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세일즈연구소 유장준 대표의 칼럼을 모비인사이드에서 소개합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록그룹 비틀즈(1962년~1970년)는 그들이 세상에 전혀 알려지기 전에 독일 함부르크에서 허름한 곳을 전전하고 화장실에서 목욕을 하며 수없이 많은 공연을 했다. 고된 시간이었지만 이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연주 실력은 완벽해졌다. 반복되는 연습과 공연이 이어졌고 관객들의 반응을 느낄 때마다 그들의 무대 매너는 나날이 발전되었다. 이 모든 것을 이겨낸 비틀즈는 어느덧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올랐고 그들이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열광했다. 당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명예로운 군인이나 사회 명사들에게나 주던 명예 훈장을 비틀즈에게도 수여했을 정도였다. 비틀즈 광적으로 좋아하는 팬들을 비틀매니아(Beatlemania)라고 부르며 현존하는 거의 모든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해체된 지 50년이 다 되어가는 밴드의 팬클럽인 비틀매니아는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나라에 존재하고 있으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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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비틀즈에게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인 인기는 여전했지만 속으로는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들이 최고의 인기를 누릴 때 해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즉 수만 명이 몰려와 광란의 도가니가 됐던 1965년 할리우드 볼(Hollywood Bowl) 공연 때 이미 그들의 해체는 시작되고 있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팀원 간의 불화였을까?
아니면 수익을 분배하는 과정에서의 갈등이었을까?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그들이 스스로 연주하는 음악 소리가 더 이상 그들의 귀에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공연장에서 광팬들의 괴성과 환호에 그들의 음악이 파묻혀 버린 것이다. 연주를 업(業)으로 삼는 뮤지션이 정작 자신의 음악이 들을 수 없으니 연주를 제대로 할 리가 없다. 뮤지션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두말할 나위 없이 연주력인데, 엄청난 대중의 인기로 인해 본질에 소홀해졌기 때문에 스스로 해체의 길을 걸은 것이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떤 기업이 일단 크게 성공하면 스스로의 성공에 취하여 더 이상 혁신을 추구하지 않는다. 성공한 기업이 망하는 이유다. 즉 성공이 실패를 부르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기업의 본질은 혁신(革新)이다. 그리고 기업에 속해 있는 조직원들의 자질은 바로 창조력인 것이다. 이렇게 모든 직업은 저마다 본질이 있고, 그 본질을 이루기 위한 담당자의 자질이 있다.

예를 들어 변호사의 자질은 무엇일까? 감히 변호사의 업(業)에 대해 논하는 것은 필자의 능력 밖일지 모르겠으나, 세일즈 담당자의 자질을 깨닫기 위한 좋은 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다뤄보도록 하자. 다시 한번, 변호사의 자질은 과연 무엇일까? 높은 재판 승소율일까? 논리적인 법리 해석일까? 의뢰인의 수임을 받아 적극 변호하여 논리적인 법리 논쟁으로 재판에서 이기는 것만이 변호사의 책무를 다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 겸 세종대 교수인 최승재 변호사는 그의 저서 <변호사 전(傳)>에서 ‘변호사 업의 본질은 변호사가 사회에 신뢰라는 자본을 제공하는 것에 있다’라고 했다. 즉 의뢰자의 변호를 맡아 사익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공익도 함께 추구해야 하는 숙명을 가진 직업이 바로 변호사라는 것이다. 저마다 사익을 챙기기 위해 재판을 걸고 기필코 승소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한다면 그 사회의 신뢰는 무너질 것이다. 최 변호사는 이러한 사회적 역할에 걸맞게 기본기와 전문성을 지닐 것을 강조하였다. 이것이 바로 변호사의 자질이다.

세일즈 담당자의 자질도 이와 비슷하다. 세일즈 담당자는 무조건 물건을 팔아 재끼는 사람이 아님을 명심하자. 모두가 자기네 제품이 최고라고 주장하며 일단 팔고 보자는 식으로 나온다면 사람들은 더 이상 세일즈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사람들은 세일즈의 얕은 술수를 다 간파하고 있다. 어떤 세일즈 담당자는 높은 연봉을 보장받으며 경쟁사로 스카우트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기가 몸담고 있던 회사를 비난한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그 회사 제품이 최고라고 외쳤으면서 말이다! 왜 사람들은 ‘세일즈’ 하면 안 좋은 이미지부터 떠올리는지 세일즈 담당자들은 반성해야 한다. 실리적인 이유에서도 그래야 한다. 더 이상 세일즈 담당자가 간교하게 속이는 태도로 대충 물건을 팔았다가는 각종 소셜 미디어와 게시판 댓글에 악평이 도배될 것이다.

