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늘 아는 변호사분이랑 미팅 있어서 먼저 가볼게.”
그녀는 노트북을 닫고 일어났다.

너 뭐 또 사고쳤냐. 무슨 일로 가는건데…?

“아니 무슨 사고를 쳐 ㅋㅋㅋ
사업하려고 하는 분야가 규제가 많아서. 내가 계획하고 있는 사업모델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한번 자문을 구해봐야할 것 같아.”

예를 들자면…?

“음… 내가 하려고 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리걸테크가 대표적이지?”

리걸테크(legal tech):법(leg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AI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법률 서비스를 뜻하는 단어.

“국내에는 크게 3가지 유형의 리걸테크가 있어.

1. 내게 맞는 변호사 중개서비스를 제공하는 리걸테크
2. 사건과 관련된 법령이나 판례정보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걸테크
3. 직접적으로 변호사가 하는 업무(=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리걸테크

리걸테크 시장 투자 금액은 2015년 2억 2200만 달러(약 2673억 원)에서 2018년 16억 6300만 달러(약 2조), 3년 사이에 654%나 성장한, 급속도로 주목받고 있는 시장이야.” 

음..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렇게 못 본 것 같지..?

헤에…?

“맞아.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글로벌 시장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그 이유는 해외보다 국내에 관련 법/규제가 많기 때문이야.
이 때문에 내가 앞서 말한 3가지 유형 모두 각각 한계점이 있어.”



“우리나라는 제도상 [변호사법]을 두어서 변호사 직업의 취지를 지키고자 해.

이게 무슨말이냐하면. 변호사란, 공공성과 윤리성을 추구해야 하는 직업으로 봐. 의사같이 말이야. 특수한 직업인거지. 따라서 이 취지를 지키기 위해 엄격한 법/규제들이 있어. 대표적인 것들만 살짝 살펴볼까?”

“먼저 1. 브로커 금지 조항이 있어.

브로커 금지 조항을 요약하자면 변호사법 제34조 1,2항에 해당되는 내용으로
변호사든 비변호사든, 사전 또는 사후에, 금품 등의 이익을 받기로 하고, 의뢰인과 변호사 등을 소개하는 행위.
즉 ‘사건 브로커’의 행위를 금지한다는 거야. 

자네, 이 돈이면 그 변호사 가능하겠지…?

이 조항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사건을 유치하기 위해 너도나도 뒷거래가 많이 일어날거고,
일부 변호사들은 이익을 위해 사건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사건 수를 늘리기 위한 수단들에 집중하게 될거야.

지나친 변호사의 영리추구 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브로커를 금지하는 조항이 있는거야.

다음으로 변호사법 제34조 5항에 해당되는,

2. 비변호사의 법률사무 금지 조항이 있어.

이 조항은 어찌보면 당연한 조항인데. 비변호사가 변호사의 업무, 법률 사무를 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이야. 
의사가 아닌 사람이 ‘당신 암입니다.’ 진단하면 안되듯이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당신 법적으로 문제 있습니다.’ 진단하면 안되는거지.

그럼 이제 궁금하지 않니?
이런 법/규제들에도 불구하고
국내 틈새시장 속에서 성장하고있는 기업들은 어떤 곳일까?

 


 

1. 광고는 여기서. 법률판 배달의 민족, 로톡

로톡은 리걸테크 기업의 첫 번째 유형 “변호사를 중개한다”에 해당돼.
아까 변호사법에 따르면 비변호사든 변호사든 소개시켜주는 행위가 불법이라했지.
로톡은 실제로 사업 운영 중 고발도 당했었어.

하지만 결국, 로톡은 브로커와 다른 과금방식을 취하면서 법적규제를 피해갈 수 있었지.
바로 정률제가 아닌 정액제로 중개서비스를 운영하는거야.

상담/사건 당 가격을 책정하는, 중개수수료 형태가 아니라
변호사에게 광고비용을 받으면서 수익구조를 내는 형태지.

 

변호사 등록 비용은 무료이며 상위 검색 노출을 원하는 변호사들에게 광고 수익을 내면서(*약 100만원) 운영하는 모습이 마치 법률판 배달의 민족을 연상시키기도 해.

