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진님이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번 더 소개합니다.

글쓴이는 2010년부터 중국에서 알리페이, 위챗 등 모바일 결제 연동, 온라인 마케팅 및 O2O를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다. 비록 화려한 아이디어와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적인 내공을 바탕으로 중국 모바일 결제에 대한 이야기와 중국은 어떻게 모바일 결제를 실현했는지 풀어보려고 한다. 글로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어 내용을 써내려가는 과정이 논리적이지 않을 수도 있기에, 잘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있거나, 또는 더 알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질문 게시판을 이용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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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대신 핸드폰을 꺼내는 중국인들
마트에서 장을 본 고객이 계산대에서 지갑이 아닌 핸드폰을 꺼내 계산하는 모습은 중국에서 이미 흔한 일상이 되었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광경이지만, 실제로 중국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손님들이 현금이나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핸드폰에 설치되 있는 알리페이와 위챗을 사용해 계산한다. 글쓴이는 평소 주머니에 300위안 현금을 비상금으로 가지고 다니지만 한 달이 지나도 다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동네 슈퍼마켓, 미용실, 택시요금, 식당 등 모든 계산을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중국인은 왜 지갑이 아닌 핸드폰으로 결제를 하는 것일까?’

모바일 결제의 소비자 혜택 1) 각종 할인, 포인트, 즈마신용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현금이나 은행카드 보다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사용하게 되면 브랜드/매장에 따라 랜덤 할인이나 정액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혜택이 주어진다. 또한 알리페이와 위챗이 직접 주관하는 행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브랜드가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모션들이 있다. 그 쿠폰들이 모두 알리페이나, 위챗으로 발급되기 때문에 고객은 알리페이나 위챗으로 결제하지 않으면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더불어 간접적인 혜택들도 있다.
알리페이의 경우, 알리페이로 결제를 하면 개미포인트(蚂蚁积分)라고 불리는 마일리지 포인트가 쌓이며, 알리바바가 만든 신용등급인 즈마신용(芝麻信用)이 올라가게 된다. 개미포인트와 즈마신용은 현재 서비스를 개발/확대시키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비록 소비자의 니즈가 크지는 않지만 이들은 향후 한국의 OK캐시백의 역할이나, 할부구매 및 대출등 신용카드가 하는 역할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위챗페이는 알리페이처럼 체계적인 마일리지 포인트나 신용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위챗페이를 사용하면 결제금액의 일부를 축적해두었다가 토요일과 일요일에 결제할 때 아무 매장에서나 할인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여러 가지 혜택을 더 주는데 소비자가 모바일 결제를 꺼내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고객들이 혜택을 본다고, 매장에 알리페이, 위챗페이를 연동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소비자에게만 혜택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바일 결제의 겉모습만 본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서비스로 제공해야 하는 것은 매장의 의무이다. 이것은 서비스업의 본질이기에 고객이 원하면 사업자는 잘 모르더라도 연동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모바일 결제는 고객뿐만 아니라 사업자의 입장에서도 엄청난 혜택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고민을 하는 사업자는 없을 것이다. 사업자의 입장에서 모바일결제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혜택이 있을까?

모바일 결제의 사업자 혜택 1) 고객의 계산대 체류시간을 줄여라!
매장은 고객이 현금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고객이 현금을 사용할 때 위폐를 받을 리스크가 증가하고 더불어 주머니에서 잔돈을 꺼내는 고객을 기다렸다가 돈을 받고 매장직원도 잔돈을 거슬러 줘야하니 고객의 체류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글쓴이가 매장 모니터링을 해본 경험에 의하면 현금 사용자의 경우 평균적으로 10초 가량의 체류시간이 발생한다.

은행카드는 현금보다 계산대 체류시간이 더 심각하다. 한국처럼 신용카드 제휴가 원활하지 않아서 자동으로 할인이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은행카드를 수취하고 POS에 결제금액 입력, 고객 비밀번호 입력, 마지막 싸인까지 받는데 자그마치 15초 가량이 걸린다. 브랜드와 제휴한 은행이 있으면 따로 할인율을 적용해 입력해줘야 한다.

