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하나 바꿨을 뿐인데 매출이 수배로 뛰고, 사용자들이 알아서 지갑을 연다?
기획자나 마케터, UX 디자이너라면 솔깃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마케팅 부서의 말장난이나 화려한 카피라이팅 기술이 아니다. 사용자의 심리적 저항(Pain Point)을 완벽하게 간파하고 걷어낸, 아주 정교한 마이크로카피(Microcopy)의 승리이자 인지 구조를 뒤흔든 UX 전략이다.
화면 속 버튼 이름 하나, 메뉴 카테고리 네이밍 하나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현직 마케터, 기획자들 입장에서, 이름만 바꿔서 대박을 터트린 국내 사례들을 UX 관점으로 탈탈 털어봤다.
보조개 사과 : 결함을 개성으로, 인지 리프레임 (Reframing)
재배 과정에서 우박을 맞았거나 살짝 긁힌 사과가 있다. 예전엔 이걸 ‘못난이 사과’, 혹은 ‘흠과’라고 불렀다.
[기존 UX의 문제]
사용자는 ‘못난이’나 ‘흠’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뇌 속에서 자동 회로가 돌아간다. “맛이 없거나, 신선하지 않거나, 어딘가 하자가 있겠구나.” 아무리 가격이 저렴해도 찝찝함이라는 심리적 마찰(Friction)이 구매 버튼으로 가는 손가락을 막아선다.

[네이밍 변경 후 UX]
그런데 누군가 이 상처를 보고 ‘보조개’라는 이름을 붙였다. ‘보조개 사과’라니? 단어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사용자의 멘탈 모델이 180도 전환된다. 결함 있는 제품이 아니라, “외관에 살짝 흠이 있지만, 맛은 똑같은 가성비 최고 사과”로 인지 리프레임이 일어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 한 공급 농가는 ‘보조개 사과’로 이름을 바꾸고 2년 만에 매출이 8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뛰었다. 제품 스펙(당도, 식감)은 그대로인데, 사용자가 느끼는 감정적 가치(Emotional Value)를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꾸어 구매 전환율(CVR : Conversion Rate)을 극대화한 완벽한 UX 사례다.
가시제거연구소 : 사용자의 진짜 ‘페인 포인트’를 저격하다
집에서 생선 구워 먹기 참 힘들다. 냄새도 냄새지만 ‘가시 발라내기’가 너무 귀찮기 때문. 시중에는 이미 뼈를 다 발라낸 고등어들이 ‘고등어 필렛’, ‘순살 고등어’라는 이름으로 깔려 있었다. 하지만 매출은 평범했다. 이때 한 업체가 브랜드 이름을 아예 ‘가시제거연구소’로 바꿨다.

[기존 UX의 문제]
‘필렛(Fillet)’이라는 단어는 공급자 중심의 용어다. 사용자는 요리 전문가가 아니다. 필렛이라는 단어를 보고 바로 “가시가 100% 없다”는 확신을 갖지 못한다. 게다가 ‘순살 고등어’라고 해도 가끔 씹히는 잔가시 때문에 아이에게 먹이기 불안하다는 심리적 장벽이 존재했다.
[네이밍 변경 후 UX]
이 브랜드는 서비스의 핵심 가치(Value Proposition)를 이름에 직관적으로 박아버렸다. ‘연구소’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신뢰감과 ‘가시 제거’라는 직관적인 명칭은 사용자가 정보를 탐색하는 인지 부하(Cognitive Load)를 제로로 만들었다. “아, 여기선 진짜 가시를 이 잡듯 잡았겠구나” 하는 확신을 준 것이다.
이름을 바꾸고 직관성을 높인 결과, 이 브랜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에서 폭발적인 후기와 함께 순살 생선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섰다. 공급자가 정의한 상품명 대신, 사용자의 맥락(Context)과 불안감을 해소하는 네이밍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예다.
토스(Toss) : “어려운 건 우리가 할게, 너는 일상어로 말해”
모바일 앱 UI/UX에서 네이밍과 카피라이팅으로 생태계를 교란한 끝판왕은 역시 토스다. 기존 시중 은행들이 수십 년간 고집해 온(물론 일부 은행은 현재까지도) ‘송금’, ‘출금’, ‘타행 이체’ 같은 딱딱한 금융 용어를 기억하는가? 토스는 이걸 과감히 던져버리고 “돈 보내기”, “돈 받기”라는 초등학생도 아는 일상어로 화면을 채웠다.

[기존 UX의 문제]
‘거치식 예금’, ‘당행 환전’ 같은 전문 용어는 사용자에게 심리적 거리감과 두려움을 심어준다. “내가 이거 잘 몰라서 버튼 잘못 누르면 내 돈 날아가는 거 아냐?” 하는 마찰이 발생한다.
[네이밍 변경 후 UX]
토스는 공급자의 언어를 사용자 중심의 언어(User-Centered Language)로 바꿨다. 사용자가 앱을 딱딱한 ‘시스템’이 아니라 친절하게 내 말을 알아듣는 ‘대화 상대’처럼 느끼게 만든 것이다.
금융 장벽을 낮춘 이 직관적인 네이밍 전략은 서비스 진입 장벽을 완전히 무너뜨렸고, 결국 토스를 국민 앱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비즈니스 성과를 이끈 네이밍들의
UX 원칙은 심플하다.
– 이름도 인터페이스(UI)다
디자인 요소만 UI가 아니다. 텍스트도 강력한 UI다. 잘 지은 이름 하나는 구구절절한 설명문, 마이페이지 툴팁, 상세 페이지의 기나긴 스크롤을 대체한다. 화면의 복잡성을 줄이는 가장 가성비 좋은 치트키가 바로 ‘이름’이다.
– 사용자의 머릿속 지도(Mental Model)를 읽어라
“우리가 어떤 대단한 기능을 만들었는가”를 자랑하지 말고, “사용자가 이 단어를 마주했을 때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를 그리게 되는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사용자의 불안을 안심으로 바꾸는 단어 하나가 곧 매출이고 성과다.
홈페이지의 대시보드 메뉴 이름을 짓거나 버튼 카피를 쓸 때, 혹은 브랜드, 제품 네이밍으로 고민 중일때, 한 번만 더 자문해 보자.
“지금 이거, 공급자 마인드로 쓰고 있는 ‘못난이 사과’는 아닐까?”
우리 삶 곳곳에 숨겨진 UX 이야기
윈터노트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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