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정민철 UX/UI 서비스기획자 

정민철 UX/UI 서비스기획자 자신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첫번째 창업팀의 이탈, 그리고 또 다른 시작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며 이글을 쓰기까지 4주가 걸렸다. 공식적으로 작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의 여정을 끝내고 스타트업 창업팀에서 이탈. 포기란 이름과 마주하게 되었다.

무엇으로 인해 나는 새로운 도전을 포기하게 되었는지 담담히 그 소회를 끄집어 내고자 한다. 항상 그렇듯 내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 일이 패착과 실패로 끝난 일 이라면 더더욱이나.

팀팀팀… 무엇보다 중요했던 그이름. 팀

UX Consulting 경력을 8여년 가까이 쌓아온 뒤, 글로벌 커머스를 준비하는 업체에서 1년을 보내고 당시 함께 하려던 이들과 뜻이 맞아 새로운 팀을 꾸려서 창업을 하기로 결심하였다. 나는 매우 자신감에 차있었고, 함께하려는 이들과 퍼즐의 조각만 잘 맞춰보게 된다면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을거라 판단했었다. 우리 각자 모두는 이상적인 무언가를 꿈꾸었었고, 현실적인 판단과 결정의 크기보다 불확실성에 더 큰 베팅을 했었다. 본인들이 결정한 선택들이 현실적으로 어떤 벽앞에 마주칠지 각자 스스로 냉정하게 가늠하지 못했었다.

우리 각자 모두는 선택에 기로에서 결국 절벽 밑으로 떨어지기를 멈추게 되었다.

혹자는 스타트업이란, 절벽 밑으로 떨어지면서 비행기를 조립하는 일이라는 비유를 하였는데 완벽하게 공감이 가는 비유다. 우리는 비행기를 제대로 조립도 하지 못하고 시작 지점에서 과감히 모두 해체가 되었다. 커뮤니케이션, 아이템, 비전 … 모든 요소들에서 실패의 냄새를 찾을 수 있었겠지만, 결국 Human Resource에서 가장 큰 구멍이 뚫렸다. 우리 각자 모두는 사업을 시작할 만큼의 내적 준비가 되어있지 못했다.

헛된 장미빛 미래를 마치 우리의 달성가능한 목표로 포장하였으며, 이루지 못할 전략과 전술들을 공상하였다. 실행의 비율보다 커뮤니케이션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한정적인 자원을 바탕으로 무엇을 어떻게 먼저 시작해야 할지 길 잃은 어린양처럼 행동했었다. 결정적으로 가장 큰 문제를 꼽자면 한가지가 아닐까?

자신의 인생조차 온전히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이 타인의 인생마저 책임지지 못할 상황을 버틸 수는 없는 법이다.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는 본인과 가족 모두를 책임지지 못할 상황에 밀어넣게 됨을 이겨내지 못하였다. 불확실성이 높을 수록 현실적인 수에 베팅을 하여야 했으나, 모두 준비가 되지 못했었다.

결정적으로는 메인 개발진의 이탈이 가장 큰 충격으로 방아쇠를 당기게 되었고, 애초에 달성해야 될 과업의 중심축은 메인 개발진 이였다. 나 스스로를 이 아이템의 메인 축으로 삼을 수 없던 상황에서 나의 뽐뿌질로 인해 많은 이들이 애꿏은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그러나 스타트업 세계에서 완벽하게 준비 되어있는 팀이 어디 흔하겠는가. 이 또한 결과론 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다만 창업을 준비하고 시작하는 많은 이들이 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이 글을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고 팀이다. 과업달성을 위한 가장 최소한의 준비사항이며 이는 과업달성을 위한 능력만이 아닌, 구성원 스스로가 본인들의 선택으로 발생될 상황들을 이겨낼 수 있는가에 대한 내적 준비 또한 포함되는 일이다.

나는 또 다른 개발진을 영입하는 길보다는, 포기를 선택했다.

Focus 의 분산. 고객 하나만 바라보지 못했다.

