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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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논리’와 ‘고객 생각’

기업 내부에 더 많은 생각을 집중하기 시작하면 외부의 중요한 것들이 잘 보이지 않게 됩니다. 가치 창출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원천들은 모두 조직 밖에 있는데 조직 내부에서 효율을 찾다가 중요한 원천과 멀어지는 아이러니가 기업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효율을 따지고 사업가의 직관에 의존하고 이미 제한적인 데이터를 통해 일을 도모하는 것을 간단하게 ‘사업 논리’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보고서 한 장을 쓰기 위해 그것을 읽는 사람이 설득되게 하는 논리가 기업 내부의 주요 관심사이니까요. 반면 조직 외부에서 수요가 만들어지고 바뀌는 것을 쉽게 ‘고객 생각’이라 명명하겠습니다.

사업을 시작할 때는 분명히 한 가지 고객 생각을 발견하고 그것을 먼저 제공해 주는 것으로 기업의 철학을 삼고 대표적인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어서 비어있는 시장에서 고객의 흥미를 끌게 됩니다. 그렇게 일정 실적을 얻으면 의외로 거기에 안주하거나 지나친 자신감이 들어가게 됩니다.

사업 논리가 만연할 수 있는 바탕에는 대기업식 보고서병도 있지만 창업자와 경영진의 생각과 포부가 딱 거기까지여서 그런 경우도 많습니다. 상식적으로 당연한 것들이 그런 곳에서는 당연하지 않고,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거기서는 당연한 것이 되어 버리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고객은 냉엄하게 평가하고 고객 생각과 맞지 않는 사업에는 냉정하게 발길을 끊는다는 것입니다. 고객은 사업 논리를 모르고 안다 해도 거기에 동조하거나 이해해줄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돈을 지불한다는 것은 아주 냉정한 일입니다.

 

한 가지 실제 일어났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한 콘텐츠가 기업 내부에서 회사를 먹여 살리는 포지션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당연히 여기는 실세가 중간관리자로 앉습니다. 실세가 실력자라면 이 콘텐츠는 더욱 자가동력으로 성장할 방법을 찾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면 내부의 정치가 사업 논리를 만들어냅니다. 이 콘텐츠는 비교적 단순한 콘텐츠를 적은 종류로 싸게 제공하는 비슷한 아이템 내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저가의 이미지이고 이 회사의 다른 콘텐츠는 다들 자기 나름의 더 높은 가격대와 좁은 고객층의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 논리는 이런 브랜딩, 특성, 고객층 이런 것에는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이 중간관리자의 성공, 외형적 성장에 주목합니다. 한 장의 보고서가 나옵니다. 다양해지는 고객 규모에 맞게 하나의 큰 브랜드를 만들어 이 콘텐츠와 다른 콘텐츠를 모으라고 합니다. 물론 몇 개 안 되는 유도된 설문조사와 전문성 없는 FGI(Focus Group Interview)가 얼기설기한 근거 자료로 담깁니다. 이렇게 전에 고객 수가 적고 매출액이 좀 작다는 이유로 브랜딩이 뚜렷한 콘텐츠는 다른 크고 저가의 콘텐츠와 하나의 이름으로 병합되고 맙니다. ‘설마’하며 보시는 분도 있겠지만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역량은 ‘물리적’이 아닌 ‘화학적’인 것

이후의 결과에 대해서는 예측이 되실 겁니다. 물에 다른 액체를 섞으면 다른 액체는 물에 희석됩니다. 뚜렷하고 오랜 기간 이름을 이어가던 병합된 콘텐츠도 곧 희석되어 원래 보다 더 저가 생산을 요구받게 되고 전보다 낮은 품질과 디자인의 상품이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콘텐츠를 포장하고 알리는 것도 전에 저가의 콘텐츠가 메인이 되면서 뚜렷한 브랜딩의 콘텐츠는 어느새 고객의 머리 속에서 점점 사라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저가의 브랜드가 뭐가 더 잘 된 건 아닙니다.

