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터모멘트 크레이티브 랩 박창선 CEO가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로고..거친 상대였다..

로고제작을 통해 이미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누워있을 때 쯤,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손님 : “아! 박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하하하하”
박 대표: “아네! 페름기이후로 처음이죠? 하하하하”
손님 : “그러게나 말입니다, 벌써 양치류가 이렇게나 번성했네요. 그건 그렇고 어떻게 사업은 잘 되십니까?”
박 대표: “닥쳐(하하하, 뭐 요즘 다들 똑같죠)”
손님 : “하하 뭔가 순서가 바뀐 것 같지만, 그렇군요. 뭐 소개서같은 거 하나 있으시면 주세요. 주변에 홍보 좀 해 드릴게요.”
박 대표 : 아.. 아직 소개서가…하하…지금 다시 인쇄 중입니다..인쇄 중이요. 하하…절대 안 만든 게 아닙니다!

그래서 소개서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보통 소개서는 대외적으로 뜬금없이 내 사업을 어필해야 할 때 사용되는 긴급 아이템과도 같습니다. 저는 디자인을 하니까 영업을 뛰다 보면 포폴을 요구하거나 회사소개서를 달라 하는 곳이 종종 있는데, 핀터레스트나 드리블같이 웹 포트폴리오 사이트에 주로 쌓아놓는 터라 당장 뭔가 짠 하고 꺼내 보여줄 수가 없어서 놓친 경우가 종종 있었답니다. ㅜㅜ….

핀터레스트 보여주면 되지 않느냐!! 하시지만…사실 조그마한 핸드폰으로 막 이래저래 켜서 보여주는 것도 좀 뭔가 모양새가 이쁘진 않더라구요. 좋은 방법은 컨설팅모드가 되는 노트북이나 아이패드같은거 들고다니면서 간지나게 쫘악 보여주는 것이지만… 전 LG그램을 씀에도 뭔가 가방이 항상 무거우므로 굳이 기기를 하나 더 추가하고 싶진 않더라구요. 이러나 저러나 아직은 종이 회사소개서가 요긴하게 쓰이는 것 같습니다. 사실 겁나 이쁜 회사소개서는 함부로 버리기도 참 뭐하거든요. (제주 이니스프리에서 가져온 이니스프리 여행북은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공짜로 주기엔 너무 이쁘게 만들어졌음)

모델이..아니아니..브로슈어가 굉장히 이쁨

자, 그러니 이제는 회사소개서란 것을 만들어 볼 참입니다. 그 전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회사소개서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저도 디자인 작업을 들어가기 전 클라이언트에게 3가지 정도를 요청한답니다.

1. 기존에 만들었던 회사소개서 주세요.
2. 비지니스 관련된 모든 이미지 파일 주세요.
3. 사업소개서(텍스트)로 된 자료 및 각종 그래프 자료 주세요.

근데 멘붕인 건 3가지를 요청했을 때 발생하는 이슈들입니다. 일단, 음…하나하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기존의 회사 소개서

보통 기존에 만들었던 회사소개서는 외주 디자이너에게 맡기거나 내부에서 만든 경우가 많은데, 디자인비를 많이 아끼신 듯한 느낌이 강렬합니다. 물론 디자인이야 어차피 전 제작자가 뭘 해놨든 내가 다시 갈아엎어야 하니까 신경쓸 게 아니지만, 기본적인 플로우나 내용의 길이, 사진의 퀄리티라던지, 컨셉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경우가 98%는 되는 듯합니다.

주로 퍼런 느낌의 이런 것들이죠.

주로 템플릿에 의존하거나 업체에 맡겼을 때 나오는 회사소개서 디자인의 특징을 보면,

1. 뭔가 그라데이션이 있고 퍼렇습니다.(또는 빨감)
2. 구름과 빌딩과 웃고 있는 직장인 표지사진
3. 세계지도는 항상 들어감
4. 텍스트에 박스가 꼭 들어감
5. 뭔가 사진이 다들 어두움
6. 그림자, 밑줄, 외곽선, 가끔 반사효과도 있음
7. 하단엔 꼭 Bar를 넣어줌
8. 인포그래픽 같은 게 있는데 뭘 말하는지 잘 모르겠음(3D 구형이라던가..)
9. 파워포인트 스마트아트를 너무 좋아하심
10. 세련되려고 픽토그램을 사용하는데 선 굵기 다 달라서 이상함..

뭐 이런 정도의 ‘놀라울 정도로 공통된’ 특징들이 있는 거 보면 업체소개서의 규격화가 잘 이루어졌다고 봐야 할라나요..

