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T특허법률사무소 엄정한 변리사가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번 더 소개합니다.

발표의 시대 (The Age of presentation)다. 연간 17조원에 이르는 정부 R&D 과제비를 지원받기 위해서, 또는 기업의 사업확대를 위한 투자유치를 위해서, 또는 고객을 대상으로 신제품 출시를 알리기 위해서, 수 많은 발표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과거에 비해서 프레젠테이션 툴들의 발전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에서든 발표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발표라는 것은 ‘나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형식이 정해진 시간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결과를 얻어야만 하는 ‘설득의 정점’에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발표를 잘 하는 사람은 사업의 기회를 잡게 되며, 좋은 인상을 심어주어 임원으로 승진하기도 한다. 계약직이었던 친구들도 발표를 잘 해서, 정규직이 되기도 하며,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데 있어서 ‘발표’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도 하다.

image: gettyimages

소프트뱅크의 창업자인 ‘손정의(마사요시 손)’ 대표가 존경하는 일본의 ‘료마’라는 하급무사는 일본 개화기 시기에 근대화의 중요성을 미리 파악하고, 당시에 박터지게 싸우던 사쓰마 번과 조슈 번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여, 원수지간이었던 사쓰마와 조슈를 동맹맺게 하였고, 당시 최고의 경제력을 자랑하던 이 두개의 번을 규합하여 메이지유신을 성공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 또, 우리민족의 조상 중에 고려시대의 ‘서희’ 장군은 철저히 준비된 논리를 기반으로 거란의 소손녕 장군과 담판을 통해 전쟁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북쪽 땅을 추가로 얻기까지 했다.

에프티랩(주)의 라돈가스 측정기인 ‘라돈아이’를 제안하러 일본 소프트뱅크에 들러서 료마 동상을 촬영

발표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발표의 기회를 잡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단 발표라는 것은 ‘너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어’라고 상대방(심사위원, 결재권자)이 이미 마음을 먹은 것이기 때문에, 프레젠테이션의 기회를 잡았다면, 일단 좋은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하고 자신감있게 임하도록 하자. 개인적으로 1년에 10번 정도의 심사에 들어가고, 조달청 심사위원으로도 자주 가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팁을 스타트업이나 기업가 분들에게 말씀드리고자 한다.

 

1. 첫인상이 중요하다.

최근 있었던 작은 지원사업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변리사 출신이기 때문에, 기술창업 쪽으로 심사위원을 맡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발표자들은 기술기반 스타트업이었다. 발표자들이 자신들이 개발한 (대부분은 개발하고자 하는) 기술에 대해서만 주욱 설명하기 위해서 발표장에 들어왔고, 표정은 주눅들어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서의 대학 학부 휴학중인 창업자는 생글생글 웃으며 발표장에 들어왔고, 모든 심사위원들과 눈을 마주치며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너무 실실 웃으면서 프레젠테이션을 계속 진행하는 것은 자칫 아마추어스럽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권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발표현장에 입장하는 그 순간에 심사위원들의 발표자에 대한 첫인상이 각인된다고 생각하면 맞다. 부담을 갖지말자. 어차피 심사위원, 청중들은 발표자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쪽팔리다고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고, 발표하는 내용이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걸음걸이를 당당하게 하여 들어오자. 그 ‘찰나’가 듣는 사람들의 당신에 대한 인상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웃으면 복이온다! 당연히 심사위원,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라돈아이 일본 파트너사와 촬영>

2. 경험담 중심으로 발표를 진행하자

사업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연구과제 선정이나 투자유치 발표 등에서는 당신이 얼마나 노력하는 팀의 리더인지를 알 수 있게 하는 ‘과정’이 상당히 중요하다. 따라서,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레젠테이션 스킬 중에 ‘공감’을 이끌어내는 스킬이 최고의 스킬로 꼽히는 것인데, 이러한 ‘공감’은 가트너 (Gartner)의 보고서를 읊어준다거나, 유명한 사람의 유명한 성공담을 이야기 하는 것은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심사위원, 청자의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 (물론, 다단계 네트워크 마케팅에서는 ‘초심자’들을 상대로 ‘남의 성공담’이 가장 효과적이긴 하다)

따라서, ‘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사위원, 청자도 사람이고 가정이 있고, 경험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내가 ‘그들이 가진 경험’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문화적인 토양이 비슷하다면, ‘나’의 경험을 중심으로 발표를 진행하더라도 심사위원들에게 그 ‘고통스러운 느낌’이 잘 전달 될 수 있다.

