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크리스마스 광고가 하나 있어요. 코카콜라의 “홀리데이 아 커밍(Holidays Are Coming)”. 빨간 트럭이 눈 덮인 마을을 반짝이며 지나가는, 1995년부터 이어진 그 광고요. 많은 나라에서 이게 나오면 “아, 연말이구나” 할 정도로 상징적인 영상이에요.

그런데 2024년, 코카콜라가 이 광고를 AI로 다시 만들었어요. 배우도, 진짜 트럭도 없이요. 반응은 참혹했어요. “영혼이 없다”, “싸구려 티가 난다”, “창의성이라곤 없다”는 혹평이 쏟아졌죠. 보통 회사라면 여기서 접었을 거예요. 그런데 코카콜라는 2025년에 또 AI 광고를 냈어요. 이번엔 의인화된 동물들이 트럭을 바라보는 영상이었는데, 다시 “불쾌하다”는 반응과 불매 이야기까지 나왔어요.

 

코카콜라의 생성형 AI 총괄은 이렇게 말했어요. “지니는 이미 램프 밖으로 나왔다. 도로 집어넣을 수는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반대편 이야기가 시작돼요. 세상에서 가장 큰 브랜드가 “AI로 만들었다”며 욕을 먹는 동안, 어떤 브랜드들은 정반대를 팔기 시작했거든요. “우리는 AI를 안 씁니다”를 대놓고 광고 문구로 내거는 회사들이요.

오늘은 이 흐름을 이야기해볼게요. 그런데 이건 단순히 “AI는 싫어”라는 감성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 밑에는 꽤 단단한 경제 원리가 하나 깔려 있어요. AI가 무언가를 공짜에 가깝게 찍어내기 시작하면, ‘사람이 만든 것’이 거꾸로 명품이 된다는 원리예요. 오늘 글의 진짜 주제는 그거예요.

 




“당신은 이걸 프롬프트로 만들 수 없어요”

가장 선명한 사례가 미국 의류 브랜드 에어리(Aerie)예요. 2025년 10월, 이 브랜드는 ‘100% 에어리 리얼(Aerie Real)’이라는 서약을 내걸었어요. 마케팅에 AI로 만든 몸이나 사람을 절대 쓰지 않겠다는 거예요. 원래 2014년부터 “모델 사진을 보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온 브랜드인데, 그걸 AI 시대에 맞게 한 칸 더 밀어붙인 거죠.

 

You can’t prompt this

 

올해 3월엔 배우 파멜라 앤더슨을 앞세운 광고를 냈어요. 광고는 삭막한 AI 생성 화면 안에서 시작해요. 앤더슨의 목소리가 “모델을 생성해줘”, “분위기를 바꿔줘” 하고 명령하는데, 만들어지는 인물마다 어딘가 사람 같지 않고 밋밋해요. 그러다 진짜 사람들의 생기 있는 얼굴로 화면이 넘어가면서 이 문구가 떠요.

 

“You can’t prompt this(이건 프롬프트로 만들 수 없어요).”

 

여기서 눈여겨볼 건, 이게 착한 척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 장사가 됐다는 거예요. 서약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을 때 4만 개가 넘는 좋아요가 붙어 브랜드 역대 최고 게시물이 됐고, 2025년 4분기 동일 매장 매출이 전년 대비 23% 뛰었어요. 브랜드 인지도도 분기 중 21% 올라 71% 수준에 도달했고요. CMO 스테이시 매코믹의 말이 이 전략을 요약해요. “다들 완벽을 좇거나 AI로 보정하지만, 우리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 즉 ‘진짜’를 지킵니다.”

