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회의를 엔돌핀 회의로 바꾸고 싶을 때

“재직기간, 나이, 직급, 학력, 권위보다 아이디어가 이기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경영진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발표하게 할 수 없을까?”
“회사 현황을 좀 더 고심해서 창조적 발상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도대체 하루 종일 무슨 생각만 하는지 모르겠다.”
“서로 의견 좀 내면 좋겠는데…,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것이 두려워서 말을 안 한다.”

실무자

“경영진들이 회의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아이디어를 발표하지.”
“점점 권위적으로 변해가네. 어디서 이런 것을 배웠지.”
“아이디어 발표하라고 해놓고, 발표하면 너무 모르는 소리하고 있다고 미간만 찌푸리고, 결국 본인이 생각하는 데로 끌고 갈 거면, 뭐하러 회의를 하지, 결정하고 통보하면 되지.”
“아, 또 엄청 깨졌네.”

gettyimagesbank

우리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회의 후 경영진과 직원들의 속마음이다. 기운을 빼는 뱀파이어 회의를 엔돌핀 회의로 돌변시키지 않으면 실적, 비전, 조직문화, 일하기 좋은 직장, 성장 등 모든 것은 말짱 도루묵이 된다.

 

뱀파이어 회의

많은 스타트업은 뱀파이어 회의를 한다.

(1) 리더 또는 팀장이 혼자 질문하고 답변하고 화낸다.
(2) 리더가 아니더라도 어떤 사람이 거의 독점적으로 대화를 주도한다. 물론 리더나 팀장일 경우가 많다.
(3) 회의에 참석해야 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
(4)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회의를 전 직원 또는 거의 모든 직원이 강제로 참석한다.
(5) 회의 주제가 막연하다.
(6) 회의에 집중하지 못한다.
(7) 주제와 관련 없는 말이 난무한다.
(8) 지난 회의 때 결론내리지 못했던 사항을 다시 되풀이한다.
(9)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한다.
(10) 회의가 끝나면 잔뜩 굳은 얼굴 또는 ‘어휴’하는 한숨을 내뿜는다.
(11) 회의도중에 내용이 아닌 사람을 공격한다.
(12) 회의시작 시간도 정확치 않고, 끝도 흐지부지하다.

뱀파이어 회의의 공통점은 이렇다. 토론이 없다. 결론이 없다. 실행이 없다. 책임도 없다. 이런 결론이 나오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회의 질서가 없다. 둘째는 소통이 없다.

첫째, 회의 질서가 없다

질서가 없다는 것을 오해하여 수직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아니다. 자애로운 독재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자유롭게 충분히 말하지만,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회의에서 이겨야 하는 것은 아이디어여야 한다. 직급, 나이, 학력이 이기게 해서는 안 된다.

둘째, 소통이 없다

둘째, 소통이 없다는 것은 수직적, 권위적 문화가 회사에 이미 퍼져있다는 의미다. 스타트업은 무조건 수평적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 수평적 문화가 되어야 구성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적극적 참여를 이끌지 못하면 정체기 또는 하락기에 들어섰다고 보면 틀림없다.

뱀파이어 회의는 구성원들의 기운을 빼는 회의다. 기운이 빠진다는 것은 회의 때 자신의 의견을 솔직히 제시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150km 돌직구를 던져야 하는 투수가 벤치에서 우두커니 앉아있는 모양새다. 팀이 승리해도 이 투수는 한숨이 나온다. 자신이 기여하지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세상이 오해하는 것이 있다. 자신이 결정해야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했다면 한숨은 없어진다. 회의 때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말하고 나면 살짝 들뜬 기분까지 든다. 한숨은 절대 나올 수 없다.

소셜코딩으로 유명한 Github라는 회사는 사내 누구든지 ‘다른 팀’이 내리는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조언하도록 ‘권장’한다고 한다. 혁신적인 회사들은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참여와 소통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진정한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내가 논쟁에서 항상 이기는 게 아니다. 최고의 아이디어가 이겨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최고의 인재를 남아있게 할 수 없다.”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아무 거리낌 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엔돌핀 회의

뱀파이어 회의와 대비되는 엔돌핀 회의는 이렇다.

