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오펫 최현일 대표를 처음 만난 자리는 올해 2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하는 네트워킹 행사에서다. 그는 사회적으로 문제 되는 강아지 공장의 환경 개선과 유통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을 했다고 한다. 좋은 취지이나 이미 강아지를 키우는 견주 입장에서 페오펫의 입양 서비스와는 접점이 없어 보였다.

그로부터 몇 달 뒤 최 대표로부터 신규 서비스 출시에 관한 소식을 듣게 됐다. 바로 <반려동물등록> 서비스였다. 굳이 동물 병원을 찾을 필요 없이 모바일 만으로 간편하게 강아지 등록을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나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고향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몇 년째 등록하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등록을 하고 최 대표를 다시 만났다.

 

페오펫 최현일 대표

 

페오펫에 대해 소개 바란다.

페오펫은 반려견 유통 구조와 유기견 문제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스타트업으로, 전문 브리더(Breeder,사육인)를 통한 건강한 강아지 입양 중개와 간편 반려동물등록 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준비된 사람들과 건강한 강아지가 만날 수 있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 피플(people)+펫(pet)을 합쳐 서비스명을 지었다.

 

창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는 패션 쪽에서 일을 했었다. 회사를 나와 무엇을 해볼까 고민하던 시기에 창업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이왕이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보탬이 될 수 있는 아이템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영상을 통해 강아지 공장의 실체를 접하게 됐다. 말 그대로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유통되는 강아지의 95% 이상이 비윤리적인 환경에서 대량생산되고 있었다.

지금의 페오펫은 당시 눈으로 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끝에 내린 결론은 수요가 공급(강아지 공장)을 만들었으니 제대로 된 수요 문화 즉, 건강한 입양문화를 만들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업 초반에는 가정견을 P2P 형태로 연결하려 했었다. 구체적인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여러 자료를 찾아보면서 해외의 반려견 입양 문화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미국과 독일로 반려견 문화를 알아보기 위해 연수를 떠났다. 놀랍게도 그곳에서는 가정견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대신에 전문 브리더를 통한 입양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다. 브리더는 견종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쉽게 설명하면 강아지 장인들이라 표현할 수 있겠다. 이들은 규격화된 장소에서 한 견종만을 사육하고 번식시키기 때문에 부모견은 물론 성장 환경까지 확인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개인 혹은 사업자에게 입양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강아지가 어디에서 태어나고,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가늠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해외처럼 우리나라에도 전문 브리더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시 한국에 돌아와 전국을 누비며 브리더들을 찾아다녔다. 1년 동안 차로 이동한 거리만 1만 km 이고, 무려 100명이 넘는 브리더를 만났었다. 분명 의미 있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기존의 유통 구조가 갖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오프라인 유통 단계는 생산(강아지공장)-도매(경매)-소매(펫숍) 과정을 거친다. 소비자들은 소매 단계인 펫숍을 통해 강아지를 입양 하는데, 여기에서 문제 되는 점은 바로 펫숍이 2개월도 안된 강아지를 유통한다는 것이다.

강아지는 태어나 8주 동안은 어미 모유를 먹고 부모견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 기간에는 강아지의 면역 항체가 발달하고, 사회화 과정을 학습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라는 말이 있듯 강아지의 성격도 대부분 이때 결정된다. 그래서 부모견과 지낸 강아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질병에 취약하고, 사회성 결핍으로 인한 분리불안장애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왜 2개월 미만의 강아지들이 유통되는가?

상품성 가치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이는 작고 귀여운 강아지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인식과도 직결된다. 생후 3개월이 지난 강아지들은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몸집이 커지고 생김새도 변하게 된다. 펫숍의 입장에서는 개월 수가 지난 강아지를 판매하는 것이 소위 말해 ‘재고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선택받지 못한 강아지는 결국 본인들의 부담이 되기 때문.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수십 년 동안 펫숍의 비윤리적 판매 행위도 늘 지적돼 왔다. 법적으로 2개월 미만의 강아지 판매가 금지된 점을 교묘히 피하기 위해, 개월 수를 속이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몸집이 크지 않도록 굶기는 일이 빈번했다.

그런데 몇 년 전 강아지 유통 구조에 대한 실체가 폭로되면서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진 상황이다. ‘강아지 입양=펫숍’ 이라는 공식이 깨진 것. 올해 3월부터는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근본적 문제가 되던 생산업장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규제가 강화됐다. 강아지 번식에 까다로운 기준들이 생기면서 생산과 유통 과정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펫숍들 역시 판매에 있어서 개월 수를 준수하고 강아지 겅강관리 등 기본적 요건들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펫숍 대신 허가된 전문 브리더를 통해 강아지를 수급하는 사례들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페오펫의 입양 시스템이 궁금하다.

고객이 입양 신청서를 작성하면 이를 토대로 고객의 성향을 파악하고, 입양을 받기에 적합한 사람인지 내부적으로 검증하는 단계를 거친다. 실제로 준비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고객은 거절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고객이 선호하는 견종을 확인하고 페오펫과 제휴된 브리더의 강아지를 2-3마리 정도 추천한다. 사진과 영상도 함께 제공한다. 그밖에 자세한 정보는 고객이 직접 견사를 방문해 브리더로부터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객은 강아지를 직접 만나면서 부모견을 확인하는 한편, 자라난 환경도 살필 수 있다. 그리고 견사 방문을 끝낸 고객이 최종적으로 입양을 원할 경우 일정 수준의 예약금을 먼저 받은 후 강아지를 맞을 준비가 다 됐을 때 계약을 하고 입양을 보낸다.

마지막으로 입양 고객에게 페오펫 멤버십을 발행하고 사후 관리, 제휴사 혜택 등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청을 하고 실제 입양까지 걸리는 시간은?