 

현재는 가입 변호사 3819명, 누적 상담수 39만건, 총 방문자수 1603만 명을 자랑하는 국내 대표 변호사 중개 서비스로 자리 잡았어.

앞서 설명한 내용은 로톡의 메인서비스인 B2C(변호사-일반인) 중개서비스를 설명한 것이고.

로톡은 최근 B2B 중개 서비스도 오픈했어.

B2B 중개 서비스와 같은 경우 일반인 대상이 아닌 기업과 로펌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1) 기업이 문제상황과 문의사항을 담은 제안요청서를 등록하면
2) 로펌들이 제안요청서를 열람하고 기업에 제안서를 보내고
3) 기업이 제안서를 열람하고 로펌을 최종 선택

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영업비밀에 민감한 기업들의 니즈를 포착해 오픈한 서비스이지.

공개 방식으로 운영되는 B2C 중개서비스와 다르게 B2B 중개서비스는 기업 익명처리, 회원간 제안서 열람불가, 로펌범위설정가능 등 철저히 비공개 방식으로 운영하여 기업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2. 다물어봐물어봐 법률판 지식in, 인텔리콘

인텔리콘은 세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바로 유렉스, 법률메카, 알파로야.


유렉스의 경우 리걸테크 기업의 두번째 유형,
“검색서비스를 제공한다” 에 해당하고

알파로와 법률메카 같은 경우 세번째 유형,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에 해당돼.

하나하나 살펴보자.

2-1) 유렉스 (일부 유료)

는 지능형 법률정보검색시스템이야.
ai 자연어 처리기술을 접목시켜 기존 법률정보검색시스템과 달리
법률 용어가 아닌 ‘일반적인 문장’으로 검색해도 된다는 점이 차별점이지.

예를 들어 ‘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라고 검색해도 관련 법령, 유사판례를 제시해줘.
이 법률검색서비스 같은 경우 앞서 다룬 변호사법과 다른 법적한계점이 존재해.
바로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판결정보가 매우 제한적으로 공개되어 있다는점이야.



전체 데이터의 0.2% 정도의 수준만 공개되어 있다고 추산될 정도니.
얼마나 적은지 감이 오지? 이 때문에 ai들이 학습할 자료가 지나치게 부족해.

그래도 하나 희망적인 소식을 얘기하자면.
변호사법의 경우 ‘직업 취지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에 개정이 쉽지 않을거야.
하지만 이 문제같은 경우 ‘개인정보침해 문제없이 비식별화가 가능한 방법’이 제시된다면

현재보다는 판례공개에 조금 더 법원이 우호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



2-2) 알파로(유료)

는 지능형 계약서 분석기야.
계약서를 입력하면 ai가 수 초 안에 법적 쟁점, 누락 조항, 독소 조항 등을 보여주고 수정 보조를 해주는 서비스지.
여기서 변호사 법 제 34조 5항 (비변호사의 법률사무 운영건)이 문제가 돼.

제 34조 5항 변호사법의 핵심은 서비스 ‘운용주체’야.
그 ai 법률서비스를 누가 제작했는지는 상관이 없어. 비변호사가 만들어도돼.
그런데 문제는 이 법률서비스를 변호사가 사와야한다는거지.

ai법률서비스의 운용주체는 ‘변호사’여야해.
그 서비스로 수익을 함께 나누는 경우(운용주체: 변호사+비변호사),
그 서비스를 비변호사가 운용하는 경우(운용주체: 비변호사)는 모두 변호사법 위반이야.



때는 바야흐로 2009년
비변호사였던 임영익 대표는 법률 ai를 만들고 싶었어.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

서울대 생명과학과 출신인 임 대표는 미국에서 뇌과학을 공부하고 돌아왔다. 법률 AI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사법시험을 봐 합격했다. 지금의 연구소는 사법연수원생 시절 세웠다. -2019.09.08 한국경제

AI 개발을 위해 변호사가 되었지…. 그렇게 법률 규제를 극복할 수 있었어.

대표님들 참고!: 다시 한번 말하자면 이는 변호사가 직접 개발에 뛰어든, 개발주체=운용주체=변호사인 흔치않은 경우로 운용주체=변호사가 된다면 개발주체가 달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아. 

