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 퍼틸레인 고문이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일단 난 재무 전문가가 아니다. 또한 주.알.못(주식 알지 못하는 이)이다.

적어도 이번 넷마블의 주식시장 상장은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증권가에서도 간만에 대형 호재로 인식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니 어찌보면 게임업계 보다 증권업계쪽에서 더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보여지는데, 게임업계쪽에서야 ‘부러움반 시기심반’에 가까운 그야말로 구름 위 신선들의 이야기 수준이지만 증권가나 투자업계에서 볼 때는 투자와 주식매매가 주요한 사업모델이다 보니 간만의 나오는 조단위의 대형 공모주는 현재 밸류와 이후 성장성의 가능성까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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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개월 간 십여 군데가 넘는 증권가 쪽 회사와 미팅(혹은 강연)을 진행했는데, 그들의 주요한 관심사 중에 하나가 ‘넷마블 공모 밸류가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물음 이었다. 서두에 밝혔다시피 난 IR 전문가도 아니고 주.알.못.이라 여의도 쪽 사람들의 그러한 질문이 대단히 당황스러웠고 부담스러웠다. 설령 내가 IR전문가라 할지라도 그런 대답은 쉽게 할 수 없는 부담스러운 내용이기도 하지만 따지고보면 물어보는 그들 입장에서는 여의도 사람들의 시각이 아닌 게임업계 사람 혹은 중국 시장 관점에서 넷마블에 대해 바라보는 답변을 기대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도 관심이 생긴 김에 간만에 공부를 했다. 기업은 어떤 식으로 밸류가 책정되는지 그리고 넷마블의 현재 공모가가 어떤 식으로 산정이 되었는지를 말이다. 덕분에 다소나마 학습이 되었다. 아울러 현재 (투자) 시장의 (기대에 찬) 반응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넷마블의 공모밸류는 통상적으로 게임회사들의 밸류 평가방식인 PER(주가순이익비율)를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PSR(주가매출액비율)과 PBR(주가순자산비율)의 가각 값을 구한 후 평균치를 적용한 후에 다소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현재의 13조원의 공모가를 만들어 낸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밸류측정 방식에 대해 ‘새로운 평가 모델을 만들어 냈다’고 주로 호평을 하고 있고 이후의 성장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적정수준’ 혹은 ‘저평가 된 밸류’라는 분석들이 주로 나오고 있었다. 이는 현재 투자시장에서 넷마블에 대한 기대수준이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넷마블의 PSR 배수와 PBR 배수의 비교대상은 엔씨소프트, 텐센트, 넷이즈였다. PSR는 각각 6.26(엔씨소프트), 12.31(텐센트), 6.96(넷이즈) 였는데 이 세 회사의 평균치인 8.51배를 기준삼아 작년 넷마블의 주당 매출액인 1만7428원을 곱한 148,312원을 산출해 냈고, PBR은 각각 3.36(엔씨소프트), 13.08(텐센트), 7.07(넷이즈)의 평균치인 7.84배를 기준삼아 넷마블 주당순자산 31,692원의 배수를 적용하면 주당 248,465원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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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PSR 적용가의 148,312원과 PBR 적용가 248,465원의 평균인 198,389원을 표준 공정밸류가로 뽑아낸 다음 공모가 할인율을(39.01%~20.86%) 사이로 적용하면 최대 13조3,026원의 놀라운 숫자가 나오는 것이다. PER로 따지면 최소 39배에서 최대 51배까지이고, 단순 시총으로만 따져도 넥슨에 두배에 육박하고, 엔씨에 2.5배 수준이 넘는 초대형 공룡 게임회사가 주식시장에 혜성같이 등장하는 셈이다.

처음에 숫자를 보고 ‘헉’ 했지만, 볼수록 묘하게 설득되는 마법같은 논리인 셈인데 나 같은 비전문가 입장에서는 이것을 만들어낸 IR 전문가들의 설득력과 노고(?)에 우선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다. 작년 상장한 미투온과 더블유게임즈가 PER 33배를 적용했다고 하니 넷마블의 39~51배도 어쩐지 끄덕끄덕하게 되기도 했다.

내 관점에서는 숫자를 분석해서 밸류를 뽑아내는 방식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능력이 없으니 그건 그냥 넘어가고 단지 상대적 평가의 기준을 놓고 볼 때 PSR, PER, PBR 등 현재 동원된 각종 밸류 측정 도구의 배수 기준에서 ‘넷마블이 넷이즈보다 살짝 높다’라는 것을 기준으로 이야기 하고자 한다.  단순하게 말하면 ‘넷마블이 넷이즈보다 더 높은 밸류의 회사인가?’라는 명제에 동의하는지 마는지의 문제가 핵심인 셈이다.

