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스타에디터 규리네님의 블로그에 게재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게이머들이라면 누구나 욕설에 관한 좋지 않은 추억을 한 두 개쯤은 갖고 있으실 거라 생각된다. 특히 승패가 갈리는 현장일수록, 패배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것들을 손가락을 통해 마구 뿜어주시는 분들이 있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
왜 그리도 부모님 안부를 묻는 걸까?
같은 욕이라도 왜 부모님 안부에는 그리도 열받는 걸까?

왜 이리도 욕을 하는 걸까? 같은 욕을 해도 왜 꼭 부모님 안부를 묻는걸까?
왜 이리도 욕을 하는 걸까? 같은 욕을 해도 왜 꼭 부모님 안부를 묻는걸까?

얼음물에 손을 담근 채 버텨야 하는 상황에서, 한 집단은 마음껏 욕을 하게 하고, 다른 집단은 욕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자 자유롭게 욕을 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얼음물 속에서 평균 40초를 더 견뎠다.

연구에 따르면 욕설이 뇌의 정서 담당 회로와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욕을 통한 감정적 반응으로 ‘투쟁-도주’ 반응이 촉발되어 ‘스트레스 유도 무통각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을 할 때 우뇌의 편도 영역이 활성화되는데, 이 영역이 통증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동물에게서도 이러한 방어반사를 볼 수 있다. 겁을 먹거나, 갇히거나, 상처를 입었을 시 지르는 날카로운 비명이 그것이다.

즉, 게임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감정적 반응이 일어나고, 이를 통해 ‘투쟁-도주’ 반응이 촉발되어 공격성이 표출한다. 이 때 욕설을 통해 게임 속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 게임은 게임일 뿐인데, 왜 그러한 감정적 반응이 일어나는 것인가? 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일까?

그것은 게임 속 인물과 나 자신의 자아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게임은 현실에 비해 단순하다. 노력을 들이면 그만큼 캐릭터가 강해지고 결과가 따른다. 노력에 따른 보상을 받으면서 뇌는 쾌감이라는 자극을 받고 그만큼 게임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게임을 통해 현실에서의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동일시는 더욱 심화된다.

이런 동일시 현상은 게임과 현실의 나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가까운 관계의 사람일수록 그 사람에게 나를 대입해서 보게 된다고 한다. ‘나’를 생각했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분이, 친척, 가족, 가까운 친구 같은 사람을 연상했을 때 활성화 되는 부분과 동일한 것이다.

때문에 남이라면 화가 나지 않을 일도, 주변사람 일이면 더욱 분개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애착육아 문화에선 엄마와 자녀간의 유대적 관계가 매우 긴밀하고 특별한데, 때문에 같은 욕을 해도 부모관계 욕, 특히 어머니에 관련한 욕설을 들었을 때 극심한 분노를 느끼게 된다그리하여 상대를 가장 자극ᆞ공격하기 좋은, 일명 패드립 욕설이 유독 난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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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까지, 서두에서 떠올렸던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았다. 그렇다면,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누구나 욕설을 해도 괜찮다는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욕설에 순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으니,
욕을 많이 쓰면 쓸수록 그 의미가 없어지고 통증 조절 효과도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EBS 다큐프라임 [‘욕’ 해도 될까요?] 에서 여러가지 실험을 했다. 첫번째 실험은 카드 짝맞추기 실험이었다. 욕을 하루에 100회 이상 하는 학생들을 A그룹, 10회 미만 하는 학생들을 B그룹으로 묶어 제한시간을 두고 계획도를 그려 카드의 짝을 맞추도록 했다. 결과는 아래와 같다. 첫번째 그림이 욕을 하루에 100회 이상 하던 A그룹, 두번째가 욕을 10회 미만으로 하는 B그룹이다.

A
A 그룹
B 그룹
B 그룹

욕을 자주 쓰는 A그룹의 계획도는 뭐가 뭔지 알아볼 수 없다. 아무 것도 써져 있지 않고 텅텅 빈 공간도 많다. 그에 비해 B그룹의 계획표는 카드의 모양을 그려 계획적으로 짝을 맞출 수 있도록 해놓았다. 실제로도 조사결과, A그룹은 충동적이고, 계획이 없으며 간단하게 행동했다. B그룹 학생들보다 무계획 충동성이 현저히 높았던 것이다.

두번째 실험은 어휘력 테스트였다. ‘대한민국’ 하면 연상되는 단어를 30초 안에 모두 말하시오’ 라고 주제를 주었다. 헌데 A그룹의 학생들은 모두 10개를 넘기지 못한 반면, B그룹의 학생들은 대부분이 10개 이상의 단어를 말했다.

