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을 필요 없게 만드는 것이 마케팅이고, 마케팅을 필요 없게 만드는 것이 브랜딩이라는 말이 있다. 넘쳐나는 서비스 속에서 경쟁사와 구분될 수 있고 또 고객이 필요할 ‘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브랜드이므로 그 중요성은 굳이 강조할 것도 없다.

하지만 소기업에게 있어 브랜딩이라는 용어는 두렵다. 당장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하는데, 브랜딩에 소요되는 시간 그리고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두려운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소기업일수록 오히려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칼럼을 읽고 필자인 브랜드날자의 백진충 대표님을 만나 보았다. 어떤 논리가 담겨 있을까?

interviewer 신용성 / 아이보스 대표

 

 

소기업일수록 브랜딩이 중요하다

 

사진= ‘브랜드날다’ 백진충 대표이사

 

 

Q. 안녕하세요. 대표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고요. 잠깐 소개 좀 부탁드릴까요?

현재 ㈜브랜드날다 대표이사와 계원예술대학교 디지털미디어디자인학과 겸임교수로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브랜드 컨설팅을 주업으로 하고 있고, 학교와 지자체의 창업 센터에서 브랜딩, 마케팅 분야의 강사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기업과 개인, 창업자 및 예비 창업자와 학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Q. 그런데 어쩌다가 브랜드 쪽 일을 하시게 된 거예요?

창업하기 전, 17년 정도 콘텐츠 기획, 마케팅, 브랜딩, 신규 사업 PM 등의 업무를 하였는데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제가 가진 업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가 많았고 그 결과 제 경험을 최종적으로 융합할 수 있는 분야가 ‘브랜드’라고 생각했습니다.

 

Q. 대표님은 한 칼럼에서 스타트업 등의 소기업이야말로 브랜딩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셨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서 본질적으로 해야 할 일은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대기업은 물량 공세를 통해서라도 사람의 마음을 파고 들어갈 수가 있는데, 소기업은 마케팅 비용이 부족하니 브랜딩으로 접근하는 것이 초기 자사의 서비스나 제품을 고객의 인식 속에 기억시킬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라는 생각입니다.

 

Q. 브랜딩이라고 하면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노출하여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것 정도로 이해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대표님께서 말씀하시는 브랜딩은 적어도 이 개념을 말씀하시는 것은 아닌가 보네요?

네, 조금은 더 포괄적인 의미입니다. 언급하신 지속적인 노출과 각인도 브랜딩의 일부분이지만 조금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브랜드 전략이 많이 있습니다.

 

Q. 그렇다면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브랜딩이란 무엇인가요?

브랜딩은 기업(혹은 서비스나 제품)이 가진 자기다움을 잘 표현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3가지 요소의 조화라고 말씀드립니다.

이 세가지는 세계적인 브랜드 분야의 석학이신 박충환 교수님이 정리하신 이론인데, 브랜드는 전문성, 정감성, 공감성 세 가지를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전문성은 고객의 시간이나 비용 등을 줄여주는 것이고, 정감성은 비주얼, 촉감 등 시각적, 감정적인 부분을 말하고, 공감성은 기업의 철학이나 본질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세가지를 잘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 브랜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 그러니까 대표님께서 소기업일수록 브랜딩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부분은 브랜드 노출을 많이 늘려야 한다가 아니라 ‘기업의 전문성, 색깔, 철학 등을 분명히 지녀라’라는 그런 의미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스타트업 등과 같은 소기업일수록 분명한 자기다움 즉 본질에 대한 정의를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자기다움, 본질을 통틀어 “브랜드 에센스”라고 정의합니다.

 

Q. 그런데 그 의미라면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규모와는 상관없이 모든 기업이 지니고 있는 과제라고 할 수 있지 않나요? 유독 스타트업을 강조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그건 맞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스타트업의 브랜딩 관련 업무를 많이 하다 보니 더욱 제 피부에 와 닿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창업 시점에 기업이나 서비스의 브랜드 본질에 대한 탐구나 정의 없이 진행하다가 나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워낙 많이 목격해서요.

 

Q. 이를테면 어떤 어려움인가요?

기업의 자기다움 및 브랜드 본질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을 진행하게 되면 아이디어가 이렇게 저렇게 산발적으로 확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처음 생각했던 의도와 다르게 일이 진행되기도 하고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많아서 산으로 가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곤 합니다.

 

Q.  옳은 말씀이기는 한데요.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창업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진행해 나가면서 시장의 상황에 맞게 맞춰 나가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일 수도 있지 않나요?

네 맞습니다. 브랜드 측면에서 그런 과정을 “브랜드 매니지먼트”라고 하는데요. 처음에 잡은 표현 컨셉이 시장 상황이랑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진행해 나가면서 본질은 변화하지 않지만, 표현하는 컨셉은 시장에 맞춰 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중심을 잡아줄 본질, 브랜드 에센스 자체가 없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경우가 문제라는 겁니다.

 

Q.  그렇다면 브랜딩이란 창업 기획 시점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인가요?

네, 처음에 분명한 본질의 탐구와 정의 없이 진행하다가, 나중에 어려움에 처할 수가 있는데요. 브랜드에 대한 본질 없이, 사업을 진행하면 여러 컨셉이 고객에게 전달되게 되고, 고객 각자가 생각하는 해당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생겨버립니다. 그 인식이 다행히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면 크게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곤란을 겪게 됩니다. 즉,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던 우리의 브랜드 정의가 시장에서 생겨 버린다는 겁니다.

