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어깨에서 시작하라

 

잘하고 있는 것과 잘하고 있는 것처럼

‘업체와 제휴하고 인력도 채용해서 확장해보려고 합니다.’

자신에게 어떤 업체가 제휴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살짝 들뜬 느낌으로 말을 이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니 신규사업도 아니고, 그래서 리스크도 없을 것 같습니다. 제휴하고, 사람 채용해서 잘 협업하면 내년 이맘때쯤이면 지금보다 최소 2~3배는 더 커질 것 같습니다. 같은 업을 운영하는 지인보다 규모가 더 커질 것 같고, 지금보다 체계적일 것 같고, 현재보다 덜 일하면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1인 기업으로 연 수입은 6천만 원 정도라고 했다. 자신의 결정에 확신을 심어달라는 눈빛이었다. 이미 결정은 했고 그 결정에 힘을 실어달라는 뜻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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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면이라 직설은 할 수 없었다.

‘대표님 업종과 1인 창업 기준으로 봤을 때 지금 꽤 괜찮은 수익이며 잘 운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든 시간이 지나면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작아 보이고, 주변 일이 더 좋아 보이기도 합니다. 지인보다 앞서고 싶다는 생각으로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좋은 결정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제휴와 채용으로 일을 더 적게 하고 더 많은 수익을 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희귀한 일입니다. 같은 아이템으로 확장하는 것을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얻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사업확장도 새로운 사업을 추진한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사람이 채용되고 제품이나 서비스가 늘어나면 새로운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기존 방식처럼 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을 채용하면 그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대표님 안목이 탁월한 것은 인정합니다만 사업에서 덜 일하고 덜 스트레스 받는데 더 많이 버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학력도 괜찮고 나이도 있고 직장경험뿐 아니라 창업경험도 있었다. 지인이었다. 지인과 사업에 관해 긴 시간동안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진솔해지는 지점이 있었다. 그리고 솔직한 대화는 이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이와 경험과 학력이 꽤 있는데 이렇게 밖에 생각을 못하나?’ 하고 살짝 놀랐던 적이 있다.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다 보니 접한 경험이다.

피상적 이야기만 했다면 그 지인분의 생김처럼 아주 샤프하게 사업을 잘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인이었기에 직설했다. 혹시 멘토가 있습니까? 없으면 멘토를 두세요. 멘토들과 의견을 나누세요.’ ‘현재 멘토가 있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면 멘토 교체를 고려해보세요. 2명이면 1명 정도 교체를 권합니다.’ 인사는 하고 헤어졌지만 어색한 분위기였다. 직설은 불쾌함 아니면 어색함을 동반했다.

타이거 우즈도 코치가 필요하다

‘당신은 자존심이 중요한가? 아니면 회사의 성장이 중요한가?’ 질문을 조금 다듬자. ‘자존심에 상처 입으면서까지 성공하고 싶은가?’ 아니면 ‘자존심을 지키며 통렬하게 실패하고 싶은가?’ 한 번 더 다듬어보자. ‘자존심에 상처 입었지만 성공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고 싶은가? 아니면 자존심을 지킨답시고 조금이라도 더 잘할 확률을 내팽개치고 싶은가?’

대답은 거의 후자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창업자들은 질문하지 않는다. 첫째는 자존심이 다친다는 이유다. (딱히 어떤 상처를 받는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 정도의 내용과 사람에게만 질문한다. 그리고 멘토와 상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로 자신보다 자신이 하는 비즈니스를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며 묻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비즈니스에 대해 자신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 있다면 반성하고 분발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질문하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세계 최고 골퍼인 타이거 우즈도 코치의 골프 지도를 받는다. 타이거 우즈가 코치보다 골프를 못 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진짜 똑똑한 것과 똑똑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

우리는 너무 똑똑하다. 이것이 문제다. 진짜 똑똑한 것과 똑똑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진짜 똑똑한 사람은 좀 심하게 말하면 ‘모르는 것’을 자랑으로까지 여긴다. 더 배우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다. 똑똑한 척하는 사람은 잘 묻질 않는다. 자신이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누군가에게 물어도 별거 없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멘토에 대한 부정적 경험을 했을 수도 있다. 한마디로 자신이 똑똑한 것이다. 옆에서 보면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도 말이다.

혁신경영자가 가져야 할 자세는 딱 하나다. ‘난 모른다’라는 겸손의 자세다. 이것만 유지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솔직히 창업자는 창업 자체만으로도 특별하고 똑똑한 사람이다. 리더가 너무 똑똑하거나 똑똑한 척하면 직원들과 소통은 멀어진다. 리더가 똑똑하게 행동해야 할 때가 있다. 경쟁업체와 격론이 벌어졌을 때, 직원을 보호해야 할 상황에서 스마트한 언변과 카리스마로 상대를 제압할 때, 미디어 출연 또는 IR 등 외부 관계자를 만나 회사를 어필할 때 정도다. 매일 만나는 구성원들에게는 허술한 빈틈도 보여주어야 한다. 일부러 그럴 필요도 있다.

