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사람과 취향 사이, 틴더(상) 에서 이어집니다.

 

 

위치기반 사람찾기 게임 (이어서)

 

위치 기반

 

틴더는 스스로 위치기반 서비스를 지향한다고 끊임없이 말한다. 이 앱에서 위치는 두 가지 정보를 표출하는 데 사용된다. 한 가지는 ‘지금 내가 여기 있다.’는 정보이다. 틴더는 GPS 정보를 사용해 사용자를 기준으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부터 소개해 준다. 사용자는 본인으로부터 어느 정도까지 떨어진 사람까지 소개받을지 정할 수 있다. 이 정보는 틴더의 시작점 그 자체이다. 앞서 언급했듯 틴더는 만남을 위한 서비스이다. 어떤 유형의 사람을 원하든 틴더는 다양한 사람을 소개해 주고, 그 사람과 만나보는 과정이 어렵지 않도록 그 장을 마련해 주고자 한다. 바딘 공동창업자는 “첫 만남 이후 과정은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하려면 끊임없이 대화하고 여러 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틴더는 첫발을 좀 더 쉽게 내딛게 할 뿐이다.”라고 말한다. 어디 장소가 되었든 만나려면 일단 ‘내가 어디에 있다.’는 정보는 필수이다. 

위치의 다른 한 가지 역할은 ‘내가 어떤 장소를 좋아한다.’라는 정보로써 기능하는 것이다. 이 정보는 사용자가 본인을 드러내는 많고 많은 취향 중 한 가지로써 사용될 수 있다. 프로필에 특정 장소의 사진을 게시하거나, 소개 문구에 그 장소를 언급하거나, 나아가서는 틴더 패스포트(Tinder Passport)를 사용해 현재 그 위치에 있지 않더라도 그 장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예컨대 서촌을 좋아해 자주 방문하는 필자는 지금 당장은 침대 위에 있더라도 대림미술관 근처에 있는 사람들을 소개받을 수 있다.) 틴더는 선택에 관한 서비스이고, 위치는 선택을 도울 수 있는 하나의 정보로 작동한다. 

 

Tinder U를 통해 본인이 재학 중인 대학교를 표시하고, 학교 내외의 사람들과도 편하게 만날 수 있다.

   

한편 아직 한국에서는 지원하지 않지만 위치와 관련된 틴더의 두 가지 서비스가 더 존재한다. 바로 Tinder Places와 Tinder U이다. 현재 Tinder U는 미국 내  4년제 대학교를 대상으로만 지원하고 있는데, Tinder U에 등록하면 소속 학교를 표시하고 교내 틴더 사용자들을 스와이프 하거나 인근 학교 학생들을 스와이프 할 수도 있다. 앱에 학교를 등록해서 같은 학교에 다니는, 혹은 비슷한 위치에 있는 사람과 만난다는 행위가 자칫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한국 문화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국내 데이팅 앱들에서 대학교를 등록한다면 그 이유는 둘 중 하나이다. 본인의 신분(가방끈을 자랑하기 위함이다)을 드러내기 위한 용도이거나, 같은 학교 사람을 만나게 되어 뻘쭘한 상황을 피하기 위함이거나. 대개 한국 사람들은 소개팅이나 소개팅 앱에서 본인의 지인, 나아가서는 지인의 지인까지도 만나기를 꺼린다. 소개팅은 잘 되면 연인이 되지만 그 반대의 경우 서로 굉장히 어색하고 뻘쭘해지는, 모 아니면 도의 게임이다. 그런 게임을 인맥의 바운더리 내에서 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틴더는 기꺼이 Tinder U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두 가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인맥의 바운더리 내에서 소개팅 받아도 꺼리지 않거나, 틴더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소개팅이 아니거나. 이 문제는 이후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한편 Tinder Places는 취향의 일종으로써 장소를 사용하는 서비스이다. 사용자는 방문한 적이 있는 장소 중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그래서 본인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장소를 설정할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그 장소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다.(개인의 프로필에 특정한 장소의 사진을 게시하는 것과는 또 다르다. 기존의 틴더가 사람 중심의 스와이프라면, Tinder Places는 장소 중심의 서비스이다. 장소를 우선적으로 선택한 후, 그 장소를 좋아요 표시한 사람들을 스와이프 하는 것이다) 이들은 같은 장소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에서 서로 잘 맞을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같은 장소를 실제로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란 점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 거주할 가능성이 농후하며, 따라서 굳이 그 장소가 아니더라도 오프라인에서 만나기가 용이할 것이다. 

 

 

틴더는 결국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위한 수단이다. 