에어리만이 아니에요. 헬스클럽 브랜드 에퀴녹스(Equinox)는 금목걸이를 한 아기가 수상스키를 타는 식의 우스꽝스러운 AI 이미지를 미끼로 던진 뒤, “AI가 판치는 세상에서 진짜 믿을 수 있는 건 너 자신뿐”이라는 선언으로 마무리했어요. 도브는 이미 2024년에 “AI가 만든 가짜 아름다움을 쓰지 않겠다”고 먼저 치고 나갔고요. 브랜드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진짜 이야기 — ‘사람이 만들었다’가 명품이 되는 원리

여기서부터가 오늘의 핵심이에요. 왜 하필 지금, “AI를 안 쓴다”가 무기가 됐을까요. 답은 경제학에 있어요. 무언가가 흔해지면, 그 반대편이 귀해진다는 아주 오래된 원리예요.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 이미 널린 이야기예요. 공장에서 시계를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게 되자, 사람이 한 땀 한 땀 만든 수제 시계가 오히려 몇 배 비싸졌어요. 식품이 대량 생산되자 ‘유기농’이라는 딱지가 프리미엄이 됐고요. 기능은 똑같거나 오히려 대량 생산품이 나은데도, 사람들은 ‘사람 손’과 ‘희소함’에 웃돈을 얹어요. 그 안에 담긴 정성과 이야기를 사는 거예요.

지금 콘텐츠 시장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AI가 이미지도, 영상도, 글도 사실상 공짜로 무한히 찍어낼 수 있게 되자, 거꾸로 ‘사람이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희소한 프리미엄이 된 거예요. 업계에서 나온 말이 이걸 정확히 짚어요. “사람이 만든 것(human-made)이 새로운 유기농이다.”

숫자로도 확인돼요.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연구진이 사람들에게 똑같은 그림을 보여주면서, 한쪽엔 “사람이 그렸다”, 다른 쪽엔 “AI가 그렸다”고 라벨만 바꿔 붙였어요. 그랬더니 ‘사람이 그렸다’는 쪽을 62%나 더 높게 평가했어요. 그림은 완전히 똑같은데도요. 어떤 조사에선 소비자의 76%가 “이 콘텐츠를 진짜 사람이 만들었는지 아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고요. 요즘 일부 뉴스레터가 “사람이 씀(written by a human)”이라는 배지를 일부러 붙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이 렌즈로 보면 에어리의 “You can’t prompt this”는 단순한 감성 카피가 아니에요. “우리 건 프롬프트로 못 찍어내는, 희소한 진짜입니다”라는 가격표 선언이에요. AI가 공짜로 뿌릴수록, 그 문장의 값은 올라가고요.

 




지난주, 이 흐름에 기름을 부은 사건

AI info가 들어간 메타 광고 정보 창

 

마침 지난주에 이 판을 더 또렷하게 만든 일이 있었어요. 7월 7일부터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가 AI로 만들거나 크게 손댄 광고에 자동으로 ‘AI 정보’ 라벨을 붙이기 시작한 거예요. 메타 광고 도구의 배경 생성·이미지 생성은 물론, 포토샵 생성형 채우기나 캔바 AI로 만든 것도 잡아내요. 사진에 남는 제작 이력(C2PA라는 표준)을 읽어서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그동안 “AI로 만들었다”는 건 숨은 배경이었어요. 티만 안 나면 아무도 몰랐죠. 그런데 이제는 소비자 눈에 보이는 딱지가 돼요. 광고 밑에 “이 광고는 AI로 제작됨”이 붙는 순간, 바로 옆에서 “우리는 그 딱지가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브랜드는 자동으로 차별화돼요. 유기농 인증마크가 있으니 “무인증”이 대비되어 보이는 것과 똑같은 구조예요. 반AI 마케팅은 이 라벨 덕에 앞으로 더 힘을 받을 거예요.

 




그런데, 이 카드엔 치명적인 함정이 있다

여기서 균형을 잡아야 해요. “그러니 우리도 반AI를 내걸자”가 답이라면 너무 성급하거든요. 이 전략엔 날카로운 함정이 있어요. 바로 위선이 걸렸을 때의 대가예요.