반면 모바일 결제는 위폐에 대한 리스크가 없고, 스캔만하면 되기 때문에 전체 프로세스가 5초도 걸리지 않는다. 현금에 비해 절반 수준, 은행카드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계산대 체류시간을 줄여준다는 것만으로도 매장의 입장에서는 운영효율을 엄청나게 끌어올리는 것이다. 글쓴이는 매장에 계산하려고 줄 서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 다른 매장으로 발길을 돌려버린다. 아마도 나 같은 고객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계산대 체류시간을 줄이는 것은 매장 사업자에게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모바일 결제의 사업자 혜택 2) 낮은 수수료!
중국에서 은행카드 수수료는 요식업의 경우 더 높은 경우도 있지만 약 1%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의 수수료는 일괄적으로 수수료가 0.6%이다. 은행카드 보다 수수료가 낮으니 사업자는 당연히 모바일 결제를 추천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사업자가 매장에 위챗페이를 연동하지 않고 알리페이만 연동한다면 0.6%의 결제 수수료도 면제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위챗페이는 알리페이와 달리 위챗페이만 연동한다고 해서 수수료를 면제해주지는 않는다. 알라이페의 경쟁상대는 위챗페이지만, 위챗페이의 경쟁상대는 알리페이가 아니라 현금과 은행카드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후반부에 다시 설명하도록 하겠다.

그 외, 모바일 결제의 장점을 말하려면 알리페이와 위챗의 성격이 다르므로 두 회사를 나누어 설명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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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페이는 고객을 알고 있다.’
사업자는 우리 매장에 오는 고객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그저 점원의 말만 듣고 대략적으로 남자고객이 많은지 여자고객이 많은지, 나이대는 대략적으로 추측하며, 하루 매출 총합을 거래건수로 나누어 남녀노소 불문 퉁쳐서 객단가를 파악하는 정도다. 사업자는 나의 고객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크다. 내 물건을 사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그에 맞는 적절한 마케팅을 할 것이 아닌가? ‘우리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데스크탑을 보는 아저씨들인지 아니면 모바일로 인터넷을 하는 20-30대 인지, 회사 근무시간에 저녁 반찬을 구매하는 아줌마들인지’를 알아야 니즈에 맞게 마케팅을 기획할 수 있다.

알리페이는 사업자의 이런 갈증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영업할 때도 알리페이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첫 번째로 강조한다. 회원가입 할 때 신분인증을 해야 사용할 수 있는 알리페이는 사용자의 성별, 나이, 거주지, 현재 위치(APP를 사용하므로)등 기본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다. 더불어 타오바오, 티몰에서 끌어 모은 거래 데이터를 통해 고객이 인터넷에서 어떤 물건을 사는지를 알 수 있으며, 신용정보(즈마신용)을 높이기 위해 입력한 결혼유무와 직업 등등 회원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알고 있다. 물론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알리페이를 사용하므로 고객이 평균적으로 언제 어떤 음식을 먹고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지도 알고 있다. 이렇게 가공한 빅데이터를 사업자에게 통계의 형태로 제공한다.

알리페이는 돈을 쏟아 붓는 행사를 진행한다.
매장 사업자는 하고 싶어도 비용대비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쉽게 큰 행사를 진행하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진행해봐야 매장 앞에 이쁘고, 늘씬한 나레이터 모델들 불러다가 짧은 미니스커트 입혀놓고 춤추게 하거나 작은 부스 설치하고 고객들에게 시식시키는게 전부이다. 매장에서 그렇게 한다고 손님이 찾아오는가? 단지 매장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번 쳐다보거나 시식음식 먹튀가 전부이다.

