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비용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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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의 개념에 오해를 가지분 분들이 있습니다. 비용은 무조건 아끼면 좋다는 사상입니다. 물론 이왕이면 비용은 적게 들면서 매출이 유지되거나 늘어나면 극대화 된 이익을 누릴 수 있지만, 그렇게 생각해서는 기업이 영속하기 어렵습니다. 비용은 “쓰는 돈”이 아니라 “고객 가치”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비용의 궁극적 성격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쓰는 돈이나 판매 채널을 유지하기 위해 쓰는 돈이 아닙니다. 다만 비용은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어떤 방법으로 줄 수 있는지 고객을 위해 준비하는 선물 같은 것이란 게 더 적절한 개념같습니다.

비용을 구분하면 제조업에서는 제품원가와 판매관리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품원가는 고객이 제품을 구매할 때 얼마만큼의 금액을 들고 갈 것인가 입니다. 100원이 판매가인 제품의 원가가 30원이라면 우리는 고객에게 거래시 30원을 제품으로 드리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원가가 높은 제품은 고객이 더 선호하게 되어 있습니다. 거래시 30원을 받아가는 것보다 50원을 받아가는 게 더 좋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원가가 더해지는 요소가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30원에서 50원으로 제품 원가를 늘렸는데 늘린 20원이 고객이 좋아하는 게 아닌 불필요한 디자인이나 오버스펙의 원재료 구매에 쓰였다면 고객이 원가를 더 가져간다고 마냥 좋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사례는 오랫동안 진부화된 컨텐츠를 생산한 회사에서 겪는 전형적인 일입니다. 원가를 늘리지만 판매도 같이 잘 되지 않는 일이 벌어집니다.

판매관리비는 브랜딩을 유지하기 위한 제품 외적인 활동에 드는 모든 비용입니다. 직원들의 임금과 매장 유지비용, 광고와 물류 등에 드는 비용 및 A/S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판매관리비는 일정 부분 감수해야, 고객이 불편하지 않는 브랜딩을 적절하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판매관리비는 분명히 브랜딩에 기여하는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비용과 비례하지는 않습니다. 비싼 돈을 들여서 건물 외벽에 뭔가를 설치하거나 에어벌룬을 띄우고 광고를 한다고 한들 SNS로 적은 비용을 들이고 홍보하는 것보다 효과가 덜 할 수 있습니다.

매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임차료나 수수료가 비싼 매장이 좋은 매장이 아닙니다. 홍보나 매장의 공통점은 고객이 요즘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매체나 장소에서 해야 효과가 극대화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고객을 모르는 브랜드는 비싸거나 자신이 알던 홍보 방법만 씁니다. 매장도 좋아 보이기만하고 고객은 재미없어하는 매장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매장은 적자가 나고 홍보는 ROI에 못 미치지만, 리더의 끈기와 실무자의 태만함으로 분석없이 일이 진행되곤 합니다. 복잡한 물류 구조도 판매관리비 증가에 일조하고 리더의 허영심도 숨은 비용을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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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비용을 더 쓸 것인지에 대한 철학

비용 중에서 원가를 더 쓸 것인지 판매관리비를 더 쓸 것인지는 브랜드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더 높은 브랜딩을 유지할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판단해서 적절한 원가와 판매관리비의 비율을 정해야 합니다. 만약 매장은 허름하고 광고도 거의 하지 않지만 제품 그 자체로 고객에게 인정 받겠다고 비전을 정한 브랜드는 필연적으로 원가의 비중이 판매관리비 보다 높을 것입니다. 반대로 원가보다는 판매관리비를 일정 부분 써야 고객이 경험하는 만족도가 높아지고 그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제품만 강조하는 브랜드보다는 판매관리비가 더 높을 것입니다. 다만 둘 다를 가질 수 없다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사업 구조가 틀어지는 것은 전체 비용에 대한 한계 없이 두 가지를 모두 잡으려다 일어납니다.

철학 부재의 소용돌이

고객에게 어느 가치를 더 줄 것인가에 대한 리더의 철학이 없으면 불가능한 미션이 생기게 됩니다. 원가 이하로 고객이 더 좋아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라고 닥달하든지, 일정 판매 관리비 이하로 멋진 매장을 만들어 내라는 등의 불가능한 지시를 내립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잡기 위해서는 고객과 거래하는 가격을 많이 높이는 방법 외에는 없습니다. 이런 경우는 과거에 쌓은 브랜딩으로 얼마간은 유지될 수 있으나 곧 시장에 경쟁자를 끌어들여 보유했던 고객을 잃고 잠식 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격조차 묶여 있는 상태라면 답 없는 이야기가 회사 전체에 오랜 시간 지속됩니다. 그럼 리더의 불가능한 요구는 더 디테일 해집니다. 업무 프로세스를 촘촘히 보고 불필요한 요소를 억지로 찾습니다. 그 방법이 개선을 낳기도 하지만, 성급함은 핵심적인 역량을 다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철학이 없는 리더는 비용 구조를 벤치마킹으로 해결하려는 행태도 보입니다. 코끼리 코에 사자 갈기를 붙이는 격입니다. 제품으로만 승부를 보는 낮은 판매 관리비 구조 브랜드에 비싼 광고료를 씁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을 펼치는 타 브랜드의 전략도 적용해 보려고 합니다. 이런 경우 원가를 일부 손대야 이이 줄어드는 것을 피할 수 있습니다. 물론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이런 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태에서 이런 벤치마킹이 아무렇지 않게 여기 저기서 이루어지면 브랜드는 뚜렷한 철학없이 적자를 지속할 수 밖에 없습니다.

비용은 고객 가치다

중요한 것은 리더가 비용은 “고객 가치”라는 생각을 먼저 갖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구체적인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실무자들이 비용이 “고객 가치”라는 의식을 갖는 것입니다. 이런 의식이 없다면 이익을 위해서는 앞뒤 보지 않고 원가를 줄이자는 이야기만 할 것입니다. 하지만 원가를 ‘잘’ 줄이지 않으면 고객 가치는 증발되게 됩니다. 문제의 원인이 새는 돈에 있다면 그것을 먼저 없애야지 고객에게 주는 가치를 1순위로 자동으로 떠 올리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처음 브랜드 철학이 “가치 있는 제품”으로만 승부를 볼 회사가 판매관리비가 최근 월등히 상승했다면 문제 해결의 시작을 철학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어디서 판매관리비가 늘었으니 그것을 해결하자는 토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철학을 잊고 정치가 난무하면 아는 것과 눈에 보이는 것으로 보고서의 숫자에만 매달리게 됩니다. 철학을 잃는 순간 시장에서 어중떠중한 포지션을 갖게 될 위험이 크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시장 상황이 변하여 원가를 줄여도 되는 기술이 나오면 줄인 원가를 판매관리비에 어떻게 재투자 할 것인지 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냥 원가를 유지해야 하는 데 판매관리비를 늘리자고 주장하지 말고 말입니다. 이처럼 비용은 서로 간에 연결되어 있고 기업은 철학을 유지하며, 원가와 판매관리비의 비중과 추세를 분석해야합니다. 즉, 비용관리와 기업철학을 논의해 시장에서 차별화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