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 창업? 우리에게만 보이는 기회가 분명 있어요!”

 

 

 

 

2005년에 나왔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기억하시나요? 최고 시청율이 50%가 넘었던 국민 드라마 중 하나인데요, 주인공 김삼순은 30살이 되어서도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노처녀’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이렇게 25살 쯤이면 졸업을 하고, 30살 전에 결혼을 하고, 30대 초반 쯤에는  아이를 낳고… 하는 사회적인 통념이나 공식 같은 게 견고했었죠. 요즘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는 현실이었습니다.

 

 

 

 

“나이는 숫자, 결혼은 선택”이라는 김연자 선생님의 노래 ‘아모르 파티’처럼 우리는 좀 더 주체적으로 일과 삶을 선택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남의 시선으로부터는 완전히 자유로운 것 같지 않아요.

입 밖으로는 김삼순 같은 편견을 말하지 않지만, 마음 속으로 ‘학교를 졸업했으면 좋은 직장에 가야지’, ‘결혼을 했으면 아이를 낳아야지.’ 하는 생각이나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낄 때도 많습니다.

다양한 여성들이 창업을 하거나 스타트업의 팀원으로서 일을 하고 있는 커뮤니티 ‘스여일삶 –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에는 위와 같은 통념에서 벗어난, 그러나 자신의 일과 삶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멤버들이 많습니다.

이번 주 <밀레니얼 여성 창업가 인터뷰>를 통해 만나 본 ‘팬심’을 만들고 있는 ‘일리오’의 COO 김수진 님 역시 그런 사람 중 한 명인데요, 대학교 때부터 스타트업의 매력에 빠져 동아리 모임으로 시작된 팀이 어엿한 주식회사가 되기까지!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수진님! 자기 소개 해주세요. 수진님은 어떤 워크 & 라이프를 갖고 있나요?!

안녕하세요! 새로운 것을 찾고 도전을 즐기며 Interesting 하게 살고 싶은 김수진입니다. 제 이름을 Suzin라고 쓰는데, Interesting + Suzin = Zinteresting woman! 으로 스스로를 표현하곤 한답니다. Zinteresting한 인생을 사는 게 모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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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15년 우연히 대학교에서 ‘한국-핀란드 창업교류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스타트업에 맛을 들였어요. 대학 창업동아리부터 시작해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 ‘일리오’라는 스타트업을 운영하고있습니다.

일리오는 2015년 창업동아리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어엿한 주식회사랍니다! 현재 저는  일리오의 COO로, 팬심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Q. 팬심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대학교 때부터 출발한 팀을 어엿한 스타트업으로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보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대학교를 졸업하면 좋은 회사에 취업을 하는 걸 우선으로 생각하잖아요. 사회 경험을 하지 않고 창업을 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이른 나이에 청년 창업을 한 경우 장점은 뭐가 있을까요?

 

왜 이런 걱정을 하는지, 해본 사람의 입장에서 특히나 더 공감이 많이 되어요. 하지만 20대 때 창업을 하면, 장점들도 꽤 많아요.

첫째는 멋모르고 시작해서 어려운 걸 모르는 점? (웃음) 둘째는 가진 것 없이 시작해서 잃을게 없다는 것, 마지막으로 어리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일반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모든 걸 알아서 해야 했어요. 세금이 뭔지, 스톡 옵션은 뭔지, 4대 보험은 어떻게 가입시키는지… 다 부딪히면서 배웠죠. 지나고 나서 보니 ‘오…저런걸 어떻게 했지..?’ 싶다가도 ‘저런걸 미리 알았으면 겁먹어서 못 했을거야’ 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두번째로 말하는 ‘가진 것 없다’라는 건 돈 뿐만 아니라 책임도 포함되는데요, 대학교 때  창업 수업을 듣는데 교수님이 ‘창업하지 말라’는 말씀을 가장 많이 하셨어요. 교수님은 일단 입사해서 5년만 일하고 그 다음에 창업하라고 하셨죠.

그런데 대학 졸업을 하고 5년 정도 일을 했다면, 나름 대로 삶이 안정 되면서 결혼을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고… 지금보다 책임질 것들이 훨씬 더 많을 것 같은데 과연 그때 가서 그 모든 걸 포기하고 창업을 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 때부터 교수님께 졸업 후 바로 창업할 거라고 말씀 드리기도 했죠.

