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조직의 구조를 흔드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관리’라는 업무입니다. 관리는 조직의 구조를 상하로 길게 늘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중간 관리자가 원래 해야하는 업무의 시간을 앗아가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관리가 주가 되면 관리를 위한 조직이 되는 ‘대기업병’에 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여전히 관리가 필요하고 현대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불가결한 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관리는 정확히 어떤 일이고 관리가 만연하는 원인은 어떤 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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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는 매트릭스 조직에서 백오피스의 업무를 작은 조직에 하나씩 풀어서 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흔히 기업의 백오피스를 이루는 인사, 재무, 기획, 총무 등의 업무를 세부 사업 단위까지 적용하기 위해 거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팀의 책임자가 이것을 관리 혹은 취합을 해서 매트릭스 조직과 이것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으로 일이 이루어집니다. 작게 보면 맡은 조직원의 근태 관리부터 조직의 예산, 문화활동 등 여러 자질구레한 일에서부터 단위 조직의 경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일을 해내고 있는 셈입니다. 이는 조직 자율성을 강화해야 하는 최근 경영의 트렌드로 보았을 때 좋은 방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정보를 단위 조직에서 관리하는 것처럼 조직의 리더가 이것을 바꾸거나 이것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이런 업무들은 단위 조직의 중요한 업무가 아닌 것이 되어 버립니다. 중요한 업무를 하는 리소스를 줄여 버리는 역할을 합니다. 조직이 전체적으로 너무 크니까 단위 조직으로 잘게 쪼개서 취합 받고 편하게 관리하자는 백오피스의 이해에서 생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야유회를 간다고 합시다. 야유회에 필요한 정보가 많습니다. 누가 가는지, 각자의 선호는 무엇인지 등 준비 단계부터 진행해 나가면서까지 각 단계마다 전체 직원들에 대한 필요 정보가 많습니다. 물론 회사는 야유회만 갈 수 없습니다. 조직에서 야유회를 준비하는 조직이 임시로 꾸려지거나 인사팀에서 준비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준비 조직에서 준비하면서 필요한 정보들을 직원들과 직거래 하지 않고 회사의 기존 조직의 팀장들을 통해 취합받을 양식을 내리고 그걸 받는 식으로 일을 계속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좋은 점은 조직의 팀장들이 우리 팀원들이 어떤 야유회를 좋아하고 누가 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게 다입니다. 팀장은 준비하는 조직과 팀원들 사이에 끼어서 파일을 뿌리고 받는 일을 계속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빡빡한 데드라인에 치이면서 본업과 관련 없는 업무가 본업 이상의 스트레스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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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런 정보의 취합을 야유회를 준비하는 조직이 직접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했다면 이런 소요는 덜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으레 이런 일을 기존 조직을 엎고 하는 일이 많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야유회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백오피스 부서의 일상적인 업무가 이런 방식으로 이뤄지는 게 문제입니다. 인사는 조직의 인사 관련 업무를 사업 단위 조직의 팀장을 통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보의 취합부터 크고 작은 이해를 바라기 위해 절충을 하는 일까지 백오피스는 직원과 직접 일하기 보다는 다량의 문서를 만들어서 팀장을 통해 일을 합니다. 백오피스는 경영자를 대신한다는 강한 권력을 가진 회사라면 이런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사업 부서가 일은 하지 않고 이런 일에 더 많은 노력을 우선적으로 기울인다는 것이죠. 이런 일이 곧 경영자에게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백오피스는 팀장을 통해 일을 하면서 일을 통해 사업 조직을 장악합니다.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조직과 아닌 조직에 차별적인 정책 해석을 하기도 합니다. 백오피스를 아끼는 경영진은 이런 일에 문제 의식을 갖지 않습니다. 보통 경영 관리를 위해 이뤄지는 일이 대부분이라 주력 사업의 실적을 위한 조직 문화보다는 경영을 위한 경영이 생기고 ‘대기업병’은 여기서 싹 틉니다.

백오피스의 정보 직거래는 일반적인 사업 조직의 구조에서 라인 길이를 줄이는 것 이상으로 회사 전체에 프로세스 변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백오피스 본래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경영에 대해 의식이 없는 경영진은 이런 문제가 눈에 드러날 때 백오피스를 줄이거나 없애 버립니다. 하지만 백오피스는 각자 작지만 고유한 역할이 있습니다. 이런 조직이 사라지면 보이지 않게 누군가가 그 일을 대신할 뿐 오랫동안 그렇게 일한 회사는 그 일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백오피스 조직에 칼을 대는 것은 결코 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정보 직거래를 위해 구조적인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백오피스에서 사업 조직을 잘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기에 보통 이런 문제는 벌어집니다. 작게는 누가 있는지, 어떤 조직이 존재하는지 몰라서 정보 직거래는 이뤄지지 않기도 하고 각 조직의 고유한 목적과 방향을 모르기에 깊이 있게 정보 직거래를 못하는 일도 있습니다. 엑셀 파일 외에 어떤 것으로 이런 것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 몰라서 도구가 없어서 이런 일이 누구를 끼고 하는 성격의 것으로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백오피스 부서가 직원들 하나하나에 대해 바로 접근할 수 있는 환경과 의지, 도구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회사가 크다면 백오피스에서 직원들과 1:1로 마주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업 조직에 백오피스 하부 구조를 두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 백오피스의 하부 구조가 속한 사업 조직의 리더가 모든 결정에 개입하고 그래야만 하는 오더를 백오피스 중앙에서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업 조직에 대해 잘 모른다면 그 위에 속하는 백오피스 조직이 왜 필요한지를 생각하는 게 더 필요한데 말이죠.

이런 이유를 포함한 이유 등으로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크고 작은 조직의 리더는 본업 외에 관리라는 실체 없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런 관리가 중요한 역량이라고 이걸로 버티는 팀장도 있습니다. 경영진은 꼭 필요해서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반응합니다. 백오피스는 편하게 일하고 있으나 현장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게 됩니다. 직원들은 많은 파일에 뭔가를 채워넣기 위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죠. 정보 직거래를 위한 구조 변화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관리라는 이름의 불필요한 일을 많이 바꿀 수 있을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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