Idea Concepts Light Bulb Crumpled Yellow Paper on Chalkboard Background

리더인 당신이 말하려는 내용이 정보를 주고 소통하려는 의도보다 똑똑함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시도라면 일단 멈추는 것이 낫다. 현학적 냄새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싫어한다. 현학적 의도를 걷어내고 정보만을 주려는 의도로 말의 톤을 변경해야 한다. 경영자는 진심으로 겸손해야 한다. 구성원들은 겸손한 리더를 존경한다.

사업 성공 이유

사업을 성공했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각 사안마다 의사결정을 잘했다는 말이다. 플랫폼을 완전 개방으로 설계할 것인가? 아니면 부분 개방으로 설계할 것인가?, 알찬 정보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인가? 다소 거칠지만 소통에 중점을 둘 것인가?, 고객을 이끌 것인가? 고객의 집단지성을 따라 갈 것인가?, 고객과 친밀할 것인가? 일정거리를 둘 것인가?, 인터페이스에 강점이 있는 개발업체를 선택할 것인가? 내부 알고리즘을 중히 여기는 개발업체를 선택할 것인가?, 저렴한 개발업체 또는 프리미엄 개발업체 중 어디를 선택할 것인가?, 말썽 많은 구성원을 해고할 것인가? 기회를 줄 것인가?, 블랙고객을 강력하게 대처할 것인가? 아니면 존재를 인정하면서 긴장관계를 유지할 것인가?, 인센티브 지급 방법?, 규정이나 핵심가치 중 무엇에 중점을 둘 것인가?, 작게 여러 번 투자 받을 것인가? 아니면 한 번에 많이 받을 것인가?

수많은 선택사항에서 결정기준은 고객이 감동할 것이어야 한다. 계속 기업의 본질은 고객 감동이다. 고객에는 내부고객, 즉 구성원도 포함된다. 사업 실패 이유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리더가 1차적인 책임이지만 잘못된 결정을 방관한 주변도 책임은 있다. 멘토가 필요한 이유다. 멘토 제도가 실패하는 이유는 첫째 리더가 멘토 의견을 듣지 않고 혼자 결정한 경우고, 둘째 멘토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경우고, 셋째 현명한 멘토를 두지 못한 경우다. 의견이 너무 현학적이고 추상적이고 미세하지 못 하고, 또 멘토가 자신의 욕심으로 컨설팅하는 경우다.

진짜 거인을 찾아야 한다

구글이나 네이버에만 질문을 던지지 말고 멘토에게도 질문을 던져야 한다. 멘토가 직접 찾아오는 경우는 드물다.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멘토를 찾아다녀야 한다. 핵심은 제대로 된 멘토를 구하는 혜안이다. 이것이 문제다. 왜? 제대로 된 멘토를 찾기가 쉽지 않다. 엄청난 멘토가 옆에 있어도 보지 못할 수 있다.

단지 유명하고, 박사학위를 가진, 유명대학 교수가 반드시 좋은 멘토는 아니다. 그런 멘토는 스타트업에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자신에게 적합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또 멘토와 개인적 이해관계가 있으면 사실을 말하기가 꺼려진다. 가급적 이해관계가 없는 분이 좋다. 내공 있는 시니어 멘토는 큰 그림을 보여줄 수 있어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추상적일 수 있다. 한편 스타트업에서는 대리나 과장급 정도의 실질 일을 할 수 있는 실무형 멘토도 중요할 수 있다. 사업 초기에는 신고서류, 홍보문구 작성 등이 더 필요하다. 여기서 막히면 시작도 못 하고 흐지부지된다.

최고의 멘토는 우리보다 10배 앞서는 사람이어야 한다. 현장 실무경험이 있고, 깊은 사람이어야 한다. 깊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최소한 3권 이상의 저서와 저서의 깊이가 남달라야 하고, 세상의 풍파를 많이 겪고 그것을 에너지로 전환했던 사람이어야 한다. 현명하고 겸손하고, 사심 없어야 하고, 통찰적 지혜가 있고, 우리 회사에 적합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을 통찰할 수 있는 멘토는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을 본다. 이런 분들을 찾고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답을 구해야 한다. 제대로 된 멘토 한 명을 구했다면 그에게 다른 멘토를 추천해달라고 하는 것도 방법이다. 거인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진짜 거인은 자신이 겪었던 참혹한 실수를 다른 이들이 겪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를 더 잘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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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과 마주하기 전 유연함을 결심해야 한다

멘토는 우리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 우리는 차원이 다른 멘토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멘토가 했던 이야기를 녹음하거나, 이메일로 문의해 답신을 받거나, 대화 도중에 메모해야 한다. 또한 멘토는 우리가 못 보는 것을 빨리 보여주려고 직설도 할 수 있다.

