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마케팅에서 개인화만 중요할까

개인화가 대세가 된 것처럼 보이는 현재의 마케팅에서도 고전적인 개념인 STP (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개인화는 유통 혹은 중개인 거래에서 판매율을 조금이라도 더 올리는 역할, 기대하지 않은 고객에게 생각지도 못한 것을 팔 수 있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판매의 주인공이 되는 ‘무엇’에 해당하는 제조업에서는 여전히 STP를 통한 큰 고객군을 확보하는 게 여전히 독보적인 프레임입니다.

어느 정도의 크기의 고객군을 정의해야 제조에 드는 비용을 견뎌내는 매출의 크기를 낼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셈법 속에서 유통업을 중심으로 데이터 활용이 기업 내부에서 높은 편이지만, 제조업에서는 고객과 관련된 것보다는 생산 공정에서만 데이터가 일부 활용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입심으로 하는 제조업의 STP

제조업에서는 여전히 STP를 감으로 합니다. 감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일들을 저도 해봤습니다. 해외 유료 정보 사이트를 통해 고급 정보를 구입하고 업계지와 구글링으로 야근을 하면서 정량적인 근거들을 마련해서 보고서로 만듭니다. 제조업에서 브랜드를 통해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브랜드가 스스로 주장하는 STP는 이런 거시적이고 연역적인 근거로 창조됩니다.

하지만 콘셉트이나 전략을 잡는 사람의 의도처럼 서비스나 제품이 실제로 그렇게 창출되고 있는지 고객에게 그렇게 전달되어 남는지는 여전히 모호합니다. 브랜딩의 결과를 데이터로 활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마켓에서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만나는 대표적인 업태인 화장품, 소비재, 패션, 가전, 제과, 공연 등의 업계에서 고객의 정보를 토대로 어떤 제품이 어떤 고객과 만나는지 분석을 하고 있는 기업은 극히 소수에 불과합니다.

여전히 말로 혹은 주먹구구식의 인터뷰를 통해 브랜딩의 근거를 잡으려고 하고 떨어지는 매출의 원인을 선순환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브랜딩의 결과를 제대로 확인하자

어떤 가방 브랜드에서 20대 페미닌 한 감성의 콘셉트로 상품을 전개해 나간다고 생각해 봅시다. 오랜 경력의 디자인 책임자는 자신이 그 콘셉트에서 아는 디자인을 고안하여 가방을 제작하고 상대적으로 자신이 20대 페미닌 한 감성의 고객이 많이 살 수밖에 없는 포트폴리오로 시즌을 구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 사람의 생각일 뿐이지 극심한 부침이 있는 시장이 여전히 그런지는 보증할 방법이 없습니다. 매장에 출시된 가방의 판매가 저조하기 시작하면 다양한 분석이 오고 갑니다. 가격이 비싸다, 가죽이 별로다, 광고가 효과적이지 않다, 매장이 올드하다, 점포 위치가 나쁘다, 브랜드 이름이 콘셉트와 안 맞다 등 여러 사람이 하는 말이 곧 후보가 됩니다.

보통은 가방 브랜드에서 권력이 더 높은 사람의 말이 곧 원인이 되는 매우 비과학적인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디자인 책임자가 목소리가 크면 디자인은 끝내 원인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가격을 낮추든지 광고비를 더 쓰는 식으로 전략을 바꾸어 수익 구조만 악화될 뿐입니다. 이런 기업에서 아무리 생산 공정을 효율화하고 원하는 대로 광고를 많이 한다 한들 그것이 최고의 방법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의도한 고객이 구매하는 게 브랜딩의 결과

의도한 대로 팔리고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의도한 고객이 사는지, 아니라면 누가 사는지를 아는 게 중요합니다. 이것은 상품이나 서비스 단위의 분석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브랜딩의 주인공인 상품과 고객의 관계를 설명해 줍니다. 많은 정보도 필요 없습니다. 고객의 나이나 거주지, 직업 등의 몇 가지 정보만 있어도 해당 고객 속성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SNS 등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알 수 있습니다.

20대 페미닌 한 성향을 선호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만들었지만 판매된 고객 데이터에서 30대 초반의 주부를 중심으로 판매가 되었다면 디자인 책임자의 디자인 감성에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습니다. 간단한 고객 속성에서 이런 정보가 드러나면 브랜드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디자인을 바꿀 것인지, 타깃을 바꾸어서 브랜드를 전개할 것인지 대응을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전략적 자산인 채널의 분포와 디자인 역량, 전체적인 포트폴리오 등을 고려하여 브랜드는 전략을 다시 준비할 것입니다.

 

모르고는 대응할 수 없다.

뜬구름 같은 브랜딩이 실제로 드러나는 것은 브랜딩을 선호하는 취향 중심의 고객층이 구매했을 때입니다. 서퍼들을 모티브로 만든 브랜드는 서핑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구매하고 방문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되고 싶은 추종자들을 끌어들일 것입니다. 가족이 저녁에 마시는 음료가 되고 싶은 브랜드는 가족이 있는 고객이 구매해야 의도한 대로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브랜딩의 결과가 많은 매출일 수 없습니다. 어쩌다 브랜드의 매출이 모르는 이유로 높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고객이 구매하는지 모르는 상태의 성공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가격이 저렴해서 팔린다는 이유도 상품의 가격이 낮아진 게 아니라 여러 낮은 가격의 상품을 선호하는 고객이 이것도 좋아한다는 고객이라는 증거가 데이터로 반드시 나와야 합니다. 가트너에서 말한 대로 경영이 과학이라면 데이터는 정말 원유와 같은 것입니다.

 

B2C 기업이 오래가지 못하는 데이터 문화

예를 보면 알 수 있듯 어려운 정보가 아닙니다. 단지 뭐라도 하느냐 안 하느냐입니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주장하면서 고객이 누구인지도 과학적으로 검증하지 않는 브랜드는 여전히 입심과 보고서 쟁이들의 정치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성공 모델을 버리지 못하고 과거 사람들이 말로 먹고사는 기업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은 사회에서는 몇십 년 된 STP 이론도 과학적으로 하나씩 따져가면서 봐야 합니다. B2C  기반의 대기업들이 B2B로 돌아서서 성공하는 최근의 사례가 브랜딩의 현실을 더욱 머쓱하게 만듭니다.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B2C로 커가는 기업이 그렇게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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