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국제 모바일 행사인 ‘MWC 2016’이 개최됐다. 정식 행사가 진행되기 하루 전 삼성전자는 5000여 명의 청중 앞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진행하며, 전세계인의 주목을 한 눈에 받았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어VR을 통해 신제품을 공개했는데, 이는 가상현실이 화제의 중심에 서는 계기가 됐다.

https://youtu.be/O6KeASdz2AI

VR 콘텐츠에 대한 몰입감과 현실감이 주목을 받으면서 마케팅의 일환으로 가상현실 콘텐츠가 사용되고 있다. 위 영상 9분 쯤에 5000여 명의 청중이 기어VR을 착용하고 갤럭시S7 소개영상을 체험하는데, 해당 콘텐츠는 국내 기업인 ‘상화기획’에서 제작을 담당했다. 상화기획은 2007년 설립된 회사로 가상현실 및 디지털 미디어, 로봇 등을 활용한 뉴미디어 크리에이티브 제작과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8월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ad:tech@AD STARS 2016’에서는 이은규 상화기획 CTO의 사회로 정현복 포스트비주얼 디렉터와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그리고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세션이 진행됐는 데, 가상현실을 마케팅에 접목하고자 하는 많은 이들이 자리에 함께했다. 그만큼 가상현실은 마케팅 영역에서도 뜨거운 관심사이다.

하지만, 가상현실이 뉴미디어로써 마케팅 영역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이 개척되야 한다. 뉴미디어에서 오랜기간 노하우를 쌓아온 상화기획은 VR과 VR 마케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 8월 26일 부산국제광고제에서 이은규 상화기획 CTO(사진)를 만나 이야기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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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화기획은 삼성전자의 모바일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VR 콘텐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3D TV의 선례처럼 VR 시장의 가능성이 큰 만큼,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도 공존했다. 결국 상화기획은 ‘현재 존재하지 않지만, 향후 존재할 것을 선도적으로 해보자’는 회사의 모토 아래 2009년부터 AR과 VR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국내 VR 시장에서 헤게모니를 명확히 잡은 곳은 없습니다. 그전까지 다양한 것을 시도하며,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해야겠죠.(웃음) 혹자는 VR 시장의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지금 쌓아둔 기술력은 언젠가 또 다른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VR은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는 시장입니다.”

이용자는 현실과 유사한 가상공간에서 브랜드(또는 제품)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 임펙트 있는 스토리는 오랜기간 이용자의 기억 속에 머물게 되는데, 이는 마케팅 시장에서 가상현실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하지만, VR 마케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멀미, 대중화 등의 복합적인 요소가 해결되야 한다. 이 부사장은 VR 마케팅이 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연결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미디어(또는 플랫폼)이 마케팅 요소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용자 시간의 총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회성 재미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가상현실 콘텐츠를 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하죠. 드라마에서 엔딩장면이 다음주를 기다리게 하듯이, 연결성 있는 콘텐츠 기획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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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 STARS에서도 VR 체험존이 운영됐는데,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미지: AD STARS)

상화기획은 오래전부터 뉴미디어를 다뤘지만, 새로운 문법을 가진 VR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특히 360도 전방위 촬영이 필요한 환경에서 ‘조명’은 가장 까탈스러운 요소였다.

“조명에 따라서 콘텐츠의 퀄리티가 결정됩니다. 조명이 없으면 전문가라도 일반인이 촬영한 영상과 별반 차이없는 결과물을 만들게 되죠. 조명이 그림을 만드는 큰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고퀄리티의 360도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저희는 360도 카메라 대신, 여러 조각으로 나눠서 촬영하고 나중에 스티칭 작업을 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을 두고 선택합니다”

현재 VR 시장에서 많은 부분은 엔터테인먼트 요소(게임, 영화 등)에 집중되어 있다. 생소한 가상현실 장비와 콘텐츠가 신기하기 때문이다. 광고주가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 CTO는 오락성뿐만 아니라 생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현실은 반드시 생산성과 연결되야 합니다. 가상현실로 생산활동이 가능할 때 존재가치가 생기고, 미디어적인 힘을 갖게 되는 것이죠. 단기적으로 엔터테인먼트가 시장을 이끌고, 장기적으로는 생산성과 연결될 것입니다. 내부적으로 업무적 생산성 및 공공의 사용성을 증대시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상화기획은 뉴미디어를 제작하고 있지만,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는 집단으로도 유명하다. ‘매버릭(MAVERICK)’이라고 불리는 로봇솔루션을 개발해 정교한 촬영 및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 4.19 총선 개표방송에서도 모습을 선보인적 있는데, 촬영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다. 이 부사장은 로봇을 활용한 VR 시뮬레이터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로봇의 내구성, 제어 정밀도가 높기 때문에 가상현실과 결합하면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사전에 촬영한 영상을 바탕으로 시뮬레이터를 구성하면 화면과 움직임의 오차가 큽니다. 로봇의 경우 센서를 통해 움직임의 모든 요소를 데이터로 기록하기 때문에 보다 세밀하고 정교하게 시뮬레이팅 할 수 있죠.”

최근 국내 VR 시장, 성장의 일환으로 VR 테마파크가 추진 중이다. 상화기획도 테마파크 아이템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이 CTO는 로봇의 능력과 이미지가 VR 테마파크를 구성하는 핵심요소라고 설명했다.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로봇VR의 특징은 ‘다인승’입니다. 적은 공간에서도 최대 6명 이상 동시에 체험이 가능합니다. 특히 로봇이 지닌 비주얼이 상당히 강력합니다. VR 시장에서 이용자의 체험도 중요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사람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로봇VR을 타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일 때, 집객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이용자는 체험에 대한 비용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겠죠.”

가상현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의 다양한 도전이 더 가치있는 시점이다. 상화기획 또한 뉴미디어를 기반으로 다양한 도전과 성과를 이뤄가고 있다. 이들이 겪은 도전과 그 동안 쌓아온 기술적 노하우 등이 가상현실에서는 어떻게 구현될지 지켜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