비록 해를 거듭할수록 행사 지원금이 작아지고는 있지만 알리페이는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기발하고 재미있는 행사들을 비교적 자주 기획한다. 알리페이가 기획하는 행사에 참여하게 되면 알리페이도 브랜드/매장 행사비용의 일부(대부분은 절반)를 부담하게 되므로 사업자로서는 오히려 고마운 일이다. 더욱이 사업자가 가지고 있는 플랫폼은 오프라인 매장밖에 없지만, 알리페이는 사용자 위치기반의 온라인 플랫폼 APP를 가지고 있으니, 행사의 노출 효과는 당연 더 좋을 수 밖에 없다.

알리페이 행사 중 가장 큰 행사는 12월 12일(双十二) 할인 행사이다.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서 진행하는 12/12 이벤트는 매장 브랜드에 따라서 당일 매출이 수 배에 오르기도 한다. 글쓴이와 관련된 브랜드는 당일 매출이 약 2배 가량 증가했다. 12/12를 제외한 나머지 행사들은 12/12 이벤트처럼 막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매장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어떠한 행사보다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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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2일 双十二이벤트, 알리페이 결제할 때 1개의 보석을 랜덤으로 획득하게 되며 4개의 보석을 모두 모으면 1.5만명 추첨을 통해 1,212위안 홍빠오 지급. 홍빠오를 획득하지 못하더라도 각 보석마다 제휴된 브랜드 쿠폰으로 교환할 수 있다.

 

‘위챗, 고객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공간’
위챗은 알리페이와 달리 전화번호만 있으면 별다른 신분인증 없이 위챗 가입이 가능하고, 위챗의 결제시스템은 텐페이(财付通)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인터넷 쇼핑기록이 아니라 텐센트 게임과 관련된 거래들이다. 즉, 빅데이터라는게 없다. 그래서 위챗페이를 연동한다 하더라도 사업자가 알 수 있는 고객 데이터가 없다. 기껏 해봐야 위챗페이를 결제하고 자동 팔로우하게 된 공식계정의 팔로워 나이, 지역 정도일 뿐이다. 그나마도 사용자가 임의대로 입력한 데이터들이기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져 사용가치가 매우 낮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위챗페이로 결제하고 공식계정을 팔로우 한다는 것은 매우 메리트있는 일이다. 위챗 공식계정은 사업자에게 있어서 홈페이지와 같은 공간이다. 고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위챗 공식계정을 통해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사업자가 발행하는 포스트를 통해 홍보 마케팅 진행도 가능하며 사업자가 발급하는 쿠폰을 고객이 직접 SNS공유하기에 확산에도 좋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장 활용하기 좋은 공식계정의 기능 중에는 멤버십 회원카드가 있다. 브랜드가 직접 멤버십 회원카드 시스템을 갖추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하므로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 억 원의 비용이 투입될 수 밖에 없다. 단일 매장이라면 위챗 공식계정에서 직접 멤버십 회원카드 기능을 직접 사용할 수 있으며, 매장이 여러 개이며 지역 법인별로 정산해야 하는 재무관련 이슈가 있다면 위챗과 제휴되어 있는 기술서비스업체(服务商)을 통해 매우 적은 비용으로 연동/개발이 가능하다.

※기술서비스업체를 직접 찾을 필요는 없다. 위챗페이에 문의하면 사업자의 상황에 가장 적절한 업체를 연결시켜 준다

그 외에도 매장의 와이파이와 위챗을 연동하여 고객이 매장에서 위챗 QR스캔으로 간편히 와이파이를 연결할 수 있으며 와이파이가 연결되면 공식계정 팔로우와 쿠폰을 수령할 수 있다. 쿠폰은 ‘수령 후 5시간 이후 사용가능’ 이나 ‘일정금액 이상 소비시 사용’이라는 허들을 설정하면 고객의 방문주기 단축 및 객단가를 향상시키는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위챗은 공식계정에서 제공하는 10여가지 부가기능만 하더라도 그 활용가치가 매우 높지만, 사업자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위챗과 연동할 수도 있다. 글쓴이는 요즘 중국 매장의 무인정산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다. 매장 계산대에 손님이 줄서는 것은 분산시키고, 고객의 동선을 매장 구석까지 확대시키기 위해서다. 비록 아마존GO와 같이 비용을 들여 최첨단 시스템으로 갖추기는 어렵겠지만, 고객에게 작은 재미와 혜택을 주고 직접 셀프 계산하도록 하는 형태이다. 그 시스템 기반이 위챗페이-공식계정과 연동하는 모델이다. 차후 런칭하게 되면 그 구조와 연동방식에 대해 공유해볼까 한다.

