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좋은 공기라는 의미)의 세차장들 매출이 지난 10년간 50%나 감소했다. 저명한 기업가 산티아고 빌링키스는 매출감소의 원인 파악하는데 석 달을 보냈다. 아르헨티나의 중산층은 성장 중이었고, 고급 차량 판매도 꾸준히 증가했다. 당연히 남들에게 깨끗한 차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을 리 만무했다. 세차장이 늘어나지도 않았다. 수자원보호법이 새로 도입되지도 않았다.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우연히 답을 찾았다. 컴퓨터 연산능력과 데이터가 증가한 덕분에 10년간 일기예보의 정확성이 50%나 개선되었던 것이다. 비가 올 것임을 아는 운전자들은 당연히 세차를 건너뛰었다. 세차횟수가 줄어들었다. 일기예보연산 능력향상이 세차장처럼 기술발전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을 것 같던 업계에도 심각한 타격을 가한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보지 못한다.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는 것(점)만을 보고 판단하기에 미래예측은 빗나간다. 눈앞 현상은 점이지만 결국 선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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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은 어떤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있을까? ‘점’이 아닌 ‘선’으로 본다. 사회진화 흐름을 한 줄 ‘선’으로 인식한다. 구글은 ‘자율주행차량’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점으로 보면 이해할 수 없다. 구글의 본질인 검색엔진과 자율주행차량을 각각 점으로 생각하면 연관성을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구글 비전인 세상 모든 정보를 조직화하여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에 비춰보면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움직이는 차량(사물인터넷)에서 1초당 1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것도 정적인 것이 아닌 세상이 변하는 모습인 동적 데이터를 모집할 수 있다. 이렇게 매일 입수되는 데이터를 조직화하겠다는 의미다. 상이한 것처럼 느껴지는 두 개의 ‘점’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다.

현재를 의심해라

눈앞에 매일 보이는 당연한 상황과 데이터를 의심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중요한 자질이다. 국가, 고등교육, 은행, 라이선스 제도 등은 현재 당연한 사회 시스템이다. 이런 사회 시스템은 누구나 같은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없다는 ‘정보비대칭’에 근거하고 있다. ‘나는 가지고 있는데, 너는 가지고 있지 못하다.’ ‘나는 볼 수 있는데, 너는 볼 수 없다.’

하지만 현재는 기술발달로 모두가 촘촘히 연결되면서 정보비대칭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향후에는 없어질 수도 있다. 국가, 고등교육, 은행, 라이선스 제도 등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시스템이 점점 힘을 잃을 확률이 높다.

현재 발생하는 상황이나 현상을 무조건적으로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다. 왜냐하면 지금 당연한 일은 단지 다음에 올 새로운 당연한 일의 과도기에 불과하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도 계속 변하고 있다. 불과 100년 전 여자들에게 투표권 없는 것이 당연했다. 앞으로 100년 후 후손들이 생각할 수 있다. 2018년을 살았던 선조들은 왜 회사에 취업해 하루 종일 일했을까? 라고.
기존 데이터나 시스템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할 때, 일단 그것이 왜 만들어졌는지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현재도 이것이 최적의 답인가를 검증해야 한다.

어디에도 패턴은 있다

미래를 오판하는 것도 우리가 가진 패턴 중 하나다. 우리는 자신의 인생마저도 예측하기 힘들다. 하물며 세상을 예측하거나 기업성패를 맞히기는 더욱 힘들다. 하지만 어떤 기술이 등장하고 있어 시장환경 전체가 어떤 길로 가게 될 것인가에 대한 패턴은 대략 알 수 있다.

대단히 복잡해 보이는 사람도 다양한 측면에서 행동을 분석해보면 일정한 행동 패턴을 보인다. 예를 들어 감정이 상하면 어떤 사람은 주변을 차단한다. 어떤 사람은 술을 마신다. 어떤 이는 여행을 간다. 자신이 하는 패턴은 대개 몇 가지로 일정하다. 우리는 패턴의 집합체다. 예를 들어 게임 중에 어떤 행동 패턴을 보이면 그 게임을 그만둘 확률이 높다는 분석을 통해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광고나 다른 게임을 보여줄 수 있으면 성공확률은 높아진다.

대중을 사로잡았던 인기 있는 영화나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나 스토리가 비슷한 패턴을 지닌다. 주인공은 보통사람들과 다르고, 주변으로부터 고통을 당하고, 그 환경에서 탈출하고, 더 큰 고난을 겪고,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장한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주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 이런 패턴에 우리는 주로 감동한다.

세상을 변화시켰던 사람들과 보통 사람들의 차이는 패턴을 인식하는 능력이었다. 세상이 변화하는 패턴을 간파했던 사람들은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또 현재 상황과 감정과 심리 등을 파헤친 역사, 철학, 심리에 대한 이해도 또한 높았다.