 

 

어떻게 ‘소셜 디스커버리’ 할 것인가

   

틴더의 아이덴티티

 

한국에서 틴더는 데이팅 앱으로 분류된다. 틴더가 스스로를 그렇게 정의하고 있기보단, 사람들이 인식하기를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틴더는 미국에서 개발되고, 한국에 진출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데이팅 앱이었던 적이 없다. 데이팅 앱이 맞는데, 데이팅 앱은 아니다. 무슨 어처구니 없는 말인가 싶겠지만 그게 팩트다. 엄밀히 따지자면 Dating과 데이팅의 불일치에서 오는 낯섦이다. 미국에서의 Dating은 연인이 되어 진지한 만남을 갖기 에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대화를 나누다 잘 맞는다고 느끼면 연인 사이로 발전할 수 있겠지만, 그 부분은 틴더의 관심 밖이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데이팅은 연인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행위를 지칭한다. 그렇기 때문에 Dating 앱인 틴더는 데이팅을 위한 앱은 아니다. 다만 유감스럽게도 그 해석 과정의 문제로 인해 틴더는 “정오의 데이트,” “글램,” “아만다”와 같은 데이팅 앱으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서가연 틴더 한국지사장이 “이용 사례를 보면 혼자 마라탕을 먹으러 가는 길에 같이 먹을 사람을 구하기도 하고, 변호사와 디자이너가 개업을 앞두고 만나 서로 조언을 주고 받았다.”라고 홍보하듯 틴더는 국내외적으로 상당히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지니고 있고, 그것은 사람들이 서로 만나서 친구가 될 수 있게 돕는 서비스이다.

Tinder U가 가능한 이유도 다름 아니라 이 부분에 위치한다. 단지 같은 취향의 친구를 찾는데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것, 혹은 공통적 지인이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필자는 대학교 1학년 당시, 금요일 수업이 끝난 후 친구들과 함께 신촌에 놀러 가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약간의 술도 마시며 좋은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다.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틴더가 원하는 사용 방향은 이런게 아닐까. 오늘 수업 끝나고 부담 없이 만나서 같이 놀러 갈 사람. 같은 놀 거리를 좋아하는 사람. 틴더는 친구를 찾아주는 서비스이고, 따라서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해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켜야 한다. 어떤 사용자가 ‘오늘 신촌에 곱창 먹으러 갈 사람?’이라 프로필 상단에 적어놓았을 때, 이 텍스트가 뒷북이 되지 않고 유효하려면 1) 오늘 신촌에 갈 의향이 있는 사람이; 2) 틴더의 사용자여야 하며; 3)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틴더에 접속해야 하고; 4) 두 사람이 서로 상대방의 목록에 등장해 매치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 시점에서는 위의 과정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데이팅 앱으로 인식되어 사용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틴더 한국 지사는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소셜 디스커버리 앱’이란 정체성을 들고 나왔다. 정황을 알고 보면 상당히 정확한 용어이나, 깊게 생각해보지 않는다면 아주 잘 와닿지도 않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자만추-인만추 스펙트럼을 만남과 접근의 차원에 뿌려보았다

   

위의 도표에서 진지한 만남과 가벼운 만남의 축은 만남의 목적을 기준으로 한다. 그 만남의 방법 내지는 플랫폼이 지향하는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결혼 상대로 만난다면 진지한 만남이고, 순수한 친구로 만난다면 가벼운 만남이다(그것이 실제로 연인 관계로 이어지냐 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맞선 상대라도 마음에 안 든다면 한 번 보고 말 것이고, 반대로 소꿉친구로 시작해 결혼하는 이들도 많다.). 그리고 진지한 접근과 가벼운 접근은 진입장벽 그리고 초기에 상대방에게 알려야 하는 정보의 양을 기준으로 한다. 사람들이 해당 서비스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라고도 할 수 있다. 선을 보려면 나이, 학력, 재산 등 각종 정보를 공개해야겠지만, 동네 친구를 만날 때는 이름과 얼굴 정도만 안 상태에서 친구가 된다. 만남의 수준(정체성)과 접근의 수준(이미지)이 서로 상응해야 그 서비스의 목적에 맞는 만남이 가능하다. 

한국에서 틴더는 소개팅 앱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다만 이름과 사진만으로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여타 소개팅 앱들보다는 조금 더 가벼운 접근이 가능하다. 한편 데이팅 앱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만남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 포지션은 틴더가 지향하는 위치가 아니다. 틴더가 지향하는 바는 데이팅 앱보다는 동아리나 동호회, 살롱에 가깝다. 이 장소들이 ‘거기 가면 나랑 잘 맞는 사람들 있지 않을까?’라는 욕구를 충족시킨다면, 틴더가 충족시키려는 욕구는 ‘나 이거 좋아하는데, 나랑 이거 얘기할 사람? 톡 하다가 재밌으면 만나서 얘기해도 좋고.’이다. 

틴더는 더 가벼운 만남, 즉 ‘취향에 기반을 둔 친구 만나기’에 본질이 위치해 있다. 핵심은 ‘데이팅 앱’ 틴더의 이미지를 지우고 사람들에게 ‘소셜 디스커버리’가 무엇인지 이해시키는 데 있다. 