스타트업 창업열풍으로 인해,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창업지원 자금 및 인큐베이팅, 엑설러레이팅, 각종 경진대회등 외부 행사들을 수십개 씩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의 수상 내역들 그리고 수많은 성공할 것 같은(?) 이야기들이 날이면 날마다 쏟아지고 있는 와중에 온전히 고객에게만 포커스를 집중하기란 금연 만큼이나 끊기 어려운 유혹이였다. 내부의 결속을 외부의 그 무엇으로 해결하려한 순간, 이미 첫번 째 단추는 잘 못 꿰어진 것이였음을 너무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나름 소기의 성과도 얻고 많은 외부인사들의 도움도 얻게 되었지만, 결국 고객에게 Focus 를 맞추지 못한 그 어떤 시도조차도 무의미 해졌을 뿐이다.

강호의 고수는 실력으로 말하지 풍문으로 말하지 않는다.

스타트업을 시작하였으면 고객의 반응으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 함이 당연한 일이였다. 우리 모두는 고객을 중심으로 달성해야 될 과업을 만들어내지 못했으며, 외부 행사나 외부의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표를 설정함으로 인해 잘못된 첫 단추를 채우게 되었다. 내적 준비가 되지 못한 이들이 모여 내부의 불안함과 두려움을 외부의 그 무언가로 메꾸려는 시도를 하게 되었고, 결국 패착으로 귀결되는 당연한 수순으로 연결 되었다. 만약 당신이 참여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고객의 반응없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외부로 시선을 돌리려고 한다면, 과감하게 중단하라. 업의 본질은 고객일 뿐이다. 쓸데 없는 곳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면서도 ) ,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언제나 중요한 화두. 나 자신

출자금을 제외하고 1년간을 버틸 생활비를 통장에 비축하고 시작하였다. 시간은 화살과도 같이 빠르게 지나갔다. 한달, 두달, 세달 … 생활비는 네자리 숫자에서 세자리 숫자로 줄어들고, 줄어드는 통장잔고의 숫자만큼 압박감과 초조함이 엄습하게 되었다. 이 두려움과 불안함은 나를 비롯한 팀원들의 멘탈을 갉아먹게되는 주요 기제로 점점 커져만 갔다. 아직 미혼인 나는 삼십대 중반의 내 입 하나만 건사하면 그만 이였지만, 아내가 있고 챙겨야할 가족이 있는 팀원들은 잔고의 줄어드는 속도가 2배 3배 이상이 되였다.

투자금없이 1년 이상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하였고, 남의 돈으로 사업을 진행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온전히 우리의 사업은 우리의 것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너무나도 큰 불확실성은 우리 모두를 좀 더 안정적인 생활을 꿈꾸게 만들어 버렸다. 큰 이상과 꿈도 결국은 현실의 벽 앞에서 공허한 외침처럼 들리 듯. 우리는 우리 각자가 꿈꾸어왔던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내기까지의 고된 길… 끝을 알 수 터널에서 결국 뒤돌아서게 되었다. 우리 모두 각자는 겁에 질려있었고, 큰 꿈에 도전하기에는 너무 작아져 버린 동료들과 자신을 스스로 확인하게 되었다.

스스로를 잘 안다고 확신하였지만, 결국 내 밑바닥을 확인하게되는 값진 경험을 했다.
이는 돈을 주고도 쉽게 살 수 없는 경험이리라.

#또 다른 시작.

스타트업에서의 1년. 창업과정에서의 6개월를 뒤로 하고 이제 다시 구직전선이 뛰어들고자 한다.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던 4주간을 이사간 집의 셀프 리모델링 일을 하며 육체노동을 끝마치고나니, 많은 정리가 되었다. 다시 어떤 일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보다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사안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30대 중반의 일탈 or 도전을 마치고, 이제 또 다른 도전을 위한 항해를 시작해 볼까 한다.
이 글이 스타트업에서 불철주야 고생을 하는 그 누군가에게 뼈있는 교훈이 되었으면 할 따름이다.

Carpe Die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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