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경기회복과 취업 준비생 감소가 맞물려 대부분 기업이 인재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일본 20대 취업 준비생 1명당 일자리가 1.7개 있는 셈이라고 하죠. 한국에서는 N포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질 정도로 취업난이 심각한데, 일본에서는 구인난으로 파산위기까지 처한 기업도 있다고 하네요.

사실 이런 현상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일본 취업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은데요. 가까운 나라이기에 간과하기 쉽지만 일본도 분명 다른 언어, 다른 문화를 가진 곳이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일본의 조직문화와 취업 노하우를 알아보기 위해 [일본을 말하다] 첫편의 주인공으로 야후재팬의 우나리 부장을 만났습니다. 일본에 거주한지 16년이 다 되어가, 어느새 탄탄한 커리어뿐만 아니라 행복한 가정도 꾸리고 계신데요. 이 모든 일은 무심코 전해들은 채용공고에서 비롯됐습니다.

우나리 부장

“대학교 4학년 말부터 일을 하기 시작했죠. 첫 직장에서 친했던 분이 일본을 좋아하셨는데, 일본에서 엔지니어 인력을 구한다는 채용공고를 알려주더라고요. 그 때 일본어를 조금 할 수 있었거든요. 그 때만 해도 일본 취업에 관심이 없었지만, 무심코 지원했는데 덜컥 합격됐습니다.”

그 때 우나리 부장은 20곳 정도의 회사와 면접을 진행했고 전부 다 합격했다고 하네요. 그 중 한 SI업체에 2년 정도 있다 지금의 야후재팬으로 이직했습니다. 당시 프로그래밍을 잘 못하는 엔지니어였기에 일본에 가기 전 자바와 오라클을 6개월 안에 마스터 할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고 추억했습니다. 입사 전뿐만 아니라 입사 후 지금까지도 공부를 해오고 있으며, 덕분에 지금 뒤돌아 봐도 설렐만큼 야후재팬에서 했던 일 모두 즐겁게 진행했다고 합니다.

‘멘토링데이참석’ 우나리 부장 (정중앙)

“처음 입사해서는 ‘지혜봉지'(네이버의 지식인과 비슷한 Q&A 시스템)을 런칭했어요. 4명이서 시작해 만든 서비스였는데 런칭 1년만에 DAU 100만, 3년엔 DAU 300만을 달성했습니다. 엔지니어는 딱 두 명이라 시스템 설계, 개발, DB튜닝, 모니터링 툴 개발, 서비스 운영 툴 개발 등 매일 전쟁같이 일을 해야 했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누군가에게 도움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좋았어요. 그러다 6년 후엔 광고 부서로 가게 됐죠. 사실 지혜봉지 서비스가 너무 좋았기에 원하지 않던 부서 이동이었지만, 얼마나 우물 안의 개구리로 살았었는지 깨닫게 된 좋은 기회였어요.”

“광고부서에서 처음엔 IM(Interest Match)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가했죠. 지금은 그 프로젝트가 YDN(Yahoo Display Network)라는 광고 플랫폼이 되었네요. 여기서 애드테크를 처음 접하고 데이터 분석을 했습니다. CTR 10% 이상이라는 나쁘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었을 때, 옆 부서에서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바꾸며 AB테스트를 하더니 CTR을 23%로 올리더라고요. 충격 받았습니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실감했어요. 그래서 무작정 디자인 연구하는 팀을 만들고, 디자인 부 부장으로 가서 일도 해보면서 많은 걸 배웠죠. 지금은 기술, 데이터, 디자인을 연계해서 서비스를 개선하는 일과 대학과 연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커톤 참가, 우나리 부장 (오른쪽)

우나리 부장은 직접 만든 서비스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보람 덕분에 주말도 없이 계속 출근해도 행복하고, 밤을 새도 행복했다고 전합니다. 그리고 시스템 개발, 데이터 분석, 디자인 연구까지…해야 하거나 궁금한 일이 생기면 무엇이든지 공부해서 해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광고부서에 간 뒤로는 논문 읽는 것이 취미인 선배를 따라 논문 읽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남이 축적해놓은 지식을 단숨에 읽는 경험은 명품을 선물 받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안정적으로 해외 취업을 하려면 이렇게 적극적으로 공부할 줄 알고, 성장에 대한 욕구도 있어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열정뿐만 아니라 ‘해외 취업’이니 문화도 잘 파악해야겠죠? 우나리 부장을 통해 일본 비즈니스 매너도 알아보았습니다.

1. 조화를 중시…진행 속도에도 영향

“일본인은 개인적이면서도 조화를 중시합니다. 혼자 눈에 띄게 되는 행동은 자제하는 편이죠. 보통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을 찾아요. 업무에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모두가 싫어하지 않는 방향으로 일을 조정하려다 보니 진행이 더딜 때가 많습니다.”

 

2. 인간관계는 천천히 쌓을 것

“한국에서는 대부분 좋으면 훅, 빠르게 불타오르는 문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네요. 이게 비즈니스에서도 해당됩니다. 일본 파트너와 천천히 신뢰를 구축하면서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해요. 갑자기 연락해서 요청을 하는 행동은 맞지 않아요. 또 비즈니스 매너에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게, 일본인은 기분이 나빠도 표현을 잘 하지 않아요. 무엇이 필요로 할 지 먼저 알아내서 해주어야 합니다. 간결히 말해 일본에서는 유저 니즈를 파악해서, 인사이트를 얻고, 그를 통해 세련된 UX를 제공하는 회사처럼 움직여야 합니다.”

우나리 부장은 자칭 ‘워커홀릭’입니다. 일을 너무 좋아해서 퇴근 후 취미로 일을 할 때도 있다고 하네요. 게다가 잔업을 하지 않아도 남들 보다 많은 양의 일을 할 수 있다고 자부했습니다. 바로 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서의 경험으로 인해 단련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야후재팬에서는 아이가 있는 직원들을 위한 제도가 굉장히 많아요. 출퇴근 시간이 자유입니다. 10시~15시 사이에만 자리를 지키면 그 외에는 유동적으로 한달 근무시간을 채우면 되죠. 육아 휴가는 최대 1년 6개월이 되며, 아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할 때 쓸 수 있는 육아휴가가 한 아이당 최대 10일까지 있습니다. 한 달에 5일까지 가능한 재택근무, 초등학교 6학년이 될 때까지 최소 6시간이라는 단축 근무 가능(모자란 시간은 월급에서 제외) 등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이 일하면서 육아하기엔 힘든 환경입니다. 여성이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서 나아가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려면 슈퍼우먼이 되어야 하는 환경을 바꾸고 싶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면 좋은 점이 너무 많은 걸 알리고 싶어요. 예로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일을 해치우는 능력을 훈련했어요. 처음에는 분명 힘든 점이 많이 있었죠. 하지만 사람 관리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마음을 움직이는 법을 배우게 되요. 자연스럽게 주변을 관찰하게 되기도 하죠. 육아로 배운 것들이 승진이나 많은 사람들과 일을 하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해요.”

우나리 부장은 창업도 고려 중이라고 합니다. 세 아이를 둔 엄마로서의 경험과 야후재팬에서의 경험을 잘 살리면 어떤 서비스가 나타날 지 기대되네요.

천천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쩌다 붙어버린 일본 기업에서의 면접, 원하지 않던 부서 이동, 세 아이의 엄마라는 타이틀 등 예상치 않던 일들이 그녀에게 많이 일어났네요. 하지만 자신이 속한 조건 속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있었기에 어떤 변화에서든 긍정적인 결론을 도출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이 해외 취업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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