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중국 IT 칼럼니스트가 미디엄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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罗辑思维. 한국말로는 논리사유, 중국어 발음으로는 ‘뤄지쓰웨이’라는 브랜드는 중국 대표격 지식 기반 왕홍이자 콘텐츠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왕홍?

왕홍 하면 이런 분들이 떠오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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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ayeen.com

하지만

뤄지쓰웨이의 대표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뤄전위는 이렇게 생기셨(?)습니다.

출처: 바이두 바이커
출처: 바이두 바이커

아……

중국인들은 그를 향해 ‘뤄팡(罗胖)’이라고 합니다. 직역하면 ‘뤄씨 성을 가진 돼지(…)’입니다. 푸근한 외모를 빗대어 부르는 애칭이죠.

뤄전위는 중국 국영 방송 채널인 CCTV에서 샹우띠엔슬(商务电视;비즈니스TV), 징지위파(经济与法;경제와법), 뚜이화(对话;대화) 등의 유명 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한 PD였습니다.

이후 2008년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로 쥐에짠샹창(决战商场;시장의 결전), 쫑궈징잉저(中国经营者; 중국경영자) 등의 프로그램 사회자를 맡습니다. 그러면서 뤄전위의 인사이트를 따르는 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는 TV를 벗어나 인터넷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합니다. 2012년 12월 21일. 요우쿠(优酷)라고 하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에 50~60분 분량의 강연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타이틀인 즉슨 ‘뤄지쓰웨이’였습니다. 주요 내용은 경제, 역사, 시사와 관련된 논평 및 분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요우쿠에서 50~60분간 방영되는 뤄지쓰웨이 방송 캡처. 출처:요우쿠
요우쿠에서 50~60분간 방영되는 뤄지쓰웨이 방송 캡처. 출처:요우쿠

또한, 매일 오전 6시 30분(중국시간) 웨이신 공공계정(公众号)을 통해 60초 음성 메시지로 일일 이슈를 정리해주는 콘텐츠도 배포합니다. 중국 최대 팟캐스트인 시마라야(喜马拉雅)와도 제휴를 했는데요, 들은 횟수만 해도 약 3억5261만번에 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뤄지쓰웨이의 콘텐츠를 보고, 듣고자 몰려들었는데요. 요우쿠에서는 170만명의 팔로어(粉丝)를, 웨이신에서는 700만명의 팔로어를 확보합니다.

뤄지쓰웨이의 발전 과정(현재 지표와 다른 부분들이 있습니다) 출처:toutiao.com
뤄지쓰웨이의 발전 과정(현재 지표와 다른 부분들이 있습니다) (출처:toutiao.com)

뤄지쓰웨이는 이커머스 서비스와도 연결돼 있습니다. 纸质图书란 인터넷 서점을 개설했으며, 精选好物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문구류와 같은 제품을 특별 판매합니다. 해외에서 나오는 번역서 중 纸质图书에서만 독점판매하는 서적들이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지식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셈이죠.

뤄지쓰웨이가 운영하는 쇼핑몰
뤄지쓰웨이가 운영하는 쇼핑몰

지난 2014년 추석 명절 전에는 월병 4만개를 팔아치웠는데, 이는 스타벅스 차이나의 월병 판매량을 뛰어넘은 수치였습니다(뭐 스타벅스 코리아에서는 옥수수/고구마/감자를 모아 옥고감(?)을 판매했죠. 월병 역시 비슷한 형태의 특선 판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뤄지쓰웨이에서 판매했던 월병. @ 문양이 인상적이다. 출처:http://www.ljsw.cc/thread-1345-1-1.html
뤄지쓰웨이에서 판매했던 월병. @ 문양이 인상적이다. 출처:http://www.ljsw.cc/thread-1345-1-1.html

2015년엔 13억 위안(약 2200억원) 가치로 시리즈B 투자를 받았으며, 이듬해에는 연 199위안 유료 구독 플랫폼인 ‘더따오(得到)’를 론칭했습니다. 더따오는 세계에 퍼져 있는 중국 학자, 기업가들의 콘텐츠를 엄선한 음성/텍스트 기반 플랫폼입니다.

더따오에서는 책을 읽어주는 음성 콘텐츠를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중국내에 발간되지 않은 책들을 요약, 소개한 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책에 대한 수요를 예측합니다. 인기가 많은 책의 경우는 중국 내의 출판까지도 연결해줍니다. 주요 수익원 중 하나죠.

더따오에서는 21명의 연사들이 콘텐츠를 배포하고 있다. 인물 당 년 1위안에서 199위안 등의 유료 구독 모델이다.
더따오에서는 21명의 연사들이 콘텐츠를 배포하고 있다. 인물 당 년 1위안에서 199위안 등의 유료 구독 모델이다.

