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일을 하는 데 어떤 일이건 상관없이 다 맞아떨어지는 현상이 있습니다. ‘시간의 비용’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늦게 하면 돈이 더 들고 빨리 하면 돈이 덜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건 일이나 일상생활이나 대부분 적용되는 일입니다.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3개월 전에는 예약해야 보다 저렴하게 호텔과 항공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보통 6개월 전에 예약을 마칩니다. 물론 요즘은 반대로 접근하는 것도 있습니다. ‘데일리 호텔’ 같은 서비스는 당일에 비어있는 호텔 방을 중심으로 저렴하게 내놓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자기 주도적인 옵션을 택하기에 아무래도 자유도가 낮습니다.

닉네임을 미리 고르라고 광고하는 온라인 게임도 미리 하면 유리한 점이 많다는 것으로 유저를 모읍니다. 미리 약정을 걸어두면 싸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많죠. 미리 구매를 예약하면 공급자 입장에서도 예측가능한 안정적인 수입이 잡히므로 자금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등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직장 생활에서 조직 내외부에서 시간의 비용은 중요하게 적용 됩니다. 할 일을 미리 하지 않으면 나중에 일을 몰아서 하는 어려움 정도에 그치지만, 계약과 관련된 일을 미리 하지 않으면 나중에 많은 비용을 주고 해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이미지: shutterstock
이미지: shutterstock

절대 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업무 프로세스

가구를 만드는 일을 생각해 봅시다. 몇 일 전에 가구를 주문해야 가장 낮은 가격에 가구를 받을 수 있을까요? 물론 대량으로 한 1년 반 전에 주문하면 1달 전에 소량으로 주문하는 것보다 엄청 싸게 구매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이란 것이 미리 예측하지 않은 게 많습니다. 특히 소비자의 취향을 몇 년 전, 몇 개월 전에 미리 알 수 있는 전지전능함은 우리에게 보통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적당한 시기에는 발주를 해야 경제성 있는 오더가 만들어집니다.

건설 회사에서 아파트 한 채를 분양하는데, 단위 면적의 가구 하나당 가구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30일로 잡아봅시다. 목재 가격이 저렴한 인도네시아나 중국에 공장을 만들고 거기서 싼 노동력으로 한국에서 만드는 것보다 30% 이상 싼 원가로 만든다고 생각해보죠. 정상적인 흐름이라면 ‘단위 면적*단위 수’에 맞춰서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시간의 capa에 맞게 주문을 넣을 겁니다. 모든 것을 개별로 만들지 않고 모듈로 작업하기에 꼭 ‘단위 면적 * 단위 수’로 시간이 걸리지 않음을 감안합니다.

예를 들어 300개 가구에 들일 기본적인 가구의 적정한 발주 기간이 90일 전이라고 합시다. 제대로 된 회사라면 10/1일까지 가구가 입고되려면 6/30일 전에는 발주를 넣을 것입니다. 제 시간에 발주를 넣으면 공장에서는 정상적으로 목재와 부재료를 준비하고 가공하고 도장하는 공정을 거쳐 배에 실어서 입항 절차를 밟은 다음 국내 물류 창고를 거쳐 건설현장으로 향할 것입니다.

하지만 6/30일이 지난 다음에 발주 오더를 넣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 앞에서 결정해야 할 것이 결정 나지 않을 때죠. 가구 수를 몇 개로 하느냐에 시간이 더 걸린다든지, 이런 종류의 가구를 제공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 등이죠. 물론 아파트를 짓는 것은 사전에 모델 하우스를 짓고 돈을 받아서 진행하는 거니까 이렇지는 않을 겁니다. 이미 약속된 도면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사전에 고객에게 돈을 받지 않는 대부분의 아이템들은 앞 공정의 누수로 뒷 공정이 다급하게 잡히는 일이 많습니다. 가구라도 매장에 인테리어를 하는데 필요한 가구인데 매장 인테리어 도면이 늦게 마칠 경우 오픈할 날짜가 지나치게 얼마 남지 않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될 수 있죠.