회의를 위해 모인다. 모이지만 않고 의견을 나눈다. 의견만을 나누지 않고 결론을 낸다. 물론 완전 결론에 미치지 못해도 부분결론은 반드시 낸다. 또 결론만 내지 않고 실행으로 옮긴다. 누가 언제까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회의가 끝난 이후 자애로운 독재자 또는 회의주관자는 실행사항을 이메일로 전체 공유한다. 반드시 실행관련 피드백을 받는다. 담당자와 관련자는 일의 완성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자애로운 독재자는 정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들이 참여가 높아지고 정성을 더 기울인다. 정성이 조금씩 쌓이다보면 높은 완성도에 이를 수 있다.

엔돌핀 회의는 반드시 회의룰이 있다. 룰이 있지만 효과적인 회의가 진행되지 않는 회사들도 있다. 구성원들이 룰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의실에는 반드시 회의룰이 붙어있어야 한다.

(1) 회의에서 직급, 나이, 학력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이겨야 한다.
(2) 회의 내용을 공격해야 한다. 절대로 사람을 공격하면 안 된다.
(3) 회의는 항상 뜨거워져야 한다. 뜨거워졌을 때 쿨타임을 명령할 회의주관자 또는 자애로운 독재자가 있어야 하고 그의 말을 들어야 한다.
(4) 회의 후에는 회의실을 반드시 같이 청소한다. 특히 진공청소기를 바로 돌린다. 그 회의에서 감정 상하거나 기분 나쁜 일은 모두 진공청소기가 빨아들인다고 구성원 각자 인식하게 해야 한다.
(5) 일일점검회의, 정기회의, 전략회의, 분기별 회의로 분류하고 분명한 주제로 회의한다.

참고로 시가총액 세계 2위인 구글은 이렇게 회의한다.

by Marcin Wichary

첫째, 참가인원은 8명(피자 두 판)을 넘지 않아야 한다. 회의 참가는 명예의 상징이 아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회의 후 결과를 공유한다. 둘째, 모두의 ‘동의’를 가장 경계한다. 최고의 결정을 위해 갈등은 필수다. 셋째, 명료한 목표가 있다. 필요한 회의인가?, 회의는 유효한가?,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가? 넷째, 24시간 이전에 공유한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순간은 중요하다. 하지만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 직원들 참여의 정도, 타이밍, 실행하는 방식은 의사결정 자체만큼 중요하다.

데이터로 결정한다. 데이터가 없으면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는 사람들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보여주어야 한다.

– 고개를 끄덕이는 인형을 조심해라. 합의는 회사를 위한 최선의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모으는 것이다. 최선의 아이디어에 도달하려면 갈등은 필수다. 서로 다른 주장을 놓고 논쟁해야 한다. 리더는 자신의 지위를 앞세워서는 안 된다. 리더는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또한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은 사람의 의견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모든 관계자가 참여하는 적절한 합의에 기초한 과정은 참여 문화의 필수 요소다. 무엇보다 합의는 문제해결을 위한 것이다.

– 논의를 끝내야 하는 시점인데 100%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 “양쪽 의견이 모두 옳다”라는 말을 해야 한다. 이 말은 우리 모두가 가치 있다는 것을 알리는 행위다.

– 끝까지 반대의견을 낸 사람들은 반대하지만 결정을 따르거나, 아니면 보다 향상된 의견을 제시하여 공감의 폭을 넓혀야 한다. 물론 공감을 이끌어내려면 정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단순한 이의제기는 적대감만 양산한다.

– 모든 회의에는 주인이 있어야 한다. 회의에는 한 사람의 의사결정자·주체가 있어야 한다. 의사결정자는 참석대상자 범위를 결정하고, 24시간 전에 의제를 공유하고, 회의 후에는 결과를 요약하여 48시간 내에 이행사항을 알려야 한다.

한마디로 회의는 8명 이내여야 하고, 주제가 명확하고, 참석자 누구나 의견을 제시하게 하고, 갈등을 필수로 여기고, 아이디어가 이기게 하고, 정해진 시간에 시작하고 정해진 시간에 끝내야 한다.

 

글쓴이 소개 

  • 미세영역연구소 대표
  • 재능공작소 크레버 코치: 창업, 기업가 정신, 재무, 회계, 펀딩, IPO, 책쓰기 코치
  • 한국디자인씽킹연구소 감사
  • 다수 스타트업 코치

저서

  • <스타트업에 미쳐라> (부제 : 탁월함보다 진정성이다)
  • <혼란스러움을 간직하는 방법> (부제 : 퇴사, 그 흔들림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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