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노래, 책, 신문 기사, 심지어 영화까지 볼 수 있는 세상이 열렸습니다. 이젠 지하철에서 책을 보는 사람보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숫자가 훨씬 더 많습니다. 스마트폰이 도입되고 5년 사이 벌어진 변화입니다. 한 순간에 온 변화만은 아닙니다. 지난 20년에 걸쳐 두 차례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었습니다. 무의식중에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도 바뀌게 됐습니다.

출처: 플리커 https://flic.kr/p/7JX76H

#오프라인 시대: 패키지화 된 콘텐츠…콘텐츠 제작자의 시대

노래를 듣고 싶으면 집 근처의 음반 가게를 방문해 CD나 카세트 테이프를 사야만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신문, 출판도 마찬가지. 일간지, 잡지, 책을 사야만 원하는 정보를 구할 수 있었죠. ’패키지화 된 콘텐츠’를 통해서만 정보를 접할 수 있었기에, 콘텐츠 생산자는 그 자체로 수익을 얻었습니다.

MP3 형태의 음원 소비방식이 가져온 변화는 뚜렷했습니다. 과거엔 CD나 테이프 등 앨범을 구매하는 것이 노래를 듣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당시엔 음원 제작자의 주 수익원이 앨범 판매이기도 했죠. 조용필, 김건모, 신승훈 등 1000만 장 앨범을 판매한 가수들에 ‘텐밀리언셀러’라는 칭호가 붙었습니다. – ‘CD→MP3→스트리밍’이 바꾼 음악 산업 생태계(모비인사이드)

이 시기에는 콘텐츠 제작자가 갖는 힘이 어마어마했습니다. 연예인과 비연예인, 전문가와 비전문가, 유명인과 비유명인의 장벽이 가장 견고했던 시절이 아닐까 싶습니다. 플랫폼의 힘은 공고했으며, 이들은 콘텐츠 제작자와 공생했습니다.

HIGH STREET RECORD SHOP
음반 가게. 출처: 플리커 https://flic.kr/p/DvNaER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서는 주요 매체를 거쳐야만 했습니다. 정보를 얻고 싶으면 책이나 신문을, 문화생활을 하고 싶으면 텔레비전을 켜거나, 영화관에 가야했죠. 제작자가 구성한 패키지를 소비하는 구조를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콘텐츠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건 책의 목차, 혹은 영화관의 상영 영화 배치표, 텔레비전의 방송 편성표를 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인터넷 시대: 분절된 콘텐츠…능동적 검색 시작

인터넷이 등장하며, 패키지 자체가 갖는 힘이 줄어들게 됩니다. 패키지에 묶여서만 판매됐던 콘텐츠들을 낱개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이 등장하며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지 않더라도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이 생겼다. 상점에 물건이 놓여 있는데 주인은 없는 공간이 생긴 셈이다. 주인 없는 공간인지라 ‘불법 다운로드’가 유행처럼 번질 수밖에. 각종 법적 규제로 불법의 시대가 종식된 뒤에도 악순환은 여전했다. 만원이 넘던 패키지형 콘텐츠가 낱개로 쪼개지더니 몇백원 헐값에 판매됐다. MP3 파일 다운로드, 웹툰, 웹소설 등이 본격 등장하던 시기다. – 다운로드의 시대가 끝나간다(리디북스)

인터넷이 모든 패키지화된 콘텐츠를 분절하기 시작하면서, 이용자들의 능동성이 강화되기에 이릅니다. www로 시작하는 주소만 입력하면 어디든 방문할 수 있고, 포털이나 검색엔진에서 키워드를 검색만 하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죠.