위챗, 현금 안 쓰는 날 행사 

알리페이에 12/12이벤트가 있다면 위챗페이에는 8월 8일 ‘현금 안쓰는 날’(无现金日) 행사가 있다. 이 행사는 “위챗페이를 쓰세요!”의 메시지가 아니라 “종이 현금을 쓰지 마세요”라는 공익행사다. 그래서 이 행사에는 은행들뿐만 아니라 수 많은 업종과 브랜드가 행사에 참여한다. 물론 위챗페이를 사용하게 되면 위챗에서 보조금이 나온다.

중국은 어떻게 모바일결제가 플랫폼이 되었을까?
이 이야기를 풀어내려면 중국의 인터넷 발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다. 내용이 광범위해서 과연 내가 잘 설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생각나는 대로 최대한 심플하게 적어봐야겠다.

전자상거래에서 신뢰를 중계하는 ‘알리페이’
짝퉁제품 유통에 익숙한 중국인들은 우리보다 불신이 더 높기 때문에 제품을 눈 앞에 두고도 믿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눈 앞에 제품을 두고도 못 믿는 중국인들이 오늘날 물건을 직접 보지도 않고 인터넷에서 구매한 거래액이 한화로 2016년 900조원이 넘는다. 자그마치 전세계 거래량 중 47%를 차지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해졌을까?

중국의 인터넷 쇼핑몰의 역사는 매우 짧다. 1990년대 후반 중국에도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있었지만 2002년 미국의 Ebay가 C2C전자상거래 플랫폼 이취왕의 지분을 인수하여 중국시장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전자상거래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Ebay는 수수료가 높은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기반이었다. 또한 판매자와 구매자간에 직접 거래형태(P2P, Peer to Peer)였기 때문에 인터넷 거래에 신뢰하지 못하는 중국인들에게는 매우 꺼려지는 거래 방법이었다.

뒤늦게 출범한 작은 기업 타오바오는 Ebay의 이런 허점을 잘 이용했다. 구매자의 대금이 바로 판매자에게 전달되는 방식을 버렸다. 타오바오 플랫폼이 대금을 보관하고 있다가 구매자가 제품 수취를 한 후에 판매자에게 대금이 전달되는 에크스로제도 방식을 채용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알리페이 출발이었다.

구매자가 제품을 수령 받은 후 확인버튼을 눌러주지 않으면 대금이 전달되지 않는 안전장치가 걸려있으니 의심 많은 중국인들도 안심하고 인터넷 쇼핑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없는 것이 없다는 타오바오에서 인터넷 쇼핑하기 위해서 소비자는 타오바오와 별개로 알리페이 사이트에 회원가입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 번거로움은 충분히 감수 할 만 했다.

알리바바가 2003년 타오바오와 함께 알리페이를 출시했을 때만 하더라도 오늘날과 같이 따로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것은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알리페이를 별도의 서비스로 운영한 것은 오늘날 결제시스템이 별도의 APP으로 자리잡는데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중국에 모바일을 통한 인터넷 접속이 증가했고, 시기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2012~13년도 쯤에 타오바오가 모바일 웹버전을 출시하고 얼마 안있어 ‘알리페이지갑’(支付宝钱包)라는 APP도 출시됐다. 당시 알리페이만 단독으로 출시된 APP은 알리페이 충전과 잔액확인 정도만 있을 뿐 그 외 어떤 콘텐츠도 없었다. 타오바오와 티몰을 구매할 때 결제하기 편한 APP이었을 뿐이다. 후에 알리페이 잔액으로 이재상품을 가입하는 금융상품 위어바오(余额宝), 엔터테인먼트 영화와 게임에 투자할 수 있는 금융상품 위러바오(娱乐宝) 등을 출시하는 등 서비스 콘텐츠를 추가하면서 알리페이 APP는 점점 플랫폼으로 변신해 갔다.