 

Q. 그럼 어찌되었건 이미 창업을 한 상태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금부터라도 해야 한다는 겁니다.

 

Q. 그런데 지금부터 하려면 제 생각에 브랜딩이 되려면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할 것 같고요. 이 일관성 유지를 위해서는 잘나가는 상품을 없애야 하는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뒤따를 수 있지 않을까요?

네 아마도 다양한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기업들이 그러한 어려움을 겪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도 많이 나와 있으니 사례들을 참조하면 의외로 어렵지 않게 해결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Q. 그렇다면 대표님이 생각하시기에 소기업이 해야 하는 브랜딩의 구체적인 업무는 무엇이라 할 수 있나요?

근본적인 생각부터 하는 겁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업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고 업에 대한 정의를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죠. 그리고 고객은 왜 우리가 제공하는 이것을 구매 또는 사용해야 하는지를 마치 대화하듯이 적어 보시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조금 더 구체적인 생각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다만 타겟 고객의 범위가 너무 넓으면 이런 대화가 잘되지 않으므로 좁힐 필요가 있습니다.

 

Q. 고객을 세분화하였을 때 세분화된 고객 집단별로 니즈가 다를 수 있으므로 원활한 (가상의) 대화가 잘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네 맞습니다. 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스타트업의 경우는 딱 100명 정도만 생각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그 100명이 무슨 제품을 판매하든 구매해줄 수 있는 그런 팬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생각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Q. 그렇다면 고객을 세분화하고 세분화한 고객의 퍼소나(persona)를 정의하는 과정이 필요하겠군요?

네, 그런데 제가 스타트업을 컨설팅하면서 퍼소나를 물어보면 너무 광범위하게 잡고 있으시더라고요. 거의 연령, 성별, 지역 등의 기본적인 항목으로만 설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라이프 스타일을 기준으로 매우 세밀하게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도 몇 만 명이 나오거든요.

브랜딩도 타깃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테면 배달의민족도 주요 타겟 고객은 직장의 20대 중반의 막내를 타겟으로 하였습니다. 타겟을 그렇게 잡으니 광고에 사용되는 언어나 이미지도 그에 부합되는 B급 문화코드의 형식을 쓴 거였죠.

 

Q. 그런데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브랜딩이라고 하는 것은 미션이나 업에 대한 정의는 했다 하더라도 이를 슬로건, 색상, 로고 등의 표현물로 구체화시키는 것이지 않을까요? 그러면 결국 이를 해줄 전문가를 찾게 되는데요.

소기업들은 이런 전문가를 구분하기가 어려워서 실질적으로 실행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이는 컨설팅 영역도 마찬가지인데요. 누구나 다 전문가라 주장하는 상황에서 저 사람 말이 진짜 맞는지도 모르겠고 그대로 따라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큰 것 같아요.

 

Q. 저는 고객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본질을 직접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은 브랜드 컨설턴트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찾게끔 도와주는 것이지요. 물론 어떻게 찾게 해주느냐의 문제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많은 컨설턴트들이 나름의 방법론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의 방법론 중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앞서도 언급한 브랜드의 3가지 요소인 전문성, 정감성, 공감성을 바탕으로 업의 본질을 찾도록 도와 드리는 실습용 툴킷이 있습니다.

 

Q. 그러면 이게 단순히 용역을 의뢰하여 결과물을 받는 그런 형태의 서비스는 아니겠군요?

네 그렇습니다. 제 경우는 워크샵이 포함된 형태로 일을 진행합니다. 브랜드 컨셉 도출을 위해 의뢰사와 많은 생각의 교환이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워크샵 형태로 진행한 후, 구체적인 결과물을 정리하는 것까지, 경우에 따라서는 이를 브랜드 로고나 브로셔 등의 디자인 결과물로 표현하는 부분까지를 포함하여, 용역을 받고 있습니다.

 

Q. 소기업의 브랜딩에 대해 궁금했던 점이 대표님과의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된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좋은 말씀 감사하구요. 혹시 마지막으로 남기고자 하는 말씀 있으신가요?

기업이 광고 대행을 의뢰할 때 제안요청서(RFP)라는 것을 작성하잖아요? 그냥 무턱대고 우리 광고를 대행해줄 아이디어에 대해서 제안하라고 하면 대행사도 막막하죠. 기업이 제안요청서를 얼마나 잘 작성하느냐에 따라 현실적인 제안서를 받아볼 수 있는 것처럼 브랜딩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카피나 로고와 같이 전문가와 같이 일을 할 때에는 그들에게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프로세스 자체가 중요합니다. 어설프게 요청하면 결과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지요. 기업이 이러한 토대를 구축해 놓기 위해서라도 브랜딩에 대한, 자꾸 말씀드리지만 브랜드에 대한 자기다움, 본질에 대한 고민을 미루지 마시고 당장 시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인터뷰 후기

백진충 대표님과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아이보스의 개설 시점과 운영 과정 그리고 현재를 되돌아보았다. 지난 시간 속에서 여러가지 현상들을 돌이켜보니 나름대로의 철학을 지니고 시작하긴 하였으나 브랜드 매니지먼트를 과연 제대로 했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러면서 앞으로 무엇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지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그리고 어떤 일들을 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윤곽도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었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볼 수 없으니 자신의 모습은 자신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남이 나를 보는 모습이 동일하기를 원한다면 ‘거울’이 필요하다. 브랜딩에 대한 고민 그게 바로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거울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 아닐까.

 

아이보스 신용성 (대표)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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