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 퍼틸레인 고문이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한한령>으로 인해 중국의 안방에서 한류스타가 자취를 감추었다. 작년 상반기 중국 콘텐츠 시장에서 최대 이슈였던 <태양의 후예>를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개입이 시장경제에 가장 리스크인 셈이다. 민간 기업에서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요즘 중국에서 <도깨비>라는 드라마가 뜨고 있다. 아니, 이미 중국에서도 난리가 났다. 체감상으로는 <태양의 후예>에 버금가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문제는 공식 방영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어둠의 시장에서 대박이 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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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되면 바로 스트리밍 혹은 릴 버전이 앞 다투어 올라온다. 시간이 약간 지나면 번역자막이 입혀진 버전이 올라온다. 스트리밍에 먼저 올린 이들은 트레픽을 우선 땡겨서 광고수익을 노리는 것이고 릴버전에 자막을 입혀 파는 애들은 타오바오 같은 곳에서 회당 1위안씩 받고 판다. 지하창조경제, 어느쪽이건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것이겠지.

현 상황은 다시 과거로 회귀한 셈이다. 과거 <대장금>, <풀하우스>, <상속자들> 같은 드라마들이 온라인의 불법 공유를 통해 인기를 끌자 방송사에서 공식 수입을 해서 재방, 삼방 등을 통해 수익을 거뒀던 시대 처럼 말이다. 다만 <도깨비>는 현재의 <한한령>으로 인해 엄청난 인기에도 불구하고 공식 수입은 어려울 전망이다. 방송사들이 모두 눈치를 보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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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ku 홈페이지

이 상황에 가장 입맛 다시는 곳은 동영상 서비스를 하는 아이치이, 요쿠투도 같은 곳이다. 대박 콘텐츠 하나가 얼마나 큰 수익을 안겨주는지 그들은 <태양의 후예>를 통해 경험을 했다. 한국의 제작사는 100억 정도의 지원예산을 받은 것이 전부이나 서비스를 했던 아이치이는 유료회원, 광고, 재판매권 등을 포함해서 스무배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수익보다 더 컸던 것은 월 과금유저인 VIP 회원들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과금유저로 남아 다른 콘텐츠를 소모하고 있으니 하나의 과금유저 모객을 위한 마케팅 비용까지 감안하면 <태양의 후예>가 아이치이에게 가져다 준 효과는 그야말로 황금알에 가까웠던 셈이다.

그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도깨비>를 기껏 불법서비스나 하는 장사꾼들에게 넘겨줘야(?) 하는 그들의 심정이 가장 안타까울 것이다.

중국 드라마는 확실히 한국 드라마처럼 주 수요층이자 공략 대상인 여심 공략에 미숙하다. 과거 무협 아니면 항일전쟁만을 다루던 시대에 비하면 여러가지 다양한 소재가 등장하지만, 캐릭터는 평면적이고 내용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여전히 한류 드라마를 선호한다. 캐릭터도 입체적이고 내용도 (막장을 넘나드는 다양한) 흥미로움을 자극한다. 당분간은 공유 사이트에서의 한국 드라마 열풍은 지하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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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도 같은 알리바바 산하의 거대 플랫폼도 현재는 불법으로 올라온 한국 프로그램들을 애써 모른체 하는거 보니 트레픽 유지라도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반응을 보려는 것인지 궁금하긴 하다.

중국에서 <도깨비>의 성공은 주인공인 ‘공유’의 역활이 크다. 그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중국의 여심은 흔들린다. 공유는 소재 등으로 중국 극장 상영에 실패했던 본인의 출연작 <부산행>도 지하세계에서 초대박이 났었는데, 이 연타로 대박을 낸 셈이다. 인지도는 단숨에 탑 클래스가 되었는데 <한한령>이라는 여건상 광고섭외조차 받기 힘든 현 상황이 내가 다 안타까울 정도다. 공유는 현재 대만에서도 인기폭발이다.

애초 중국시장을 겨냥해서 제작한 드라마들이 있다. <보보경심>, <푸른바다의 전설>, <화랑>, <신사임당> 등이 그러한데 수출계약에 성공한 콘텐츠도 있고 못해서 현재 발을 동동 구르는 곳도 있다. 하지만 제작컨셉이 애초 중국시장을 겨냥해서 한류스타 캐스팅하고 제작비를 조달한다는 일련의 드라마제작의 패턴은 당분간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한류스타라는 이미지와 그에 따른 수익을 노리는 얄팍한 계산으로 출연여부를 결정하는 일부 스타들의 관행도 사라져야 할 것 같다.

<도깨비>의 성공은 내수시장을 노린 것이고 국내에서 인기를 끌면 중국에서도 인기를 끌 확률이 높다. 한국여자나 중국여자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감성은 비슷한데 그것을 반드시 중국소재로만 어필하려고 하면 도리어 우리의 제작 능력과 장점을 잃어버리는 것 같다.

엔터 쪽 관계자들, 방송 관계자들, 영화 쪽 관계자들 모두 요즘 많이 힘들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힘든 빙하기 우선 잘 견뎌 내시길 바란다. <도깨비>의 인기를 보니 여전히 중국에서는 한류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워낙 탄탄해서 어떤 전환점이 열리면 다시금 한류 콘텐츠의 황금기는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이럴 때 정부가 좀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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