선 사고법

– 현재 능력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동안 지식, 능력 등 다양한 변수가 업데이트 된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동안 자신의 역량도 높아진다. 현재시점 역량으로 가능한 것은 미래에는 좀 쉬운 일이 될 수 있다. 행동할 시점과 결과가 나오는 시점이 시간차가 있으면 현재 자신의 역량으로 판단하지 말고, 역량이 향상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 원리를 파고 들어야 한다.

세상의 제품, 서비스 등은 모두 필요성에 의해 탄생한다. 최초의 시스템과 현재 활동이 어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겨난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보다 효율적인 방법이 이미 있다면 지금 활동은 계속할 의미가 없다. 코딩 등을 배워 기술의 현재를 인식할 필요도 있다. 직업으로 삼으려는 의미보다 기술과 시스템을 이해하는 차원이면 충분하다.

– 패턴은 감정을 무시해야 보인다.

실패횟수를 늘려야 패턴이 보인다. 하지만 시도 후 실패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포기한다. 일이 잘 진행되지 않은 이유는 대부분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시도를 충분히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정이라는 필터를 무시해야 한다.

– 논리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

논리적이라는 것이 반드시 사업성공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투자유치 위해 IR을 할 때 자신의 사업이 독특하다는 것을 조사한 자료를 내세워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시장에 오픈되지 않았지만 비슷한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도하는 업체가 10개가 있다고 하면 독특하다는 논리는 힘을 잃는다. 지금 누가 어떤 사업으로 준비하고 있는지 우리는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없다. 논리적 사고의 한계는 논리를 구축하는 바탕이 되는 재료가 충분하지 않거나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논리라는 것은 정보의 부족과 이해력의 한계 때문에 완벽할 수가 없다.

-주관적 판단을 배제해야 한다.

지금 현재 자신의 인식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고려한 후 의사결정 해야 한다. 자신도 인식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등에 투자해 이들 기업가치를 10조 원대로 만든 와이콤비네이터 창업자인 그레이엄은 자신의 주관을 신용하지 않으려했다. 기업가가 가진 다양한 소질을 수치화하여 일정 기준을 넘은 스타트업에 평등하게 투자한다. 이 규칙을 가지고 지금까지 큰 성공을 거두었다.

데이터가 있다고 해서 언제나 해석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차장 매출감소 원인을 일기예보능력 향상 때문으로 연결 짓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각각의 점은 선으로 연결되었다. 지난 2년 동안 만들어진 데이터양은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낸 데이터를 합한 것보다 9배나 많다. 직관적 추측이 아닌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 데이터는 어떤 필요성 때문에 생긴 걸까? 이 데이터가 커질지 줄어들지 예측하고, 데이터가 엄청 커졌을 때 먹고, 자고, 입는 것, 나의 사업, 눈앞에 있는 노트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상해야 한다. 3개월 뒤에 가장 큰 변화를 맞을 일은? 6개월, 1년, 3년 뒤에는? 이 데이터가 없어지면 불편할 사람은? 이득을 볼 사람은?

정말로 이것이 필요한 것인가?,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등 다양한 각도로 질문해야 한다. 눈앞에 있는 현상 자체에 의문을 가져야 다른 패턴으로 생각한다. 선으로 연결 짓는 생각이다.

스티브 잡스는 리드 칼리지를 중퇴하고 청강생으로 서체학을 듣는다. 이걸 배워 나중에 활용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10년 후 맥킨토시 컴퓨터는 아름다운 서체를 가진다. “여러분은 앞을 내다보고 점을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나중에 회고하면서 연결할 수 있을 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은 각각의 점이 미래에 어떻게든 연결될 거라고 믿어야 합니다.”

완벽해지려는 노력은 고통이다. 하지만 고통은 미래의 긍정적 점으로 반드시 연결된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을 보면, 바로 다음 질문으로 진입해야 한다.

이 점들은 과연 어떤 점들과 연결될 것인가?’

 

[정강민의 스타트업이 품어야 할 명언] 시리즈

(8) 달리고 있는데 힘들지 않다면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7) 거인의 어깨에서 시작하라
(6) 경영자는 탓하는 자리가 아니다. 해결하는 자리다.
(5)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4) 재구매 고객으로 만드는 비법은
(3) 우수한 품질과 독특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정강민 소개 (jkm8346@naver.com)
* 미세영역연구소 대표
* 재능공작소 크레버 코치: 창업, 기업가 정신, 재무, 회계, 펀딩, IPO, 책쓰기 코치
* 한국디자인씽킹연구소 감사
* (재)한국지식재산관리재단 전문위원
* 다수 스타트업 코치

저서
* <스타트업에 미쳐라> (부제 : 탁월함보다 진정성이다)
* <혼란스러움을 간직하는 방법> (부제 : 퇴사, 그 흔들림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