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사람이 모이면 정치가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사내정치에 대해 매우 혐오하는 입장이기도 하지만, 큰 조직에 속해있던, 작은 조직에 속해있던 정치질은 사실 피해갈 수 없다. 모두가 다 만족하는 상황이 항상 존재한다면 사내정치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절반만 만족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만족하지 못하는 조직원들의 양보(라는 이름의 희생)에 의해 이끌어 진다.

의견이 다른 조직과 마찰이 있을 때 최소한의 희생으로 모두가 이해할만한 상황(만족할만한 상황이라고 쓰지 않았다)을 만들어가는 것이 올바른 필요악의 정치라는 뜻이다. 다른 말로 최선이라는 단어를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권력을 취하기 시작하면서 그 정치질은 소수만이 만족하고, 타 조직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게 되면 필요악의 정치라는 것의 의미는 변질되고 조직은 타락하기 시작한다.

‘사루만’이라는 캐릭터는 반지의 제왕에서 언급되는 최고위 마법사(혹은 현자) 조직인 이스타리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간달프’의 옛친구이자 옛동료이며 (페이크) 최종보스 ‘사우론’의 최측근이며 반지원정대의 중간보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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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반지의 제왕

초창기 이스타리 역할을 맡았던 이 강대한 마법사는 사우론의 달콤한 타락에 권력욕이 자극되어 결국 같이 타락하게 되는데, 이 때 그와 함께 오랜동안 임무를 수행해 왔던 간달프를 배척하고 자신만의 군대를 꾸려 결국 본인이 지켜왔던 중간계를 지배하려는 야욕을 부리게 된다.

사원이나 팀원 혹은 조직의 수행원으로써 직원들이 하는 정치질은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어도 사회생활 혹은 조직생활이라는 명목하에 어쩔 수 없이 발을 담그게 되며, 그것이 옳든, 옳지 않든 본인의 의도 보다는 조직 장의 의지에 의해 방향이 좌우된다. (어쩔수 없이 하게 된다는 뜻이다.)

뭐 이런 정치입문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팀장급 혹은 임원급의 타락을 말하고자 한다.

사내에서 개발자 조직은 생각보다 많은 권력을 가질 요소가 충분히 많다. CEO가 개발에 능통하든, 그렇지 않든 개발조직은 나름의 유니크한 업무특성이 있고, 타 부서에서 지원을 쉽사리 할 수 없는 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반대로 개발팀의 인력들은 어떤 부서에 이동을 시켜놔도 보통의 생각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해결하려 시도하기 때문에 새로운 업무처리 방식에 대해 고민할 때 많은 도움이 되는 인력들 이다. (물론 개발자를 다른 부서에 이동 시키면 사직서를 쓰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지만..)

그런 조직에서의 CTO 혹은 개발팀장급의 자원들은 나름 자부심 비슷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마치 해리포터에서 마법사들이 머글을 대하 듯 다른 부서 사람들을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 그들이 딴 마음을 먹었다?

여간 곤란한 상황이 아닐수 없다. 특히 규모가 작은 조직일수록 이런 내부의 타락이 시작되면 속수무책이다. 자 한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볼까?

부서 별 마찰로 시작하게 될 것이다. 디자인, 기획 부서와 마찰이 시작되면서 (이건 뭐 어디나 있긴 하지만) 배째라는 공식으로 나올 것이다. ‘기획 언제까지 안나오면 개발 못한다’, ‘이런 방식의 디자인으로는 개발 못한다’ 등등

기획이나 디자인도 각자의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일정을 상정을 하고 그것에 대해 조율을 시도하는게 맞을텐데, 무조건적으로 개발조직의 사정만을 들어 일정을 강요한다. 어쨋든 일정을 최종적으로 마무리 하는 조직은 개발 및 QA 파트일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무기로 이 일정의 개발이 안되면 다 ‘너네 책임이다!’라는 식으로 일정을 전가의 보도로 활용하기 시작한다.

그런 사건이 종종 발생되기 시작하면 이제 임원들에게 성토가 이어질 것이고 임원들은 자체조사를 통해 그 개발팀 팀원들의 의견을 듣기 시작하려는데, 그 팀원들은 이미 팀장에 대한 신뢰 혹은 약속을 통해 내부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 심지어 개발 내부 일정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도 미공개이다.

아차 싶어 ‘팀장에게 이런 식은 곤란하다’ 라고 조정을 신청하지만, 그 팀장은 전혀 조율이 되지 않고, 자신의 조직을 무기로 이런저런 의무없는 권리만을 주장한다. 게다가 협박까지!!

“이런 식이면 저는 이 회사에 있을 의미가 없다. 퇴사하겠다.”

그런 내용의 이야기들이 사내에 돌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문제도 같이 직면하게 된다. 그 팀장을 따라 팀원들도 같이 퇴사통보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퇴사를 무기로 쓸 수 있을만큼 능력도 있고, 팀원들의 결속력을 잘 다지는 사람일 때 가능한 이야기 겠다. 사루만도 최고위급 마법사였다고!)

뭐 어디까지나 소설이지만, 이런류의 스토리는 현실에서 꽤 자주 거론되는 사례들이다.

하부 조직원들이 행하는 타락은 몇번의 질타 혹은 공론적인 방침으로 제제를 가하면 해결이 된다지만, 팀장급 조직원이 그런 마음을 먹고 제제하거나 최악의 경우 해고를 진행했을 때, 그의 대안이 신속히 나올수도 없을 뿐더러 조직원까지 이미 모두 그 팀장의 사람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따라서 이직해 버리는 경우가 생겨버린다.

이미지: shutterstock
이미지: shutterstock

진짜 골 때리는 것은 저것 때문이다.

한 사람의 문제는 어떻게든 내부의 봉합으로 처리가 된다지만, 조직의 팀장급 되는 사람의 문제는 그 하부 조직원들의 타락이 필수적으로 따라오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미 곪을데로 곪아있어 더 큰 문제가 된다.

잘라낸다? 개발팀 전체를 다 도려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단기간내에 처리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항암치료 받듯 매우 오랜기간동안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미리 예방하는 것이 최고다.

이런 정치질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인간의 본성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소통의 미비 혹은 소홀로 이루어 진다.’라고 보는 쪽이다. 병이 든다는 것은 하루 아침에 뿅하고 병에 들어 겔겔 거리지는 않는다. 걸리기 전 평소의 식습관, 행동양식으로 시작되어 병이 걸리면 잠복기 혹은 특정 기간동안 계속된 경고를 어딘가에서 계속 보내온다. 다만 그것을 무시할 뿐이다.

병중에 많은 사망자를 내기로 최 상위에 있는 ‘암’이라는 병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까?

누구든 어디서든 언제든 암은 발병할 수 있지만, 그것을 발견 한 뒤에 치료하기 위해서는 매우 오랜 시간과의 싸움이 기다리고 있고, 그것이 100% 모두 치유되는것 또한 아니다. 치유된다 하더라도 같은 부위에 재발할 경우도 있다. 그래서 그 암을 이겨내기 위해서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면 이 글에 대한 답이 나와있지 않을까 한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건전한 식습관과 행동양식을 지키며 병을 조기에 진단하는것. 사실 저 방법이 진짜 힘든 것이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살기 위해서는 해야할 것 아닌가. 싫으면 언제든 위기에 노출되어 간다는것 그 선택뿐이다.

정리하면 어느 조직이든 정치행위는 있을 수 밖에 없고 그 정치질로 인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계속 조직원들과 직접 소통해야하며, 진단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고 특히 중요한 것인 조직의 장급의 타락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

라는 엄마의 잔소리 같은 것을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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