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번에 이야기할 내용은 어쩌면 스타트업 PM에게 있어 전부라고도 할 수 있는 ‘인사’와 관련한 내용입니다. 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답을 모르겠어요. 정말 알아도 어렵고, 몰라도 어려운 게 사람입니다.

우선 제 실패 of 실패담을 다루기 위해서는 저의 이전 회사(이자 첫 회사였으며, 제가 만든 회사였던 곳)의 환경이 어떠했는지 간단히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인사와 관련해서, 이전 회사는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는 환경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사실 스타트업에서 가장 필요로 하고, 또 찾기 힘든 인재가 바로 ‘개발자’입니다. 얼마나 힘드냐면 원티드나 로켓펀치, 사람인 같은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난다 긴다 하는 회사들도 1년 365일 채용 공고를 띄워 놓을 걸 알 수 있어요. 복지 혜택은 쩔고, 연봉도 많이 주는 데다가, 자율성도 최대한 보장한다고 하는데 맘에 드는 개발자 한 명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거죠.

그런데 이전 회사에서 저희는 개발자를 구할 걱정을 할 필요가 별로 없었습니다. 바로 당시 저희 CTO님 덕분이었죠. CTO님은 개발 관련 SI 및 컨설팅을 진행하는 유명한 외국계 회사에 근무 중이셨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저희 프로젝트의 일부를 맡게 되셨고, 아이템에 흥미를 느껴 이직을 결심하셨죠. 심지어 연봉도 깎아야 하는 상황에다가 드릴 혜택도 전혀 없었는데 말이죠(..!) 이런 결정만 해도 감지덕지해야 할 상황, 하지만 철없고 세상 물정 모르던 저희는 이런 호기를 부렸습니다.

 

 

 

“서버를 맡아주신다고 했으니 앱 개발할 분도 데리고 나와주세요. 좋은 분으로요.”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심지어 다른 훌륭한 팀원분들까지 줄줄이 퇴사 후 저희 회사에 합류해 그야말로 ‘드림팀’이 만들어졌죠. 팀이 통째로 나오다 보니 체계도 이미 잡혀 있던 덕분에 개발 일정을 별도로 관리할 필요도 없었고(“이사님, 다음 달까지 무조건 내야 돼요 ㅠㅠ”, “뭐, 그까짓 거 밤 새면 되죠.”), 결과물도 늘 훌륭했습니다.

 

 

그런 환경에 있다가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더니 막막한 게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초기 멤버들이 많이 이탈한 바람에 (개발)팀의 구심점이 되어줄 사람이 없었고, 스타트업이 흔히 겪는 어려움을 견디지 못해 퇴사를 결심한 분도 몇몇 눈에 띄었죠. 제가 처음으로 생각한 해결책은 ‘일단 흔들리는 사람들을 무작정 붙잡자’라는 거였습니다. 그냥 RPG 게임처럼 ‘당신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쉽게 설득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결과는?

물론 실패였습니다. 어떤 분은 매일 1~2시간씩 붙잡고 이야기하고, 설득했지만 돌아간 마음은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더군요. 지금 와서 그때를 돌이켜보면 이런 결론이 나옵니다.

 

 

하나. 나는 회사에 대한 이해가 설득할 당사자보다 부족했다.

둘. 그러다 보니 각각의 사람들이 회사에 가지는 ‘진짜’ 불만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즉, 저는 부족했고, 상대는 그런 저에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던 겁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설득 결과가 좋지 못했던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거였습니다. 누군가는 퇴사를 했고, 누군가는 오랜 기간(어쩌면 제가 어느 정도 감을 잡은 기간만큼) 방황의 시간을 보냈죠.

이런 결론은 그저 지난날을 돌이켜본 결과물일 뿐입니다. 아마 똑같은 상황, 그러니까 팀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퇴사를 고민한다면 저는 그 사람을 붙잡을 테고, 또 비슷한 결과를 얻을 겁니다. 무언가 변화시키지 못했으니 혹은 마음에 안 드는 무언가가 있으므로 그 사람이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걸 테니 말이죠.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은 그 사람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저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더불어 회사라는 조직을 모든 사람이 100% 만족할 수도, 만족시킬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도요.

이왕 쓰는 김에 결론을 하나 더 붙여 보아야겠습니다. ‘신뢰란 업무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 대 인간관계를 뜻하기도 한다’는 걸 말이죠.

이건 제가 제일 못하는 것 중 하나인데요. PM이란 무릇 회사 구성원들과 ‘동료’가 되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의 서두에 답을 모르겠다고 했던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업무 시간이 끝난 뒤 함께 하는 술 한 잔에서 위로를 받고, 누군가는 자신으 영역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내주길 원합니다. 또 누군가는 업무 외적인 영역에서 혜택이 주어지길 원하죠. 저는 각각의 ‘니즈’를 알아내고 이를 채워주는 동시에, 원칙에서도 벗어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할 테고요. (막상 쓰고 나니 이 사실을 알면서도 노력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괜히 부끄럽고 또 팀원들에게 죄송스럽네요)

모든 직군, 회사가 마찬가지이지만 스타트업의 PM이란 건 꽤나 험난하고 어려운 자리라는 걸 글을 쓰며 다시 한번 느낍니다. 스타트업을 항해하고 계신, 그리고 이 글을 읽고 계신 PM분들 모두모두 파이팅!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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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