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유명해지는 것에는 관심 없어요. 투자한 회사가 유명해졌으면 하죠.’

‘액셀러레이터’는 자동차의 가속장치를 뜻한다. 마찬가지로 스타트업이 달려나가게끔 초기자금부터 멘토링까지 지원해주는 곳 또한 액셀러레이터로 불린다. 벤처캐피털(이하 VC)처럼 투자금액이 많지 않지만, 인프라 제공이나 경영 · 마케팅까지 도와준다. 변리사 출신으로 기술기반 스타트업의 동반자로 함께 걷고 있는 컴퍼니비 엄정한 대표를 직접 만나보았다.

 

컴퍼니비(companyB) 엄정한 대표 사진 / 사진 = MYER

 

 

Company B는

컴퍼니비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중소벤처기업부 공인 액셀러레이터다. 공동창업자 3명(배성환 이사, 이호현 이사, 엄정한 대표)과 컴퍼니비 투자자 10명, 그리고 조합원 35명 정도 규모로, 개인투자조합을 통해 투자를 집행하는 투자회사다. 컴퍼니비는 엄정한 대표가 2013년 BLT 특허법률사무소를 개업하여 1,000여 개 스타트업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단순한 특허, 상표출원 업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발명상담 등을 하면서 사업을 이해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본 엄 대표는 2014년 처음 엔젤 투자를 시작했다.

하지만 개인 엔젤투자자로서는 스타트업의 후속 투자유치, 마케팅이나 기획 등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에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고,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컴퍼니비를 공동으로 설립하게 되었다.

 

 

컴퍼니비 로고사진 / 사진 = 컴퍼니비 페이스북 페이지

 

 

 

컴퍼니비는 주로 기술기반 기업에 투자한다.

그 이유는 기술을 보유한 회사의 경우, ‘기술‘이라는 최소한의 기반이 있기 때문에 이후의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고, 초기 사업방향 전환 등 피벗(Pivot)을 통해, 매출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기술이 없다면, 기술자를 모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오래걸린다고 한다. 컴퍼니비는 주로 1억원에서 5000만원 까지의 시드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18개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집행하였다.

시드 투자를 하는 이유에 대해 컴퍼니비가 개인투자자를 결성하여 조합원들의 투자금을 모아서 진행하기에 5억 원 이상 투자가 어려운 점과 투자회사기 때문에 지분을 갖는데, 투자조합의 성공적인 운용결과를 위해서는 주식 가치가 올라야 하는 폭이 크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보유기술 수준에 비해서 너무 과도한 기업의 경우,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래서 이미 많이 성장한 회사보다는 3~4명으로 구성된 팀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컴퍼니비 홈브루 행사 사진/ 사진 = 컴퍼니비 페이스북

 

 

홈브루 파티

컴퍼니비는 매달 마지막 월요일 저녁, 경기창조혁신센터 7층에서 홈브루 파티를 연다. 홈브루 파티는 스타트업 7~8개 팀이 5분 동안 발표하며, 참가한 사람들은 발표가 끝난 후 피자와 맥주를 먹고 마시며, 편하게 네트워킹할 수 있다. 홈브루는 서류심사를 하지 않고, 요청을 통해 발표할 수 있다. (발표를 원하는 팀은 Shawn@companyB.kr 메일로 직접 신청) 서류심사를 하지 않는 이유는 선입견을 갖지 않기 위함이라고. ‘정말 말도 안 되는 아이템이라 생각되어도 발표할 기회를 드리는 게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저희의 주관이고 홈브루에 오신 분은 괜찮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 거니까요’라고 설명했다. 홈브루를 통한 발표는 영상으로 촬영되어 컴퍼니비 조합원에게 전해진다. 조합원들 중 영상을 보고 깊이 있게 만나고 싶은 스타트업이 있을 때, 컴퍼니비 오피스아워로 초청된다. 컴퍼니비는 투자 결정이 빠른 편으로, 대부분 2주 안에 투자 결정되어 진다. 컴퍼니비는 전문성 높은 조합원이 많다는 장점이 있어, 투자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에 대해 입체적인 레퍼런스 체크와 전문적인 조언의 교환이 가능하다.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되었을 때도, 스타트업들에게 빠르게 연락한다. 그것이 ‘스타트업에게 희망 고문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컴퍼니비 오피스아워 사진 / 사진 = 컴퍼니비 네이버 블로그

 

 

Q.컴퍼니비만의 투자철학이 있나요?

모든 VC가 일단은 ‘사람을 보고, 팀을 본다.’ 인데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좋은 팀을 선호해요.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고, ‘자금을 지원해줘서 고맙다,’라고만 하지, 힘든 점을 얘기하지 않아요. ‘이런 후속투자제안을 받았는데, 제시받은 조건들에 대해서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라는 등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가질 수 있는 고민에 대해서 빠르게 서포트 해줍니다. ‘우는 아이 떡 하나 준다’라는 말처럼 스타트업 대표가 우리에게 요청을 자주해야 액셀러레이터로서 존재 의미가 있고, 그 회사를 더 챙겨줄 수 있거든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좋은 대표는 팀원들에게도 좋습니다.

