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호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실로 나 자신이 주변인들에게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이다. 아마도 나처럼 깊이 있는 전공보단 얇고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거나 삶이 순탄치 않았다면 더더욱 들어왔을 것이라 사료된다. 지금도 많은 청년이 사업이라는 숙명에 도전할 때 마음속으로 고심하는 단어가 “인맥“이 아닐까 싶다.

gettyimagesbank

그러나 이 “인맥”이라는 것이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꼭 필요한 것일까? 만약 몇 년 전이었다면 “그렇다”라고 대답하겠지만, 지금의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 어느 강연에서 공동창업을 꾀할 때 혹은 창업팀으로 들어갈 때 교수 출신과 대기업 출신이 오너로 있다면 합류하지 말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들어본 적이 있다. 말인즉슨, 초기 기업이 생존에 직면해 있을 때 체면상 철면피를 내세운 영업보단 후배나 지인들에게 제품(혹은 서비스) 권유를 선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응원으로 포장되어 제대로 된 제품(혹은 서비스)의 피드백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지인을 통한 영업력의 한계가 다가올 때 자생력을 잃고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었다. 우스갯소리겠지만 뼈가 있는 말이기도 하다. 인맥은 절대 나의 고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동의한다.

당연히 인맥이 있으면 무엇을 시작하든 든든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든든하다는 것이지 출발점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맥이란 결코 나의 잠재 고객이 아닌 나의 지원군일 뿐이다. 예를 들어보자. 내가 만약 보험설계사나 자동차 판매원이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인맥에 보험이나 자동차를 팔았지만 아는 사람이라 리베이트나 할인폭을 늘리는 바람에 이익은 줄어들었다. 인맥을 통해 일정기간 돈을 벌 수 있겠지만 인맥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다단계도 마찬가지이고, 무분별한 전도를 감행하는 일부 종교도 마찬가지이다. 당신을 이용해 나의 이익을 꾀하는 것은 관계를 소원하게 할 뿐이다.

이미지: Getty images

위 사례의 대부분도 개인사업자의 신분이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인맥이 있으니 사업을 하면서 유리해 보이는가? 즉, 인맥이 많아야 사업할 때 유리하다는 것은 “내가 나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상대가 많다”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물론 사업에 있어서 인맥은 정말로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연줄이 있어야지만 가능한 영역이 있을 것이고, 신뢰를 빌미로 거래가 가능한 영역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연줄과 신뢰를 단시간 내에 얻어내려면 그만큼 값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사업에서의 인맥은 철저히 “기브 앤 테이크”라는 중심에서 아주 민감하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 사업에서의 인맥은 설령 아무리 친해지고, 알고 보니 선후배이고, 동갑내기 친구 일지라도 단순히 지인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업가는 시간이 돈이고, 시간이 생명이다. 내가 나의 사업에서 인맥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였다면 다음번엔 내가 도움을 줄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인맥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사업에서는 절대적으로 인맥이 있다 할지라도 함부로 “당신의 재능, 당신의 자원을 나의 사업에 필요하니 빌려주세요”라는 말을 삼가야 한다. 그 인맥이 자원봉사자가 아니라면 당신을 먼저 찾을 일은 없어질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인맥도 없는데 사업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사업에 필요한 인맥은 스스로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대부분 우리는 인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만약 당신이 명문 MBA를 나왔다고 치자. 훌륭한 동기들이 모두 같은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거나 비슷한 직종에서만 근무하고 있는 것일까? 절대 아닐 것이다. “인맥이란 내가 인생을 모험 삼아 뛰어들기 시작한 생태계에 맞물려 부딪히게 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 동료가, 친구가, 부모님이 “넌 인맥도 없으면 무슨 사업을 하려고 그러니?”라고 핀잔을 내놓는다면 절대 굴하지 말자. 단지 고생길이 훤한 초기 사업가의 고충을 걱정해주는 것일 뿐. 만약 성공하기 위해 목숨 걸고 뛰어든다면 인맥은 만들고 싶지 않아도 넘쳐나게 되어있을 것이다. 설령 이를 악물고 도전을 해왔는데도 인맥이 없다면 푹 꺼져있는 내 의자에 한탄하길 바란다.

 

[김지호의 스타트업 에세이] 시리즈

(39) 스타트업 ‘C레벨’이 가질 수 있는 타이틀의 숨겨진 위험성
(38) ‘일을 잘해야지’ 보다는 ‘일을 매끄럽게’
(37) 대한민국 창업에 대한 비판과 권고

 

 

 

 

[fbcomments url=”http://www.mobiinside.com/kr/2017/12/05/startupessay-network/” width=”100%” count=”off” num=”5″ countmsg=”wonderfu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