각 그룹의 결과를 더해본 결과 무려 18개나 차이가 났다. 이렇게 욕을 자주 사용하는 A그룹이 어휘력이 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뇌 안에서 일어나는 ‘프루닝(prunning)’이라는 작업 때문이다. 프루닝이란, 가지치기처럼 많이 쓰는 것 또는 필요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불필요한 것들을 뇌에서 없애버리는 작업이다. 그런데 욕을 많이 쓰면 쓸수록, 대화에 제대로 된 단어들이 이용되지 않아 점점 어휘력이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뇌의 신경세포들은 나뭇가지처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성장과정 중에 이 가지치기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폐증이 발생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욕을 자주 쓸수록 언어영역에 있어서 프루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어휘력이 낮아진다.

욕설에 의한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뇌는 생명의 뇌, 감정의 뇌, 이성의 뇌로 이루어져 있는데, 감정의 뇌에 존재하고 있는 변연계는 사람의 기억·감정 호르몬을 관장한다. 그런데 욕설을 하게 되면 변연계에 문제가 생겨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저하된다.

이렇게 욕설을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변연계를 통제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변연계 통제 능력이 떨어질 수록 욕설을 더욱 더 많이 사용하게 되고 그럴수록 감정조절이 잘 안되고, 이런 과정이 심해지면 살인이라는 극단적 과정까지 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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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피 사건을 다룬 영화, 소셜포비아
또한 욕설을 사용할수록 욕설에 대한 내성이 생겨 아무리 심한 욕을 들어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게 된다. 때문에 평상시 욕설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심한 욕설을 들어도 감정적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웬만한 욕에는 별 느낌이 없으니, 그 자신이 욕설을 할 때 매우 경악할 만한 수준의 심각한 욕설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욕설의 부정적 기능은 끝이 없으니 지면관계상 생략하겠다. 그렇다면 이렇게 안좋은 욕설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일단 채팅창에서 자동 필터링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이미 많은 게임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허나 필터링에 걸리지 않고도 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다, 욕이 아닌데도 그것으로 인식해 자동필터링 됨으로써 사용자에게 불편을 안겨주는 등의 단점이 있어 완벽한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스크린샷등의 증거를 남겨 신고제도를 통해 욕설을 한 상대에게 게임상의 불이익을 주거나 실제 법적으로 고소하는 방법을 통해 외부적인 처벌을 가할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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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각 개개인이 욕설을 사용하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다.

첫번째 방안, 욕의 의미를 알아볼 것.
실제로 욕설의 어원을 교육한 뒤 실험 참여 학생들의 욕설 사용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두번째 방안, 자신이 욕을 얼마나 하는지 체크할 것.
귀찮겠지만 욕을 줄여보고 싶은 마음이 정말 생겼다면, 자신이 욕을 할 때마다 그것을 기록해본다. 습관성 욕설의 경우 자신이 욕을 사용했음에도 욕을 했다고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같은 방법이 도움이 된다.

세번째 방안. 주위에 욕을 줄이겠다고 선언하라.
공언효과라는 것이 있다. 주변에 공개적으로 자신의 결심을 밝히면 실행력이 증가돼 목표를 보다 수월하게 실행할 수 있다.

네번째 방안, 욕을 할 때마다 벌금.
사람은 무언가를 얻을 때보다 잃을 때 더 큰 정신적 타격을 받는다. 이를 손실회피라고 한다. 특히 금전과 관련하여 그러한데, 주위에 공언했다면 앞으로 자신이 욕을 할때마다 적은 돈이라도 상대에게 벌금을 무는 방식을 적용해보라. 함께 할 사람이 없다면, 욕을 사용할때마다 일정 금액을 지갑에서 제외하여, 그렇게 해서 모인 돈을 특정한 곳에 기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다섯번째 방안, (욕하고 싶을 때) 타인의 입장에서 나를 지켜보라.
행위자-관찰자 편향이라는 것이 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 기다릴 땐 초록불이 안 들어오고, 같은 곳인데도 운전 중엔 정지신호가 길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이를 화가 날 때 적용해보자. 욕을 마구 하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난다면, 잠시 내가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 나를 지켜보자. 나라는 인간이 지금 왜 이토록 화를 내는 것인지, 어떠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열거해서 표현해보고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이야기해주자. 아주 잠깐이면 된다. 단 3초만이라도 타인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봐 주면, 정서를 순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게임하면서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지 못했을 때, 좌절하거나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욕설을 함으로써 감정적으로 상대를 공격한다면, 이는 상대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갉아먹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생각해보라. 이 냉혹한 세상에 겨우 게임 속 스트레스 가지고 참지 못해 욕설로써 푼다면 앞으로 그보다 더한 현실 세계에 나가서는 또 어떻게 헤쳐 나가겠는가?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기가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온라인에서 공격적이 된다고 한다. 실제 귀인이론에 따르면 자존감이 낮을 수록 어떠한 일에 대해서 내적귀인이 아닌 외적귀인을 하는데, 쉽게 말해서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할 수록 늘 남탓한다는 얘기다. 그러니 게임에서 졌다고 마구 욕설을 뿜으며 스스로를 못난 사람 인증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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