물리적으로만 병합한 나머지 전에 뚜렷한 포지셔닝을 갖고 있던 콘텐츠의 기술력이나 디자인 감성을 잘 적용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가격만 전보다 조금 더 올라가게 되었죠. 결국 이도 저도 아닌 포지셔닝으로 아주 정체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반면 그 중간 관리자는 단기간으로는 두 개로 합치니까 실적이 올라간 것으로 보이고 허술한 KPI 평가 체계는 정말 중요한 지표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매출과 이익만 좇아 이 형편없는 결정을 한 경영진을 뛰어난 인재로 평가받게 만들어 줍니다.

우리는 보통 팬들의 염원을 져버린 스포츠 구단이나 연예인에 대해 가차 없는 평가를 온오프라인 상에서 합니다. 여러 원인 중에서 주된 것에는 ‘원래 잘 하던 것 안 하고 엉뚱한 것을 해서 망가지고 있다’와 ‘팬들과 소통도 안 하고 막무가내로 딴짓을 한다’ 같은 것도 포함될 것입니다. 스포츠 구단의 선수 영입 상에서의 말들과 연예인의 일탈과 다른 역할로의 전환과 실패를 보면서 팬들의 생각과 인기는 준엄한 것임을 알게 됩니다.

앞서 실화인 이 회사의 사례에서도 몇 년이 지나도 고객은 종종 병합된 그 콘텐츠를 찾았지만 이제는 어디에도 간판을 확인할 수 없어 과거의 추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병합한 그 저가 브랜드를 그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건 아직도 고객 입장에서는 낮은 품질로 가격을 바꾼 포지셔닝의 브랜드일 뿐입니다. 단순히 뭔가를 물리적으로 더한다고 화학작용이 없는 그것이 새로운 이미지로 고객 머리 속에 각인될 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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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화된 경쟁 우위

고객 인지 속에는 선점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단 먼저 시작했고 그리고 경쟁자들보다 그다음 고객 수요를 찾아 다시 다음 단계를 시작하면 고객은 그 콘텐츠와 브랜드에 호감을 느낍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보다 더 큰 찬사는 없습니다. 고객은 그 회사의 실적이나 최근 현금흐름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것이면 대부분 충분합니다.

하지만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 남이 갖고 있는 것을 대부분 부러워합니다. 지금 고객들이 갖고 있는 사랑과 이 브랜드에 대한 애정에 대한 생각은 없이 남이 가진 것을 보면서 따라만 하기에 브랜드는 망가집니다. 그대로 카피한다고 고객의 머리 속에 본래의 것이 될 수는 없습니다. 국내에 게임 스타크래프트(Starcraft)의 아류작이 얼마나 많이 나왔으며 의류 브랜드 폴로(Polo)의 아류가 얼마나 많이 나왔습니까? 하지만 고객은 엄연히 오리지널과 아류를 구분합니다.

출발점은 그것과 나와의 차이를 정의하면서입니다. 나와 다른 대상이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현재의 고객을 무시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술 흐름이 있다면 ‘나’인 상태에서 그것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반합의 논리죠. 역량 중심의 전략이 90년대 이후 주요한 흐름이 되었습니다. 다만 역량이 물리적인 게 아닌 화학적인 것이라는 이해가 있는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프레임입니다.

크리스 주크(Chris Zook)가 그의 저서에서 말하는 ‘Core’는 차별화된 경쟁우위입니다. 핵심에 집중하는 것도 그것을 확장하는 것도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선을 잇는 것입니다. 결과는 물리적인 모습으로 드러났으나 그것을 반복할 수 있는 원천은 무형의 자산들입니다. 기업가에게 무형의 자산을 찾는 고민이 없다면 그건 브랜드도 기업가도 아닌 것이겠죠.

 

 

[흔한 전략기획의 브랜딩 지키기] 시리즈

– 비지니스로 만드는 능력…기술과 실무의 단절
– 숫자를 시작하는 기획자에게…전략과 실행의 팩트체크
– 숫자를 시작하는 기획자에게…이익의 실체를 알아보자
– 육아휴직 못하는 아동용품 회사
일도 안되고 평가도 안되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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