그러나 알리페이는 오늘 날까지도 여전히 사용자들이 결제할 때 사용하는 APP으로 인식되어 사용되고 있다. 알리페이는 사용자 입장에서 결제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루에도 여러 번 실행할 수 있는 진정한 플랫폼이 되길 원한다. 그래서 알리페이는 SNS, 커뮤니티, 근거리 친구 찾기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알리페이는 위챗이 되고 싶어한다! 잡설을 하자면 Ebay의 타오바오 패배 및 철수는 중국문화를 배제하고 진출한 해외기업의 참고하기 좋은 실패사례이기도 하다.

위챗,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SNS에 페이먼트를 더하다.
1999년 국민 메신저 QQ를 출시한 이래 QQ이메일, QQ게임, QQ음악, 블로그 QQ공간(QQ空间), QQ브라우져 등 QQ를 중심으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추가해왔던 텐센트는 2011년 모바일 SNS 위챗을 출시하게 된다. 중국어 채팅의 불편함을 획기적인 음성채팅으로 대체한 위챗은 주변 사람 검색과 흔들기 기능등 신개념의 놀이들을 추가하며 QQ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국민 모바일 SNS로 자리를 잡았다.

위챗은 개인간의 메신저뿐만 아니라 펑요췐이라 불리는 친구들만 볼 수 있는 모멘트를 오픈하며 폐쇄형 SNS를 출시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웨이보 등 친구승인이 없더라도 팔로우만 하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오픈형 SNS이 난무하는 시대에, 오로지 친구만 볼 수 있는 폐쇄형 모멘트의 출시는 모험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오히려 오픈형 SNS과 달리 아는 사람들만 소통하고 공유하는 위챗은 끈적한 정(情)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웨이상이라는 비지니스로 발전하기도 했다.

위챗은 2013년 공식계정을 런칭하면서 제2의 도약을 펼치게 된다. 공식계정을 팔로우한 위챗 사용자에게 푸시메세지를 발송할 수 있고, 쇼핑몰 개설을 할 수도 있으며, 고객센터를 개설해 실시간으로 고객을 응대할 수도 있다. 또한 공식계정에서 제공하는 오픈API를 통해 사업자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위챗안에서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무궁무진하다.

모바일의 편의성, 개설비용 무료(300위안), 8억명의 위챗 사용자, 완벽한 위챗 호완성 등의 이유로 공식계정은 기업의 홈페이지나 APP와 같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리고 개인과 사업자들은 위챗의 생태계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

위챗 안에서 개인과 비즈니스 생태계가 구축되고 난 이후, 2014년 위챗페이가 런칭되었다. 위챗페이는 텐페이의 시스템을 위챗에 적용한 것이다. 텐페이와 위챗페이의 차이가 있다면 텐페이는 온라인 결제(웹사이트에 붙는 결제)이고, 위챗페이는 위챗 및 공식계정과 연동되어 사용자가 위챗으로 결제를 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결제라는 점에서 그 차이가 있다.

위챗의 월 액티브유저(MAU, Monthly Active Users)는 8억 명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중국인들은 이미 모두 위챗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업무 이메일이 위챗메세지로 대체되었고, 명함의 전화번호가 위챗QR로 대체되었고,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땐 친구들의 모멘트를 보거나 공식계정에 올라온 포스팅을 읽는다. 위챗은 사람들에게 이미 친숙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거기에 결제까지 지원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지갑보다 더 편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오프라인 매장에 알리페이만 런칭했을 때 많은 고객들은 묻는다.

“위챗페이도 되나요?”

결제 플랫폼에 SNS가 되고 싶어하는 알리페이, SNS에서 결제 플랫폼이 된 위챗. 위챗을 경쟁상대로 생각하는 알리페이와 현금과 은행카드를 경쟁상대로 생각하는 위챗의 경쟁은 이미 판가름이 난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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