그래서 투자결정을 할 때 그 대표님 뿐만 아니라 직원분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에요. 소속되어 있는 직원들이 다 같이 발전하는 것이 비즈니스 전개 속도에도 굉장한 영향을 주죠. 그래서 창업멤버들의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Q.컴퍼니비가 생각하는 좋은 팀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일단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가장 중요하고요. 두 번째는 기술력인데, 결국에는, 인적구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꼭 학벌을 의미하지 않아요. 프로그래밍을 잘하는 팀원이 꼭 수능을 잘 볼 필요는 없으니까요. 세 번째는 성장 속도예요.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다 가설이거든요. 스타트업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VC나 액셀러레이터들은 매출이 발생해야 투자를 한다.’ 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매출이 있어야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그 가설을 어느 정도 입증을 해야 한다.’가 맞아요. 그 가설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직원이 늘어날 수 있고, MOU나 구매의향서를 잔뜩 맺는 것도 좋은 지표입니다. 정부과제에 선정되는 것을 혐오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희는 오히려 정부사업을 따거나 정부지원을 받는것도 그 스타트업의 가설인 비즈니스모델을 입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정부사업을 딴다는 것은 심사위원을 설득했다는 것으로 보는 거죠. 반드시 매출을 발생시킬 것을 요구하지는 않아요. 얼마나 그 비즈니스 모델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가 투자한 기업 중 네오코믹스라는 기업은 매출이 없는 1인 기업이었지만, 권택준 대표님의 왕성한 활동력과 웹툰업계 관련기관, 작가들과의 MOU건수 증가율이 인상적이었고, 많은 조합원들이 네오코믹스 투자에 참여했어요.

 

Q.컴퍼니비가 투자한 기업 중 기억에 남는 기업이 있나요?

크라우드웍스(crowdworks)라는 스타트업이 있어요.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인공지능 학습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사진이나 영상, 소리 등 데이터를 학습시켜요. 대중에게 리워드를 제공하고, 이미지를 객체 분류하거나, 문서화된 이미지로부터 텍스트 추출 등을 작업하여 누구나 쉽게 온라인으로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요. 많이 버는 분은 월 400만원 이상을 법니다. 구직난이다. 청년실업이다. 하는데, 이처럼 새로운 종류의 직업(데이터 라벨링을 하는 직군이라 하여 이들을 ‘라벨러‘라고 한다)을 만드는 회사를 좋아해요. 그리고 클로봇(Clobot) 같은 경우, 후속투자를 현대자동차에서 받아 중소벤처기업부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되었어요. 저희 투자 7개월 만에 전체인원이 15명 정도로 성장 속도도 빠르고 매출도 20억 가까이 낼 정도로 성장했죠. 아티스츠카드(Artists Card)는 저작권이 만료된 클래식 음악을 자동으로 필터링하여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에요. 처음에는 3명이었는데 현재는 12명으로 4배 정도 회사가 성장했고 마찬가지로 TIPS에 선정되었습니다. 모어띵스(morethings)는 섬유 기반 대면적 압력센서를 만드는 회사인데,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요. 양산가격은 낮은 데 비해 질이 좋아 스마트 의자, 방석, 신발 등을 만드는 회사로 성장하고 있어요.

저희가 액셀러레이터로써, 유명해지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요. 투자한 회사를 유명하게 하는것이 Company B라는 Company Builder회사의 기조라고 할 수 있죠.

 

Q.마지막으로, 액셀러레이터로서 스타트업에게 조언 한마디

많은 스타트업이 액셀러레이터나 심사역을 만나요. 그런데 그 사람들을 만났을 때 상대방이 관심을 두고 있는 투자성향이 어디인지 먼저 판단하셔야 해요. 투자유치과정에서 이점은 매우 중요해요. 컴퍼니비는 기술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O2O서비스나 핀테크 분야는 저희와 결이 맞지 않아요.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기술, 퓨처플레이는 블록체인, 이런 식으로 관심 분야가 다들 있기 때문에, 결이 맞지 않는 스타트업이라면 액셀러레이터나 VC에게 아무리 500억짜리 사업계획서를 내밀어 봐도 응답이 나오지 않아요.

스타트업은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결이 맞지 않으면 투자가 어렵습니다. VC의 경우 그들이 운영하는 펀드가 각각 있어요. 펀드들을 위탁받아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예를 들면, 농식품 펀드 VC에게 가서 최첨단 자율주행차를 얘기하면 이들은 전혀 관심이 없죠. 액셀러레이터는 성향을 보고 만나는 것이 좋고, VC는 펀드유형을 잘 알고 만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거절당했다고 기분 상해하지 않고, 결이 잘 맞는 초기 투자자나, VC를 만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두 번째는 비즈니스모델이라는 가설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매출이나, 회원 수가 늘거나 하기 때문에 가설을 입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사업계획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투자자들에게 물어보는것은 다 소용없는 일입니다. 그게 맞는지 맞지 않는지는 저희도 모르니까, 직접 그 가설을 조금이라도 입증해 보이셔야 스토리가 형성됩니다. 사업계획이라는 가설을 입증하는 과정의 증거자료(성장지표)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성하느냐가 액셀러레이터나 VC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무조건 IR 자료를 예쁘게 만들어서 상 받는 것보다 입증하는 과정에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계획만 만들지 마시고 빨리 실행하세요. 그리고 힘들때 액셀러레이터에게 힘들다고 말해주세요. 밥은 얼마든지 사드릴 수 있습니다. 고민도 같이 해결합시다. 저는 그것이 사업성장의 시작점이고, 액셀러레이터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MYER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십으로 제공되는 인터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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