다급하게 일을 진행하면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갑니다. 만약 이미 계약한 공장의 capa가 도저히 되지 않을 때는 급하게 외주 공장을 잡아야 하는데, 어느 공장이 생산라인을 늘 비워두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보편적인 비용보다 얼마를 더 달라고 해도 줄 수 밖에 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일의 최종 마무리를 지연시키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경우에는 방법이 없죠. 이 공장에서 다 처리할 수 있을 경우에도 원재료 확보에 비용이 많이 들거나 직원들의 야근과 특근 수당으로 많은 돈을 치뤄야 합니다. 중국 같은 곳은 법적으로 주간 노동에 비해 야간 노동의 임금이 매우 높고 그것도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정 내부에서 시간의 부족으로 비용이 올라가게 되면 결국 최종적으로 손해는 본사나 고객이 집니다. 계획한 것보다 비싼 비용이 들어서 수익 구조가 안 맞는 판관비가 들거나 이것이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어 구매하는 고객이 손해를 보고, 대체재가 시장에 있을 경우에는 비싸니까 고객의 선택에 외면받을 확률도 큽니다. 외주 공장만 이익을 보는 결과입니다. 나머지에게는 다 손해입니다.

원재료를 확보하고 제품을 제조하는 공정에만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늦은 계약은 다 해당됩니다. 요즘도 그런 장사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시장 한 바퀴를 더 돌면 아까 물어봤던 가격보다 더 오른 가격으로 부르는 장사꾼도 있었습니다. 업체 계약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누가 더 초조해지느냐로 시장 가격은 판정됩니다. 내가 더 초조한 입장이라면 더 돈을 내고 불리한 조건을 수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는 제조, 점포 개발, 고용 계약, 투자까지 전 방위적으로 적용됩니다. 많이 해 보고 거의 정리된 절대 소요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많은 비용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절대 소요 시간이 정리되어 있지 않거나, 정리된 절대 소요 시간을 그 앞의 프로세스를 지키지 않아도 별 문제 없는 측정의 부재, 상벌의 부재가 정상적인 프로세스를 늘어뜨리게 만들었습니다.

이미지: shutterstock
이미지: shutterstock

비용만 올리는 늦은 설계

최근 ‘4차 산업 혁명’을 빙자한 ‘오버 스펙’이 기존 문화에 찌든 기업에서 생기고 있습니다. 앞 뒤 따져 보지도 않고 연구와 기획, 제조와 판매에 드는 시간을 줄이자는 것입니다. 1년 뒤에 유행할 외식 메뉴를 지금 정해서 미리 재료를 싼 값에 구하고 우수한 조리사를 구할 수는 없듯이 적절한 예측을 생각해서 소요 시간을 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소비재의 정확한 예측이 단순히 만드는 시간을 줄이는데만 있지 않습니다.

사회적 현상은 늘 앞서서 올 징조를 보입니다. 이것은 지금 후다닥 해서 보이는 최종적인 결과보다 더 앞선 현상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미국은 우리 나라의 10년 뒤, 일본은 3년 뒤 모습이라고 이야기 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실제 그 정도 시기를 두고 미국이나 일본에서 유행하던 아이템이 들어와서 적지 않은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그 정도의 시간 차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이는 유행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 사는 환경이 그들을 따라간다는 것입니다. 인구 구성의 변화, 집값의 변화, 부채의 증감, 이자율의 변화, 평균 소득의 수준, 소득에 따른 니즈의 변화 등 사람 살아가는 환경이 비슷한 흐름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죠. 이런 변화는 결국 사람이 원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비슷한 흐름을 현지 사정에 맞추어서 커플링되게 만듭니다.

그런 과정에서 ‘4차 산업 혁명’은 그것을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환경의 속도를 올렸습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loT, 3D 프린터는 그런 변화의 힌트를 제공해 주고 시제품을 만드는 데 더 간편함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새로운 고객의 니즈를 모두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빅데이터도 어떤 관점에서 그것을 해석하느냐의 문제가 빅데이터 자체의 확보 이후 더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뭔가가 있는 상태에서 기계를 활용하는 것이지 아무 것도 투입할 재료를 모르는 상태에서 기계를 확보했다고 최종 성과가 좋아지는 게 아니듯 말입니다.