멘토를 만나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추진하는 일과 고민거리, 새로운 계획 등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있다. 가끔 솔직하지 못 하고, 뭔가를 계속 숨기는 이들이 있다. 개인성향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멘토는 더 이상 필요 없다. 또한 멘토를 만나 자기회사의 문제점에 대해 자신이 생각한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대화를 독점하는 이들이 있다. 이런 창업자에게도 멘토는 더 이상 필요 없다.

창업자는 대화 시 자신을 무너뜨릴 준비를 해야 한다. 가끔 굳건하고 경직된 태도를 보이는 이들도 있다. 이들에게 멘토의 효력은 거의 없다. 감동 잘하는 사람들을 관찰해보면 이미 감동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한다. 창업자는 자신의 기존 생각을 허물겠다는 의식적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빌 게이츠는 폴 알렌, 워렌 버핏은 벤자민 그레이엄을 멘토로 두었고, 아인슈타인과 간디 등 많은 대가들도 멘토에게 배웠다. 대가들은 모두 유연했다. 유연함은 자신의 철학을 세우고 부수기를 수십 번 반복해야 만들어진다. ‘나이가 들면 이는 빠지지만 혀는 빠지지 않는다. 이는 단단하기 때문에 빠지고, 혀는 부드럽기 때문에 오래도록 남는다.’ 유연함이 단단함을 이긴다는 법정 스님의 말씀이다.

성공확률을 0.1%라도 올리는 것이 창업자가 할 일이다

청운의 꿈을 품고 스타트업을 시작한다. 대부분은 직장생활 경험으로 사업을 한다. 직장에서 경험했던 사장의 스타일을 막연하게 따라 하기도 한다. 직장에서 시키는 일을 할 때와 아무도 시키지 않지만 일을 해야 하는 경우는 천지 차이다. 별로 큰 책임 없이 정성만 보여주어도 월급이 나오던 직장과 모든 책임을 부담하며 최선을 다해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창업은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위험하게도 자신의 감각적 경험만으로 자신과 가족의 인생을 건다.

물론 창업에서 상처는 필연이다. 하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받지 않고 혼자 한다는 것은 용기가 아니다. 만용이다. 인생이 걸린 문제다. 실패도 손가락이 부러지는 정도여야지 허리가 부러지면 피해가 너무 크다. 미숙한 상태인데 인큐베이터도 거치지 않고 바로 들판으로 나가면 되겠는가? 맨땅에 헤딩도 스스로 먹고 입을 수 있는 10살 정도는 넘어야 가능하다. 멘토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귀찮고, 도움이 안 될 수도 있고, 에너지 낭비일 수도 있다. 하지만 0.1%라도 도움이 될 확률이 있다면 만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우리는 인생과 사업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인내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아직 멘토를 두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 창업 실패의 큰 이유 중 하나가 멘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단언한다. 부족한 시간을 쪼개어 멘토를 만나겠다는 결심도 쉽지 않고, 또 ‘나는 모른다’는 겸손한 생각으로 타인의 경험과 지식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겠다는 창업자도 적다.

시간이 부족해도 멘토를 찾겠다는 결심과 멘토를 통해 채우고 배우겠다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멘토의 한마디로 1년의 시간을 절약할 수도 있고, 엄청난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멘토 의견은 100% 맞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견을 듣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예일대 레빈슨 교수는 말한다. ‘멘토가 없는 사람은 부모가 없는 고아와 같다’

 

내가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선 덕분이다.”

 

뉴턴 같은 천재도 자신이 발견한 결과물은 갈릴레오나 코페르니쿠스 같은 선인들의 연구에서 배웠기에 가능했다고 숨김없이 고백했다.

지금 진심을 담아 멘토에게 이메일을 써라.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혹 필자에게 언제든 연락주시면 도움을 드리고 싶다. 아직 내공은 일천하지만 성장하고픈 이들과 함께 성장한다.’라는 모토로 열심히 살고 있다.)

 

[정강민의 스타트업이 품어야 할 명언] 시리즈

 

정강민 소개 (jkm8346@naver.com)
* 미세영역연구소 대표
* 재능공작소 크레버 코치: 창업, 기업가 정신, 재무, 회계, 펀딩, IPO, 책쓰기 코치
* 한국디자인씽킹연구소 감사
* 다수 스타트업 코치

저서
* <스타트업에 미쳐라> (부제 : 탁월함보다 진정성이다)
* <혼란스러움을 간직하는 방법> (부제 : 퇴사, 그 흔들림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