저희가 스타트업 투자/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 15기인데요, 그 때 당시 동기들이 평균 5년 정도 일하고 나와서 창업한 케이스들이 많았어요. 그분들을 보면서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멋모르고 일단 시작한 저희 같은 스타트업도 있지만 그런 분들은 어느 정도 안정적인 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창업에 도전한 거잖아요. 딱 이렇다 할 정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저에게는 그게 더 훨씬 더 무겁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대학교 시절, 창업 프로그램에서 수진 님 (맨 왼쪽)]

 

그리고 어리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건, 이거야 말로 엄청난 장점이 될 수있어요. 어리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시장,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있거든요.

저희가 타겟으로 하는 셀럽이나 인플루언서와 관련된 시장이 딱 그런 예죠. 저희와 같은  사업 아이템을 이론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공감까지 하면서 운영하고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은 저희가 그 세대의 문화와 코드를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런 장점을 다른 분들도 충분히 살리실 수 있을 거예요.

저처럼 대학생 때부터 창업을 꿈꾸시는 분들께 하나 꿀팁을 드리자면 할 수 있을 때 ‘대학생’이라는 것을 많이 이용하고 꼭 어필하세요! 찾아보면 대학생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정부지원사업, 해외 연수 기회, 창업 강연 등등이 정말 많거든요.

만약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 컨택하고 싶은 창업가 분들이 있다, 대학생이라고 하면 훨씬 더 친절히 얘기해주시고 고민을 들어주세요. 저는 저희 학교에서 하는 거의 모든 창업 활동에 다 참여했기 때문에 등록금 이상으로 대학교 뽕을 뽑았다고 생각해요. (웃음)

 

 

 

Q. 얘길 듣다 보니 무엇이든 진짜 자기가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힘든 이야기도 꼭 들어보고 싶어요. 이런 걸 알아야 비슷한 시행착오를 다른 사람들이 안 할 수 있잖아요. 이른 나이에 창업을 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고, 그걸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회사생활을 해보지 않고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창업하면… 그냥 아는게 없어요!!! 하나씩 부딪히면서 다 배워야 하는 거죠. 사수없이!!!

저도 혼자 고군분투할 때 능력 많으신 경력자 분이 우리 회사에 와서 ‘기획서는 이렇게 쓰는 거란다~’ ‘메일은 이렇게 보내는 거란다~’ 라고 말해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온라인 곳곳에서 선생님을 찾았죠. 구글 선생님, 브런치 선생님, 뉴스레터 선생님, 책 선생님, 인강 선생님 등등! 본인들은 모르시겠지만 절 제자로 둔 분들이 꽤 많아요. 이자리를 빌어 감사합니다.

진짜 힘들 때는 그냥 취업을 할까 라는 생각도 해봤어요. 생각만. 전공이 컴퓨터공학과라서, 꽤 취업이 잘되거든요. (물론 저는 지금 개발을 안 합니다!)

특히 친구들이 한 명씩 취업을 하고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 걸 볼 때… 특히 부러웠죠. 하지만 아직까지 스타트업을 꾸려가는 것보다 재미있는 일은 발견하지 못해서 이런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 재밌게 일하고 있어요.

근데 커리어 측면에서는 어떤 종류의 고민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공동창업자라서 힘든 건 아직 없는데, 처음에 대표 역할을 나눌 때 대표님은 투자, HR 쪽에 관심이 더 많고 저는 팀 내부 인원 관리 및 서비스 운영에 관심이 더 많아서 제가 자연스럽게 COO (Chief Operating Officer – 최고 운영 책임자)를 맡게 된 거거든요.

이 ‘COO’라는 역할에서의 고민이 많은 건 사실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전문성을 쌓고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해 커리어를 발전시키는데, 나는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하는가… COO에서 O는 역시 Overall (모든 걸 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었나. 내가 어떤걸 잘하는지, 어떻게 강점을 강화할 수 있을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던 건 있죠.

다양한 시행착오 끝에 이제는 COO의 역할 중 제가 잘하고 재미있어하는 부분을 찾아서 꾸준히 공부하고 있어요. 극복하는 방법은 그냥 부딪히고 틀리면 빠르게 다른 것을 시도해보고 잘 맞는다 싶으면 더 공부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요.