 

 

선택, 선택, 선택

 

틴더는 선택에서 시작해 선택으로 끝나며, 틴더에서의 선택은 스와이프를 의미한다.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떤 선택이 부담스럽지 않게 사용자들의 참여를 이끌면서도 다른 사람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 

현재 틴더 한국지사가 취하고 있는 방식은 틴더가 초기에 미국에서 취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초기 미국 틴더는 소위 ‘잘나가는’ 모임들의 여성 참가자들에게 틴더를 소개한 후, 남성 단체에 가서 서비스를 홍보했다. 한국에 진출한 틴더는 승리(당시로써는 버닝썬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겠지만, ‘승츠비’ 이미지의 이면에는 스캔들 메이커의 이미지를 간과한 결과이기도 하다.)를 모델로 기용했던 바 있고, 페스티벌에 후원하는 가 하면, 이태원에 대형 광고를 걸기도 한다. 클럽과 파티쯤은 부담 없이, 신나게 갈 것 같은 사람들이 사용할 것 같은 이미지이다. ‘힙한’ ‘인싸’를 먼저 끌어들이고, 그 다음에 힙함을 갈구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틴더의 이태원역 옥외광고. 그리고 레트로하고 힙한 을지로 감성의 광고

 

필자는 틴더가 힙한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힙함’은 진입장벽이고, 틴더는 다가가기 어려운 앱으로 남아선 안된다. SWIPE NIGHT이 그러하듯 보편적인 다수가 즐길 수 있는 서비스로 변모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두되고 있던 2월 말에서 3월 초 국내에는 몇 가지 서비스가 실시간 검색어와 인스타그램에 오르내렸다. 어울리는 학과, 어울리는 식물, 어울리는 학교, 어울리는 과, MBTI, 그리고 각종 빙고가 그것이다. 사람들은 친구들로부터 해당 서비스를 추천받은 후 이를 이용하고, 그 결과물을 본인의 SNS에 게시한 후 또 다른 친구들을 태그하여 사용을 추천했다. 코로나로 인한 무료함이 해당 서비스들의 흥행에 특히 큰 영향을 끼쳤겠지만, 이 같은 서비스는 결코 낯선 유형의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MBTI 검사가 유행했으며, 심리 테스트나 연애성향 테스트는 형태만 조금씩 달리할 뿐 끊임 없이 이어지는 떡밥이다.

(한국) 사람들은 왜 심리 테스트에 열광할까. 두 가지 이유 정도가 있을 것이다. 첫째, ‘나는 뭐가 나올까’ 하는 호기심이 있기 때문이다. 타인이 되었든 알고리즘이 되었든 내가 어때 보이는지, 내가 어떤 사람일 것 같은지 듣는 일은 아무리 들어도 지겨워지지 않는 일이다. 특히나 심리테스트 특성상 어떤 결과가 나오든 사람들은 ‘와! 나 진짜 이래! 이거 엄청 잘 맞춰!’라고 편향된 결론을 내린다. 한편 이분법적 선택의 간단함과 즐거움은 사람들로 하여금 빠져들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요즘의 심리 테스트들은 특정한 결과가 ‘이 seg에 해당하는 당신은 전 인구 중 몇 %에 해당한다.’라는 말까지 덧붙여준다. 내가 original 하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 코나투스의 확인 역시 사람들을 매료한다.

 

왼쪽 하단을 보면 스터디 친구로 선인장이 어울린다고 추천한다. 선인장 찾아요!

 

다른 한편으로는 ‘나는 이게 나왔어. 너는 뭐가 나왔니?’와 같은 궁금함에 기인한다. 나와 같으면 같은 대로 동질감을 느끼고, 다르면 다른 대로 상호보완성을 느낀다. 성적 같은 우열관계가 아닌 단순한 다름을 확인하는 데서 오는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구글에 MBTI를 치면 연관검색어로 ‘MBTI 궁합’이 상단에 등장하며, 위의 그림과 같이 어떤 심리 테스트들은 상호보완적인 성향을 추천해 주기도 한다. 특정한 성향의 사람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추천해 준다면, 그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궁금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그 사람을 찾기에 틴더만큼 적합한 서비스도 없다. 특히나 성향 체크를 스와이프로 한다면 어떨까. 단순히 버튼을 클릭하고 넘어가는 것보다 더 역동적인 동시에 틴더의 아이덴티티를 투사하기에 충분하다. 틴더의 소셜 디스커버리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그러나 동시에 다른 사람은 나와 어떻게 비슷하고 어떻게 다를지 확인하고 싶게 만드는 서비스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틴더에 대한 기대

 

필자는 개인적으로 틴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재무적으로 건전하기 때문이라거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서가연 지사장 말마따나 틴더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람을, 어떤 필요에 의해 만날까라는 원초적인 고민은 계속하고 있다.”라는 점이 필자로 하여금 이 서비스에 기대를 하게 만든다. 서가연 지사장은 매체와 소통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러한 고민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많다. 무엇보다도, 안전에 관한 부분은 0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틴더를 악용하는 사람이 없도록 방지함은 소비자의 신뢰와 직결된 부분이며, 신뢰가 깨지면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든 사람들은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안전 부분이 충족된다면, 그 이후엔 아이덴티티와 이미지의 교환을 통한 성장이 남아있을 뿐이다. 

 

기업은, 브랜드는, 그리고 서비스는 끊임없이 스스로가 어떠한 욕구를 충족시키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한 고민이 있을 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틴더가 기대된다. 

 

 

한 줄 평 : 틴더, HIP은 그만!

 

 

 

해당 콘텐츠는 가오리즈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