마지막으로 인텔리콘이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는 법률질의응답 플랫폼, 법률메카(무료)야. 현재 유일하게 무료로 운영되고 있어 수익을 내고 있지는 않지. 법률관련 질문을 올리면 ai가 실시간으로 질의응답, 관련 답변/법률/판례/변호사를 추천하는 서비스야.

[법률메카 사용화면]

인텔리콘은 현재 지능형 계약서 분석기,  알파로로 주수익모델을 확보할 목표를 가지고, 올해부터 수익화 작업에 착수했어. 

116건의 특허,상표권 보유, 14회 수상 경력 등 인증받은 ai 기술을 인텔리콘이 어떻게 본격적으로 사업화 시켜나갈지 기대해보자.


 

3. 싸게, 집에서. 비대면 소액법률서비스헬프미

헬프미의 경우 리걸테크 기업의 첫번째 유형,
“변호사를 중개한다”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에 해당해.

로톡과 다르게 헬프미는 변호사 중개서비스에서 수익을 내지 않아. 변호사 등록 요금이나 광고 요금을 일체 받고 있지 않지.

헬프미의 주수익원은 법률서비스 제공이야.

박효연 변호사는 법률서비스의 비용을 줄이는 방안으로 ai를 사용하게 되었어.

심지어 충분한 권리를 지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돈이 걸린 문제가 아니라서 조금 손해 보는 셈 치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희는 “누구나 쉽게 실력있는 변호사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합리적인 가격에 법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헬프미 대표 박효연

변호사가 하는 일의 70-80%가 서류작업이라고해. 헬프미는 이 서류작업을 ai를 이용해 자동화하고 최종검수나 전문적인 상담만 변호사가 담당함으로서 비용을 대폭 낮추었어. 

법률사무 중 비교적 프로세스가 단순한 회사 법률서비스(법인등기, 상표등록), 일반인 법률서비스(상속포기, 한정승인)를 ai를 이용해 진행하고 있지.

현재 일반인 법률서비스의 경우 8796명의 사건해결, 회사 법률서비스의 경우 22369곳의 회사가 이용중으로 특히 b2b 법률서비스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나가고 있는 스타트업이야.”


 

나 아직 하나 궁금한게 있어.
“뭔데?”
그런데 이렇게 리걸테크 기업이 등장하면 할수록 기존 변호사들은 싫어하지 않을까.

“만약 새로 생긴 리걸테크 기업들이 변호사의 이익을 증가시키지 않고 침해한다면 그렇겠지. 하지만 리걸테크는 결국 소비자, 변호사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야.”

일반인 입장에서는
법률 서비스 자체에 접근성이 높아지고, 보다 싸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마케팅의 새로운 창구이자 서비스질 향상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양쪽 다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리걸테크산업은 발전중이며 앞으로도 발전해야 할거야.


변호사 입장이 와닿지 않을거 같아서 조금더 설명해주자면

1. 마케팅의 새로운 창구

처음 변호사가 법률사무소를 개업하면 고객을 직접 유치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어. 네이버 키워드 광고는 대형로펌들의 자본력에 밀려 상위노출되기 쉽지않고 말이지. 이들에게 변호사 중개서비스는 적은 비용으로 마케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창구를 제공해줘.

또 대법원에 따르면 변호사 선임없이 재판에 임하는 ‘나홀로 소송’이 민사소송의 70%에 다다른다고해. 리걸테크 스타트업으로 법률서비스 자체를 적은 비용으로 제공하며 접근성을 높인다면, 이런 잠재적 고객까지 유치할 수 있게 되지.


2. 서비스 질 향상의 기회

변호사 업무 중 시간을 뺏기는 단순노동으로 두가지가 있어.
바로 서류작성과 관련법률문서 검색이야. 이를 AI가 지원하면, 고부가가치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법률서비스 질 향상에 도움이 되게 되는거지.

 


아직까지 법/규제로 어려움이 많은 시장이지만
어렵다는 말은 결국 기회가 많다, 와 동일어기도해.
앞으로 어떤 스타트업이 또 등장할지, 그리고 리걸테크 분야를 혁신해나갈지.

기대해보자.



이번 컨텐츠는 최앤리법률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기고 링크: 투자관리플랫폼, 캡틴과 함께 만든 콘텐츠입니다.

이수현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