‘유기농’이라 써 붙인 채소에서 농약이 나오면, 그냥 채소보다 훨씬 크게 욕을 먹잖아요. 반AI도 똑같아요. “우리는 진짜만 씁니다”를 내건 브랜드가 뒤에서 AI로 후기를 지어내거나 AI 보정을 슬쩍 쓰다가 걸리면, 그 타격은 처음부터 AI를 썼다고 밝힌 것보다 훨씬 커요. 진정성을 팔았는데 그게 거짓으로 드러나는 거니까요. 실제로 “진짜 목소리”를 내세운 캠페인에 AI 성우를 쓴 사례, “진짜 몸”을 말하면서 다른 데선 AI 모델을 쓴 사례가 적발돼 역풍을 맞았어요. 얄궂게도, AI를 잡아내려고 만든 그 탐지 기술이 이제 브랜드의 위선을 잡아내는 데 쓰여요.

그래서 업계에서 나온 결론이 날카로워요. *AI를 메시지로 쓰면 실패하고, 기계로 쓰면 성공한다.” AI를 광고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건 위험한데(코카콜라처럼), AI를 조용히 뒤에서 도구로만 쓰는 건 오히려 이득이라는 거예요. 개인화, 소재 테스트, 제작 속도를 높이는 데 AI를 쓰되 그걸 자랑하지 않는 브랜드들이 앞서가고 있고요. AI는 부엌에서 쓰고, 손님상엔 요리만 내는 거죠.


정리하면, 반AI 마케팅은 아무나 쓸 수 있는 카드가 아니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 손으로 만든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브랜드에게만 무기가 되고, 어중간하게 흉내 내는 브랜드에겐 폭탄이 돼요.

 


 

그래서, 우리는

첫째, “우리도 반AI 할까?”가 아니라 “우리에게 진짜 자산이 뭐지?”부터 물으세요. 반AI 카드가 통한 브랜드들은 원래부터 ‘진정성’이라는 자산이 있었어요(에어리의 10년 된 무보정 약속처럼). 없던 진정성은 광고로 급조가 안 돼요. 우리 브랜드엔 실제 수강생의 변화 이야기, 강사가 직접 겪은 현장, 사람 손이 닿은 흔적 같은 어떤 ‘진짜’가 있는지부터 찾는 게 먼저예요. 그게 있으면 카드가 되고, 없으면 흉내에 그쳐요.

둘째, ‘진짜’를 팔 거면 부엌까지 진짜여야 해요. 반AI를 메시지로 내걸 생각이라면, 상세페이지 모델 컷부터 고객 후기, 배너 문구까지 전 과정에서 그걸 지킬 수 있어야 해요. 한 군데라도 어기면 그게 급소가 돼요. 어설프게 “사람 중심”이라고만 적는 건, 안 하느니만 못해요.

셋째, 그렇다고 AI를 버리라는 게 아니에요. 자랑하지 말라는 거예요. 우리 상세페이지나 배너를 AI로 더 빠르게 만드는 건 좋은 일이에요. 다만 “AI로 만든 최첨단 페이지!”라고 내세울 이유는 없어요. 소비자가 원하는 건 ‘좋은 결과물’이지 ‘AI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아니거든요. 메타 라벨이 붙는 시대엔 특히, 무엇을 AI로 만들고 무엇을 사람 손에 남길지 나누는 판단 자체가 실력이에요.

넷째, ‘사람 손’을 굳이 보이게 만드세요. 사람이 만든 게 프리미엄이 되는 시대라면, 그 사실을 숨기지 말고 드러내는 게 이득이에요. 강의 소개에 강사가 직접 쓴 손글씨 메모, 촬영 비하인드, 만든 사람의 얼굴과 이름 한 줄. 예전엔 당연해서 안 보여주던 것들이, 이제는 “이건 프롬프트로 못 만든다”는 증거가 돼요.