절대로 심사위원들에게 ‘강의’를 하지 말도록 해야한다. 특히나 기술창업자, 기술벤처 기업의 발표를 들으면, 발표시간 20분 중에 15분이 배경기술에 대한 설명으로 가득 차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심사위원, 청자에게는 참으로 고욕스러운 일이다. 결국 ‘그래서 당신이 만든다는 것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면, 반드시 반성하고 프레젠테이션 학원이라도 다니셔야 한다. 이것은 ‘나의 이야기, 나의 기술, 나의 회사’를 제대로 말할 능력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프레젠테이션 현장을 ‘강의장’으로 만드는 아주 안좋은 습관이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적어도 기술창업가라면 가져서는 안되는 최악의 습관인 것이다.

20분 발표에서 배경기술은 약 4분 정도면 아주아주 충분하다. 특히나 투자회사(VC, 엔젤투자 조합)에서는 “3달 전에 우리 회사가 이런 상태였는데, 지금은 어떤 상태이다”류의 이야기를 아주 좋아한다. 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는지는 ‘팀’의 능력을 보면 되니까, 결국 그 회사의 발전 추세가 중요한 평가요소인 것이다. ‘나의 이야기, 나의 기술’을 이야기 해야만 프레젠테이션에 성공할 수 있다.

라돈아이와 소프트뱅크 IoT사업부와의 회의. ‘당신의 집에서 라돈가스가 얼마나 나오는지 측정해보라’고 하나 드리고 왔다. 경험과 공감은 제안의 핵심요소이다.

3. 경쟁사를 까지마라.

기술창업가들이 프레젠테이션 시 실수하는 부분 중에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아주 안좋은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심사위원이나 청자 중에 경쟁사와 관련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이미 시장에서 상당한 지위를 구축한 경쟁사의 스토리를 당신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심사위원들이 있을 수 있다. 발표에서는 ‘나의 기업, 나의 제품’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야 하고, 경쟁사의 언급은 ‘내가 이정도로 차별화에 공을 들였다’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의 경우에는 ‘양산자금이 없어서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은’ 스테이지인 경우가 많다. 심사위원들 입장에서는 ‘이미 시장에 나와서 소비자들에게 팔리고 있는’ 경쟁사의 제품과 ‘아직 프로토타입 단계’일 뿐인 기술창업자의 제품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조차 없다. 즉,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프로토타입 레벨의 당신의 제품과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양산제품은 체급이 다른 것이다. 경쟁사를 평가절하 하지 말고, 객관적인 비교표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심사위원, 청자들에게 ‘이 정도로 분석을 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법이다.

특히 경쟁사가 없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경쟁사가 없다는 것은 시장이 없다는 것이고, 시장이 없다는 것은 결국, 소비자 전체를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 소비자 교육에 투자할 금액만 해도 엄청난 부담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사를 부정하지 말고, 해당 기술영역 전체가 인기가 높아지고 있음을 언급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고 하겠다.

경쟁사에 대해서 확실한 차이점을 준비하여, 당신이 가지고 있는 ‘약간의 차이’와 그로인한 미래에 대해서 말하라.

 

4. 위기 대처 – 심사위원과 싸우지 말 것

심사위원이나 투자자의 마음은 결코 발표자를 떨어트리려는 사람들이 아니다. 위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미 서류심사를 통과한 기술창업자인 당신을 정부지원사업, 연구과제, 투자에 붙여주기 위해서 당신의 이야기를 귀기울이기 위해 앉아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중에는 소위 ‘칼질’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칼질은 다음과 같다.