하지만 겉만 따라하기 바쁜 기업들은 유행의 측정에 투자하지 않고 보이는 최종 결과를 따라하기에 비용을 높이고 낮은 적합도를 보입니다. 미리 예측하는 것은 인문학적 역량이 필요한 부분인데 그런 것에 대한 토론 없이 바꿀뿐이지 근본적인 기업 철학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흐름을 읽어야 합니다. 숫자의 흐름만 읽어서 모든 게 끝난 것의 다리만 긁고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흐름의 변화를 읽어야 합니다. 변화는 대화에서 읽을 수 있고 보편적인 것을 보편적으로 즐길 때에 알 수 있습니다. 억지로 뭔가를 파악해 보는 것은 왜곡된 고객만 알 수 있을 뿐입니다. 결국 최종적인 것만 바쁘게 해서 비용만 올릴 뿐이죠. 적합성과 비용을 동시에 잡기 위해서는 무조건 예측 시간을 줄이는 게 아니라 적당한 예측의 절대 시간을 산업별로 찾아야 합니다.

이미지: shutterstock
이미지: shutterstock

개인 업무 시간을 침해하는 조직

개인의 업무 처리도 그렇습니다. 늦게 시작하면 좋은 퀄리티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집중하는 시간에 여유가 사라지면 늘 하던 것으로 생각이 몰아갑니다. 새로운 방법, 신선한 아이디어는 시간의 압박으로 머리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여기에 일조하는 것이 중간중간에 속도를 쪼는 상사들입니다. 일을 맡기고 예정된 시점에 결과를 보면 되는데 중간에 급하게 불러서 정상적으로 일할 시간을 앗아갑니다. 중간에 속도를 점검하니까 일하는 사람이 늘 쫒기는 기분에 빠져듭니다.

물론 일의 진척이 막판에 와서 늦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전체적으로 틀어지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기업들은 최근 여러 도구를 통해서 자율을 유지하면서도 일의 진척을 공유하는데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클라우드를 쓰느냐, Trello같은 업무 생산성과 관련된 어플리케이션의 힘을 빌리기도 합니다. 여기서 도구의 품평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전에 시작하고 마치는 시간이 약속이 되어 있고, 어떤 결과물의 형태로 어디에 놓여질지에 대해 사전 합의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간에 피드백 할 내용은 속도를 빨리 나가라기 보다는 정해진 절대 시간 안에서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키는 작업입니다. 아이디어의 내용은 실무자가 가장 잘 알겠죠. 다만 아이디어를 실현하는데 있어서 경험치가 낮으면 어떻게 사용자 중심으로 발전시킬지에 대한 구조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관리자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계약의 문제와 프로젝트의 진척에서 벌어지는 시간의 문제는 하나로 귀결됩니다. 조직의 업무 프로세스의 문제입니다. 일을 어떻게 핸들링 할 것인가, 표준적인 시간에 대해 모두 알고 명문화되어 지키고 있느냐 등 하나의 문제입니다.

기업에서 표준보다 과하게 쓴 비용을 추려봅시다. 시간이 다급해서 쓴 비용들이 얼마만큼의 이익으로 추가 기여했는지, 이것은 누구의 변심으로 초래한 결과인지 모여서 논의해야 합니다. 일하는 습관을 변화시키는 것을 감정적으로, 평소 근태만으로 할 게 아니라 구체적인 팩트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습니다. 논의가 어느 정도 되면 업무 프로세스를 효과성 차원에서 다시 그릴 수 있습니다. 언제 시점에 누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말이죠.

 

[fbcomments url=”http://ec2-13-125-22-250.ap-northeast-2.compute.amazonaws.com/2017/01/04/peter_timing/” width=”100%” count=”off” num=”5″ countmsg=”wonderfu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