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최근 행보를 보면 유라시아 대륙을 달리던 몽골기병이 생각난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IT 전문가의 말입니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작은 올해 초 한성숙 대표의 등판과 글로벌 전략을 가다듬기 시작한 이해진 창업주의 이사회 의장직 사퇴입니다. 네이버는 그 이후 굵직굵직한 행보를 보여줬어요.

보겠습니다. 지난해 라인 상장 후 보여진 스노우의 전략적인 행보, 소프트뱅크벤처스와의 협력과 K-1 펀드를 기점으로 고도화된 유럽 중심의 글로벌 전략. 여기에서 기술기반 플랫폼 전략 강화의 일환으로 네이버랩스 분사와 더불어 3D맵핑, 자율주행차 기술력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클라우드 전략도 나왔습니다.

여기에 프랑스 파리에 있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스테이션 F’에 좌판을 펴고는 라인 컨퍼런스를 통해 클로바를 담아낸 인공지능 스피커 웨이브를 공개했습니다. 또 퀄컴과 만나 스냅드래곤에 인공지능 영혼을 불어넣고 갑자기 용인에 데이터 센터를 건설한다고 합니다. 나아가 미래에셋대우와 협력하면서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을 깜짝 인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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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행보는 네이버가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기술기반 플랫폼 전략과 글로벌 공략이라는 큰 줄기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시야를 좁히자면 한성숙 대표가 서비스 부문 부사장 시절부터 추진하던 스몰 비즈니스의 방법론이 일종의 기본적인 인프라가 된 상태에서, 기술 고도화를 통해 매력적인 생태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동력을 글로벌 전략으로 끌어내는 상황에서 철저하게 반(反) 구글, 즉 반 실리콘밸리 전선을 짜는 방식입니다.

당연히 기반이 되는 스몰 비즈니스의 핵심은 네이버가 최근 서울과 부산에 설립한 파트너스퀘어가 오프라인 거점으로 작동하는 셈입니다. 목표를 설정한 상태에서 다양한 도구를 저울질하며 최적의 방식을 고민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기술기반 플랫폼 전략과 글로벌 공략은 몇몇 각론에서 뭉치기도 하며 떨어지기도 합니다. 네이버 내부로 보면 한성숙 대표가 기술기반 플랫폼 전략을 스몰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큰 그림을 그립니다. 글로벌 전략은 이해진 창업주가 100% 집중하고 있어요.

일단 네이버는 라인 상장 후, 네이버를 일종의 화수분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글로벌 전략이고요. 이해진 의장은 지난해 데이터센터 각 기자회견에서 “제2의 라인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아마 가장 유력한 후보는 스노우가 되겠네요. 참고로 5월 스노우는 라인의 카메라 서비스 관련 조직을 합병한 바 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도 탐을 냈다는 그 스노우! 북방의 수호자이자 스타크 가문의 영웅인 그를 찬….죄송합니다.

분사된 네이버랩스는 철저히 기술기반 플랫폼 구축에 매진합니다. 지난해 DEVIEW 2016가 흥미로운 이유입니다. 대화형 AI 엔진인 아미카(AMICA)와 삼성전자와 협력한 사물인터넷 모듈인 아틱, 중장기적 프로젝트인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연구를 비롯해 브라우저 웨일까지…네이버의 이러한 전격전은 기술 기반, 즉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생태계를 꾸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이후 에피폴라 인수로 3D 맵핑 기술을 키우고 차량 내외부를 감지하는 자율주행차 기술력도 잡아내는 대목은, 기술기반 플랫폼 기업을 추구하면서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방법론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등과 함께 SB넥스트미디어인베이션펀드에 출자한 것은 글로벌 전략과 콘텐츠 및 인공지능 등 기술적 고도화를 동시에 노리는 방식입니다. 최근 네이버가 500억원을 추가로 출자해 힘을 더한 상태에서 소프트뱅크의 글로벌 플랫폼을 확인할 수 있고 웹툰, 비디오, 게임 등의 콘텐츠 및 AR/VR 등 콘텐츠의 가치를 확보하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여기에 네이버가 간절히 원하는 인공지능이 연결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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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펀드는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입니다. 다만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득실대는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유럽과 협력했어요. 전조는 2015년 11월입니다.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이해 당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방한한 상태에서 김상헌 대표(현재는 퇴임)와 만나 나름의 협력방안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방한했던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디지털경제 장관이 바로 유럽 금융전문가 앙투안 드레쉬와 함께 K-1펀드의 중심이 되었고, 네이버와 만났습니다.

여기서 유럽과 만난 배경을 알아야 합니다. 사실 유럽은 구글 별로 안좋아합니다. 불공정 행위를 이유로 유럽연합이 구글에 무려 24억2000만유로(약 3조920억원)의 벌금을 날린 것 보면 알 수 있어요. 유럽국가들은 미국과의 정보공조는 환영하지만 기업이 자신들의 파트너가 되는 것은 거부합니다. 나아가 ICT 산업적 측면에서 용인될 수 없는 일이고요. 플뢰르 펠르랭 전 장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K-1펀드 기자회견에서 “국가의 경계는 사라지고 있지만 이 문제와 별도로 현지의 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어요. 구글 저격입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실리콘밸리 기업을 영입하고 인수하기에는 돈이 없어요. 그렇다고 맞짱을 뜰 수도 없고. 그러니 양대산맥이자 권력이 파편화된 유럽에 집중한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 힘을 합칩시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스테이션 F에 네이버와 라인이 들어가는 것도 비슷한 연장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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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클로바는 당연히 기술기반 플랫폼 전략의 모범답안이자 생태계 조성의 핵심입니다. 퀄컴과의 만남은 모바일 칩 분야에서 클로바가 나름의 인정을 받았다는 징표이기도 하며 미래에셋대우와의 결합은 빅데이터 확보, 나아가 차별적인 핀테크 기술력과 통합 ICT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는 당연히 인공지능 기술력을 위한 신의 한 수이고요. 1993년 설립된 XRCE는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비롯해 컴퓨터 비전과 자연어 처리 등 다양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그르노블 지역의 외곽에 위치했으며 세계적인 인공지능 인재 80명이 포진해 있어요.

맞습니다. 네이버는 빠릅니다. 엄청 빨라요. 기술기반 플랫폼 전략과 글로벌 공략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상당히 영리한 스탠스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반 구글 전선을 펴며 유럽과 협력하는 한편, 네이버를 중심으로 다양한 경쟁력을 ‘독립’시키는 방식. 자율주행차에서 하드웨어 제작으로 무리하게 방향을 설정하지 않는 노련함과 스몰 비즈니스에 대한 꾸준한 관심까지. 더 나아가. 데이터센터라니!

여기까지만 보면 네이버는 찬사만 받아 마땅한 기업입니다. 하지만 초반에 몽골기병 이야기를 하던 전문가는 이런 말도 하더군요. “몽골기병은 빠르고 영리하게 세상을 정복했지만 이내 흩어지고 말았다”고요. 무슨 말이냐고요? 그의 멘트를 마지막으로 이 글을 갈음하겠습니다.

“몽골기병은 무자비한 전투력으로 세상의 변방에서 중심이 되었지만, 단 두 세대를 거치며 세계제국의 자리에서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세계제국을 건설하는 것은 힘만 있으면 되지만, 유지하려면 통치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글쎄, 네이버가 이 정도의 깊숙한 생태계 전략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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