 

2. 비즈니스 관련 이미지 파일

대부분의 사진이 …뭔가 어둡고, 칙칙하거나, 피사체가 분명하지 않거나 어지럽거나 등등..총체적 난국인 사진을(폴더정리 안 된 채로) 그냥 zip파일로 던져 주시는데…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일단 미리보기로 쓰윽 본 다음 쓸만한 사진이 없으면 그대로 휴지통 직행하는 경우가 꽤나 대다수입니다. (사진폴더정리를 잘하면 매우 서로가 편하고 좋습니다…)

뭔가 이런 느낌..

 

3. 회사소개서

텍스트로 정리된 비지니스모델이나 소개워딩, 계획서, 문서자료, 그래프 등은…좀 냉정하게 말해서 제대로 정리가 되어있는 회사가 몇 없었습니다. 다들 없지는 않지만, 어딘가 짱박혀있는 것들을 꺼내는 느낌이 좀 강하고, 이것저것 긁어모아서 그냥 던져주는 식이라서 그 워딩들 정리하는데 시간이 꽤 걸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그 문서자료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너무 거창하거나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도 있었고, 앞과 뒤가 안 맞거나 중심축이 없이 그냥 상세정보만 가득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위와 같은 현실을 타개해보고자…이번 글을 쓰는 것이므로 일단 회사소개서의 정의와 역할부터 알아보도록 할게요.

 

#회사소개서는!

소개서라고 하는 것은 세 가지를 보여주는 겁니다.

우리는 누구이고, 어떤 일을 하고,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이것을 보여주는 것이 소개서의 궁극적인 목적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매출 추이나 제휴사 리스트, 서비스 소개 등은 부가적으로 붙는 요소들일 뿐이고, 소개서의 목적은 결국 앞의 3가지를 보여주기 위해 존재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로고의 의미를 해석한 자료’라고도 할 수 있죠. 앞서서 로고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설명해 드렸듯이 결국 우리의 비즈니스의 정체성을 이미지로 함축하면 로고, 그걸 다시 풀어내면 소개서가 되는 원리랄까요.

 

#회사소개서의 역할은 ?

소개서는 로고를 설명함과 동시에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재정의’를 합니다. 흔히들 하는 실수가 우리의 경쟁업체가 누구인지를 말하고 그들보다 우리가 얼마나 좋은지를 자꾸 얘기하는 것인데, 사실 고객들은 그런걸 신경 쓰지 않습니다. 네가 누구랑 싸우든 상관없이 그냥 내가 좋은 걸 쓰죠.

그러니 그냥 담담하게 그들에게 우리의 탄생을 알리고, 이게 너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던져주는 느낌이랄까요.

사람과 비슷하게 어느 누구도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태어난 존재는 없습니다. 비즈니스의 탄생도 무언가와 경쟁하고 싸우기 위해 태어나지 않죠. 나만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갈 뿐입니다.

 

#회사소개서를 만들어보자!

로고가 이름이라면, 회사소개서는 1분 자기소개와 같아요. 무슨 일을 하고 어디에 살고 나이는 몇 살이고, 현관 비밀번호는 몇 번이고 첫 키스는 언제 했는지 뭐 이런 것들을 얘기하는 시간이죠. 여러분들도 대부분 자기소개를 한두 번쯤은 해보셨을 텐데 딱 관종스럽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고 명쾌한 자기소개를 한 두번쯤 들어보시지 않았나요? 대부분 그런 자기소개는 기승전결이 아주 명확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정확하게 표현해요. 빨주노초파남보가 아니라, 딱 파란색! 이런 느낌이 강하죠.

회사소개서라면 아래와 같은 모습일 거예요.

이미지출처 : 디자인나스 AD포트폴리오 中

‘딱 이건 뭐다!’라는 컨셉을 한 번에 전달할 수 있는 경우가 많고, 사실 페이지수도 20page 미만이 많습니다. 대다수는 10page 안에서 끝나죠. 자, 그럼 이제 준비단계를 한 번 알아봅시다.

 

1. 마음을 가다듬고 호흡을 정리하자.

– 왜냐면 극도의 유혹과 마귀의 꼬임이 시작될테니까요. 뭘 자꾸 더 추가하고 넣고 싶은 강한 유혹..

