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스타트업 시장을 뒤엎는 큰 이슈가 발생했다. 초기기업 전문 육성 및 투자사인 더벤처스의 호창성 대표가 알선수재와 허위 투자계약서 작성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정부(중소기업청)가 운영하는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서 비롯됐다. 팁스는 2013년 8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정부에서 지정된 팁스 운영사(민가 투자사)가 스타트업을 선별하여 최소 1억원을 투자하면 정부가 해당 스타트업에 9억원 상당에 후속지원(창업자금 3억원, 기술개발 5억원, 해외 마케팅 1억원) 하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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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 과정에서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가 정부 지원금을 명목으로 5개 스타트업으로부터 30억원 상당의 지분을 무상으로 취득했고, 양도받은 지분을 숨기기 위해 허위 투자계약서를 작성해 정부 보조금을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반면, 호창성 대표 측은 모든 검찰 측 주장이 사실 무근으로 초기투자의 특성과 팁스 운영 취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양측 입장은 지금까지 팽팽하게 대립되어 왔다.

* 호창성 대표 사건 정리

– 3월 21일: 검찰이 더벤처스를 압수수색
– 4월 4일: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 스타트업 지분 알선수재 및 허위 투자계약서 작성 혐의로 구속
– 5월 20일: 1차 공판
(검찰 측) 불공정한 내용이 담긴 계약서 증거로 제출
(호창성 대표 측) ‘팁스’ 제도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고 반박
– 7월 22일: 구속 기소된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 보석으로 풀려 남
– 9월 9일: 2차 공판
(검찰 측)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에게 징역 7년을 구형 및 29억원 추징해야 한다고 발표
(호창성 대표 측) 팁스 지원 기업의 지분은 알선이 아닌 고유한 직무 범위를 위해 정당하게 취득한 것이라는 입장

1심 무죄 판결

6개월 만에 이번 사건에 대한 첫번째 판결이 진행됐다. 10월 7일 오전 서울북부지법에서 진행된 법정은 방청객으로 가득했다. 그만큼 많은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이 사건을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 판결이 진행됐다.

더벤처스가 팁스 운영사로써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 내용을 말하는 것은 알선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단, 스타트업 투자 당시 팁스프로그램에 ‘반드시 선정되게 해주겠다’라고 말했거나, 팁스프로그램 운영하는 공무원에게 금품 및 뇌물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창업 팀을 선정하고 지분을 이전받은 경우 문제가 된다. 하지만 증거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이 없다는 점에 알선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또한, 투자금 이상의 지분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 IT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에 투자가 진행되는 경우 개별 투자자가 보유한 지식, 노하우, 기타 사업과의 연관성 등 종합 변수를 고려하여 투자사와 스타트업 사이에 지분이 결정되고, 팁스 프로그램 운영지침에도 운영사의 보육 서비스를 고려하여 지분을 취득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법원은 더벤처스가 추가 지분을 취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모든 내용과 증거 등을 고려하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에 대해 검찰 측이 불복할 경우 7일 내에 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할 수 있다.)

무죄 판결 이후 호창성 대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팁스 프로그램의 운영방향이나 취지가 제대로 알려졌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국내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가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키워드는 스타트업과 투자사의 ‘가치’

통상적으로 엔젤투자자, 벤처캐피털(VC), 엑셀러레이터 등은 유망한 스타트업 발굴하고 투자하여 그들이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아이디어, 구성원, 기술력, 시장 전망 등)을 바탕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대신에 회사의 지분을 얻게 되는데, 초기 위험성은 크지만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그 가치는 배 이상으로 커지기 때문에 돈만 투자하는 투자자와는 다르다. 벤처투자사들이 멘토링 및 데모데이 등 각종 행사를 진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정부 지원금’을 문제 삼았지만, 증거나 증인 진술 모든 것이 불충분했다. 다만, 이번 이슈를 통해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의 역할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측정할 것이냐에 대해 시사점을 남겼다. 투자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쌍방에 합의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사가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본다면, 스타트업 또한 투자사들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번 판결을 방청하면서 한가지 찜찜한 부분이 있다면, 팁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대다수의 운영사(투자사)가 투자 이후 보육(멘토링 과정, 네트워킹 등) 내용에 대해 문서로 기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객관적으로 기록할 수 없는 부분이 다수이겠지만, 금전과 지분 등 민감한 내용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은 개선되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 동안 스타트업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슈는 일단락 되는 모습이다. (검찰 측이 이의를 제기한다면 또 떠들썩해지겠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국내 스타트업 시장이 좀 더 성숙하게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 상위 사건 정리 내용 중 ‘(호창성 대표 측) 투자금액을 초과하는 만큼의 지분을 스타트업들로부터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팁스’ 제도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고 반박’이라고 기제한 부분을 ”팁스’ 제도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고 반박’이라고 정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