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 新직업]은 스타트업과 모바일 산업 속 직업을 다루는 코너입니다.

벤처캐피탈리스트(Venture Capitalist, 이하 심사역) 앞에 서서 열띠게 비전을 발표하는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는 많이 들을 수 있는데요. 막상 심사역의 목소리는 많이 들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모바일 산업과 스타트업 현장의 확대로 대두되는 직업을 다루는 [스타트업 & 新직업]의 첫 편으로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의 김승현 팀장님을 만나 심사역이라는 직업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인터뷰 내용이 해당 직군의 모든 것을 반영하지는 않습니다. 개인과 회사의 성향에 따라 상세 내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승현 심사역

#VC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

“이게 진짜 사회에 도움이 되고 문제를 해결하는 일일까…첫 직장이었던 외국계 컨설팅회사에서 3년간 일하다 보니 그런 의문이 들더라구요. 공공기관과 대기업을 상대로 IT 전략을 컨설팅 했었는데, 새로 시작하는 창업팀을 지원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였어요. 그 때 마침 시대가 스타트업 중심으로 바뀌고 있기도 했죠. 그리고 카이스트 경영대학의 연구센터(SK사회적기업가센터)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카이스트 사회적 기업가 MBA과정에서는 전원이 창업을 해야 하는데요. 그 팀들을 지원하는 업무를 했습니다. 한 1년 뒤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이하 카이스트창투)가 설립되어 이 곳에 들어오게 됐죠. 10월이 되면 만 3년이 되네요.”

“현재 몸 담고 있는 카이스트창투는 임팩트 투자개념이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 쪽으로 철학이 있으셨던 SK 최태원 회장님의 기부금을 카이스트가 출자해서 만든 자회사로, 기부자의 뜻을 기리는 의미에서 소셜 벤처에 씨드 투자하고 있어요. 씨드 투자는 리스크가 커 투자 결정이 쉽지가 않지만, 과감하게 하고 있죠. 또 팁스 운영사이기도 해서 테크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도 하네요. 현재까지는 25개의 포트폴리오 회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심사역이란 직업은?

“심사역이란 직업은 안정적인 것을 원하는 사람과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항상 낯선 사람, 새로운 아이템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이죠. 스타트업들을 실제로 만나기 위해 스타트업이 모이는 행사는 자주 참석합니다. 데모데이, 경진대회 등등이요. 저는 새로운 스타트업과 기존 팀 코칭을 포함해 일주일에 4~5개 이상의 스타트업 팀을 만나는 것 같네요. 행사에 참석한 날은 하루에 몇 십개의 팀을 만날 때도 있구요. 창업지원기관과 네트워크형성도 하죠. 초기에 발로 뛰면서 많이 다녔더니 이제는 엔젤투자자 액셀러레이터들로부터 스타트업 소개도 많이 들어옵니다. 이렇게 매일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합니다. 또 주관이나 개성이 강한 창업자들을 만날 가능성이 있고, 이 분들은 심사역에게 분명 듣고자 하는 대답이 있지만, 거절을 해야 할 때도 있어요.”

“지적 호기심이 많고, 학습능력도 빠르면 좋습니다. 이 쪽 산업은 계속 진화하고 있는 곳이니, 알고 있는 걸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심사역은 계속 학습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거죠.”

스타트업이 진출한 시장은 어떤 곳인지, 스타트업이 해결하려는 문제는 무엇이고, 기대효과는 어떤지 측정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해야하는 것이 심사역의 숙명입니다. 또한 매일같이 사람들을 만나 그들에게 조언과 피드백을 주어야 하기에 커뮤니케이션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되는 것이 심사역이란 직업의 고충이라고 합니다.

“24시간 카톡과 메일을 확인하는 게 버릇이에요. 스타트업은 밤 늦게까지 근무하는 경우가 많죠. 대기업이나 정부기관처럼 9시부터 6시까지 일하는 게 아니잖아요. 밤에도, 주말에도 필요한 게 있으면 연락이 옵니다. 시시각각 상황이 급변하고, 그때그때 이슈를 처리해야 하니까 이해합니다. 심사역이 되고 나서 여가생활과 일이 구분이 안돼요. 24시간이 업무시간이라 보면 되죠. 퇴근해서도 만나는 사람들도 다 업계사람들이에요. (사실 이 쪽 업계 분들과 만나는 게 말도 더 잘 통하고 재미있기도 해요.) 그래서 심사역은 돈을 보고 하는 일이 아니라 진짜 즐겨야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네요.”