상담부터 견사를 방문하는 과정이 필요한 부분이라 대체로 2-3주가량 걸린다. 고객이 2명 이상의 브리더를 만날 경우 시일이 더 늦춰지기도 한다.

 

페오펫 제휴 브리더

 

페오펫과 제휴된 브리더 수는 어느 정도나 되나?

제휴된 브리더 수는 50명 내외다. 국내에 정식으로 등록된(협회 기준) 브리더는 약 2000명 정도로 이들 중 현재 활동하는 인원이 500명 안팎인 걸 감안했을 때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대체로 서울, 경기권에서 활동하는 제휴 브리더가 많은 편이다. 페오펫 고객 상당수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까닭에 견사 방문 등 접근성을 고려한 부분이기도 하다.

 

브리더 섭외 기준이 궁금하다.

사업 초반에는 감이 없었는데 100명 이상의 브리더를 만나면서 기준이 정립됐다. 4가지 공통 기준에 부합하는 브리더에 한하여 인터뷰를 하고 최종 섭외를 한다.

기준은 △3대 이상 브리딩 한 경험이 있는가 △견종 표준에 따라 브리딩을 하고 있는가 △생후 2개월 강아지를 2차까지 예방접종을 해줄 수 있는가 △견사와 강아지가 자라는 환경 공개가 가능한가이다. 그리고 검증할 수 없는 부분들은 상호 합의를 통한 계약서 작성을 원칙으로 한다.

마지막으로 브리더 인터뷰를 통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목표 등을 질문하면서 페오펫과 함께 비전을 나눌 수 있는 브리더인지 확인하는 단계를 거친다.

 

페오펫을 통해 입양하면 좋은 점은?

첫 번째는 질병이 없는 정말 건강한 강아지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부모견 확인이 가능한데, 강아지는 크면서 부모 성격을 닮기 때문에 입양하는 강아지의 성격을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다. 세 번째는 견사와 제휴를 통해 입양하기 때문에 가격 거품이 없고, 사후관리를 받을 수 있다.

 

사후관리로 무엇을 제공하나?

강아지를 처음 키우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생겼을 경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하다. 대체로 인터넷에 검색해 정보를 얻거나 무작정 병원을 찾는 방법을 택하는데, 페오펫을 통해 입양하면 실시간으로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강아지를 키우는데 필요한 용품을 저렴한 비용에 구입할 수 있도록 멤버십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비롯해 반려견과 함께 하는 교육 초청 및 다른 고객들과도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킹 행사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멤버십 고객 오프라인 모임

 

서비스 운영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보통은 입양 문의를 하는 사람과 최종 결정권자가 다른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페오펫에 먼저 문의하는 사람은 딸, 아들인데 입양 결정은 부모님이 하는 식이다.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여성 고객이 포메라니안(견종)을 키우고 싶다고 문의를 해왔다. 그런데 어머니는 강아지를 싫어해서 모녀간의 갈등으로까지 일이 커졌는데, 결국 딸을 이기지 못한 어머니는 함께 견사를 방문해 입양까지 완료했다. 지금은 고객 소통도 직접 할 정도로 어머니가 강아지를 더 좋아한다. 세 달 전에는 스파크플러스(투자사)에서 입양 고객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에도 어머니가 직접 인터뷰를 했다.

 

페오펫 서비스 신청 후 배송받은 동물등록증

 

반려동물등록 대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바일로 1분 만에 신청할 수 있는 ‘간편 반려동물등록’ 서비스를 출시했다. 유기견 문제 해결과 낮은 등록률을 개선하기 도입하게 됐다.

한 달간의 테스트 기간을 거쳐 8월에 정식 론칭을 하고, 마케팅에는 큰 비용을 쓰고 있지 않지만 입소문만으로 이용 고객이 늘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 커뮤니티나 SNS 채널을 통한 유입이 많은 편이고 내가 인터뷰 한 기사들을 보고 신청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현재까지 등록된 반려견 수는 500마리 이상이다.

방법은 모바일 페이지에서 등록 신청서를 작성하고, 원하는 펜던트 디자인을 선택한 뒤 결제까지 끝내면 신청이 완료된다. 펜던트와 동물등록증은 2~3주 뒤에 원하는 장소에서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고객들의 반응도 궁금한데.

병원, 구청 등 오프라인 등록기관을 방문할 필요 없이 모바일로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특히 직장 때문에 따로 시간 내기 어려워 미뤄왔던 일을 해결해 고맙다고 전해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좋은 평가도 있는 반면 개선 사항을 지적해 주시는 분들도 있다. 당분간은 목소리를 반영해 서비스를 고도화시켜 만족도를 높이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페오펫은 어떤 회사로 성장하고 싶은가?

페오펫은 반려동물과 만나는 접점에서 올바른 기준을 제시해 선진화된 문화를 만드는데 가장 앞장서는 기업이 되고 싶다. 물건을 사듯 강아지를 구매하는 것이 아닌 브리더를 통한 입양으로 반려동물과 만나는 방식을 건강하게 바꿔나가고, 더 나아가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적인 캠페인도 전개해 나가겠다.

서비스 측면에서는 토스(toss)가 간편 송금으로 새로운 금융 플랫폼을 만들어가듯, 페오펫도 반려동물의 A to Z를 담는 ‘IT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서비스를 넘어 유용한 정보 제공과 커뮤니티 형성, 먹거리를 추천하고 데이터 분석 기술을 응용해 다양한 펫 산업과도 연계할 계획이다.

 

 

[fbcomments url=”http://www.mobiinside.com/kr/2018/10/12/peopet/” width=”100%” count=”off” num=”5″ countmsg=”wonderfu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