CD는 MP3로 쪼개지고, 일간/주간/월간 신문은 인터넷 기사로 분절돼 검색되는 형태로 바뀌는 시기였습니다. 불법 다운로드가 판치는 환경에서도 어떻게든 콘텐츠로 돈을 벌고자 했던 게임사와 음원 서비스, 모든 콘텐츠를 무료로 하되 페이지에 붙는 광고로 수익을 내는 미디어로 나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모바일 시대: 떠오르는 큐레이션…수동적 소비 본격화

모바일이 보급되며 온 가장 큰 변화는 ’큐레이션’입니다. 마우스와 함께 광활한(?) 20인치 화면을 누비던 컴퓨터 이용자들은 3.5~5인치 모바일 화면을 답답해 하게 되죠. 인터넷에 대한 접근성이 늘어난 덕분에 검색 횟수는 증가할 수 있으나, 체류시간은 현격히 줄어들었고, 정리되지 않은 형태의 검색 결과값에 피로감을 느낍니다.

포털의 검색 창보다 메인 화면이 각광을 받게 되며, 막연한 검색보다는 연관성 있는 콘텐츠를 연결해주는 형태가 각광을 받습니다. 이 시기에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SNS)가 각광을 받은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블로터 기사의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페이스북은 보도자료에서 “새로운 TV를 사고 싶은 사용자라면, 웹과 앱을 통해 TV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라며 “그럼 우리는 사용자가 생각하는 좋은 값과 다른 브랜드를 알아 볼 수 있도록 사용자에게 TV 광고를 제공할 수 있고 새 TV와 함께 쓸 수 있는 콘솔이나 스피커와 같은 다른 전자제품 광고도 게재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큐레이션이 떠올랐다는 의미는 콘텐츠 소비자들이 더 이상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찾는 것을 귀찮아하는 현실을 반영합니다. 과거엔 지식쇼핑 같은 곳에서 최저가를 검색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모바일 앱을 열면 나오는 이날의 추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는 의미죠. 쿠팡이 로켓배송을 앞세우며 이용자의 집 앞까지 공략하는 것, 티몬이 신선식품을 당일 배송하는 것 모두 사람들의 ’귀차니즘’을 줄여주는 것 자체가 킬러 콘텐츠라는 점을 반영하고 있는 셈입니다.

콘텐츠를 선별해서 보여주는 큐레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는 페이스북이다.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시대가 열리게 됐습니다. 이는 패키지를 사야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던 시대와 또 다릅니다. 그 시절에는 목차 내에서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동성’이 있었지만, 이제는 분절된 콘텐츠 역시 차별화돼 이용자의 모바일 화면 앞으로 배달됩니다.

이제는 콘텐츠 플랫폼의 메인에 오르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다다르지 못하는 시대가 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음원 스트리밍에 대한 음원 제작자들의 우려, 페이스북이 알고리즘을 분석해서, 고의적인 좋아요나 공유, 댓글을 유도하는 포스팅의 노출도를 낮추겠단 발표 모두 변화의 근거로 들 수 있습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주로 ‘모바일 앱’에서 사용됩니다. PC 시대만 하더라도 거대한 컴퓨터 화면에서 직접 음원을 검색하고 다운로드 받아 MP3 기기로 옮겨서 음원을 들었죠. 이 시기만 하더라도 독특한 색깔이 있는 음원들이 검색을 통해 주목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의 화면은 45인치에 불과합니다. 화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 숫자의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에는 메인 페이지에 음원이 노출이 돼야 재생숫자가 늘어나고, 이를 통해 이해 당사자들(음반제작자/작사/작곡/가수/연주자 등)이 돈을 벌 수 있게 됩니다. 

주어진 것을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경험이 더욱 보편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철저한 이용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한 뒤, 이들이 만족할만한 콘텐츠를 최상단에 배치하기 때문입니다. 빅데이터 분석 인프라가 이용자의 만족도를 뒷받침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난 20년 사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은 두 차례 거대한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패키지를 수동적으로 구매한 뒤 그 안에서 원하는 것을 찾아 소비하던 이용자들이 인터넷을 만나 모든 것을 능동적으로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줄어든 모바일 화면에서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가 노출되면 이를 ’터치’하는 것으로 수동적인 소비 패턴을 갖게 됩니다.

능동성을 잃어버린 콘텐츠 소비자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어쩌면, 인공지능과 로봇의 등장보다도 경계해야 하는 것은 능동성을 잃어버리고 있는 우리 자신이 아닐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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