2. 로고가 선작업

– 회사소개서는 로고를 풀어헤치는 작업과 같다고 했어요. 로고가 개판이면 일단 로고부터 다시 만드시는 게 좋습니다. 물론 거짓으로 만드는 곳들은 ‘로고나 그런 건 그냥 모르겠고, 이쁘게만 해주세요’라는 오퍼를 주시지만, 그런 오퍼는 받지 않습니다. (단호)

3. 우리는 OOO이다.

– 당신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규정해주세요. 나는 대표다. 직원이다 이런거 말고;;….무슨 일을 하는 사람말고..그냥 ‘우리는 누구다!’라는 거. 우린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들이야! 우린 범사에 진지해! 우린 덕력이 충만해! 우린 사회문제를 늘 고민해! 우린 현장을 사랑해!! 우린 미쳤어!! 이런 사람들의 아이덴티티를 잡아주세요.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건 결국 사람이고, 그 성격과 기질이 모여 고유의 색깔을 드러냅니다. (첫 글에서 얘기 드렸쥬?)

4. OOO는 OOO이다.

– 이젠 여러분들이 서비스하고 있는 영역, 뭐 주차라면 주차, 분식이면 분식, 독립출판, 청소, 빨래 대행, 1인 식당 등…뭐든 간에 그것을 재정의 내려주세요. 여러분만의 언어로. 수많은 논쟁과 아이디어가 쏟아져나와야 해요.

쭉쭉쭉쭉..

예를 들어 화장품이란 무엇일까요? 그냥 피부 좋아지라고 바르는 거? 그건 다 아는 얘기예요. 여러분들의 언어론 무엇인가요? 화장품을 바를 때의 기분을 어떨까? 화장이 우리 생활에 차지하는 건? 사회적인 시각은? 역사적으로 화장이란? 나에게 화장이란? 우리가 추구하는 화장은? 왜 우린 이 비즈니스를 시작했지? 어떤 모습을 봐서였잖아!? 어떤 모습이었지!….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궁리하고 고민해보는 거죠.

화장품 = 존중.
화장품을 쓴다는 건 나에 대한 존중이다.
화장하는 시간 = 나를 존중하는 시간!

이런 식으로 재정의를 내려주는 거예요. 이게 이루어지면 어떤 컨셉으로 무엇을 표현해야 할지 쭉쭉 나오기 시작해요.

 

5. 하고있는 서비스 영역의 단계를 설정해주세요.

– 오..말이 어려워. 하지만 단순히 이런 거예요. 가장 메인으로 내세워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 그리고 그걸 바이럴하거나 더 넓히기 위해 하고있는 부가 채널들 등. 회사에서 하고있는 일은 굉장히 많습니다. 그것의 우선 순위와 단계를 설정해주어야 해요. 소개서에선 그 모든 일을 다 까발리는 것이 아니에요. 신상을 털자는 게 아니기 때문에 우선순위 1, 2단계 정도만 소개하고 나머지는 웹이나 상세책자에서 자세히 알아보세요..라고 하면 돼요. 중요한 건 대표님이 보기엔 모든 게 다 중요하고 소중해 보일 수 있으므로, 회의실에선 잠시 나가 계시는 게 좋아요.

예를 들어 가장 크고 중요한 사업은

1. 오프라인 매장운영(세탁방)
2. 배달 서비스(세탁물)

그리고 서브로 딸려오는 것들이

3. 세탁물 관리/예약제
4. 특수섬유 세탁서비스
5 신발세탁
6. 이불 및 대형섬유 세탁

그리고 더 하위에 있는 현재 계획 중이거나, 갓 진행된

7. 세탁 노하우 원데이클래스
8. 세탁 관련 세제/유연제 온라인 쇼핑몰
9. 전문 세탁사 자격추진 등

뭐 이런 식으로 단계를 쪼개주어야. 무엇을 먼저 크게 보여주고, 무엇을 하위로 떨어뜨릴지 페이지 구성이 정리가 되거든요. 대부분 이런 것들은 실무자들이 더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저 업무들을 운영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 규모와 활성화 정도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죠. 그래서 회사 소개서를 만들 때는 직원들의 얘기도 가능한 듣는 편이에요.

여기까지가 준비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선, 내부적으로 아이덴티티를 정리하고, 우리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왜 하는지, 우리는 누구인지를 텍스트로 구성해서 확정 짓는 단계에요.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부분이죠. 이렇게 정리된 아이덴티티는 추후 소개서 디자인의 근거가 되어주고 전체 컨셉의 명분을 만들어줘요.

이제 나머지는 제작단계와 수정단계, 인쇄단계가 남았네요. 이것은 제 2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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