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이미지: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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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사무실에서 일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주중에 다 끝내야 하는 일이 미처 다 마감짓지 못했을 때, 어쩔 수 없이 주말에 일을 마무리 해야 합니다. 이런 일이 쓸모있고 사업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주말에 나와서 하는 그 시간이 크게는 억울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것을 하면 보이는 성과가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부패한 조직에서는 ‘왜 나와야 하는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른채로 급하게 주말에 나와야 하는 일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중간 관리자나 실무자 모두 나와서 멍청한 대기나 토요일 종일 타는 일도 있죠. 이런 경우는 실무자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헌신하고 기여할 어떠한 동기부여도 갖지 못하게 만듭니다.

일과 삶의 균형?

직원들이 회사에 가지는 불만 중 상사에 대한 성격차나 업무 처리 방식에 대한 불만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회사 자체에 대한 불만은 비전과 급여 그리고 ‘일과 삶의 균형’입니다. 이 ‘일과 삶의 균형’은 조직의 문화와 관련 있습니다.

일이 많아도 왠만한 일은 모두 그렇게까지 늦게 할 일, 주말에 나와서 할 일은 없습니다. 일이 넘치는 이유는 일을 할 시간에 일을 못하거나 급작스럽게 데드라인을 잡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는 단순히 중간관리자의 일 처리 방식에 문제가 있겠지만, 이 일이 최초에 제안된 최고위층의 당연하게 여기는 의식에서 비롯할 때가 많습니다.

일을 급하게 잡습니다. 미팅이든 보고서 마감일이든 계약이든 뭐든 늦게 시작하고 급하게 일을 잡습니다. 일에 부하가 걸리게 만든 원인은 리더에게 있지만, 이 모든 효과는 말단 실무진이 고스란히 자신의 여가 시간에 대한 강제 반납으로 지게 됩니다.

이렇게 직원들의 시간을 비계획적으로 앗아가는 것은 근로자의 기본적인 활동에 제약을 줍니다. 마감일이 한 주 시작하기 전에 예상할 수 없다가 급하게 잡히고, 당초 예상한 마감일이 매번 정확한 일자 없이 변경되고 있다면, 이 회사는 프로세스가 없는 게 아니라 경영진의 프로세스적인 마인드가 없는 것입니다. 대부분 이런 일은 경영진이 직원들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착취하는 것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리고 이런 경영진을 보좌하는 부서(예를 들면 비서실이나 전략기획실 등)가 눈치를 보면서 전반적인 컨트롤타워의 기능을 못하고 무기력하게 있거나 매우 정치적인 성격을 띠는 경우에 이런 일이 빈번하게 생깁니다.

직원 시간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라

직원들이 불만이 있는 것은 일이 많은 게 아니라 일을 토대로 계획적인 삶을 추구할 수 없는 불확실성입니다. 일이 많아도 오늘 할 일은 어디까지, 이번 주에 할 일은 이거라고 스스로 목표를 잡아도 중간에 복잡한 의사소통과 뜻하지 않은 끼어드는 일, 특히 윗선에서 갑자기 보고를 위해 내리는 일(차라리 신규 사업에 대한 오더라면 차라리 낫지만) 등으로 모든 계획이 무너지고 덕분에 자신이 잡은 평일과 주말의 일정이 무너질 경우 카오스를 겪습니다.

경영진은 고리타분한 생각으로 개인의 희생을 회사에 대한 로열티와 결부(혹은 자신에 대한 충성심)시키지만, 엄밀히 이야기해서 이것은 조직에서 요구할 사항이 아닙니다. 직원에게는 이런 것에 대한 원인이 없기 때문이죠. 일을 떨어뜨린 사람이 매우 큰 양해와 요청을 보이는 자세가 맞는 것입니다.

미리 성과를 합의하고 방해하지 않는 경기

그러므로 모든 결과물은 되도록 사전에 이미 합의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경기장에 뛰고 있는 선수들을 중간에 불러 세우고 작전 타임을 걸기 어렵듯이, 이미 합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선수들은 자기 주도성을 가지고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는 환경을 사전에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죠. 하지만, 경영계획을 세울 때 대부분 취하는 목표 합의는 어떤 방식입니까?

매우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명제를 가지고 ‘너의 목표다’식으로 내려주는 방식이 대부분입니다. 이것을 토대로 매분기, 매월, 매주의 아웃풋에 대해 사전에 합의되어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아랫 사람이 윗 사람의 예정된 팀 결과물을 알기도 어렵지만, 반대 방향도 안되어 서로 뭘 하는지 모른채 모든 업무 오더는 백지 상태라고 판단한 상급자의 급작스런 지시 퍼레이드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입니다. 미리 정해버리면 중간에 자신의 호기심을 해결하거나 자신의 숙제를 시킬 수 없을테니까요.

경영의 순간이 느긋할 수는 없지만, 해보지도 않은 일을 중간에 망가뜨리면서 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 번 계획하고 사전 합의한 그 일을 해 보는 것이죠. 뭔가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구요. 처음 그 아이디어도 엄청난 에너지를 들여 창안한 것이기에 이것의 성패를 볼 때까지 그것을 훼손한다는 것은 마치 초등학생이 장래희망을 수시로 고치는 것만큼 실효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일을 맡기로 사전 합의된 결과물이 제 시간에 이루어지는지, 방만하게 늘어지지는 않는지 살펴볼 필요는 있습니다. 항상 말만 앞세워 그 위기를 벗어난 후 다시 예전처럼 느긋하게 그 패턴으로 사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이것은 약속을 할, 그것을 수행할 자격도 없는 일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