그렇다면 세일즈 담당자의 자질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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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세일즈 담당자는 무한한 책임을 져야 한다. 

나의 잘못도 내가 책임지고 동료들의 잘못도 내가 책임져야 한다. 세일즈 담당자는 다른 사람 핑계를 대서는 안된다. 이유는 따로 없다. 세일즈 담당이기 때문에 그렇다. 말하자면 세일즈는 회사를 대표하기 때문에 그렇다. 세일즈 담당자를 영어로 <sales representative>라고 하며, 흔히 명함에 <영업대표>라고 쓰기도 한다.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은 남 핑계를 대면 안된다. 모든 사안에 대해 회사를 대표하여 최종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필자가 스타트업 관련자들을 만나다 보면 사람들이 이 부분을 이해를 잘 못하고 있음을 자주 느낀다.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우리 회사 대표님이 그러라고 해서 그랬다’, ‘그건 나도 모른다. 개발팀의 책임이다’, ‘왜 나한테 뭐라고 하는가? 그건 마케팅팀의 잘못이다.’ 등등 수많은 변명을 듣게 된다. 세일즈 담당자는 변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지는 사람이다. 뮤지션이 음악의 본질을 지키듯이, 세일즈는 회사의 본질을 지키며 회사를 대표해야 한다. 세일즈 담당자는 직급과 상관없이 상대 조직의 대표자와 단독으로 만나서 우리 회사를 대변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둘째, 세일즈 담당자는 365/24/7

즉 1년 365일, 주 7일, 하루 24시간 대기 상태여야 한다. 회사를 대표하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 회사 내부에 누군가는 회사를 대표해서 고객의 연락을 수신해야 한다. 한번 시간을 내서 아무 스타트업이나 전화를 걸어보자. 필자의 경험으로는 제대로 연락이 닿는 회사가 생각보다 많지 않음에 깜짝 놀란다. 회사 내에 전화를 수신하는 사람이 따로 있건 없건 간에 세일즈 담당자라면 언제라도 고객의 연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이 세일즈 담당자한테 연락을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거나, 부재중 수신이 떴음에도 불구하고 당일 연락을 주지 않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불가피하게 전화를 받지 못할 경우에는 문자라도 넣어 드려야 한다. 따라서 퇴근 이후라서 전화를 받지 않거나 주말에는 회사 근처도 가기 싫은 사람은 세일즈 담당으로 부적합하다. 중요한 제안서 제출 마감이 월요일이라서 불만이라면 세일즈 담당자가 되기 쉽지 않다. 마감이 월요일이면 십중팔구 주말에 거의 밤을 지새야 할 형편일 테니 엄청나게 짜증이 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일즈 담당자는 회사의 최종 책임을 지기 때문에 감내해야 한다. 세일즈는 담당자는 회사 전체 조직의 살림을 책임지며 우리 동료들의 급여도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세일즈는 팀에게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다.

한편, 혹시나 오해하지 않기를 바라는 부분이 있다. 위에서 하루 24시간 대기를 하란 말은 법정 근로시간에 어긋나게 무자비한 노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은 회사가 궤도에 오를 때까지 어떠한 상황이 우리 회사에 최적인지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만에 하나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는 고객의 니즈가 새벽에 최고 수준을 이룰지 누가 알겠는가? 대리운전의 경우는 실제로 새벽에 비즈니스가 이루어지지 않는가? 스타트업은 주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섣불리 가설을 세워 증명의 절차도 없이 단정 지을 수는 없는 것이다.

훌륭한 세일즈 담당자가 되는 게 조금 어려워 보이는가? 아니다.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지만, 잘 생각해 보면 리더의 자질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세일즈의 자질은 스타트업 창업자의 자질과도 비슷하다. 어쩌면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와 같다고나 할까? 일단 프로의 세계로 오면 리더, 창업자, 세일즈… 이들은 모두 동일한 인격체이다. 무한한 책임의식과 고객을 향한 눈과 귀. 다른 중요한 자질도 많지만 일단 이 두 가지는 꼭 명심하도록 하자. 사람들은 세일즈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을 많이 하지만, 세일즈 프로들의 이야기를 정리하다 보면 책임감과 기민성으로 함축되었다.

글로벌 기업에서 영업 20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 에르하르트라이머의 최형택지사장은 ‘영업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는 필자의 질문에 ‘전화나 잘 받아!’라고 한마디 농담스런 진담을 건넸다.

 

[유장준의 스타트업 세일즈] 시리즈
– (5) 타겟과 액션 플랜을 설정하는 법
– (4) 액션 플랜이 없는 스타트업
– (3) 왕은 왜 직접 군사를 이끌고 전장에 나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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