 

 

 

Q. 스여일삶도 그 연장선상에서 참여하시게 된건가요? 커뮤니티 활동이 수진 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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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SWIK Con에서 수진 님]

 

스여일삶 커뮤니티는 작년에 우연히 SWIK Con에 가면서 알게 됐어요. 학생 때부터 온갖 창업경진대회, 커뮤니티 등에 참여해봤는데 1회성으로 명함만 주고받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스여일삶의 ‘스타트업 여성들을 위한 컨퍼런스’는 참가했을 때 받은 MD부터 참여자, 강연자의 성비까지 전부 겪어본 적 없는, 제 취향이었습니다.

그 때 이후로 스여일삶 커뮤니티, 뉴스레터 등등을 꼼꼼히 보고, 참여할 수 있는 것들에는 참여하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연대감을 느끼는 커뮤니티는 없었어요.

최근에는 스여일삶의 Y-Combinator Startup School 온라인 스터디를 완주했는데요, 혼자는 다 보기 힘든 Y-Combinator의 영상 20개를 함께 볼 수 있어서 일반적인 스터디의 장점은 기본이고, 더 나아가 다양한 여성 창업자, 스타트업 업계 분들과 서로의 창업 / 스타트업 경험까지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YCSUS 3기 모집 안내 보러 가기]

온라인 스터디도 좋았지만,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스여일삶 이벤트에 꼭 참여하고 싶었는데 시국때문에 안타깝네요.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고 멤버 분들을 만나고 싶어요!

 

 

 

Q.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팬심’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어 가고 있는 건데.. 이 인터뷰를 통해 ‘팬심’을 처음 접하신 분들을 위해 소개를 좀 더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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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심은 인플루언서(이하 셀럽)와 팬을 후원과 콘텐츠로 연결하는 뉴미디어 플랫폼입니다.

라떼는 ‘아이돌’이 학창시절의 우상이었다면 요즘에는 유튜버, 스트리머, 틱톡커, BJ가 그 자리를 대체했잖아요. 이런 1인 크리에이터들은 일방적인 연예인과 달리 쌍방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팬들과 소통을 잘하고, 그들의 의견을 잘 수용하는 셀럽일수록 인기도 많죠.

팬심은 그런 셀럽과 단순 시청 이상의 적극적인 소통, 후원을 하는 진짜 팬(찐팬)의 건강한 소통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에요. 팬과 셀럽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기때문에 즐겁고 긍정적인 활동을 함께 했을 때 생기는 시너지가 엄청나거든요.

보통 인플루언서 시장에서는 구독자나 팔로워가 몇십, 몇백만명인 메가셀럽을 선호해요. 하지만 팬심은 팔로워수가 적은 마이크로, 나노 셀럽이 타겟입니다.

절대적인 수로 따졌을 때 나노셀럽의 숫자가 메가 셀럽에 비하면 1000배나 많고 팬과 셀럽의 유대관계 측면에서도 메가셀럽보다 훨씬 가깝고 긍정적인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몇 천명이 보는 라이브방송에서는 셀럽이 내 채팅 하나를 읽어줄 가능성이 굉장히 낮지만 몇 십명 정도 보고 있는 라방이라면 내 채팅을 볼 가능성도 높고 직접 소통하는 경험을 하게 되죠. 팬심이 추구하는 건강한 소통, 건강한 유대관계가 이런 곳에서 시작된다고 보고 있어요.

 

얼마 전에 본 명언 중에 마이클 조던이 한 말이 있었습니다.

“장애물이 너를 멈추게 하지 마라. 벽을 향해 뛰어갈 때 주저하거나 포기하지 마라. 그 벽을 어떻게 오를지, 어떻게 통과할지, 어떻게 해결할지만 알아내라.”

 

남들이 쉽지 않다고 하는 길을 간다는 건, 어쩌면 끊임 없이 장애물을 마주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갈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을 수 있는 이유는 이미 그 벽을 어떻게든 오르고,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선례가 있기 때문이죠.

20대, 여성, 스타트업 창업가로 산다는 것은 어쩌면 ‘김삼순’과는 정반대의 사고 방식을 가진 인생을 꾸려나간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의미 있을지도요.

 

 

“Today, We Make HERstory!”

 

 

인터뷰: 스여일삶 김지영 에디터 / 사진: 일리오 김수진 님 제공

 

 

 

 

해당 콘텐츠는 스여일삶과 파트너십으로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