그렇다면 왜 수많은 중국인들이 뤄지쓰웨이에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요. 바이두 바이커에서는 뤄지쓰웨이의 콘텐츠가 성공한 이유를 분석했는데, 관련 내용을 요약, 의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깊이있는, 그리고 꾸준한 콘텐츠
뤄지쓰웨이의 깊이를 향한 끈질긴 집착(死磕精神)이 잘 드러나있는 부분은 요우쿠에서 하는 위클리 방송에 있다. 순수한 토크쇼 형태이지만, 직설적인 대화가 오가는 형식이다. 8~10시간 녹화를 한 뒤에 1시간 정도의 분량이 나오는데, 이러한 형태의 프로그램 제작을 매주 하고 있는 셈이다.

꾸준함은 웨이신을 통한 60초 음성 메시지에 담겨 있다. 60초는 짧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매일, 365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오전 6시 30분이 되면 콘텐츠가 올라온다. 뤄전위는 이 60초 방송에 대해 “60초라는 것은 하나의 의식같은 것이고, 우리의 팔로어들을 존중하는 행위”라며 “필사적으로 콘텐츠를 만든 후에야 그들에게 신뢰와 존중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 이용자와의 적극적 소통
뤄지쓰웨이의 프로그램에는 두 가지 상자가 있다. 하나는 선물 상자, 또 하나는 비판 상자로 구성돼 있다. 방송을 보고 맘에 들면 선물 상자를 통해 현금을 보낼 수 있고, 만족하지 못했다면 개진 사항을 담아 뤄지쓰웨이 팀에 보낼 수 있다. 이밖에 웨이보, 웨이신 계정에도 담당자가 항상 상주해 있어서 이용자들의 의견을 받는다.

셋째, 하나의 가치관
뤄지쓰웨이는 ‘사유(사고방식)’를 브랜드화해 같은 생각, 철학을 가진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았다. 모인 사람들은 뤄지쓰웨이란 공간에서 자유롭게 생각을 공유하고, 이들의 콘텐츠를 퍼트린다. 마치 산업화 시대에는 브랜드에 대해 ‘탑을 쌓는 것’에 비유한다면, 모바일 시대는 브랜드를 ‘퍼트리는 것’으로 형태가 바뀐 것과 같은 맥락이다.

콘텐츠 유료화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그저 돈을 벌어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수익 사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료화는 뤄지쓰웨이의 지식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으로 자리매김해 있으며, 회원들은 같은 가치관을 갖고 있는 커뮤니티를 위해 돈을 내는 원리다.

정리하면, CCTV 출신의 검증받은 인물 러전위가 파편화된 중국의 각종 지식 정보를 큐레이션했습니다. 처음에는 TV 기반의 전통 매체를 기반으로 시작했죠. 하지만 스마트폰이 중국인들을 사로잡았던 2012년이 되자 곧바로 온라인(모바일) 기반의 플랫폼 ‘요우쿠’ ‘위챗’으로 거취를 옮깁니다.

팬들이 몰려들었죠. 수백만의 팬을 거느린 뤄지쓰웨이는 자신이 받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전자상거래를 시작합니다. 단발적으로 월병과 같은 제품도 판매했지만, 주로 서적이나 문구류와 같은 ‘지식’과 연관된 제품을 팔았습니다. 그 결과 검증된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게 돼 독점 서적 판매도 진행합니다.

물론, 유료화의 성공 배경에는 결제 생태계에 대한 중국만의 특성을 감안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위챗 생태계에 종속되지 않으려는 행보를 보입니다. 위챗의 미니 앱 생태계인 샤오청쉬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죠. 대신 자체 플랫폼 더따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뤄지쓰웨이는 만들어진 트래픽으로 상업화와 플랫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전략을 펼치는 데 성공하게 됩니다.

뤄지쓰웨이는 중국 지식 기반 콘텐츠 플랫폼의 현재와 미래를 상징합니다.

콘텐츠가 사람을 모았고, 그 사람들이 트래픽을 만듭니다. 중국의 20~30대가 고급 지식을 얻기 위해 돈지갑을 열고, 생태계가 더욱 강건해지는 시너지를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뤄지쓰웨이의 콘텐츠를 통해 글로벌 진출과 창업에 대한 정보를 소비합니다. 사고의 크기 자체가 달라지는 결과를 만듭니다.

고급 지식이 활발히 유통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중국 자체의 지식 수준 상승과도 직결됩니다. 국가 단위의 지식 경쟁력의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고급 지식 기반의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뤄지쓰웨이일 것입니다.

콘텐츠 유료화의 장벽조차 잘 넘지 못하는 우리의 상황과 비교해 부러우면서 동시에 무서운 일이 옆나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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