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 퍼틸레인 고문이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중국내 가장 성공한 한국마트 체인인 1004(천사)마트가 몰락했다. 7월 3일 천사마트는 단수 및 단전 조치를 내려진 상태에서 정한기 대표는 공급상에게 더 이상 물품대금 지불이 어렵고, 각종 채권자들에게 납품대금지불이 어렵다고 밝혔다. 사실상 파산을 선언한 것이다.

중국 한인마트의 원조격으로 까르프와 이마트같은 초대형 마트들의 공습 속에서도 끄덕없던 천사마트는 왜 갑작스럽게 몰락하게 되었을까?

1004-1

 

천사마트의 몰락은 외부의 문제와 내부의 문제로 나눌 수 있다.

외부적인 문제를 먼저 이야기하자면 소비자들의 물품구매 패턴이 변화하였음에도 그 트랜드를 쫒아가지 못했다는 점을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다.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구매를 하는 전통적인 방식보다 온라인(혹은 모바일)을 통해 주문 배달 서비스를 받는 소비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음에도 천사마트는 관련한 준비가 거의 없었던 것이 핵심적인 문제였다. 그 사이에 소규모 배달전문 서비스 중심의 온라인 마켓들이 급속도로 탄생하고 발전하면서 천사마트가 가지고 있는 한국전문마트로서의 위상과 점유율을 빼앗아갔다. 필자의 가족만 하더라도 <물사랑홈마트>라는 다소 촌스런 작명의 온라인 마켓을 이용한지 꽤 됐다.

이야기를 좀 더 첨언하자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일반화된 현재 웹이나 앱에서 혹은 간단하게 전화 한통으로 주문을 넣고 기다라면 반나절 이내에 집까지 배달을 해주는 서비스가 많이 생겼다. 일반적인 한국 공산품만 아니라 무게가 나가는 물, 쌀 그리고 고기, 야채류까지도 깔끔하게 다듬고 패키지 해서 보내준다. 그 무렵 자리를 비워도 상관없다. 집 앞에 두고 가거나 경비실에 맡기고 가면 되고, 물품 대금은 확인 후 알리페이로 결제하니까…

Man doing grocery shopping at the supermarket, he is viewing offers and augmented reality contents on his smartphone, store aisle and shelves on the background, subjective point of view

 

천사마트는 전통적 형태의 매장구매와 주변지역의 배달 서비스만을 해주는데 사실상 한인타운에 국한되어 해당 서비스를 해준다. 사실은 직접 매장에 방문해서 구매를 한 후에 배달만 부탁하는 서비스인 셈이니, 온라인(혹은 모바일)으로 간편하게 주문부터 배송까지 하는 서비스에 비하면 한참 낙후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었다.

외적인 문제의 또 다른 변수는 사드로 인한 한인타운의 중국 관광객들이 급감했다는 이유도 있다. 사실 중소형 온라인 강자들이 태동해서 발전하고 있을 무렵에도 천사마트 측은 매출이 여전히 유지가 되었는데, 그 이유는 <별에서 온 그대>와 <태양의후예> 덕분에 (한국을 방문하지 못한) 중국인들이 대리만족의 형태로 한인타운으로 관광을 오고 온 김에 한국물품을 대거 구매해갔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비싸게 말이다.

애초에 고객이었던 한국인들의 매출은 줄어 들었지만, 그 매출을 중국인들로 메웠던 것에 경영진들은 별다른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드로 인해 중국인들의 방문이 뚝 끊겼고 매출도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 원래 고정적인 고객들인 한국인들은 온라인 마켓에서의 구매에 익숙해져 버렸고 비싸고 불친절한 천사마트의 손님은 끊기기 시작했다.

여기에 외부적인 변화에 따른 그들의 해결방식은 좀 더 황당했는데 바로 오프라인 매장을 늘이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기존 상해내에 홍첸루(한인타운) 1호점과 구베이 2호점외에 3호점인 풍도국제점을 1호점에서 불과 걸어서 5분 거리에 오픈하면서 1호점을 망가뜨린 것은 그 동네 수요가 충분하고 경쟁마트인 갤러리아 마트를 누르기 위한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지만, 이후 푸동점(따무즈광창) 그리고 베이징점, 난징점을 낸 것은 수요와 상권에 대한 충분한 분석없이 그냥 문어발식 확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확장전략이 그들의 대규모 투자뿐만 아니라 고정비용의 증가로 몰락을 가속하게 만들었다.

천사마트의 경영이 어렵다는 것은 작년에 이미 마트내 물건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예견된 문제였다. 여기에 천사마트의 장점만을 그대로 벤치마킹한 더블유마트가 천사마트부근에 오픈했다. 놀랍게도 천사마트 발전의 일등공신인 생선가게 주인이 더블유 마트에 옮겨간 것을 보고 천사마트 쪽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생선가게 아줌마의 이적은 ‘루이스 피구’가 바르셀로나에서 레알로 이적한 격이다.

천사마트는 한국물품에 대한 공급을 독점적으로 하던 시절 한인타운의 개발과 더불어 오픈하고 발전해 왔다. 이마트같은 한국의 대형유통체인의 공습 속에서도 굳건하게 자신들의 포지션을 유지했고 IPO준비를 할 정도로 성장을 해 왔는데 너무 한 순간에 무너졌다.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느렸고, 그나마 늦은 대응의 방식이 틀렸다. 독점적으로 공급하던 시절이면 모를까 경쟁자들이 계속 생겨나는데 물건값은 비쌌고 서비스는 불친절했다. 문제의 해결을 내부적인 각성과 그에 따른 변화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체인점 확대라는 외부적 요인에 기댄 것이 패착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천사마트라는 브랜드 이미지는 여전히 살아있다. 이대로 무너지기에는 다소 아깝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때문에 채권단과 여타의 투자자들이 의지를 가지고 방법을 찾는다면 다시 재기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십수년간 상해 한국인들에게 고향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었던 천사마트가 부디 회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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