– ‘나 그거랑 똑같은거 어디서 봤는데?’

대부분의 발표자들이 위와 같은 심사위원의 칼질에 ‘네? 어디서 봤는데요?’라는 질문으로 심사위원에게 대응한다. 하지만, 해당 질문을 던진 심사위원은 ‘유투브에 다 나와있는데 아직 못보셨냐’ 등으로 받아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신규성 챌린지’ 질문들에 심사위원들은 흔들리고, 발표자들은 무너진다. 저 심사위원 A가 어디서 봤다는데… 라고 하는 분위기가 돌고, 그것을 반격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발표하는 제안의 내용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위험하게 된다. 방법은 ‘철저한 선행기술조사’ 뿐이다. 발표를 하기 전에 ‘내가 만드는 기술’이 세상에 완전히 최초의 기술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친한 변리사를 섭외하여 발표 전에 선행기술조사를 반드시 하도록 하자. 특허청에서 제공하는 키프리스(www.kipris.or.kr)를 이용하면 일반인들도 무료로 조사할 수 있지만, 구멍이 숭숭 뚤린 검색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연구과제, 투자유치 발표를 준비중이라면, 반드시 선행특허조사를 하고 유투브 조사를 하고, 경쟁사들이 어떤 특허를 내놨는지를 철저히 조사하여, 심사위원들이 언급할 만한 것들을 사전에 파악하도록 하자.

– 증빙서류가 없다

굉장히 난처한 경우인데, 점수표가 있는 심사에서는 여지가 없는 심사위원의 칼질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심사위원과 싸우면서 ‘그 증빙서류는 이번 사업에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는 등의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수습할 수 없는 변명’을 하지 말고, 확인 후에 추후보완하겠다고 이야기 하고 상황을 수습하는 것이 좋다. 최근 조달청 우수제품심사에 들어갔다가 첫 질문인 ‘증빙자료가 이상하다’는 질문 하나에 15분을 질질 끌면서 정작 다른 질문은 하나도 하지 못했던 회사가 있었는데, 1년에 한 번 있는 기회를 이렇게 허망하게 날리는 것을 주의 하여야 한다. 추후보완. 발표를 보완하는 마법의 단어다.

발표의 달인인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발표 도중에 자신의 반대파가 일어서서 소리지르는 것도 아주 여유있게 받아넘기는 스킬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심사위원, 청자의 공격적인 칼질은 어찌보면 당신의 빈곳을 채워주는 도움의 손길일 수 있다. 오히려 그러한 심사위원을 칭찬하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전환하도록 하자.

 

5. 예산

정부지원, 연구과제에서는 예산을 가지고 반드시 트집이 잡힌다. 사적인 비즈니스 제안에서도 결국에는 ‘가격’이 문제가 된다. 투자유치(IR) 발표에서는 ‘얼마를 무엇에 써서 어떻게 성장하겠다’가 반드시 나와야 한다. 문제는, 예산이라고 하는 것은 ‘표’로 정리될 수 있는 아주 심플한 것이기 때문에, 조금의 실수가 있어서는 안된다. 조달청, 중소기업청, 정보통신과학기술부 등의 기관에서 주최하는 심사에서는 반드시 회계사나 회계전공자가 포함된다고 보면 되며, 투자심사에서는 당연히 예산에 대해서 꼼꼼하게 살펴보게 된다. 예산에 있어서 실수는 앞으로의 실수를 예고하는 아주 치명적인 실수이다. 발표를 하기 전에 반드시 예산 설계 전문가에게 검토를 받도록 하자.

[엄정한의 기술창업, 36계]

(14) 스타트업 놀이와 좀비벤처
– (13) 창의력을 죽이는 7가지 습관
– (12) 한국 특허제도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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