김승현 심사역이 3년간 업계 머무를 수 있었던 이유에는 고충보다 큰 보람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녀는 투자를 한 스타트업 실제 시장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 뿌듯한 것이 없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가능성을 발견한 팀에 투자하고, 그들의 성장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행복해요. 어떻게 보면, 심사역도 스타트업과 함께 평가를 받아요. 열심히 스타트업의 비즈니스를 검토하고 시장조사를 해서 투자심의위원회에 올려도 떨어질 때가 있어요. 하지만 내가 가능성 있다고 믿은 스타트업이 투자심의에서 통과되면 그 자체가 보람이에요. 그리고 그 스타트업과 함께 희로애락을 느끼며, 성장해나가는 걸 지켜볼 때 사명감과 보람을 느낍니다.”

 

#신입은 잘 뽑지 않아…네트워킹을 쌓아라

“스타트업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주어야 하니 신입은 잘 뽑지 않습니다. 창업 경험이 있거나, 지원기관이나 액셀러레이터에 근무했던 분이면 좋겠죠? 업계에서 간접경험을 많이 해보았을 것이니 트렌드와 시장 파악도 빠를 거에요. 또 대기업처럼 채용공고를 내는 게 아니라, 알음알음 채용하는 경우가 많으니 네트워크 차원에서 스타트업 투자자 주변을 많이 살펴 보는 게 심사역이 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저도 카이스트 경영대학에서 학내창업팀 육성 일을 한 게 도움이 됐어요. 아주 극 초기의 창업자들이 사업계획서를 짜고, 파일럿 테스트를 하는 걸 보았죠. 그래서 창업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창업을 하는지 어렴풋하게 나마 알 수 있어요. 또 전공으로 했던 법률이 도움이 되기도 하더라구요. 제도 개선이나 계약건 검토에 있어 항상 법이 수반되기에 은근히 법 관련 지식이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김승현 심사역의 이야기를 통해 심사역이란 직업의 일과부터 고충과 보람을 알아보았는데요. 마지막으로 3년간 심사역을 하며 ‘스타트업이 심사역에게 연락할 때 유용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간단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내용이 몇몇 있었는데요. 초기 스타트업이 투자자나 대외 기관에 연락을 취할 때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에게 보내는 조언

1. 거절에 익숙해질 것

“초기 창업팀은 거절을 당한 경험이 많이 없어 거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심사역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서로 바쁜 시간을 내서 만난 그 시간이 헛되이 되는 게 싫더라구요. 거절의 말이 쉽지 않아도 피드백과 개선점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답변을 하지 않는 것으로 거절을 표현할 때가 있죠. 용기를 내어 거절을 하는 것이니 초기 스타트업분들도 거절에 강해진다면 좋을 것 같네요.”

2. 핵심내용을 메일에 써라

“스타트업 소개 메일을 받아보면, 워드와 ppt 슬라이드가 몇 십장일 때가 있어요. 엄청나게 많은 메일이 들어오기에 심사역들은 꼼꼼히 첨부 파일을 볼 시간 없습니다. 간단하게 내용을 추려주시고, 첨부 파일을 보내더라도 첨부 파일을 열어보지 않고도 간략하게 요지를 알 수 있도록 메일에 짧게 내용을 적어 주시면 좋습니다.”

3. 투자사에게 영리하게 접근하라

“기업 쪽에서도 IR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에 영리하게 접근하면 좋아요. 아무나 만나는 것 보다는 상대가 어떤 투자자인지 알고 만나면 좋죠. 투자사가 보유한 펀드와 포트폴리오를 참고하시고 조금만 발품을 팔면 투자사의 성향을 알 수 있어요. 투자사마다 투자 후 관계 형성 방법도 달라요. 리포팅을 자주 요구하는 곳도 있고, 가급적 창업자의 자유를 존중하는 곳도 있으니 해당 투자사의 포트폴리오 스타트업에게 관련 문의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김승현 심사역은 포트폴리오 회사들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했는데요. 스타트업에 대한 애정이 돋보이는 시간이었습니다. 추가로 투자자들은 완벽한 스타트업을 찾는 게 아니라, 투자자와 솔직하게 소통하고 본인들이 창출하려는 가치와 비전에 진정성을 담고 있는 스타트업을 바란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사업계획서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찾고 있는 김승현 심사역, 앞으로 어떤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이끌어 낼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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