 


 

결국, 진짜는 급조할 수 없다

정리하면 이래요. AI가 콘텐츠를 공짜에 가깝게 찍어내기 시작하자, 희소성의 무게추가 정반대로 옮겨갔어요. 코카콜라의 AI 크리스마스 광고가 “영혼 없다”고 욕먹는 동안, “우리는 사람이 만듭니다”를 내건 에어리는 매출을 23% 끌어올렸죠. 사람이 만든 것이 새로운 유기농, 새로운 명품이 된 거예요. 지난주 메타의 AI 라벨은 그 흐름을 더 또렷하게 만들었고요.

하지만 이건 만능 카드가 아니에요. ‘진짜’를 팔았다가 뒤에서 AI를 쓴 게 들키면 역풍이 더 세고, AI는 자랑할 메시지가 아니라 조용히 쓰는 도구일 때 이겨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카드가 통한 브랜드들엔 원래 급조할 수 없는 ‘진짜’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의 진짜 질문은 이거예요. AI가 세상 모든 걸 그럴듯하게 찍어낼 수 있게 된 지금, 우리 브랜드에서 ‘프롬프트로는 못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그 답을 가진 브랜드만, 다음 시대에 웃돈을 받게 될 거예요.

 

참고 자료

– 코카콜라 AI 크리스마스 광고 논란(2024 “영혼 없다”·”싸구려”, 2025 재시도·불매 언급, 4개 생성 모델·3개 AI 스튜디오 제작), 생성형 AI 총괄 프라틱 타카르 “지니는 이미 램프 밖으로 나왔다”: NBC News — https://www.nbcnews.com/tech/innovation/coca-cola-causes-controversy-ai-made-ad-rcna180665 , Forbes — https://www.forbes.com/sites/danidiplacido/2025/11/04/coca-cola-sparks-backlash-with-ai-generated-christmas-ad-again/

– 에어리 ‘100% Aerie Real’ 서약(2025.10)·파멜라 앤더슨 광고(“You can’t prompt this”)·4만+ 좋아요·4분기 매출 23%·인지도 71%·CMO 스테이시 매코믹 발언: Marketing Dive — https://www.marketingdive.com/news/how-aerie-is-pushing-back-against-ai-content-with-pamela-anderson/815668/ , Ad Age — https://adage.com/brand-marketing/retail/aa-aerie-anti-ai-campaign-pamela-anderson/

– 에퀴녹스 “question everything but yourself” 캠페인·도브 등 반AI 흐름과 ‘virtue signaling’ 비판: Adweek — https://www.adweek.com/creativity/in-2026-brands-are-virtue-signaling-about-ai/

– ‘사람이 만든 것 = 새로운 유기농’, 컬럼비아 경영대 실험(동일 작품을 ‘사람작’일 때 62% 높게 평가), 소비자 76%가 “사람 제작 여부 아는 게 중요”, ‘사람이 씀’ 배지: We and the Color — https://weandthecolor.com/human-art-is-becoming-more-valuable-in-the-age-of-ai-heres-why/209840 , LBBOnline — https://lbbonline.com/news/Human-Made-Is-the-New-Organic , The Conversation — https://theconversation.com/in-the-age-of-ai-human-creative-output-is-becoming-a-luxury-276514

– 메타 AI 광고 라벨 자동 부착(2026.7.7 시행, 배경·이미지 생성 및 C2PA로 제3자 도구 탐지): Social Media Today — https://www.socialmediatoday.com/news/meta-adds-updated-disclosure-tags-for-ai-generated-ads/824658/

– “AI를 메시지로 쓰면 실패, 기계로 쓰면 성공”, 위선 리스크(진정성 표방 후 AI 사용 적발), AI 광고 불신 소비자 통계: Breef — https://www.breef.com/breefingroom/articles/the-ai-marketing-backlash-why-ai-first-brands-are-starting-to-fall-flat , Mojo Creative — https://mojo.biz/anti-ai-backlash-real-heres-how-smart-brands-are-using-ai-without-looking-they-are

 

 


프레이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