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전략에 대해 고민을 하다 보면 귀납적으로 현상에서 본질로 문제를 정의하는 프레임을 갖게 됩니다. 드러난 것은 상품이나 서비스이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그것을 끊임없이 찍어내고 있는 시스템을 만나게 됩니다. 작게 보면 그것을 기획하고 생산하고 다시 고객의 접점에서 마케팅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각각 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재무적인 특징과 연결할 수 있다면 비즈니스 모델과 마주하게 되겠죠. 보통 전략 기획자들의 무기라면 여기까지입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케이스 스터디 등을 통해 다양하게 이해하고 그것과 관련된 재무적인 내용이나 산업공학 지식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게 가장 큰 덕목입니다. 이걸 도와주는 것들이 전략 프레임입니다. 어떤 프레임은 거시적인 모델을 다루고 어떤 프레임은 시장 내에서의 관계, 어떤 모델은 역량들의 관계에 주목하면서 이런 정리를 더욱 깔끔하게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이런 성공이 연속적인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물론 ‘경영 철학’ 같은 단어가 ???에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제학이 20세기 후반에 많은 지탄을 받은 이유는 새로운 흐름을 맞추지 못해서였습니다. 과거의 학설로 현상을 충분히 설명해내기에는 너무 복잡했던 탓이죠. 경제학이 다시 재조명받게 된 것은 심리학 등 다른 학문과의 연계를 통해 종전의 기계적이고 수리적인 논리를 경제학적 선택이 발생하게 된 순간을 탐구하는 것으로 나아가면서부터였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을 설명하는 것으로 권위를 보장받기보다는 스스로 일어날 일에 대해 탐구하기 위해 경제 활동을 하는 대상을 들여다본 것이죠.

마치 영화 ‘관상’에서 송강호가 마지막 부분에 파도를 보면서 말했던 장면이 생각납니다.

“난 사람의 얼굴을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을 보지 못했소.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본 격이지. 바람을 보아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말이오.”

경영학 서적들이 계속 나올 수 있는 이유도 과거의 성공이 새 시대에는 안 먹히고, 성공을 맛본 기업은 과거의 틀을 벗어나기 쉽지 않아서일 것입니다. 그것을 더욱 공고하게 만든 데는 다름 아닌 ‘학습’으로 인한 과거 케이스에 대한 과적합(Over-fitting)이 담겨 있는 것이고요. 특히 전략에 대해서라면 이런 과거 비즈니스 모델 및 전략 프레임 학습을 통한 게 대부분이라 그 덫에 걸리지 않기가 어렵습니다.

유통업, 그 유통이 상품이든 정보든 무언가를 유통하는 업태는 특히 비즈니스 모델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제조업은 기술이 어느 정도는 역량을 가져가기 때문에 B2C가 안되면 B2B로 전환해서 역량의 비중을 더 높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통업은 유통의 대상을 스스로 만들지 않는 이상 유통을 중개할 양쪽 대상의 취향이 손쉽게 바뀌므로 모델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오프라인 유통에서 대리점에서 직영점, 대형 복합시설,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모바일에서 접촉하는 모니터 개수와 상관없이 유동적으로 접근할 방법으로의 전환이 불과 20년 이내에 일어난 일입니다. 거시적 변화 속에서 생겨나고 사라진 비즈니스 모델은 몇 가지 구분은 있을 수 있지만 각론은 다 알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하지만 유통을 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생각해 볼 점은 ‘유통하는 정보는 정확히 무엇이며, 이 정보는 유통을 하는 양자 속에서 얼마 동안 불균형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입니다.