2016년 넷이즈의 매출은 4조6,810억원이다. 그들에게는 사상 최대치의 실적이었고 현재 모바일게임만 놓고 볼 때는 중국에서도 1등인 텐센트를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성장한 2등 회사가 넷이즈이기도 하다. 작년 텐센트 모바일게임의 점유율은 25.8%고 넷이즈의 점유율은 25.6%로 정말 턱 밑까지 추격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올해는 1등과 2등의 차이가 다소 벌어질 것 같다. 이유는 오늘은 넷이즈 이야기가 중심이 아니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하기로 하자)

반면 넷마블의 2016년도 실적은 1조5천억 수준의 매출로만 따지면 넷이즈의 1/3 수준이고 순이익율로 따지면 더 큰 차이가 난다. 주력 본진 시장을 놓고 볼 때 중국과 한국의 모바일게임 시장의 사이즈도 현재 대략 3배 이상의 차이가 나고 있고 모바일게임 시장의 향후 성장성을 놓고 볼 때도 중국 시장은 여전히 4~5년은 지금과 같은 고도성장의 가능성이 높지만 한국시장은 어느정도 포화기에 접어들었다는 보수적 관점이 많은지라 일견 ‘넷마블의 밸류가 넷이즈보다 높게 나온 것’은 타당해 보이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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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넷마블 홈페이지

하지만 넷마블은 현재의 매출 사이즈와 주력 시장에 성장 가능성이 적다는 약점을 두 가지로 극복했는데 첫번째는 <리니지 레볼루션>이고 두번째는 해외시장의 매출비중을 높여나가는 전략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을 통해서이다.

<리니지 레볼루션>은 한국의 시장 사이즈에서는 도저히 나오기 힘든 경이적인 매출기록이다. <리니지>라는 IP가 한국 게입업계에 미치는 영향력, 과거 리니지를 즐겼던 팬들의 과거 게임에 대한 향수, 잘 만든 게임성, 잘 짜여진 BM, 안정적인 운영과 시장의 대세를 만들어가는 훌륭한 마케팅 등등…. 성공의 이유야 무엇이든 가져다 붙여도 다 될 정도로 합당하겠지만, 일 평균 50억 수준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그냥 ‘놀랍다’는 말 외에는 딱히 할 말이 없다.

넷마블의 작년 매출 1조5천억은 <리니지 레볼루션>의 실적이 반영되지 않았던 것이고 올해 <리니지 레볼루션>은 1조2천~1조5천억 정도의 매출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지금과 같은 밸류로 공모가가 형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리니지 레볼루션>은 단숨에 5조 정도의 밸류를 올려준 셈이다.

다른 하나는 넷마블의 전략적인 해외진출의 성공 스토리인데 2016년 넷마블 매출에서 무려 51%를 해외시장에서 기록했다. 그리고 넷마블은 향후 해외시장의 매출비중을 올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일찌감치 (국내 시장을 평정한 탓에) 더 넓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탓이다. 작년 <세븐나이츠>가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뒀고 <모두의마블>이 동남아에서 선전했으며, <마블 어벤저스>를 통해 글로벌에서 의미있는 성공을 얻었다.

이미지: 넷마블 홈페이지
이미지: 넷마블 홈페이지

여기에 넷마블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카밤 스튜디오를 인수했고 디즈니, 마블 등과의 적극적인 IP 제휴 계약을 성공했다. <어벤저스>나 <스타워즈>의 IP는 매우 까다로운 계약조건을 수반하지만 대신 글로벌 시장에서는 확실히 통하는 보증수표와도 같은 IP이다. 넷마블은 카밤을 통해 올해 3~4천억 수준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고, 확보한 글로벌 IP를 통해 해외시장에서의 매출을 높이는 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유일하게 그들이 실패했던 세계에서 가장 큰 중국시장으로의 진출을 현재 그들의 에이스 카드인 <리니지 레볼루션>을 가지고 중국의 원탑 파트너인 텐센트를 통해 성공적인 안착을 하는 것으로 13조짜리 회사 위상의 걸맞는 위용을 갖춘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계획대로라면 현재의 밸류는 합당해 보이고 도리어 중국내수 시장만을 중심으로 성장했고 이후로도 발전의 포커스를 오직 내수 시장쪽에 맞추고 있는 넷이즈에 비교할 때 굳이 낮은 밸류를 받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나도 텐센트를 위협하는 넷이즈보다 넷마블의 미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렇다고 넷마블을 장미빛 전망만으로 바라보기엔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약점을 극복해야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세상에 계획대로 되는 일이 과연 몇 가지나 있겠는가? 특히나 기업에서의 전략과 성공이란 더더욱 그렇다. 최근 3년간 넷마블의 평균 성장률은 124%인데 이토록 경이적인 성장률은 결국 회사의 정점이자 꼭대기에 있는 한 사람(방준혁 의장)이 정말 하드캐리를 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성과이다. 가장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 그야말로 풀파워의 에너지를 썼으니, 그 주변의 모든 임직원들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비슷한 에너지를 소모했을 것이다. 그들이 다함께 힘차게 달려온 목표는 지금과 같은 IPO가 최소한 1차적인 목표는 되었을 것이고 이제 훌륭하게 달성을 앞두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형태의 불합리한 개발환경과 그에 대한 비난 등에 직면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그들은 그런 부분도 고쳐나가야 한다.

