리고 그 힘으로 아직도 미약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마이리얼플랜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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