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직무에 대한 고정관념 3가지

 

대학교 3~4학년이라서 인턴 찾고 있는 대학생 분들, 졸업 직전이거나 기졸업인데 아직 직장 경험이 없으신 분들이 제일 만만하게 쓸 수 있는 ‘직무’가 뭘까요? 제 생각은 인사랑 마케팅입니다. 왜? 전공 무관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문과생이 제일 많이 도전하는 만만한 직무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정작 자기소개서를 쓰기 시작하면 절대 만만하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HR이 뭐 하는 팀인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한테 “인사가 뭐하는 일이죠?” 라고 대뜸 물어보면 어버버 거리다가 “사람을.. 관리하는 일이요..” 라고 말할 확률이 높아요. (저도 초년생 때 그랬습니다.)

힌트를 드리자면, ‘관리’라는 단어가 잘못됐습니다. 관리는 기본적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지배하고 조종할 때 쓰는 단어잖아요. 지금 시대의 인사는 관리가 아니라, ‘지원’입니다. 직원들을 서포트하는 일이라고 하는 게 트렌드에 더 어울립니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취준생 분들이 HR 신입 지원 자소서에 어떤 실수를 많이 하는지 크게 3가지만 짚고, 하나하나 설명해드릴게요.

 

 

첫 번째, “인사가 만사다.”


라는 문장은 이상하게 빠지질 않아요. 여러분 이거 처음에 누가 최초로 얘기한 말인지 아세요? 저도 모릅니다. 근데 얼마나 사회에 많이 퍼져있으면, 생전 사회생활 안 해본 대학생들이 이 문장을 소서에 넣는 걸까요?

HR 신입 지원자 5명 이력서 받아보면 3명은 인사가 만사라고 합니다. 저도 공감합니다. 근데 문제는, 그래서 어쩌라고? 저도 인사가 만사라는 말엔 동의합니다. 인사가 제일 중요해요. “근데 그 문장이랑, 회사가 당신을 HR 신입으로 뽑아야 하는 이유랑 무슨 관련이 있나요?” 라는 측면에서 캐물어보면, 금방 밑천이 드러납니다.

 

 

인사 관련 칼럼의 50%는 이 제목이 아닐까?

 

 

갑자기 인사 직무의 중요성을 얘기하지 말고, 지원자 자신의 강점을 적어야 하는 게 자기소개서입니다. 인사 직무 중요한 건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다 알고 있는 얘기 하면 재미없겠죠? 안 쓰느니만 못한 낡은 문장이니까, HR 지원 자소서에는 이젠 쓰지 맙시다.

차라리 대학생활하면서, 어떤 경험이 있었는데, 이 경험을 통해서 ‘사람 간의 관계가 중요함을 배웠다.’ 는 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하시는 게 100배 나아요.

 

 


두 번째,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자.. 이 문장도 앞서 말한, “인사가 만사다” 랑 똑같이, HR 지원자 5명 중 3명이 얘기하는 문장입니다. 사람을 좋아한다라.. 정말 휴머니즘적이고 가슴 따뜻하고 아름다운 단어죠? 하지만 회사 생활은 그렇게 아름답거나 휴머니즘 적이지 않죠.

일단, ‘사람을 좋아한다 = HR 직무를 잘한다’ 이건 틀린 명제입니다. 사람을 싫어해도 HR을 잘할 수 있어요. 다만, 면접장에서 “저는 사람 싫어하는데요.” 라고 말하진 마세요. 싸이코패스로 보여서 탈락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 사람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그런 거를 본인 입으로 말하지 마세요. 본인이 지금까지 해왔던 경험을 얘기해주면서, 그걸 듣는 면접관들로 하여금 “아, 이 친구는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는 성격이네.” 라고 생각하게 끔 만드는 게 최고의 전략입니다.

조금 더 얘기하자면, 인사 직무에서 중요한 일 중의 하나는.. ‘썩은 사과’ 골라내기 입니다. 심각한 저성과자, 월급루팡이라고 하죠. 이런 사람을 해고 내지는 권고사직 시키거나, 조직 분위기 망치는 직원이 있다면 불러다가 면담하고 다른 팀 보내거나 강하게 경고해야 하죠.

 

 

조직의 ‘썩은 사과’를 제거하는 게 인사팀의 주요 임무 중 하나입니다.

 

이런 무거운 피드백을 당사자한테 직접 해야 할 수도 있는데, 사람을 좋아하는 착한 사람이 이런 심리적 스트레스가 상당한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오히려 평소에 냉소적이고 시니컬한 인사팀 직원이 더 잘하지 않을까요? 인사팀은 직원들이 좋아할 만한 일만 하는 팀이 아니라는 걸 아셔야 합니다.

 

 


세 번째, “리더십이 있다.”

 


이 ‘리더십’이란 단어.. 한 2016년까지는 이 리더십이란 단어가 취준생들이 엄청 좋아하는 단어였다고 생각해요. 근데 재밌는 게, 요새는 트렌드가 또 다른 듯합니다. 이젠 리더십보다 ‘팔로워십’ 아시죠? 그게 더 잘 먹힙니다. 이젠 취준생들도 다 압니다.

신입사원은 위계질서에서 어디에 있죠? 가장 아래에 있습니다. 근데 누굴 리드할 수 있을까요? 아무것도 모르는데 리딩이 가능할까요? 신입사원한테 리더십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은 취준생들이 이제 ‘팔로워십’을 밀기 시작했습니다.

웃긴 건, 이제 다들 팔로워십을 강조하니까 단어의 매력이 떨어졌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다음 대안은 ‘서번트 리더십’입니다. 쉬운 말로는 “섬기는 리더십”이죠. 다른 사람을 캐어하고 섬길수록, 나중에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실화되기 힘든 리더십의 형태이긴 해요. 근데 저는, 차라리 팔로워십보다 서번트 리더십이 HR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서번트 리더십의 쉬운 예시

 

마냥 C-Level (CEO, CTO, CHO 등 경영진) 분들을 따르기만 하는 팔로워십보다는, 경영진을 섬기며 인사팀 차원의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조직의 다른 팀들로부터 존중을 받을 수 있어요. 인사팀이 소위 ‘호구’ 이미지가 찍히는 순간.. 일하기 힘들어지거든요.

 

 

글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첫 직장을, 그것도 인사팀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신입사원은 소수, 정말 극소수입니다. 있다면 이미 HR 인턴 경험이 2~3번씩은 있는 중고 신입 일거예요.

본인이 인사 직무에 대한 준비와 공부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면, 정말 누가 들어도 눈물 뚝뚝 떨어지는 기가 막힌 스토리텔링이 있지 않은 이상 HR 직무에 지원하지 마세요. 억지로 쥐어 짜내며 자소서 쓸 시간에 다른 직무를 준비하시는 게 나아요.

 

 

 

해당 글은 유재호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