이미지: 디스이즈게임
방준혁 의장(이미지: 디스이즈게임)

13조원 이라는 ‘한국 IT사상 최대의 공모가’를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장 이후에도 그들이 약속했던 성장을 보여줘야 한국 게임시장 전체를 바라보는 투자시장의 관점이 우호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장 이후에도 그들이 달려갈 성장동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 성장동력을 현재는 공모를 통해 들어오는 자금을 통해 외부의 대형 M&A를 가지고 얻어온다는 스탠스를 보여주고 있는데, 현명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지금까지 그들은 내부에서 성장의 동력과 방법을 찾았지 외부에서 해결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연 방준혁 의장은 언제까지 지금과 같은 에너지 넘치는 하드캐리를 할 수 있을 것이며, 혹은 지친 (혹은 앞으로 더 지쳐갈) 임직원들에게 어떤 당근을 제시하여 그들에게도 회사의 미래를 향한 동일한 비전과 동기부여를 해 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국게임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도 그의 그런 고민은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된다. 방준혁은 김정주, 김택진과 같은 금수저 고스펙 출신이 아닌 흙수저 노스펙의 입지전적인 인물이기에 좀 더 일반적인 개발자 혹은 업계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사석에서 (넷마블처럼) 상장을 앞둔 기업들의 공모가와 밸류를 형성하는 과정과 기준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전까지 회사의 IR팀이나 공모 주관사들이 철저한 밸류평가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공모가인 줄 알았는데, 그 애널리스트는 그렇게 생각하는 나를 순진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이렇게 이야기 해 주었다. 나로서는 한 수 배운 셈이다.

“힘 없는 증권사들은 보통 까라는 대로 깝니다. 증권사에서 밸류(숫자)를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원하는 밸류를 만들어 주는 것이 그들이 하는 일이죠. 결국 오너의 의지가 가장 많이 반영되는 것입니다. 중간에 회사를 M&A 하는 것이 아니라 IPO까지 가는 단계에 이르렀다면 보통 오너(창업자)는 상장 무렵에는 그 회사를 평생 끌고 갈 결심을 합니다. 하지만 상장을 한다는 것은 결국 남의 돈을 가지고 회사의 더 큰 성장을 한다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기 때문에 최대한 공모가를 높이는 것에 주력하죠. 대부분 그 요구는 주관사들과 시장의 기대치에 의해 통하는 편입니다. 때문에 상장 후에 투자시장의 기대치(약속했던 성장의 달성)를 위해서는 기업과 임직원들은 이전보다 더 큰 노력과 더욱더 엄격한 도덕성을 수반해야 하는데, 막상 상장 자체로 인생 최대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일시적인 허탈감에 빠져 도리어 기업이 답보하거나 퇴보하고 주가가 떨어지고 결국은 투자자들이 손해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근 몇 년간 게임주들이 대부분 그러했네요. 그걸 알면서도 덤벼드는 것이 주식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이자 업보네요. (씁쓸한 웃음) 넷마블은 간만에 조 단위 대형 공모주인지라 그 동안 게임주에 대한 평가에 부정적이던 투자자들의 의심어린 시선을 거둘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넷마블이라는 회사의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그들의 IPO와 향후 성장은 한국 게임산업의 발전뿐만 아니라 투자 시장전반에서 게임업계를 바라보는 신뢰라는 측면에서도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헐씬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래서 넷마블을 응원한다. 우선은 그들이 투자시장에서 평가 받은 밸류만큼의 약속을 지켜 나갈 수 있고 그래서 더 기업이 성장해 나가기를 바라며 그것을 달성한 후에 그래서 게임시장 전체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비로소 한국의 게임시장 전체의 생태계까지 신경쓰는 그런 멋진 기업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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