유통은 정보 비대칭과의 싸움입니다. 무역의 황금기였던 시대부터 오늘날 더 싼 제품을 찾아 고객에게 제시하고 범람하는 상품 속에 맞춤형 상품을 어딘가에서 찾아오고 심지어 가상화폐까지 재정거래를 할 정도로 무엇을 유통하든 넘치거나 닿지 않은 정보를 누군가는 계속 접근하기 위해 시도하고 먼저 사람들에게 풀어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유통에서 정보의 비대칭을 알고 그 차익을 이용하거나 그 차익을 알려주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늘 성공적인 모델이었습니다. 소비자가 정보에 더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솔루션과 유통업은 끊임없는 정반합의 전쟁 혹은 제휴를 통해 서로의 이익을 나눠 가집니다. 유통업에서의 전략이 현재 어떤 정보가 어떻게 막혀 있어서 소비자가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지를 정리해 나가면 그게 어떤 원인에서 어떻게 비대칭이 사라질 것인지도 예견할 수 있습니다. AI 기술 등 복잡한 데이터 속에서 딱 맞는 정보를 찾아주는 기술은 산업 전반에 빠르게 확산하는 중입니다. 시장의 크기나 위치는 자본의 논리로 얼마든지 점령당할 수 있습니다. 먼저 비대칭을 찾고 그것을 공고히 하는 서비스 만족을 소비자에게 남겨야 합니다.

숙박 예약 사이트는 어느 필드나 전쟁입니다. 뻔한 숙소들의 가격들을 어떻게 해서든 싸고 정확한 정보를 주어 고객이 계속 방문하게 해야 하는 숙명을 갖고 있습니다. 정보 유통답게 쉽게 경쟁자들이 진입할 수 있습니다. 숙박에 대한 메타 정보를 미리 찾았다면 고객이 비대칭을 여전히 갖고 있는 숙소 선택에서 디테일한 정보의 부류를 찾을 것이고 그것을 가격 메리트와 연결해서 고객을 붙잡고 있습니다. 먼저 시작한 곳이 다른 정보의 수요를 간파한 경쟁자가 오기 전까지는 먼저 티핑된 이점을 안고 갈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조차 숙박 예약 대행업만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의 출현이나 여행 전반에 걸쳐 가격을 조율할 수 있는 정보 유통 서비스와 만나면 고객의 일부를 빼앗깁니다. 실제 애플리케이션 마켓에는 이런 서비스를 먼저 알고 있는 고객이 입소문을 통해 어렵지 않게 동료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웹 크롤링을 통해 할 수 있는 것들도 그렇습니다. 고객이 한눈에 보는 것으로 기존의 답답함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면 이제 그런 것은 어느 분야든 기본이 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 쇼핑몰과 저 쇼핑몰을 다 열거해서 나열하는 것은 고객의 구매 선택에 이제 더 이상의 메리트를 주지 않습니다. 그 이상의 선택은 온라인 상 고객 커뮤니티 등에 텍스트로 이미 유통되고 있습니다. 이런 정보들을 다시 제도화시키는 게 더 필요하겠죠.

과거 이직 시장은 기업의 규모와 연봉 정보 등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워라벨이나 그 팀의 분위기는 도저히 알 수 없었습니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은 결국 수요를 원하는 이직 희망자들이 위키를 만들어서 해결했고 이제는 연봉을 넘어 면접 정보나 회사 분위기, 워라벨, 심지어 회의 때 생산적인 분위기인지도 손쉽게 알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수요하고 싶은 정보에 대해 비대칭을 해결해줌으로써 다른 서비스와의 차별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이죠. 해 주는 서비스가 없으니까 스스로 만들어서 입소문이 되면 이미 늦은 것입니다. 그런 텍스트들이 어디서 태동하고 어디서 많은 유저를 확보하는지 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경영 서적의 프레임 몇 개, 기업의 케이스 몇 개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을 안다고 좋은 전략 기획자가 될 수 없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야기하는 정보의 비대칭에 주목해야 창조적인 기획을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지나간 파도를 정리하는 데 아까운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되겠습니다.

 

 

[fbcomments url=”http://ec2-13-125-22-250.ap-northeast-2.compute.amazonaws.com/2018/03/05/peter-information-asymmetry/” width=”100%” count=”off” num=”5″ countmsg=”wonderfu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